2009.08.06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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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두 순조롭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지 못한 녀석들도 더러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 경우는 어느 쪽이냐고 하면, 그럭저럭 이라는 쪽이다. 큰 트러블이 생기지도 않았고, 딱히 무리에 완전히 섞여 들어간 것도 아니었다. 그저 중학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몇 가지 생각해볼 거리가 있어 머릿속이 복잡하긴 하지만, 쉽사리 해결 될 문제도 아니고, 천천히 파고들어볼 생각이다. 지금은 수업 후 서점이라도 가서 책이나 뒤져봐야지 하는 생각 정도면 충분했다. 수업종이 울렸다. 

     첫 수업 이후 일주일이라는 간격을 두고 두 번째로 찾아온 윤리 시간은 몇 배나 지루했다. 첫 타자로 지명된 것은 당연하게도 나였지만, 교사와의 문답에서 어떠한 흥미거리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저 그가 꿈이 무어냐고 물었을 때 명확한 목표는 아직 없다는 말로 둘러대기만 했을 뿐이다. 그는 내가 그렇게 답하는 것 만으로 충분히 만족한 듯 보였고, 나는 다른 학생을 호명하기 위해 출석부를 확인하는 그에게 더 이상 말을 붙일 이유를 찾지 못했다. 내심 조금 더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굳이 저 사람과 그런 대화를 나누어야 할 필요 또한 없었다. 혼자서 탐구하는 것도 내겐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그 뒤로도 평범한 수업의 연속이었다. 지루한 하루였다. 수업시간에는 지적당하지 않을 만큼만 집중했고, 쉬는 시간에는 생각나는 것을 닥치는 대로 노트에 적었다. 특별할 것 없는 뭇국(급식 예정표에는 소고기뭇국이라고 적혀있었지만, 당연하게도 고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이 나온 점심시간이 지나고, 세 시간의 수업을 더 한 뒤에야 학교는 종례시간을 맞이했다. 

     담임이 헐레벌떡 문을 열고 들어왔다. 프린트된 종이가 품에 한 가득 이었다. 저런 건 학생을 시켜도 괜찮을 텐데, 올해 처음 교사가 된 그는 아직 학생들에게 무언가 부탁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프린트물의 내용은 별 내용 없는 교장의 훈화였다. 종례가 끝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프린트를 휴지통에 버리는 것을 보면서 나도 가방을 꾸렸다. 

     “호안……아?” 

     매우 조심스럽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자 담임이 손짓을 하며 부르고 있었다. 학생들의 이름 정도는 자신 있게 불러도 괜찮을 텐데 교사가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혹시 3학년의 서 현수랑 아는 사이니?” 
     “모르는 사람인데요?” 

     입학 후 3학년 층은 물론 동아리에도 접근한 적이 없는 내가 우연찮게 라도 통성명을 한 선배가 있을 리 없었다. 일방적으로 나를 알고 있으리라고 짐작 가는 상대 또한 없었다. 

     “오늘 수업이 끝나고 박 호안이라는 학생이 우리 반에 있지 않느냐고 묻더구나.” 

     알지도 못하는 3학년이 나를 찾는다니 감이 좋지 않았다. 

     “용건이 있어서 그런다기에 우리 반 아이가 맞으니까 전할 말이 있으면 얘기 하라고 했거든.” 

     순간 확실한 정황도 듣지 않고 얘기를 진행시키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따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필시 좋은 일은 아닐 거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진행중인 일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담임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렇듯 쉽게 따지고 들지 않는 것은 나름대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일에는 재고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어려서부터 길러온 버릇이었다. 이번 일도 실제로 알고 보니 별 것 아닌 일일 수도 있는 노릇이다. 약간이나마 불쾌한 기분을 뒤로 넘긴 채로 담임에게 들은 내용을 물었다. 

     “자세한 얘기는 직접 하고 싶다고 하더구나. 방과후에 만나고 싶다는 얘기만 전해주면 된다고 했어.” 
     “장소 같은 얘기는 없었고요?” 
     “그래, 딱히 어디서 보자는 얘기는 없더구나, 좀 이상하지?” 

     어디서 만날지조차 말해주지 않았는데 용건이 있다니,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망증이 심한 모양이었다. 귀찮기도 했고, 어차피 중요한 일이라면 직접 찾아오든가 할 테니 말이다. 

     “적당히 맞춰서 온 모양이네.” 

     언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저번 주에 들었던 목소리라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런 것과 관계 없이 금방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만으로 기억해낸 것은 그리 쓸모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교실 문을 열고는 손을 흔들며 들어온 사람은 이전 윤리 시간 도중에 문을 열고 난입해 들어왔던 그 인텔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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