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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리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 생머리 위에는 안경인지 고글인지 모를 물건이 씌워져 있다.
안경을 머리에 쓰고 있는 그녀는 절벽위의 끝자락에서 걸어앉아 있었다.

그녀의 발 아래로는 몆시간 전만 해도 아비규환 이었던 작은 촌락이 보인다.

바람이 조금만 강하게 불어 떨어지기라도 하면 아찔할 텐데도 그녀는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발까지 흔드는 여유로움을 보였다.

머리 위로 하늘 저 높이에서는 5개의 구체가 떠 있었는데 마치 별표를 그리듯이 서로 번개치며 전격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5개의 구체는 서로 번가라 가며 주고 받는 전격과는 다른 패턴으로 백광을 뿜었다가 빛이 사그라 들려고 하자 다른 구체가 다시 연이어 백광을 뿜는 형식으로 하늘을 계속해서 밝게 비췄다.
지직하는 전기소리만 이따금 들리고 전처럼 천둥같은 소리는 더이상 나지 않았다.
그녀는 목에 걸려 있는 목줄을 끌어내어 목걸이 장식을 손에 쥐었다.
손가락 길이 정도의 정 사각형 불투명 물체가 매달려 있다.

손으로 불투명한 사각형을 쥐고서 목걸이 끈을 들어 올리자 불투명 사각형 안쪽에서 원석같이 가공이 안된 반투명의 보석같은 것이 위로 쏙 올라왔다.

모습을 들어낸 반투명 의 물체는 빛을 받아 들이자 그대로 투영하였는데 오색찬란한 빛으로 반사시켰다.

그녀는 너무 많이 반사 되지 않도록 그 반투명한 부분을 조금만 들어 올려 반사되는 빛을 바라보았다.
눈으로는 빛을 보고 있지만 머리속에서는 다른 장면이 회상된다.
아련하고도 그리운.

그때, 뒤에서 어느정도 떨어진 곳에서 부터 인위적인 인기척소리가 들려 왔다.

전혀 자연 스럽지 않은, 지면을 일부러 박차는 듯한 괴상한 발소리다.

그렇게 라도 하지않으면 자신을 들어내지 못하는 걸까.
물론 분명 아무도 없는데 바로 뒤나 옆에서 갑작스럽게 말걸거나 자신을 들어내는 것 보다야 났다 싶지만, 너무나도 요령 없는 발소리다.
오히려 그소리에 놀라거나 긴장해 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그녀가 앉아 있는 위치가 위치인라 불안해 했는지는 몰라도 평소보다는 제법 멀리서부터 그 괴장한 발소리가 들려 왔다.
살짝 들어 올렸던 장식 부위를 닫고는 다시 가슴속으로 여미었다.
"프리실"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프리실이라 불린 그녀는 절벽 끝자락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나 돌아 섰다.
목소리 만큼이나 익숙한 모습이다.
구렛나루는 있지만 귀가 보일 정도의 짧은 머리. 그리고 이곳에서 단 두사람이 가진 고동색 계열의 머리색을 한 남자다.
허리춤에는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늘씬한 검이 아닌 나무로 만든 가검이 매여져 있었다.
"일어 났네. 움직여도 괜찮은 거야?"
평소에도 워낙 표정변화가 적은 그였기에 안색만으로는 정말 그가 괜찮은지 어떤지 그녀-프리실 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물론 정말로 그가 본인 상태에대해서 순수하게 말해 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날붙지만 잡지않는다면 문제 없어." 

날붙이가 그에게 어떤 영향이라도 주는 걸까. 뭔가 이해가 안되는 말이지만 일단 본인이 문제 없다하니 그렇게 알아 듣기로 하였다.

불가 몇시간 전만해도 손하나 까딱않고 눈만 껌뻑였을때는 정말 그가 식물 인간이 되어 잘못된게 아닌가 싶을 정도 였지만.

"언니는?"
"덕분에. 지금은 자고있다."
프리실은 언니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팟다.
"미안. 나로서는 도저희 언니의 팔을 치료 할..."
"프리실. 네가 아니였으면 누나는 죽었어.  그 맹수를 처리한 것도 그렇고, '군기'를 너무 소진한 누나는 그 출혈을 감당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사내는 검을 쥐고 짐승등을 도륙 할 때 만큼안 아니지만 무표정했으며 딱딱하게 말했다.
"하지만.. 내가 좀더 서둘렀다면 언니가..."
"네가 제때 치료해 주었기 때문에 누나가 살 수 있었고, 네가 띄운 저 공들 덕분에 지금 맘편히 잠들 수 있었지. 그게 너였기에 가능한 결과고 사실이다."
사내는 프리실이 더 무언가 말하기 전에 딱 짤라 말했다. 마치 그 어떠한 변명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단호한 말투였다.
프리실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그 다운 말이며 더이상 뭐라 할 마음도 나지 않았고 들려올 대답도 뻔할것 같았다.
"그게 지금 위로라고 하는 말이니?"

사내의 미간이 움찔했다. 아주 미세한 변화지만 평소 그 어떠한 변화가 없는 얼굴에서는 그 미세한 움직임을 찾는게 어렵지 않았다.

"있잖아. 이따금식 맘약한 소리로 동정어린 말들을 듣고싶을 때가 있다고, 나에게 있어서 지금이 그런 상황 아니겠어?"

사내의 언짢은 하는 미세한 변화를 무뚝뚝 한 얼굴에서 감지 할 수 있었다. 프리실은 즐거운 마음으로 그 표정을 지켜보았다.
좀처럼 보기 힘든 사내의 당황한 모습이다. 좀더 괴롭혀 줄까 하다가 상황이 상황인 많큼 그만 놓아주기로 했다.
모처럼 잡은 승기인대 조금 아쉽다.
"그건 그렇고, 패이. 왜 더 안쉬고 올라온거야? 정말 나 위로해 주려고?"
프리실은 사내를 패이라 불렀다. 패이라 불린 사내-패이는 이때다 싶어 얼른 말했다. 뒷말은 듣지 않은걸로 하고.
"저거, 더이상 띄울필요 없을거 같은데. 곧 있으면 동이 트는 데다가 더이상 다가오는 동물도 없다."
그러니 너도 그만 무리하고 들어가서 좀 쉬어라 나는 쉴만큼 쉬었다. 라고 프리실은 이해했다.

"아아. 걱정하지 않아도 되. 저건 패이나 아버지처럼 자기 몸에 부담 주는 그런거 아니니까."

프리실은 두 팔을 들었다. 두 손목에는 하얀색에 파란 줄무늬가 있는 띠 같은게 둘러진 것처럼 생긴 팔보호대가 체워져 있었는데, 프리실이 어떻게 움직이자 손목 아래 부분의 팔찌 구조물에서 부터 양손모두 5개씩의 작은 띠모양이 손바닥을 타고 올라와 각각 10개의 손가락에 위치 했다.

패이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머리 위로 쓴 안경같이 생긴 물건에서 팔 보호대, 그리고 허리에 착용한 요대같은 물건으로 향했다. 아마 그에게는 처음으로 보인 물건이리라.

패이는 그 처음보이는 물건들에 대해서 그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았다.

프리실이 고개를 살짝 까닥이자 머리위에 씌워져 있던 고글 같은게 눈까지 내려앉았다.

"하긴 뭐, 이제 정리도 왠만큼 된거같으니."
뒤돌아 선 프리실은 하늘에 뜬 다섯개의 구를 향해 바라보더니 두손으로 허공에다가 피아노 건반을 두들기는 듯한 움직임을 취하자 구체들 사이에서 주고 받던 전격이 멎었다.

밝게 빛을 내뿜던 구체로 부터 서서히 빛이 꺼지더니 프리실 허리에 착용한 요대쪽으로 차례대로 날아와 달라붙었다.

패이는 그 굉장한 빛과 번개를 내뿜던 구체의 정체가 스스로 회전을 하는 금빛색깔의 주먹만한 구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금색의 구체는 프리실의 허리에 차례로 서시히 회전력을 엄추며 달라붙음과 동시에 은색으로 변하여 그대로 고정되었다.
프리실은 패이가 묻지 않았음에도 그 구체에 대해 설명했다.
"처음 보지? 우리는 이걸..."
순간 아차하는생각에 프리실은 말을 멈췄다.

뭔가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다. 이제와서 더이상 주저할 필요가 없음에도 말이다.

"응. 그러니까 우린이걸 '금단'이라고 불러. 뭐, 주로 빛을 내 시야를 가려 어떤 행위를 못하게 막는것이 주 용도이기는 하지만, 방금처럼 밤하늘을 비추는 대도 아주 제격이지. "

그 외의 할 수 있는 것들도 있다는 것을 직접 보았지만 패이는 굳이 묻지 않았다.

"동력원은 아에 따로 있어서 운영중에는 그렇게 힘이 들지 않아. 음, 굳이 말하자면 도구 같은거라 보면되. 석궁을 쏠대 힘이 별로 안들잖아?"

하지만 석궁을 당기는 데에는 그만한 힘이 든다는 것을 모를 패이가 아니다. 이말이 그를 얼마나 안심시킬지는 알 수 없었다.

"즉, 아무리 많이 쓴다해도 난 앓아 눌울 일 없다는 거지"
어때? 나 대단하지? 라는 듯이 프리실이 의기양양하게 말했으나 패이의 걱정을 그다지 덜어주지는 못한거 같았다.
패이는 무표정속에 프리실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하아~. 알았어. 안그래도 좀 쉬려고 했었어. 난 정말 괜찮으니 네걱정하던가 잠이든 언니걱정이나 하렴."
"난 물론이고, 누나도 괜찮을거다."
괜찮을 리가 없지않은가. 그런 프리실의 마음을 아는지 패이는 덧붙이며 말하며 더이상 언니에 대해 신경 쓰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로이님이 눈을 뜨셨다."
"어? 아버지가?"
"응. 널 찾고 있어."

분명 빈사상태로 의식을 잃은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겨우 의식이 깨어나 프리실을 찾는 와중에, 그것도 그 소식을 전화러왔음에도 아무런 서두름 없이 그 푸념을 다 들어 줬단 말인가.

프리실은 패이가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두려웠다.

 


3. 하얗게 센 머리의 노인 - 로이

 

몆 안되는 집중에 유일하게 온돌로 지어진 집이다. 온돌의 특성상 안에는 벽날로 대신 방 외부에 아궁이가 설치되어 있어 하루종일 나무를 때워도 연기의 유입을 걱정 할 필요가 없다.
연기는 바닥 아래를 지나 바닥에 온기만 남기고 굴뚥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열로 충분히 달궈졌을 방바닥인데도 그 방안의 주인은 여전히 창백하고 굉장히 추운지 온 이불을 꽁꽁 싸매고선 누워 있었다.
누군가 문을열고 방안에 들어 왔는지 잠깐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이불안으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저왔어요. 아버지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이불속에서 완전히 하얗게 세어버린 머리만 내밀고 있던 노인은 이불밖으로 고개를 빼꼼 빼들고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바로 앉았다.
방의 특성상 신발을 신고 들어 올 수 없었으며 따로 침상이 있지 않았다.
"흥. 둘이 있을땐 그렇게 부르지 말라 했을텐데?"
두 눈이 희뿌인게 어른거리는 윤곽만 간신히 보인다.
프리실의 숨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두 눈이 멀었다고 다른 감각이 그세 좋아지기라도 한걸까. 프리실이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대충 알 수 있을거 같았다.
나약한 모습을 보여주긴 싫지만 현재의 모습이 프리실을 위축시켯다는 것에 작은 만족감을 느꼈다.
"아니면 다죽어가는 노인이 가여워 진짜 부녀행세라고 하겠다는 거냐."
프리실에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인상을 찡그리는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패이와 함께 왔었어."
"호오? 딸행세라 이거냐? 그런걸 보여놓고 잘도 믿겠군. 아니면 그의 지능이 내 생각 수준 이하이거나."
프리실 특유의 조소어린 목소리가 들려 왔다. 더이상 노인의 몰골이 그녀를 위축시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죽어가는 몸으로 나랑 농담따먹기나 하려고 부른거야? 왜? 막상 혼자 죽으려니 심심했나봐?"
하얗게 센 백발의 노인-로이는 그쯤 하기로 했다.
이런식 대화를 나눠봤자 프리실보다 로이가 더 피곤해질 뿐이다.
"그세 죽을거 같더니 잘도 돌아 다니나 보군."
"썩 그렇진 않아. 뭐 언니는 아직 일어 나지 못했지만."
로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기론 패이는 사지하나 까닥일 수 없는 상태로 죽은 듯이 뻗었으며, 프리실이 언니라 부르는 댕기머리 여성은 오른팔이 낭자되고 폐에 손톱이 박혀 치명상을 입어 죽어가고 있었다.
"폐에 구멍이 났을텐데. 그런것도 치료 한거냐?"
"구멍이라니? 난 언니의 잘린 팔을 지혈한게 다야."
로이는 의아 했다. 노인의 기억과 프리실의 말이 뭔가 다르다.
"잘려?"
"그래. 언니는 내가 보기도 전에 스스로 오른팔을 잘라버렸어."
"네가 본다면 그런 팔도 치료 할 수 있는 거냐"
강인한 턱에 여러번 씹혔던 팔이였다. 뼈가 부셔짐은 물론 근육과 힘줄이 파괴되어 제아무리 노인이 알고있는 최고의 의료술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회생은 불가능 하리라.
"그런거 나는 못해. 언니가 팔을 잘라내지 않았다면, 아마 어떻게 해보려다가 출혈로 죽게 했었을 지도 몰라."
프리실의 목소리 에서 슬픔이 묻어 나왔다. 로이는 그런 프리실이 우습기만 하다.
'나는' 못한다니, 그렇다면 다른 자는 할 수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겠지. 네가 더 빨리 튀어 나왔다면 '루시아'가 팔이 잘려나갈 일도 없었을것 아니냐."
프리실은 패이 앞에서 처럼 자신을 책망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물론이야. 당신도 지금처럼 산 송장 모습으로 내앞에 있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렇게 쏘아 붙이고는 로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
"솔찍히 실망했어. 당신의 능력이 그정도 일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 확실히 내 불찰이야."
온갖 갖가지의 수모와 수령속에서 살아온 로이다. 고작 그정도의 치기어린 도발에 넘어갈 리가 없다.
하지만 정말로 싫은 녀석이 눈앞에 있으니 뭐라도 싫어 하는 티를 숨길 필요도 없었다. 
"네녀석의 그 눈앞에서 내 모든걸 보여줄 거라 생각하는 게냐?"
"어련하겠어? 그래서. 할말은 그게 다야?"

로이는 잠깐 뜸을 드렸다. 더이상 쓸대 없는 말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루시아를 상쳐 입혔던 녀석. '느리모'라는 짐승이다. 제법 긴 손톱을 가진 녀석인데 루시아의 갈비뼈 깊숙히 찔러져 있더군. 그 상처는 못보았나?"

프리실은 잠시 회상에 잠긴듯 잠자코 있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 상처는 없었어. 언니는 팔에 입은 상처가 다야."
"그렇다면 그 긴손톱은 이곳에 도달하기 전에 이미 부러졌단 말이로군."
로이의 의중이 파악하기 힘든 프리실이 물었다.
"그게 왜?"
로이는 프리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사색에 잠겨 중얼거렸다.
" '환구'..."
"뭐?"
로이의 몸이 가벼운 격련을 일으켯다.
"큭큭큭 크윽. 쿨럭 쿠럭억!!"
로이는 웃었지만 몸은 그 웃음조차 받아주지 못해 힘을 잃었다.
놀란 프리실이 다급히 로이의 몸을 부추겨 바로 눞혀 주웠다.
로이의 팔을 부추기 위해 붙잡은 프리실의 손이 움찔하는게 느껴졌다.
얼음장 처럼 차가운 로이의 체온에 분명 놀랐으리라. 반대로 로이에겐 프리실의 손길이 굉장히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 손길을 바로 뿌리칠 정도로 기력이 없는 자신이 한스러웠고, 반대로 그런 로이를 바라보며 어떤 표정을 지을지 문득 궁금해 졌다.
"커억 크--호.. 혹시 장소가 어떻게 되기라도 했나?."

"아니 그렇진 않아. 이번 일로 장소에 별다른 변화는 없었어."

"에릭과는  어. 떻게 됬지?"

안면이 얼어붙기라도 한것처럼 말하는게 힘들어 져서 더욱 힘주어 말했다.
로이의 팔을 붙잡은 손에서 미묘한 떨림이 전해 졌다. 뭔가 동요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는...."
아직까지도 붙들고 있는 그 손을 치우라고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앞을 볼수 없는 로이로서는 현재 프리실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사라졌어."
로이의 눈섭이 씰룩인다. 정말로 씰룩였는지 어떤지는 로이 본인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이 둔해진 지금 유일하게 온 감각이 프리실의 손에 잡힌 팔로 집중된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문일까. 마치 그 손을 통해 프리실과 연결이라도 되기라도 한 것처럼 로이는 프리실의 그 말에 한치의 거짓도 없음을 알거 같았다.
그 아비규환 속에서 몆몆 녀석들이 보이지 않긴 했었지만 어디서 잘 숨어 있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 앞가림을 충분히 해 냈을 거라 막연하게 생각 했었다.
"그. 리고? 또. 누가 죽. 었나?"
"아냐! 모두 무사해. 당신과 언니를 제하면 모두 무사할 거라고 봐. 하지만 에릭은... 정말로 사라졌어."
로이는 프리실이 말한 '사라졌다'의 의미를 깨달았다.
"어.  지간 해서는 네.  에서 벗.어 나기.힘들.텐데."
"나도 잘... 모르겠어."
프리실의 입에서 모른다는 단어가 튀어나오다니, 로이로서는 놀라웠다.
평소때라면 뭔가 조롱거리라도 건넸을 텐데.
"시.간이 얼마 없다. 정.말로 네 밖으로 사.라졌다면 살아 있다해도 찾.기 힘들겠.지."
"그건.. 나도 알아."
팔에서 부터 전해져 오는 프리실의 온기. 그 온기에는 주저함이 있었다.
"그.렇다면. 뭘. 망설이지? 사내.녀석들.이야 널리지 않.았느냐. 패이 녀석도..."
"...."
로이는 그 이름이 언급 되는 순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게 무엇인지....
미세한 떨림 그 떨림이 전해저 주는 의미.
"큭큭... 크핫!"
로이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크핫핫!! 칵. 컥. 컥. 크억. 켁..!"

하지만 곧 사례들림으로 변하엿고 로이는 기침으로 크게 몸이 요동 쳤다.

사례들림으로 치는 몸부림에 팔을 붙잡고 있던 온기가 떨어져 나갔다.
신기하게도 바닥으로부터 뜨겁게 달궈지는 온기는 로이에게 닿지 않았다.
"큭큭.. 그렇군. 그런거였나. 왜 에릭인가 했더니 크크크..."
이상하게도 프리실의 손길이 떨어지자 말하기가 한결 수월해 졌다.
프리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곧 잠에든다. 그러곤 그대로 죽어 가겠지."
비웃던 로이가 흘기듯 내뱉은 말이다.
프리실은 그 말 뜻을 이해하는대 수초 걸렸다.
"뜬금 없이 무슨 말이야?"
" '법도'을 걷는 자로서 말로가 그러하다. 다들 그렇게 잠든 채로 남은 생을 마감하지 . 네 그 눈으로도 내 명이 안보이더냐?"
"난 그런거 볼 수 없어."

로이는 프리실에 대해서 알 수 없었다. 그가 하는 말이며 그 의미를 항상 알 수 없었다.

"계약의 끝이다. 정기는 모였으니 네 좋을대로 해라."

"이제와서 그런.. 나 혼자서 뭘 하라고?"
로이는 프리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 지 못한다. 분에 겨운 얼굴일지, 안타까움 일지.
"말하지 않았느냐. 계약은 파기다. 그래, 내 패배지 크크크.."
"잘도 그런..!"
분노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프리실은 진심으로 화내고 있었다.
"왜 그러지? 남은 것은 네 몫일텐데. 이제와서 어떤 선택을 하든 난 비난 할 수 없을 게 아니냐"
"웃기지마! 절때 그럴일 없을 테니까!"
프리실은 단호했다.
하지만 로이는 아까의 그 떨림이 기억나자 그저 우습기만 했다.
주저함이 없을 수 가 없을 것이다.
"그래, 아무렴 상관 없겠지 그렇게 살아 가는 것도 큭큭... 혹시나 계속할 생각이라면 불이나 잘 때워놔라. ."
"...언제 일어 나는데?"
잠긴 목소리다. 프리실이 울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분명 로이의 착각일 것이다. 그럴리가 없다.
"그거야 알 수 없지. 그런날이 올지 어떨지, 설령 기적처럼 그런날이 찾아 온다 해도 네가 살아 있을지 어떨지는 더더욱 알 수 없겠군 후후......"
오랬동안 무겁게 짊어지고 있던 짐이 덜어진 기분이였다. 비록 끝끝내 그 짐속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뭔가 몸이 가벼워 진거 같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지기도 했다.
대체 그동안 뭐때문에 그 짐들을 짊어졌단 말인가. 최후엔 이럴 것인데..
프리실도 뭔가 느꼈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마지막으로 물을게. 아까 그 '환구'라고 한거는 뭐야? 이번 일. 우리때문인거야?"
점점 몽롱해 지는 의식가운대 그 단어만은 또렷하게 들려 왔다.
"...'당신과 나'가 아니로군...."
로이는 잘못들었는가 싶어 의심이 들었지만 뭐, 상관 없었다.
아무렴 어떠하랴.
"뭐라고?"

 


4. 프리실

 

"뭐라고?"
로이가 뭔가 중얼 거렸지만 프리실은 듣지 못했다.
다급하게 그를 살펴 보았으나 죽지는 않았다.
얼음장 처럼 차가운 육신은 그가 아직도 산 사람인가 의심이 들게 했지만 미약한 맥박과 숨소리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방바닥으로 부터 지열이 이렇게나 올라오는데, 그 열들은 로이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프리실은 로이 위로 두겁게 이불을 쌓아 올려 주웠다. 마치 이불에 깔려 죽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편히 쉬세요 로이."
프리실은 얼굴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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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권장군 2016.04.03 12:24
    [군기, 금단, 법도] 모두 작중에 설정된 단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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