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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안녕하세요?

그러고 보니 2013년에 처음으로 글을 올리는 거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럼 시작합니다.

 

=================================================================================

 

19. 또 다른 진실(1)

 

 또 며칠이 지났다. 그 뒤로는 윤설과 민은 만나지 못했다. 윤설은 윤설 나름대로, 민은 민 나름대로 바빴기 때문이었다.

 한편, 일훈은 다시 한번 호란을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호란에게선 연락이 되질 않았다.

 

"하아~. 어떻게 만났는데 또 이렇게 연락이 끊기냐..."

 

 일훈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같은 시각, 부산의 초롱마을에서 등기 우편이 날아왔다.

 

"여기 성준일씨 계신가요?"

 

 배달원이 카운터에서 말을 하였다.

 

"주방장님, 누가 주방장님 찾으시는데요."

 

 직원이 준일을 불렀다.

 

"알았다. 곧 가마."

 

 준일은 카운터로 향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여기 등기 왔습니다. 성준일씨 되시지요?"
"네, 그렇습니다."
"여기 사인 좀..."

 

 준일은 등기수령 확인서에 사인을 하고 등기를 받았다. 그것은 1주일 전, 준일이 미심쩍어서 민의 머리카락과 철이 썼던 칫솔, 그리고 자신의 머리카락을 보내어서 유전자 친자확인 검사를 병원에서 신청하였던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가 준일이 일하는 한식당에 도착한 것이다.
 쉬는 시간, 준일은 남들 몰래 결과를 확인하였다.

 

'이, 이럴수가...'

 

 준일은 결과물을 떨어뜨렸다.

 

"주방장님, 손님 왔습니다."

 

 누군가가 준일을 불렀다. 그런데 준일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주방장님?"

 

 직원 하나가 준일에게 다가왔다. 그제서야 준일은 깜짝 놀라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인가?"
"손님 들어온다고요. 어서 가요."
"아, 그래? 알았다."

 

 준일은 몰래 결과물을 자신의 가방에 넣고 주방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일훈은 결국 호란의 집으로 향했다.

 

딩동~.

 

 호란은 집 안에서 비디오폰으로 상대를 확인하였다.

 

'유일훈, 너 또...'
딩동~. 딩동딩동~.

 

 일훈이 계속 초인종을 눌렀지만 반응은 없었다. 아니, 호란은 인기척을 내지 않았다. 일훈은 한참을 누르다 옆집의 항의 때문에 멈췄다.

 

"거 시끄럽게 자꾸 눌러대지 마쇼. 지금은 낮이라 아무도 없을 거라고."
'집에 없나?'

 

 그는 돌아갔다. 그날 밤, 호란이 윤설과 윤호를 불렀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 우리... 이사 갈까?"
"엄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여긴 우리 아빠 돈으로 직접 산 집이라 엄마가 말했지 않았..."
"누나."

 

 윤호가 윤설의 말을 막았다.

 

"엄마가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요."
"윤호야, 그러면 학교는?"
"엄마가 일단 이 곳을 벗어나고 싶어하시잖아. 나도 사실, 이 집이 아빠가 직접 산 집이라고 하니까 왠지 싫어."

 

 윤호는 호란의 말 때문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었다.

 

"아빠가 미운 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지. 일단 집을 내놓는다고 해. 요새 불황인데 누가 쉽게 집을 사려고 할까? 만약 집이 팔린다고 해. 어디로 이사를 갈 거야? 나도 직장이 있고, 윤호도 다니는 학교가 있잖아. 교통이 불편하면 왔다갔다 하는 것도 어려울 거 아니야. 게다가 엄마, 다른 곳에 가면, 여기처럼 잘 적응하실 자신 있어요?"
"누나. 갑자기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윤호가 깜짝 놀라면서 물었다. 평소 덜렁대는 성격의 윤설이 진지하게 나오니 윤호가 당황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사를 갔다고 쳐요.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난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구나. 특히 민이나 일훈이가 없는 곳... 아니, 못 찾는 곳으로..."
"그럼, 서울을 떠나겠다는 거야?"
"...그러고 싶구나. 윤설아..."

 

 갑자기 호란이 윤설의 두 손을 잡았다.

 

"엄마?"
"윤설아... 너... 학교 그만 둘 수 있어?"
"엄마!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 조교로 들어가려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데요. 요새 취업도 잘 안되어서 놀고 있는 젊은이들이 수두룩한데..."
"그렇게 되면... 넌 나와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거니? 우리 집 아니면... 어디서 지낼 건데?"

 

 그러자 윤호가 말을 하였다.

 

"엄마, 우리 걱정은 하지 마요. 전 친구 집에서 지내면 돼요. 저 이제 어린애 아니라고요. 엄마도 엄마 인생이 있잖아요."

 

 윤호는 호란의 편을 들고 있었다. 같은 시각, 준일은 유전자 친자확인 결과물을 보다가 갑자기 뭔 결심을 하였다.
 다음 날, 준일은 동료 요리사에게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한 주방장. 나 며칠 일이 생겨서 '초롱마을'에 나갈 수 없게 되었어. 내가 돌아오는 동안에 '초롱마을'을 부탁해."

 

 준일은 그렇게 말하고 서울로 가는 기차역으로 향했다. 같은 시각, 윤설은 출근을 하고 있었다.

 

"엄마,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봐요. 꼭 그게 최선은 아닐 거에요."
"엄마 일은 엄마가 알아서 한다. 넌 어서 출근이나 하거라."

 

 윤설은 출근을 하면서 계속 뒤를 돌아보았다.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윤설은 어젯밤 일에 신경이 쓰였다. 점심 시간이 되었다. 윤설은 친구인 건에게 결국 고민을 털어놓기로 결정하였다.
 한편, 준일은 서울에 도착하였다. 그는 택시를 탔다.

 

"아저씨, LD미디어로 갑시다."
"LD미디어요? 아, 그 크리미라는 걸그룹이 있는 데요? 요새 우리 아들 녀석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몇분 후, 그는 LD미디어에 도착을 하였다. 기획사 건물 안으로 들어간 순간, 준일은 으리으리한 건물 내부에 정신을 놓을 뻔 하였다.

 

'이야~. 연예기획사는 다 이렇게 으리으리한가? 민이가 여기에서 일하고 있다니...'

 

 준일은 안내 데스크로 갔다.

 

"저기, 혹시 여기 유민이라는 사람 있습니까? 크리미 매니저라고 하는..."
"아~. 오늘 스케줄 때문에 건물 안에는 없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셔야 할 거 같은데, 누구라고 전해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그럼... 그 사람이 지금 어디에서 지내는 지 알고 있습니까?"
"아! 부산에서 유명한 한정식당의 성준일 주방장 아니십니까?"

 

 그 때였다. 누군가가 준일을 알아보았다.

 

"아, 안녕하세요?"
"만나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언제 한번 부산에 내려가면 한번 식당에 들르고 싶었는데..."
"아, 감사합니다."

 

 그러자 주위가 시끄러워졌다.

 

"저 사람이 우리나라 최고 한정식 요리사 성준일이라고?"
"실물이 훨씬 낫네."
"한정식당 주방장이 여기에 웬일이래?"
"여기에 아는 사람이라도 있나?"

 

 그러자 준일이 말을 하였다.

 

"아, 미안합니다. 제가 사실 누굴 찾으러 왔는데 헛걸음만 해서..."
"아닙니다. 저도 이제 가야 하니까... 그럼 안녕히 가세요."
"네, 안녕히 가시고 건강하십시오."

 

 그는 집으로 향했다. 준일도 나서려고 한 참이었다. 그 때였다. 누군가가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어? 혹시 성준일씨?"
"아, 안녕하세요?"
'서울에서도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다니...'

 

 그는 일훈이었다. 일훈은 안내 데스크에 있는 아가씨에게 민이 있냐고 물었다.

 

"오늘 스케줄이 있어서 건물 안에는 없는데, 아까 저기 저 분도 유민씨 찾으시던데..."

 

 아가씨는 준일을 가리키면서 말을 하였다. 일훈은 준일을 보았다.

 

"성준일씨?"
"네?"
"우리 민이에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그러자 준일이 일훈에게 말을 하였다.

 

"저... 우리 어디 대화하기 편한 곳으로 갈까요?"

 

 잠시 후, 그들은 기획사 근처의 카페에 들어갔다.

 

"남자 두 사람이 이렇게 있으니 좀 어색하군요. 게다가 젊은 사람도 아니고 거의 나이 50을 바라보는 사람들끼리 말입니다."
"그런가요?"
"무슨 일로 민이를 찾아오신 겁니까? 식당 일로 바쁘실텐데..."
"혹시... 유민씨와 어떤 사이입니까?"

 

 준일이 정중히 물었다.

 

"전 유일훈, 민의 외삼촌이자 유일한 친척입니다."

 

 그러자 준일은 24년 전, 영란과 같이 있었던 남자를 기억하였다.

 

"설마... 당신이 유영란씨 동생?"
"유영란이 저희 누나인 건 맞습니다만... 그걸 성준일씨가 어떻게 아시죠?"

 

 준일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혹시 도종섭씨 아십니까?"
"도종섭!"

 

 그러자 일훈이 깜짝 놀랐다.

 

"제가 종섭이 대학 동기였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님은 잘 지내고 있습니까?"
"그게... 20년 전, 사고로... 그래서 민을 제가 키우게 된 것입니다."
"그렇군요... 영란씨... 아니, 누님을 잃고 남자 혼자서 아이를 키우시다니, 일훈씨도 대단하십니다."
"무슨 소릴... 전 단지 누나의 부탁을 받고 민을 키운 것입니다. 누나가 아니었으면 전 벌써 민을..."

 

 그러자 일훈은 커피 한 모금을 마셨다.

 

"사실 누나가 도종섭 그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고 했을 때,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 자는 한 여자, 아니 자세히 보면 두 자매의 인생을 망친 거나 다름없지요."
"저... 일훈씨..."
"애초부터... 영란이 누나가 도종섭 그 인간을 만나지만 않았더라도..."

 

 일훈은 아직도 종섭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러자 준일이 말했다.

 

"혹시... 만약에 민이가 종섭이의 아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까?"

 

 그러자 일훈이 깜짝 놀라면서 말을 하였다.

 

"그게 무슨... 아닙니다. 영란이 누나에게 그 사람 이외에는 다른 남자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종섭이 말고 다른 남자는 없었습니까?"
"네, 누나는... 그 사람만을 사랑했거든요..."

 

 일훈의 말을 들으면서 준일은 서류 봉투를 꽉 쥐었다.

 

"저희 집안이 보수적이다 보니, 도종섭 그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영란이 누나는 연애를 쉽게 할 수 없었습니다. 영란이 누나가 아이를 가졌다는 건 집을 떠난 뒤에 알았습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가 애를 가졌다는 사실을 저희 집안이 알았다면, 저희 집안이 발칵 뒤집혀졌겠죠. 그렇게 되면, 민이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영란이 누나는... 민이를 그 사람이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민을 지키려고 한 거지요. 호란이 누나가 도종섭 그 사람을 꾀어서... 사실 호란이 누나가 먼저 아이를 가진 상태였지요. 그걸 빌미로 도종섭을 가로챈 것이지요. 쌍둥이라는 점을 이용해서, 자기가 영란이 누나라고 해서..."
"호란씨가 먼저 임신을 했다면... 민이보다는 형이거나 누나인 사람이 태어났겠군요."

 

 그러자 일훈이 뜻밖의 말을 하였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 집 장녀가 저희 민과 동갑입니다."
"네? 혹시 그 딸이 민보다 생일이 빠르다든가 그렇지 않나요?"
"잘은 모르겠습니다. 전 그저 그 애의 이름과 집 주소 밖에는..."

 

 그러면서 일훈이 말을 꺼냈다.

 

"도윤설이라고 24살의 젊은 여자입니다. 밑에는 남동생이 하나 있는 거 같고요."
'도윤설? 철이와 건이 동창 중 하나 아니야?'
"아는 사람입니까?"

 

 준일이 놀라는 눈치를 보이자, 일훈이 물었다.

 

"아, 제 아들들과 동갑이라서... 아들 둘이 쌍둥이라..."
"그렇군요. 그 도윤설이라 하는 여자는 우리 민이와도 동갑입니다."
"네... 그렇군요."
"전 당분간 민이의 숙소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요새 펜션도 비수기(非需期)라서... 여기 제 전화번호가 있습니다."

 

 일훈이 자기의 명함을 준일에게 주었다. 준일도 일훈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었다.

 

"감사합니다."
"전 일이 있어서 이만..."

 

 준일은 자리를 떴다. 밖으로 나온 그는 건에게 전화를 걸었다.

 

"건이냐? 지금 시간 있니?"
["아빠, 무슨 일이세요?"]

 

 건이 놀라는 말투로 말했다. 아버지가 자기에게 먼저 말을 건 적은 거의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으응, 나 너희들 볼려고 서울에 올라왔는데, 혹시 바쁜가 해서..."
["아마 집에 초롱이가 있을 거에요. 걔 오늘 수업이 없거든요."]
"아, 그래? 저기, 건아. 너... 혹시 도윤설이라고 너네 고등학교 동창 알지?"
["아~. 지금 윤설이는 초롱이네 학교 조교로 일하고 있는데... 무슨 일이세요?"]
"아니, 혹시 윤설이가 생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나 해서..."
["며칠 전이었어요. 그런데 윤설이네 집에 무슨 일이 터져서..."]
"그렇구나. 그럼 혹시 유민이라는 애 생일도 알고 있니?"

 

 그러자 건의 말투가 바뀌었다.

 

["그 녀석 일은 철이가 더 잘 알고 있을 거에요."]
"야, 너네 형은 군대에 있잖아."
["저도 잘 몰라요. 유민과 별로 친하지 않아서..."]
"...그래, 알았구나. 그럼 난 너희 집에 들렀다 가겠다."

 

 준일은 전화를 끊었다. 한편, 쉬고 있던 건은 급하게 초롱에게 문자를 넣었다.

 

[비상 사태!! 지금 집에 아빠 오신댄다!!! 빨리 청소 싹 해놔.]

 

 이를 본 초롱은 정신이 없었다.

 

'으아아~. 하필이면 이 때에 아빠가 오신다니... 집안 꼴이 장난 아닌데...'

 

 초롱은 일터에 나간 건을 대신해서 혼자 청소기도 돌리고 집안 정리를 하고 있었다. 한편, 윤설은 답답한 마음에 외출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서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서연이 전화를 받지를 않았다.

 

'얘는 또 면접 중인가?'

 

 대학교 졸업반인 서연에게도 취업은 어려운 관문이겠구나라고 생각한 윤설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길을 가다가 윤설은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초롱과 마주쳤다.

 

"초롱아, 뭐해?"
"아, 윤설이 언니. 나 지금 바빠서..."
"바쁘다니?"
"오늘 아빠가 오신대. 아빠도 참... 오신다면 미리 얘기나 하고 오시지..."

 

 그러자 윤설이 갑자기 쓰레기 봉지를 들었다.

 

"내가 도와줄게."
"잠깐, 그럼 언니는 일 안하고 뭐해?"
"잠깐 밖에 나왔어. 혼자 하는 것보다는 같이 하는 게 더 빠를거야."

 

 윤설은 초롱의 방인 806호에 들어갔다. 그리고 집안 정리를 하였다.

 

"이야~. 언니, 대단하다..."
"뭘, 초롱이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못했을 거야."
"아아... 언니, 우리 집에 시집 오면 안돼? 내가 잘해줄게."

 

 초롱의 말에 윤설은 당황하였다.

 

"뭐, 뭔 소리야? 내가 너네 집에 시집을 갈 이유가 있어?"
"응? 언니, 언니는 우리 오빠들이 싫어?"
"너희 오빠들은 친구잖아. 그거와는 다른 차원이고. 게다가 만약 내가 너네 집에 시집을 가면 네가 나 부려먹을 거 아니야? 시누이 노릇 하려고..."
"어, 언니. 무슨 섭섭한 소리를..."
"아, 이럴 때가 아니지. 근무 시간에 외출한다고 했는데 길어지면 안되니까 난 이만 갈게."
"그래, 잘 가."

 

 윤설은 오피스텔을 나왔다. 그러다가 준일을 보게 되었다.

 

"저기, 말씀 좀 물읍시다."
"네, 말씀하세요."
"저... 이 곳에 성건이라는 사람 있습니까? 아니면 성초롱이라는 사람이 어느 호수에 사는 지 아십니까?"
"방금 초롱이네 집에 갔다 왔는데..."
"아, 아는 사람입니까?"

 

 그 때였다. 초롱이 뭔가를 가지고 나왔다.

 

"윤설이 언니, 이거 가져가. 두고 가면 어쩌려... 아빠?"
"아, 미안... 내가 잊어버릴 뻔 했네. 그런데 아빠라니?"
"아, 이 쪽이 우리 아빠셔."

 

 초롱은 윤설에게 준일을 소개시켜 주었다.

 

"안녕하세요?"
"'윤설이 언니'? 아, 혹시 그 쪽이 도윤설씨?"
"편하게 말 놓으세요. 전 철이와 건이 친구잖아요. 그런데... 제가 지금 일이 있어서 가야 하거든요. 죄송하지만... 전 먼저 가 보겠습니다."
"저, 그럼... 일이 끝나면 초롱이네 오피스텔로 올 수 있니? 뭐,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다."
"... 알았어요. 그럼 나중에 봐요."

 

 윤설은 가 버렸다. 초롱은 준일을 데리고 자기 방인 806호로 들어갔다.

 

"제법 정리를 잘 해놨구나."
'윤설이 언니 아니였으면 큰일날 뻔 했네...'
"아빠, 여기엔 무슨 일이세요?"
"그게... 너네 오빠 친구 중에서 유민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철이가 군대에 있어서 물어볼 수 없어서... 혹시 건이나 다른 친구들은 그 유민이란 친구를 알지 않을까해서..."

 

 그러나 초롱은 모르는 눈치였다.

 

"철이 오빠와 친하다고 들었는데, 모르니?"
"네, 5년 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거 밖에는요."
"안 죽었어. 지금 크리미라는 그룹 매니저를 하고 있어."
"설마 그 스토커에게 칼 맞았다가 살아난 매니저가... 철이 오빠 친구였다고요?"
"그, 그런 일이 있었나?"

 

 준일은 할 수 없이 윤설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날 오후 6시, 윤설이 초롱의 오피스텔로 찾아왔다.

 

"안녕하세요? 아직 계셨네요?"
"며칠 휴가 좀 냈거든. 이제 끝난 거니?"
"네, 사실 일찍 집에 가 볼 일이 있긴 하지만..."
"오래 붙잡진 않을게. 뭐 하나 물어볼 게 있어서..."

 

 윤설은 준일의 앞에 앉았다. 초롱이 윤설에게 차 한 잔을 주었다.

 

"고마워."
"일단 우리 집에 온 손님이잖아."
"그래, 혹시 유민이라고 아니? 철이 고등학교 친구였다는데..."
"...네. 알아요."
"그럼... 혹시 그 애 생일이 언제인지 알고 있어?"

 

 준일이 윤설에게 물었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5월인 걸로 알고 있어요."
"5월이라... 윤설이 넌 생일이 언제니?"
"며칠 전인 10월 19일이에요. 철이와 건이의 생일은 아마 12월 5일이었지요?"
"역시 언니야. 우리 오빠들 생일까지 기억하다니..."
"그렇구나... 혹시 윤설아, 너 위에 오빠나 언니 있니?"

 

 준일의 말에 윤설이 놀라면서 말했다.

 

"네? 전 동생 하나밖에 없는데요..."
'이상해. 민이는 5월, 윤설이는 10월생... 호란씨가 먼저 임신을 했는데, 첫째인 윤설이는 민이보다 5개월 늦게 태어났고...'
"그래? 아니, 너에게 오빠나 언니가 있을 줄 알았지..."

 

 그리고는 준일은 초롱에게 물었다.

 

"초롱아, 건이 오빠는 언제 퇴근이니?"
"집에 도착할 무렵에는 밤 10시 즈음이에요."
"그렇구나. 며칠은 건이 오빠네에서 묵을 생각이라..."
"그럼 전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 그래. 잘 가렴."
"언니, 나중에 보자."

 

 윤설은 오피스텔을 나왔다. 그런데 준일의 말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혹시 윤설아, 너 위에 오빠나 언니 있니?"
"그래? 아니, 너에게 오빠나 언니가 있을 줄 알았지..."

 

 아저씨가 갑자기 왜 그런 걸 물어보셨지?'

 

 윤설은 집으로 돌아갔다. 집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아무 일이 없었다. 어머니인 호란도 그대로였고, 윤호도 그대로였다.
 윤설은 저녁을 먹은 뒤, 호란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엄마..."
"너 혹시 또 유민이라는 애 이야기니? 그 이야기는 다신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니, 그게... 엄마, 혹시 내 위에 아이가 있었어요?"

 

 그러자 호란은 놀라서 접시를 깨뜨릴 뻔 하였다.

 

"뭐?"
"아니, 누가 그러는데... 나에게 오빠나 언니가 있을 것 같다고 해서요..."
"그건 누나가 하도 덜렁거리니까 그런 거라고."

 

 윤호가 이를 듣고 말을 하였다.

 

"넌 조용히 해!"
"후우~. 이제 윤설이도 어른이니 얘기해 줄 때가 되었구나..."

 

 호란은 한숨을 쉬며 말을 하였다.

 

"그래. 사실 잘하면 너 위에 오빠나 언니가 있었을 거야."
"그런데... 어디 있어요?"
"...태어나기도 전에... 멀리 가 버렸단다..."

 

 윤설은 충격을 받았다.

 

"그 아이를 잃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어. 겨우 너를 가졌을 때에도, 혹시 또 잘못 되면 어쩔까 걱정했었어."
"엄마... 나... 지금 이렇게 있잖아요. 이렇게 어른이 되어서... 돈도 벌고, 엄마의 든든한 딸이 되었잖아요..."
"...그래, 고맙다..."

 

 윤설은 호란을 위로해 주었다. 윤호에게도 그 이야기는 충격이었지만, 윤설과는 달랐다.

 

"하마터면 누나도 없을 뻔 했네?"
"그건 또 무슨 반응이냐?"
"아니야. 여하튼 무사히 태어나서 며칠 전에 24번째 생일까지 맞이한 거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저 녀석이 누굴 놀리고 있나?"
"하하하..."

 

 호란은 이대로 이 평화가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만 들었다. 그날 밤, 건의 오피스텔 706호에서는...

 

"아빠, 여기엔 무슨 일이세요? 식당은요?"
"며칠 맡겨 놓고 왔어. 오랜만이구나. 일은 잘 마치고 왔나?"
"네, 갑자기 전화라니 놀랐다고요. 게다가 서울에 올 줄은 전혀 몰랐고..."
"가끔 이렇게 깜짝 놀라게 하는 맛도 있어야 하잖니? 피곤하겠구나. 씻고 자자."
"네."

 

 건은 샤워를 하고 잠자리를 차렸다.

 

"아빠가 침대에서 주무세요."
"아니다. 난 침대에 익숙하지 않아서..."
"침대 아니면 잘 데가 없는데요? 제 침대는 1인용이라서 두 사람이 자기엔 불편해요."
"난 바닥에서 자도 되는데..."
"아빠, 여기 오피스텔은 바닥이 지저분해서 잘 수가 없어요. 전 소파에서 잘 테니까 아빠는 침대에서 편안하게 주무세요."

 

 결국 준일은 건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녀석... 한없이 철없을 줄 알았는데...'

 

 시간은 흘러, 건은 잠이 들었다. 하지만 준일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잠자리가 바뀐 탓도 있겠지만, 자기가 아들의 잠자리를 빼앗은 기분도 들었고, 오늘 있었던 일들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었다. 준일은 건 몰래 가방에서 서류봉투를 꺼내 들었다.

 

'여보... 철아... 건아... 초롱아...'

 

=================================================================================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지난 화에서 오류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철이의 선물인데요. 지금은 수정을 했지만요.

수정 전에는 철이 복귀하기 전에 윤설에게 선물 주고, 건에게 또 철의 선물을 받고 해서... 철이 윤설의 선물을 2개나 준비했나 이런 오해를 불러 일으키게 했지요.

그래서 철이 미리 건과 초롱에게 윤설의 생일 때 윤설에게 자기 선물을 대신 전해달라고 부탁한 뒤, 넌지시 윤설에게 귓속말을 하는 걸로 수정했습니다.

참고로 '또 다른 진실'은 분량에 실패를 해 버려서 2편으로 나뉘었어요 ㅠㅠ

그럼 전 이만...

Who's 클레어^^

profile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영어로 땡큐~ 중국어 셰셰~

일본어로 아리가또라고 하지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불어로 메르시~ 독일어 당케~

이태리어 그라지에라고 하지요~.

꺾기도는 감사합니다람쥐~! 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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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3.01.08 18:25
    준일이 아는 진실은 과연 뭘까요?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한 사정이 있어 보이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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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2013.01.19 08:49
    에에, 그건 다음 편에서 밝혀집니다. 댓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겨울연가 줄거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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