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지

by 임씨 posted May 0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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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엔 즐거웠어.

미친듯이 술먹고 놀았던 것도 아니고

뭐 전혀 너와 자고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도 아니야.

그냥 너와 처음만났지만 말도 잘통했고

그렇게 웃다가. 이차를 가고 삼차를 가고

날이 춥더라고 어젯밤따라. 바람도 많이 불고

너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렇게 근처 모텔방에 피쳐 하나 들고 들어간거야.

그렇게 술을 마시고, 너를 바라보고 있다보니.

너의 눈이 보였고, 너의 입술이 보이더라.

어쩔수 없었어. 그래서 그렇게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고

어젯밤엔 그렇게 난 너무 즐거웠어

너도 나쁘지 않다고 나한테 말했고.

물론 관계라는게 시작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가야 할 필요도 있긴 하지만, 그건 진짜 단순히 필요일뿐, 필수는 아니라고 생각해.

어찌보면 책의 종장부터 읽기 시작한, 그런 기분일수도 있는데. 그래도 난 너가 상당히 맘에 든다. 아니 맘에 든다는 표현보다는 이미 내 맘에 너가 들어왔다는게 맞을꺼야.

그러니까 나에게 잠깐의 기회를 줬으면 해. 우리가 본 마지막 장은 그냥 수많은 페이지 중 하나일 뿐이니까, 그 페이지를 봤다고 해서 책을 보면 안된다는 법은 없는거잖아. 이건 내 연락처야. 서로 번호 저장하면 너가 부담스러울꺼 같으니까 너가 생각해보고 연락 주었으면 해.

기다릴께

 

-난 그냥 너랑 오늘 하룻밤 잔거뿐인데, 너 너무 앞서나간다. 우린 사귀는 사이가 아니야

 

..

 

아 씨바. 헛물쳤네.

알고보니 우리 사이는 책보다는 신문 사이 끼어있는 한면의 광고지였을 뿐이었어. 더 읽어볼 필요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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