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30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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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자작글이 자주 올라왔던것같은데, 요즘은 뜸한가보네요.. 조아라에도 쓰고있긴한데,

항상 구상만하고 완결을 내본적이 없어서 이번에는 짬짬히 틈틈히 적어내서 완결을 써보려고 시작한 작품입니다.

결말까지 대략적인 스토리 구상은 나왔는데, 그렇게 긴 글이 될것같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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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이것도 아니야.."

 

낮고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고민에 빠진듯 목소리에 고뇌가 담겨있었다. 그 목소리는 같은말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그리고는 스스로의말에 반문하고 그 의견에 반대하고 있었다.

 

"적당히 고민하고 그냥 예전에 했던 방법으로 하는게 어때?"
"진부하다고.. 질려버렸어 자연재해. 행성출돌. 모두다."

 

맑고 청아한 목소리의 질문에 낮고 굵은목소리가 답했다.

 

지잉...지잉...지잉...

 

둥글게 공간이 일그러진듯한 장소에 풍경이 변해가고 있었다. 모래가 뒤덮인 풍경이었다가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풍경이다가 돌로된 높은 건물들이 하늘높이 솓은 풍경으로 시시각각 변해가고있었다.

 

"다른 행성 구경은 그만하고, 정화의 날을 어떻게 할지 추천좀 해줘."
"그건 지그 너의 담당이지 내 담당이 아니야."
"에이, 무슨소리야. 애초에 우리는 같은임무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그래. 우리는 같은임무를 가지고 태어났찌만 우리들이 뚜렷히 분담된 임무를 가지게 된게 너의 그 파괴적인 성격때문이라는건 잊지마."

 

낮고 굵은 목소리는 할말이 없는 듯 침을 삼키며 한숨을 쉬었다. 그 와중에도 일그러진 공간의 풍경은 계속해서 변해가고 있었다. 다양하고 아름답기도하고 두려워보이기도 하는 풍경이 반복되던중 이전과는 다른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눈에 봐도 높은수준의 갑옷과 검들을 착용한 다수의 기사들이 한 여인을 둘러싸고 목청껏 소리치고 있었다.

 

[파괴의 군주! 오늘이 너의 최후의 날이다!]

 

"잠깐 멈춰봐."

 

낮고 굵은 목소리의 지그는 시시각각 변하던 공간을 다루던 맑고 청아한 목소리에게 말했다.

 

"왜?"
"저거야. 저거라고."
"응..?"
"저거말이야."

 

허공에서 어느새 손이 나타나 공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공간속의 기사들에게 둘러싸인 여인을 가리키고 있었다.

 

"파괴의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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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초원'

 

현재 베타테스트중인 판타지온라인의 최종 보스몬스터가 존재하는 맵의 이름이다. 맵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드넓은 초원에 언뜻보기에는 보스몬스터가 존재하는 장소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평화로운 장소로 보이는 곳이다. 오죽하면 판타지온라인의 커플유저들의 대표적 데이트 장소가 이곳 어머니의 초원이겠는가.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제작사의 유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작사는 보스몬스터를 디자인하고 설정할때 막강하지만 선제공격을 하지 않는, 유저들과 함께 지내는 어머니같은 캐릭터를 상상하고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베타테스터 유저들은 테스트 초기 보스몬스터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선제 공격하지 않는데다 판타지온라인의 그 어떤 맵보다도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이 장소를 데이트 장소로 자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워 보이는 장소가 테스터가 마무리될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피로 물든 장소로 바뀌어 나가고 있었다.

 

"너희들이 먼저 공격한거야. 나를 내버려 두라고."

 

보스몬스터가 말한다. 판타지온라인이 오픈을 앞두며 가장 자랑하고 내세우며 홍보하는 한가지가 바로 이 보스몬스터다. 그 이유는 이 보스몬스터가 인간의 인격에 가까울만큼 치밀한 ai를 지니고 있기때문이다. 제작사는 이 보스몬스터를 만들어내기위해 1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인종 수많은 성별과 나이대, 지역별, 나라별, 등등 인간행동반응의 모든 변수를 캐릭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심리검사와 관찰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해 왔다. 그리고 그 결실을 10년여만에 드디어 완성하게 된것이다.
처음은 베타테스트가 끝난다는 아쉬워 하는 한명의 유저가 보스몬스터를 공략하는것으로 시작됬다. 한명이 시도하고 다음날은 두명이 시도하고, 셋째날은 네명이 시도하자, 어느날부터인가 백여명이 쌓여 보스몬스터를 공략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스몬스터가 공략될 기미는 보이지를 않고 있다. 워낙 제작사가 터무니없는 능력치를 설정해 두었기때문이다.

 

"내일이면 베타테스트 종료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공개테스트 전에 마지막 변수를 실험해보는게 어떻겠습니까?"
"마지막변수?"
"지금이야 베타테스트니까 100명남짓의 유저가 우리 딸내미를 공략하고 있다지만, 정식서비스가 시작되면 저 유저들을 훨씬 웃도는 숫자가 보스몬스터를 공략할것입니다. 그전에 어느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면 보스몬스터가 공략될지 미리 실험해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그렇지.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낸 딸내미인데, 그렇게 쉽게 공략되면 안되지."

 

10년을 공들인 캐릭터라서 그러한지 판타지온라인의 제작진들은 보스몬스터를 '우리딸내미' 라고 부르고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즉 베타테스트 종료 하루전날. 판타지온라인에는 하나의 공지가 뜬다.

 

[오늘은 보스몬스터 사냥 이벤트가 있겠습니다. 판타지온라인의 직원들이 최고의 장비들을 착용하고 유저여러분과 함께 보스몬스터 '만물의어머니' 공략에 나서겠습니다.  더불어 유저분들의 데이터를 복사한 100명의 npc들과 함께 사냥에 나서도록 ...]

 

판타지온라인이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는 직원들, npc들과 함께 보스몬스터를 사냥하고 이후에 열릴 정식서비스에서 보스몬스터를 공략할 힌트를 얻어가라는 이유였지만 실상은 혹시라도 사냥될기미가 보이면 보스몬스터의 능력치와 스킬 데미지를 강화할 예정이었다.

 

"파괴의 군주! 오늘이 너의 최후의날이다!"
"뭐냐..저 오그라드는 대사는."
"유저들의 몰입도를 살려보려는 제 아이디어 입니다."

 

제작사가 유저를 복제하여 만들어낸 npc중 하나가 저렇게 외치자, 직원중 하나가 민망한듯 얼굴을 감싸며 말했다.

 

"마,많이도 왔네.. 그래도 참지 않을거야. 너희들이 먼저 나를 공격했던거니까 후회하지마!"

 

보스몬스터는 이전과는 다른 유저들의 숫자에 조금은 움찔하는듯 보였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스킬을 펼치며 유저들과 제작진에 맞섰다. 확실히 유저들만의 사냥과 제작진과 npc가 가세한 사냥은 차이를 보였다.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지속된 사냥끝에 보스몬스터가 사냥될 기미가 보인것이다.

 

"잠깐만...크윽.."

 

쓰러져 피를토하던 보스몬스터가 한손을 들어 유저들 사이를 막아서려했다. 하지만 어느순간 날아든 유저의 화살에 맞고는 그대로 보스몬스터가 죽어버렸다. 100여명의 유저들은 이것도 잡히는구나 하고 들뜨고 기뻐했지만 반대로 제작진들의 얼굴빛은 점점 침울해져갔다.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결과였다. 제작진들의 예상은 판타지온라인이 종료되는날까지, 혹은 사냥을 당하더라도 몇년후의 이야기가 될거라 예상했던 터였는데, 유저 200명 그리고 최고의 장비를 착용한 20여명의 제작진이 참여했다고 이렇게 쉽게 사냥이 가능하리라곤 생각 못한것이다.

 

"이거 어떻게 합니까 사장님?"
"어떻게하긴. 딸내미 1호는 초기화하고 능력치와 스킬데미지를 강화하고 새로 만들어야지."
"아...예. 알겠습니다."

 

제작진은 결국 초기버전 만물의 어머니를 초기화하고 새로운버전을 만드는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였고 너무 오랜시간 공을 들인탓에 캐릭터 디자이너는 초기버전을 완전 초기화 시키지못하였고, 레벨을1로만들고 데이터베이스에 잡히지 않도록 이름을 '!@#$%^&*' 로 바꾼 뒤 서버데이터 구석에 숨기는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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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라고. 저거. 저거로 부탁해 마스"
"정화담당은 너인데, 내가 저걸 창조하라고?"
"그래. 창조는 너의 담당이니까!"
"후...장소는 어디로?"
"어디든지!"

 

대답하고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지그. 남겨진 마스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할일을 이어갔다.

 

"일반적인 창조와는 너무 다르구나. LV1? HP10?MP10? 인벤토리? 가상공간도 만들어야되잖아? 그리고 이 수많은 장비들은 다 뭐고.. 정말 특이한것 같네."

 

한숨쉬고 투덜거리던 목소리는 어느새 지금껏 다른 새로운 창조물을 만드는것에 즐거움을 느꼈는지 한껏 들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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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도대체 왜 병졸로 받아주지 않는다는거야."

 

한명의 소년이 입을 삐쭉 내밀고는 심술이 난듯 길에 있는 돌을 연신차며 말했다. 11세의 루아로란 이름을 가진 이 소년은 지오디르 왕국의 병졸이 되는것이 꿈이다. 없는 형편에 돈을내고 기사 아카데미에서 정식으로 검을 배울수 없어 언덕너머로 기사아카데미를 구경하며 배우기 시작한 검술은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음에도 또래들 사이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루아로는 자신의 수준이 어느정도 높아졌음을 인지하자마자 줄기차게 모병장에가서 병졸로 입문할것은 요구했다. 그러나 루아로는 지오디르 왕국의 군법상 나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매번 낙방하는 중이었다.

 

"나정도면 충분히 한사람의 병졸로 활약할수 있는데 말이야."

 

맞는말이다. 루아로는 검술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어린몸으로도 전장에 나선다면 충분히 한사람의 몫은 해낼 실력을 지닌 루아로다. 재능이 뛰어난탓에 언덕너머로 배웠음에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 왕국의 기사의 눈에띄어 개인적으로 검술을 배우고 있을 정도였다.
다만 안타까운것이 루아로의 재능이 높고 그 실력이 또래에 비해 월등해질수록 검술 수련을 등한시 한다는것이다. 근래의 루아로에게 가장 중요한것은 하루빨리 병졸로 등용되는것이지 검술수련을 계속하여 강한 기사가 되는것이 아니었다.

 

파앙..!

 

터벅터벅 지오디르 왕국의 수도 린프스의 거리를 걷던 루아로의 눈앞에 신기한 관경이 펼쳐졌다. 거리에서 둥그런 원이 생기더니 그곳에서 빛이 솓아오르는 것이다. 그 빛은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그 원안에서는 이제껏 보지못한 뛰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소녀가 한명 나타나 있었다. 어지간한 소년들이 보면 좋다고 달려들 외모의 소녀는 어리둥절하게 주변을 바라보며 경계하고 있었다.

 

"저건뭐야?"

 

루아로는 린프스의 소년들의 대장이다. 뛰어난 검술실력탓에 그 어떤 소년도 루아로를 이겨본적이 없다. 루아로는 모든 소년 소녀들과 한번씩 겨뤄보던지 강함을 내보여 자신앞에 굴복시킨바 있다.
그런데 루아로의 눈앞에 린프스에서 못보던 소녀 한명이 보인것이다. 병졸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단 마음뿐이던 루아로의 눈에는 눈앞에 나타난 아름다운 소녀가 이성으로서 반할만한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루아로는 자신이 이곳의 대장이고 저 새롭게 나타난 소녀도 자신을 대장으로 보도록 만드는것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

 

"여긴 어디지? 초원이 아니잖아..?"

 

긴장한듯 주변을 둘러본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버그인가? 아니면 이제는 유저들 초원이 아니라 유저들 틈속에서 살라고 이곳에서 리젠되도록 한건가?"

 

소녀의 머리에서 해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자신은 항상 초원에서 정령들과 시간을 보내는 존재였다. 간혹 찾아오는 유저들을 상대하고 다시 초원에서 한가로운 시간만 보내던 그런 존재였다. 제작진의 변덕인지 모르겠지만 소녀는 유저들의 마을 한가운데에 있었다. 소녀는 잠깐 긴장했지만 이내 안심했는데, 그 이유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냥감이나 보스몬스터를 바라보는 시선과는 다른 그냥 지나가는 아이나 이쁜 소녀를 바라보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때문이다.

 

"넌 누구야?"

 

소녀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바라본 방향에는 루아로가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
"그래 너."
"너희들이 더 잘알지 않아? 나에대해서는?"
"아니 난 널 처음보는데 어디서온거야? 나 알지?"
"아니 내가 어찌알겠니? 유저가 한두명도 아닌데.."
"하..나를 몰라? 이곳 대장 루아로! 못들어봤어?"
"처음들어보는데? 그러는 너야말로 나를 못들어봤어? 너희들이 항상 부르는이름이 있잖아. 파괴의군주"

 

소녀가 자신을 밝히자 루아로는 콧방귀를 꼈다. 자신을 모른다는것에는 어느정도 이해를 했지만 저 여리고 여려보이는 소녀가 자신을 파괴의 군주라고 말하고 있다는게 우스웠던 것이다.

 

"헹. 네가 파괴의군주? 네가 파괴의군주면 난 파괴의 신이다."
"뭐라는거니?"
"자 나를 대장으로 인정해. 이미 다른 친구들은 나에게 한번씩 굴복했어."
"너에게 굴복하라구? 그럴수는 없어."
"나에게 덤비겠다는거야? 난 여자애라고 봐주지 않아."
"봐달라고 한적없어. 그리고 나는 누군가에게 굴복할 그런존재가 아니야. 나는 말이야.."
"좋아. 난 기회를 줬어!"

 

루아로는 크게 외치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물론 주변에 검이나 검 대용으로 사용할만한 막대기도 없었지만 저정도 어린 소녀는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아니 이길 자신이 있다기보단 적당히 강함을 보여주면 저 건방진 소녀가 꼬리를 말고 굴복할줄 알았다. 그러나 소녀의 입장은 너무도 달랐다. 자신이 어떤존재인가? 유저들에게는 넘볼수 없는 산이었고 판타지온라인의 최종보스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그런데 저런 꼬마유저가 자신에게 굴복하라고 말하는것에 어찌 용납할수 있겠는가?
소녀, 아니 만물의 어머니 그리고 파괴의 군주라 불렸던 그녀는 저 소년이 덤벼들면 금방 궁극체로 변하여 혼줄을 내줄 생각이었다.

 

"너...후회 하지마아악!"

 

데구르르르 쿵!

 

마지막으로 경고하려던 파괴의군주는 그 말을 끝맺질 못했다. 소년이 자신을 향해 몸통박치기를 하려던 찰나에 궁극체로 변해 가볍게 막아낸 뒤 저 소년을 공격하려 했었다. 그러나 궁극체로 변하려던 자신의 의지는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무슨이유에서인지 궁극체로 변해지질 않았고 더불어 조 작은 꼬마유저의 몸통 박치기 한번이 자신의 모든 체력을 깎아 버리고 자신이 거리에 있는 건불 한쪽 벽에 부딪치게 만든것이다. 어떻게 된것인지 판단도 하기전에 파괴의 군주는 그대로 소멸해 버렸다.
소년 루아로는 파괴의 군주보다 더 크게 놀랐다. 가벼운 몸통박치기 였다. 애초에 소녀가 자신을 피해 옆으로 비켜서거나 그냥 살짝 부딪치고 소녀가 엉덩방아를 치면 일으켜 세워주고 나는 강하니 굴복하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루아로의 예상은 너무 크게 빗나갔다. 무슨 배짱인지 소녀는 자신을 피하지 않았고 그대로 몸으로 받아버렸다. 그리고는 아주 살짝 부딪쳤을뿐이건만 소녀는 몇번을 굴러 건물벽에 아주 강하게 부딪친것이다.

 

"어? 어...? 어...?"

 

루아로는 당황했다. 자신이 물론 힘으로 여자친구들을 굴복시킨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강한존재임을 보여주는 정도였지 저렇게 소녀 하나를 내동댕이 칠수준은 아니었다.

 

"챙그랑!"

 

루아로의 발밑에 상당량의 금화가 떨어져있었다. 그러나 루아로의 눈에는 그런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서 저 벽에 부딪친 소녀에게 가봐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근데 이게 무슨일인가? 분명 큰소리를 내며 벽에 부딪쳤던 소녀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루아로는 당황하여 연신 두리번거리고는 소녀를 찾아 해맸다. 그런 루아로의 허리에는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두자루의 짧은 단검이 걸려있었다.

많은 린프스의 시민들이 루아로와 파괴의 군주를 목격했다. 수많은 시민들은 지금 눈앞에 엄청난양의 금화가 떨어진것에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시민들중 한명은 빠르게 뛰어가 금화를 집어 들려 했다.

 

"끄응..."

 

건장한 체격을 지닌 청년은 아무리 금화를 들려해도 바닥에 딱 붙어서는 절대 들리지 않았다. 구경하던 시민들은 자신은 들 수 있을거라며 같이 달려들어 금화를 들었지만 그 누구도 그 금화를 들 수 없었다.

 

"이거 무슨 마법이라도 걸린건가?"

 

수십명의 시민들이 금화를 들고 가져가려 했으나 절대 들리지 않는 금화를 보고 하나둘씩 포기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다리면 복이 있나니. 끈질기게 몇번이고 찾아와 달라붙던 시민몇명은 많은양의 금화가 사라졌지만 그래도 몇개의 금화들은 소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끈질긴 몇명의 시민으로 인해 파괴의군주가 이전과는 다른존재가되고 우여곡절많은 삶을 살게되는것은 나중의 이야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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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0일이 넘게 지났다. 10일이 넘는 시간동안 루아로는 그 소녀만을 찾아 해맸다. 너무 미안한 마음에 사과하고 싶었고, 변을봐도 잠을자도 물속에 던져도 집밖에 버리고 방문을 걸어잠가놔도 어느새 자신의 몸에 있든지 자신의 주변에 나타나는 이 저주라도 걸린듯한 두자루의 단검에 대해 묻고 싶었다. 분명 소녀와의 일이 있던 직후부터 이 단검들은 자신을 떠나지 않고 있었기에, 분명 그 소녀라면 무엇인가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루아로는 그날부터 하루도 검술수련을 하지않고 집을 나서면 오로지 소녀를 찾는것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루아로가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을때 린프스에도 하나의 소문이 돌고 있었다.

 

'전설의 보물상자가 나타났다'

 

소문에 의하면 '그것'은 항상 같은자리에 24시간에 한번씩 나타난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죽이거나 무찌르면 엄청나게 많은양의 금화가 쏟아진다는것이다. 대부분의 왕궁사람들이나 린프스의 시민들은 그 소문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소문의 진원지가 되는 장소에 사는 사람들이 휘황찬란하고 호화롭게 변해가는것을 보고 믿지 않던 많은 시민들이 그 장소로 하나둘 몰려들고 있었다.
의혹을 가지며 찾아들던 시민들이 소문이 진실이란것을 깨닫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 장소에는 진짜 소문 그대로 24시간에 한번씩 '그것'이 나타났고 그것을 같이 무찌르거나 죽이니 엄청난량의 금화가 그 장소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그 금화를 하나둘 챙겨 갈 수 있었던것이다.
루아로가 그 소문에 집중한것도 그때 즈음이었다. 요즘 린프스의 모든 시민들은 그곳에 몰린다고 들었다. 루아로는 어쩌면 그 소녀도 그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루아로는 소문의 장소에 도착했다. 루아로가 들었던 소문대로였다 그 장소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시민들이 모여있었다. 루아로는 두리번거리며 소녀를 찾아해맸다. 그러나 그 많은 인파속에서도 소녀는 보이지않았다. 아니 소녀가 보이지 않는다기보다는 그 거리에는 자기또래의 아이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성인들만 있는것이었다.

 

"꼬마야 얼른 집으로 돌아가거라."

 

시민들중 한명이 루아로를 향해 말했다. 그러나 소녀 찾기에 바쁜루아로가 그 말을 들을리 만무했다.
시민들이 루아로에게 그런말을 했던 이유는 있었다. 성인으로 자신이 호화롭게 살기위해 혹은 처자식을 먹여살리기위해 보물을 독차지 하거나 조금이라도 많이 주워보고자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단은 보물을 차지하기위해 자신들이 하는 행동이 아이들이 보기에 적절치 않다는점이 매우 컸다.

 

"나타났다!"

 

웅성거리던 거리에서 수많은 인파들 속 누군가 소리쳤다. 루아로도 자기도 모르게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자신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소녀가 있었다. 루아로는 반가운 마음에 뛰어가 사과하려고 했다.
근데 무슨일일까? 엄청난 수의 시민들이 모두 그 소녀를 향해 뛰어가는게 아닌가? 루아로는 순간 생각했다. 저 사람들도 다 저소녀에게 사과해야 하나? 나는 그럼 나중에 사과하도록 할까? 그렇게 루아로가 찰나의 순간을 고민할때 루아로와 소녀는 눈이 마주쳤다. 소녀와 눈이마주친 루아로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듯했다. 소녀가 온몸을 욺크리고 쪼그려앉아 두려운얼굴로 벌벌 떨며 공포에 질린얼굴을 하고 있는것이다. 그런 소녀를 본 루아로는 충격에 몸이 굳어버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퍽! 푹! 짝!

 

소녀를 향해 달려들던 시민들의 손과발이 무자비하게 소녀를 공격했다. 소녀는 아무 저항도 하지않고 그런 손길을 그대로 받아냈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는 또다시 그자리에서 사라졌다.
소녀가 사라지자 그 장소에는 엄청난 양의 금화가 떨어졌다. 소녀를 공격하던 시민들은 놓칠세라 그 금화를 주워가기 바빴다. 루아로는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잔인한 관경을 본것에 혼이 빠진것이 아니다. 자신은 짧은 인생이지만 자신이 살아오며 아직까지 사람이 저렇게 공포에 질린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그것도 자신 또래의 여자아이가 저렇게 공포에 부들부들 떠는 모습은 더욱더 본적이 없었다.
그때 루아로의 마음속에 작은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과를 하고자 했던 마음이 이제는 저 소녀를 어떻게든 지켜내리란 마음으로 변하기 시작한것이다.

 

"요즘 린프스를 뒤흔드는 소문의 정체가 저것입니다."
"저거라니요. 제 눈에 보기에는 아무리봐도 사람입니다."
"실언을 했습니다. 용서하소서."

 

시민들이 금화를 향해 손을 뻗고있는 거리 한쪽 끝 고급스러운 말들을 타고있는 두명의 남자가 있었다. 말위에 타고있던 남자들은 현재의 상황을 처음부터 목격했던듯 표정이 어두웠다.

 

"내일 이 모든상황을 정리해야겠습니다."

 

검은색의 긴머리를 한 남자가 말하고는 말머리를 돌려 사라졌다. 남아있던 남자도 그 남자를 따라 사라졌고 시간이 흐르자 그렇게 많던 시민들도 어느새 서서히 흩어지고 거리는 한가로워 지고 있었다. 물론 하루가 지난 이맘때쯤에는 다시 시민들이 붐비게 될테지만 지금 이 거리는 무슨일이 있었냐는듯 조용해 보였다.
조용한 거리. 한명씩 떠나가는 허전해진 그곳에는 아직 한명의 소년이 남아있었다. 아직도 발길을 떼지 못하고 있는 루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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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잠을 설쳤다. 눈을 감으면 소녀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항상 수련을 하고 몸이 녹초가 되서 집에 돌아오면 잠에 골아떨어지던것을 기억한 루아로는 잠을 청해보겠다고 그동안 빼먹었던 수련에 열중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수련을 위해 손에 쥔 목검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 소녀의 얼굴을 잊게 해주지 못했다. 그렇게 날이밝았다.
루아로의 한손에는 여전히 목검이 쥐어져 있었다. 루아로는 결단을 내렸다. 어린 소년이지만 적어도 저런 어린소녀가 그렇게 어른들의 거친 손길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고 그녀를 반드시 지켜내야한다고 생각했다. 루아로는 스스로 한사람의 병졸로서 실력을 발휘 할 수 있었다. 그런 실력을 믿는 루아로는 적어도 소녀 한명정도는 지켜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있었다. 루아로는 집을 나섰다. 허리춤에는 두자루의 단검이 달려있고 한손에는 목검을 꼭 쥐고 있었다.

또다시 전설의 보물상자가 나타날 시간이 가까워 오자 거리에는 수많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중에는 목검을 꼭 쥔 루아로도 있었다. 시민들은 연신 두리번거리며 근방 어딘가에서 나타날 전설의 보물상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최대한 빨리 발견해서 전설의 보물상자가 사라지기 전까지 한번이라도 공격해야 황금들을 주워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루아로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소녀는 자신의 몸통박치기 한번에도 사라진 아이다. 어제도 보았지만 저런 어른들의 손찌검 몇번이면 또다시 먼지처럼 사라져 버릴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소녀가 사라지기전에 자신이 막아내야했다.

파앗..!

작지는 않지만 크지도 않은 소리가 거리 한켠에서 들려왔다. 그리고 여지없이 시민 누군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타났다!"

 

목소리를 들은 시민들은 일제히 소녀에게 달려갔다. 그중에는 목검을 꼭 쥔 루아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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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을 당하면 이런 장소에 오게되는것은 몰랐다. 그 무엇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 어둠 그자체인 장소다. 손을 허우적거려도 손끝에 닿는것이 없었고 발걸을을 한참을 옮겨도 벽이나 끝이 보이지 않는곳이었다. 소리를 쳐도 메아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장소..그곳에서 자신은 사냥을 당한 뒤 24시간을 있어야했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정들이었다. 물론 그 감정들이 어떤 감정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단 한번도 느껴본적 없었고 앞으로도 느낄일이 없을 줄 알았다.
외로움. 자신은 항상 혼자였지만 혼자라고 느껴본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 주변에는 수많은 정령들이 함께하고 있었고, 간혹 데이트라도 하러오는 유저들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공포. 도저히 느껴볼 수 없었던 감정이다. 자신은 최강의 몬스터였다. 그 어떤 유저들의 공격도 견뎌낼 수 있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아니 사냥을 당했다 한들 어짜피 리젠이 될것이기에 공포라는 감정을 느끼리라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사냥을 당하고 죽음을 이뤘을때 도착하는 장소가 이런곳이리라고는 생각 못했고 어떻게 업데이트 됬는지 모르겠으나 이전에는 분명 hp가 줄어드는 수치상의 변화만 있었지만
얼마전 부터는 수치의 변화와 함께 고통도 같이 오고 있었다. 자신이 알기로 이렇게
게임속에서 고통을 느끼는 것은 일반 매니악한 유저들을위해 설정상에서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이지 npc이자 인공지능 캐릭터인 자신은 느낄수 없는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업데이트가 되고 처음으로 만났던 소년에게 사냥을 당했을때도, 그이후 24시간마다 매일같이 시민들의 공격을 받았을때도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까지 사냥을 당해본바, 곧 자신이 리젠이 될 시간이 다가옴을 느끼고 있었다. 어둠뿐인 지금의 장소도 싫다. 그러나 빛을 보고 찰나의 순간동안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 그 장소도 그녀는 두려웠다.
그녀는 현재 아무 희망도 없었다. 빛이 존재하는 그곳은 고통뿐인 세상. 고통을 벗어나는 이곳은 어둠뿐인 외로움만 존재하는 세상이었다. 분명 또 들려 올것이다. 자신이 나타나면 누군가 외칠테고 수많은 유저들이 자신을 향해 손과 발을 놀릴것이다.

 

파앗...!

 

빛이다. 매일같이 보고싶은 그 빛. 그러나 그 빛은 고통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지는 빛을 느끼지도 못한채 다시 움크려 앉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곧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느껴질테고 자신은 다시 어둠속에 갖힐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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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빨리 가야한다. 소녀가 드디어 나타났다. 저 어른들이 소녀를 때리기전에 루아로는 그들을 말리거나 소녀를 지켜내야했다.

 

짝!

제일먼저 소녀를 발견한 시민 한명이 어느새 소녀의 몸에 큰 손을 휘둘렀다. 소녀는 형편없이 엎어지고 말았다. 또다시 소녀에게 수많은 손과 발이 접근하고 있었다.

 

따악!

 

"악!"

 

소녀에게 손을 내뻗으려던 시민 한명이 자신의 손을 잡고 뒷걸음질 쳤다. 루아로의 목검에 손길이 차단된것이다.

 

"때리지마요!"

 

광기어리게 달려들던 시민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멈췄다. 그러나 순간일뿐 다시 루아로의 말은 무시한채 소녀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따닥!

 

"분명히 말했어요! 아저씨 아줌마들 그만 때려요!"
"꼬마야. 저리가거라. 그것을 혼자 독차지 할샘이냐?"
"아저씨들이야말로 이렇게 어린애를 때리는 이유가 뭐죠? 이렇게 무서운짓을 하면 라우더님이 가만히 있지않을거에요!"
"꼬마야. 그것은 신이내린 선물이다. 사람이 아니니까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이유도 없지. 라우더님께서도 이해하실거다. 그것은 사람이 아니니까."

 

이미 시민들은 소녀를 사람으로 보고 있지않았다. 불리우는 명칭 '전설의 보물상자' 그자체로 여기고 있었다. 외형은 분명 사람이지만 시민들이 대하는방식은 사람으로 대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 대하는 방식은 어느순간부터 한소녀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도록 만들었다. 시민들의 눈에는 저 소녀는 단순히 하늘이 내린 선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꼬마야 비키지 않으면 혼쭐을 내주마."
"나도 물러나지 않아. 이 소녀도 지켜내지 못한다니 그럴수 없다구!"

 

루아로는 스스로에게 호통치듯 외쳤다. 그러나 소년의 외침은 눈앞에 있는 보물상자를 보는 시민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듯했다. 소년이 가로막았음에 잠시 망설이긴 했지만 다시금 소녀를 향해 몸을 향하고 있었다.


"물러나십시오!"

 

청아한 목소리다. 목소리가 들려오자 시민들의 움직임은 일제히 멈췄다. 그 멈춤은 소년이 발악적으로 소리쳤을때 놀람에서 오는 반사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당연하고 자연스런 누구하나 거부감이 없는 그런 멈춤이었다.

 

"왕자님..!"
"왕자님이시다!"

 

목소리의 정체는 지오디르 왕국의 왕세자 라우더 지 블레시드였다. 왕세자를 본 시민들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그 누구도 소녀를 향해 발길을 옮기는자가 없었다. 시민들은 왕세자 라우더에게 허리를 숙이고 머리를 조아리는 그것만 생각했지 다른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지오디르 왕국의 국민들에게 왕가의 사람들은 그런존재였다. 고든 지 블레시드는 성군으로 명망이 자자했다. 강대국에 둘러쌓여있어 군사력이 강조된 국가이긴 했으나 그 누구도 그런 국가의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고든의 정치는 표면적으로 나라를 지키기위해 군사력 증강에 힘을쓰는것으로 보였지만 그 내실에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치로 국민을 위해 그 무엇보다 힘쓰고 있으며 그렇게 왕국을 꾸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든에게 국민은 수많은 사람중에 하나가 아닌 하나의 가족으로서 여겼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런 왕이었다.

 

"그 소녀는 왕가의 소유입니다. 시민분들께선 물러서주싶시오."

 

라우더가 선언하자 시민들은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기도 했지만 대부분 인정을 하고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쩝..아쉽지만 왕가의 소유라면 어쩔 수 없지."
"그러게 말이야. 왕자님께서 직접 오셨으니 정말 중요한 물건이었나보군."
"저렇게 신기한 물건이 어디서 깜짝하고 나타났나 했더니 왕가의 소유였구만."
"아쉽구만 아쉬워..저것이 왕가의 소유였을줄은.."

 

욕심을 버리고 시민들은 확실히 소녀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소녀에 대해 박힌 인식으로 인해 시민들은 여전히 소녀를 인격체로 보지않고 하나의 보물상자로 보고 있을뿐이었다.
소녀는 여전히 부들부들떨고있었다. 한차례 고통이 느껴지긴 했지만 아직 연이은 고통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의아함을 가지긴 했지만 길지 않았다. 살짝 실눈을 떴으나 아직 밝은 빛이 온몸을 감싸는 그 장소였던 것이다. 언제 다시 자신을 사냥하러 유저들이 달려들지 몰랐다. 소녀는 움크려 앉아 계속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일어나"

 

화들짝!

 

자신의 몸에 손길이 느껴졌다. 소녀는 이어서 매질이 올것을 생각한듯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그러나 자신의 어깨에 얹은 손은 자신을 공격할 생각이 없는듯했다. 올려진 손은 자신을 약하게 흔들고 있을뿐이었다.

 

"일어나 어서."
"앗!"

 

소녀는 그제서야 눈을뜨고 손의 정체를 바라봤다. 그러나 눈앞에는 자신을 처음 사냥했던 그 소년유저가 있었다.

 

"사,사냥할거면 어서 하라구. 뭘 망설이는거야."
"사냥하다니 뭘 말하는거야?"
"너 말이야. 나 사냥하러 온거아니야?"
"무슨소릴 하는거야? 내가 왜 너같은 허약한 꼬맹이를 사냥하니?"
"허약?! 꼬맹이!"

 

순간 소녀는 울컥함을 느꼈지만 어찌할수 없었다. 현재의 자신은 저 소년유저 하나 감당하지 못하는 그런존재였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자존감이 떨어질대로 떨어진 상태였다.

 

"너 분명.. 나한테 박치기를 하고 사냥에 성공했던 애잖아."
"그거라면. 미안해.. 정말 사과하고 싶었어. 네가 당당하게 굴길래 강한줄 알았어. 그렇게 약한지는 몰랐다고. 아니 남자애가 그렇게 달려들면 피해야지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서있는거야? 아무튼 난 널 사냥한적이 없어. 사냥은 토끼나 멧돼지,몬스터들을 무찌를때나 쓰는말이지 너같은 쪼끄만애를 때렸을때 쓰는말이 아니라구"
"그렇지만..너의 허리춤에 있는 그 두개의 단검이 나를 사냥했단 증거인걸.."

 

루아로는 소녀가 하는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당연한일이었다. 소녀 만물의 주인은 게임속에 존재하는 캐릭터로 하는말이고 루아로는 많이다르지만 현재 속한 이세계속에서 현실에 존재하는 한명의 인간으로서 하는말이었다. 두 소년소녀의 말들이 통할리 만무했다.

 

"알았어 알았어. 내가 너를 사냥했다고해도 앞으로는 절대 안그래. 나는 널 지키러 왔어. 그러니까 그만 떨고 일어나지 않을래?"

 

만물의주인은 잠시 망설였다. 확실히 눈앞의 소년은 거짓말을 하는것 같지 않았다. 물론 천성이 선한존재로 만들어졌고 그렇게 창조된 만물의 주인이 인간 또는 유저를 믿는건 아주 쉬운일이기도 했다. 그러나 다행이라면 만물의 주인앞에 있는 그 소년은 온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었고 앞에있는 연약한 소녀를 지켜주고싶은 마음만 있었다.

 

"지,진짜지?"
"물론이야."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긴 했다. 만물의주인. 판타지 온라인에서 탄생한 최강 최고의 몬스터였다. 물론 쉽게 사냥당하긴 했지만. 그리고 루아로는 판타지온라인을 기준으로 한다면, 몇일만 사냥에 열중한다면 충분히 도달 할 수 있는 수준의 강함이었다. 최강의 몬스터가 초보유저의 보호를 받게되었다. 잘못된 창조 덕분에 일어난 일이지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긴 했다.
두 소년소녀에게 서로는 좋은 만남이었다. 소년에게는 꿈만 향해 뛰어간다고 재능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게되었고 소녀에게는 레벨업을 도와줄 훌륭한 파티원이 생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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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아로도 벌어진 상황을 충분히 목격했으나 어린탓일까 자신이 원하는 한가지만을 생각할뿐 눈앞에 벌어진 상황은 깊이 인지하지 못했다. 루아로는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되자 만물의 주인의 손을잡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이것으로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렇게 멋진 보호자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빠르게 소란을 잠재웠으나 언제다시 저 소녀로인해 분란이 일지 모를 일입니다. 왕자님."
"아닙니다. 안타까워 하지 않았습니까? 저 일이 분명 저 소년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것입니다. 정히 걱정되신다면 멀리서라도 항시 지켜보심이 어떻겠습니까?"

 

사라지는 루아로와 만물의 주인을 보고 라우더와 또다른 사내가 말했다. 기존의 계획은 저 소란의 중심이 되는 소녀를 왕가로 데려가 보살필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소년이 끼어들었고 그 소년이 소녀를 지키겠다 자처했다. 그리고 그소년은 익히 평소에도 눈여겨 봐왔던 그런 소년이었다. 어찌보면 저런 시한폭탄같은 소녀를 저런 어린소년에게 맡기는것은 하나의 모험일지도 몰랐다. 그럴수도 있었기에 라우더로서도 하나의 보험을 들어두게 되었다. 감시자이자 보호자를 소년과 소녀에게 붙여놓은 것이다. 물론 그런 명목하에 붙여놓지 않았어도 사내는 항시 소년과 소녀를 만나게 될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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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디작은 집이다. 성인 한명이 들어가 누우면 자리가 가득찰만한 장소였다. 그곳이 루아로의 거처였다. 원래는 비교적 큰 집에 살고있던 루아로였으나 루아로의 부모가 실종된 후 현재는 이곳에 거처를 옮긴터였다. 갈수록 형편이 어려워져 이곳에서도 쫒겨날 상황이었으나 루아로의 스승을 만난뒤로 그나마 삶을 영위해 나갈수 있게된것이다.

 

"여기가 앞으로 너와 내가 지낼곳이야. 엄마는 없어. 아빠두. 근데 언젠가는 돌아오실거야 분명히.. 그때 너를 엄마 아빠한테 소개해줄께."

 

만물의주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아늑했다. 몇일지나지 않았으나 자신만의 거처가 생긴것같아 편안함을 느꼈다. 이전에 자신이 지내던 어머니의 초원과는 많이 다른곳이지만 충분히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곳이었다.

 

"당분간은 우리끼리 지내면 돼."

 

루아로는 그렇게 말하고는 집한켠에 있는 이불뭉치에 몸을던져 누웠다. 지난 하루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걱정거리가 사라지자 긴장이 풀려 편히 눕고싶어진것이다.

 

"나 있지. 너에게 묻고싶은게 너무많아. 너 이름이 뭐야?"
"내이름? 내이름은 말이지..."

 

루아로의 질문에 루아로는 답하려 했다. 그러나 대답할수 없었다. 이전에는 분명 자신의 이름이 존재했다. 유저들이 자신을 지정했을때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이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이름을 도저히 입에 담을수없는 명칭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게...음...말할수가 없어."
"말할수가 없다고? 이름을 알려주기 싫다는거야?"
"아니야. 이름을 말할수가 없다는거야."
"지금 말하고 있는데, 왜 말할 수 없다는거야."
"에잇 그러니까 내 이름이."

 

소녀는 손가락으로 바닥에 모양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현재 자신을 지칭하는 이름이라고 하는게 맞았다.

 

[!@#$%^&*]

 

"이게 내 이름이야."
"이게 이름이라고? 이게 무슨 이름이야. 그냥 낙서잖아."
"그렇게 보일지 모르지만 지금의 내이름은 이게 맞아.."

 

만물의주인도 이해할 수 없는일이다. 자신의 이름이 젠이 된 이후로 이상하게 바뀌어 있었다. 뿐만아니라 능력치 수치들도 많이 변경되어 있었다. 레벨이 1에 HP,MP가 10이라니.. 그리고 각종 능력치조차 바닥을 치고 있었다. 이건 무슨 착오가 있는것이 분명했다.

 

"그거 말고.. 엄마나 아빠, 친구들이 널 부를때 부르는 이름 없어?"
"엄마나 아빠는 없어, 그렇지만 많은 유저들이 부르던 이름은 있어."
"그게 뭔데?"
"파괴의 군주"
"헹. 네가 파괴의 군주면 내가 창조주다!"
"치..."

 

인정하기 어렵지만 지금은 저렇게 무시당해도 할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자신은 그 어떤 몬스터보다도 약하고 어떤 유저들에게되 쉽게 사냥당할 그런 보스몬스터였다. 아니 보스몬스터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뭐가됬든간에 내가 너를 파괴의 군주라고 부르면 친구들이 놀릴거야 분명. 내가 너의 이름을 지어줄게."
"이름?"
"그래 이제부터 너를 아렌이라고 부를거야."
"아렌?"
"응. 내가 예전에 기르던 새 이름이야! 어릴때 야생동물에게 잡아먹혔어! 그치만 넌 그렇게 되지 않도록 지킬거야."

 

작명의 이유가 대상자로서는 불만스러울수 있었다. 그러나 만물의주인, 아니 아렌에게는 설레게 다가왔다. 자신도 이전에 이름이 있었고 지금도 이름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온전히 하나의 캐릭터를 지칭하는 이름들이었지 하나의 생명체로서 고유한 이름을 가진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자신도 일반 유저들과 같은 이름이 생긴것이다. 비록 유저들과 같은 사람이 아니지만 사람이 된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렌은 현재 완벽한 하나의 생명체이자 한명의 사람이지만 아직 아렌은 그것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 이것. 이거 도대체 뭐야? 어떻게 된게 내 주변에서 떠나질 않아. 무기로 보이는것 같은데 짧아가지고 날도 뭉툭하고..쓸모가 없어!"
"쓸모가 없다니..그 단검들이라면 모든 유저가 탐내는 아이템들이라고."
"탐을내? 이런 단검들이?"
"그래 초유니크템이야, 눈의결정과낙뢰. 아이템인데도 레벨업을 하고 나도 아직 본적은 없지만 레벨이 높아지면 하나의 형상을 갖게되서 형체화 된다고 되어있어."
"그래. 어찌됬든간에 이 단검들은 왜 내곁을 떠나질 않는거야? 저주라도 걸린거 아니야?"
"저주라니, 그건 귀속아이템이라 그래. 귀속아이템은 캐릭터를 삭제하기전까지 절대 남에게 양도하거나 거래할 수 없어."
"귀속은 뭐고 캐릭터는 뭐지..무슨소릴 하는거야 너.."

 

여전히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아렌과 루아로는 서로가 살아왔던 세계가 너무 다른곳이었다. 너무 다른 세계의 문화와 규칙들을 서로가 쉽사리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둘은 서로의 세계속 규칙에 관해 이해하기까지 오랜시간이 걸렸다. 아직은 많은 부분을 알아가야 하지만 아렌은 이곳이 지금까지 존재하던 판타지온라인의 세계와는 조금 다르다는것을 알았고 자신도 더이상은 최강의 보스몬스터가 아니라는것을 알았다. 루아로도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눈앞에 있는 소녀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많이 하지만 그것들이 못믿을 정도는 아닌것 같다. 그리고 아렌은 자신과 엄청나게 다른 세계에서 온것이 확실하다고 결론을 지었다.

 

"그러니까, 캐릭터 삭제. 음.. 내가 죽어야만 이 단검들이 나에게서 멀어진다는거지?"
"그런셈이야."
"거추장스러운걸 허리에 달고 살게 생겼잖아..수련을 할때 엄청 방해될텐데"
"너희들은 클래스가 정해져있지? 무기도 결국 일정한것만 사용하게 되고. 아직 너는 초보유저니까 다른게 더 숙련되기전에 단검숙련도를 높이는게 좋을거야. 그거 엄청 좋은거야. 진짜."
"이게 좋은거라고? 믿기진 않지만..스승님께 물어보도록 할께."

 

못미더운듯 입을 삐쭉 내밀고 단검을 던졌다 받았다 하는 루아로. 루아로가 믿지 못하는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루아로가 검을 던졌다 받았다 할때 날부분으로 루아로의 손에 떨어지기도 했지만 고통은 커녕 상처하나 나지 않았다. 분명 날이있는것 같은데 전혀 베어지지가 않는것이다. 루아로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부분이지만 당연한 현상이었다. 자신의 무기로는 자신을 공격할수 없는 게임의 특성상 아무리 단검으로 스스로를 공격해도 상처가 날리 만무했다. 혹시라도 루아로가 시험삼아 아렌을 향해 검을 가져다 댔다면 아렌은 여지없이 24시간 어둠의 장소로 갇히게 되엇을 일이었지만 그럴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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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이것보세요. 이 단검들."

 

날이 밝아오고 수련을 재개한 루아로가 스승과의 수련장을 찾아갔다. 수련장은 마을을 조금 벗어나면 있는 오두막과 그 앞의 공터였다. 오두막에는 언제나 루아로의 스승이 기거하고 있었고 루아로가 찾아가는 그 어떤날에도 스승은 그곳에 있었다. 루아로는 수련장을 찾아가서는 다짜고차 눈의결정과 낙뢰를 꺼내들고는 스승에게 보여주었다.

 

"흠...."

 

스승의눈에는 이채가 띄었다. 한순간에봐도 단검들이 예사롭지 않았다. 마법단검은 아닌듯 한데, 미미하게 마나가 서려있는듯 보였다. 그리고 그 마나들은 뚜렷한 어떤 성질들을 가지고 있는듯 했다.

 

"루아로 두 단검들을 위로 던지거라."

 

휙..챙!!

 

루아로가 스승의 말을 듣고는 지체없이 두 단검을 위로 던져올렸다. 그러자 스승은 기다렸다는듯이 자신의 검을 뽑아 낙뢰와 눈의결정을 향해 휘둘렀다. 강렬한 쇳소리와 함께 두 단검은 한쪽으로 날아가 나무에 박혀버렸다.

 

"신기한 검들이로구나."
"그렇죠? 제곁을 떠나지도 않는다니까요?"

 

스승은 감탄했다. 지금 저 단검들은 자신과같이 마나를 심어두지도 않았다. 마법검같이 무기 자체에 마나가 서려있는듯 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마나를 실어 마음먹고 무기를 베어넘겼을때 부러지지 않을 무기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나무에 박혀있는 저 단검들은 부러지기는 커녕 흠집하나 나지않았다.
감탄했고 또 기대했다. 저 단검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단검들을 소지하고 있는 소년 루아로의 재능도 보통이 아니다. 비록 지금까지 가르친것이 무용지물이 될지 모르나 지금에라도 만난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터. 저 단검들은 루아로를 한층더 강하게 해줄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자신보다더 더 말이다.

 

"아루야. 지금부터 목검은 버리고 너의 모든 수련은 그 단검을 기준으로 할것이다."

 

아루. 루아로를 칭하는 스승의 애칭이다.

 

"진짜요? 지금까지 배웠던것은 어떻게 하구요.."
"무기를 하나들고 저 소녀를 지키는것보다 두개를 들고 저 소녀를 지키는게 더 좋지 않겠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이유였다. 원래는 루아로의 재능을 믿었던것이지만 루아로의 눈높이에 맞추어 말한것이다. 그리고 루아로의 성격을 알기에 이렇게 말한것이다. 루아로 또한 그것을 그대로 믿어버렸다.

 

"맞아요! 검 한개보다는 작지만 두개들고있으면 더 빨리 적을 무찌를 수 있을테니까요! 이 단검 두개로 저애를 지킬거에요."

 

루아로는 수련장 한켠에 있는 아렌을 보며 말했다. 그 무렵 아렌은 주변을 두리번 거리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이내 뭔가를 찾았는지 수련장 창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지푸라기를 여러개 들어날랐다. 그리고는 땅에 나뭇가지를 세워놓고 지푸라기를 돌돌 마는게 아닌가? 아렌은 세워놓은 지푸라기 앞에 자세를 잡더니 심호흡을 했다.

 

"후우..얍!"

 

파사삭.

 

"아자!"

 

지푸라기가 흩어지자 아렌의 주변에 회오리가 일었다. 그리고 그 회오리 안에서 아렌은 빙글 돌고 주먹을 움켜지고는 저렇게 외쳤다. 루아로와 스승이보기에는 귀엽게 보이기도 했지만 독특하고 이해못할 장면이었다. 아렌은 그런식으로 흩어진 지푸라기를 모아놓기를 몇번하며 똑같은 행동을 반복했다.

 

"그 단검들도 신기하지만 저 소녀도 상당히 신기하구나."
"으이그.."

 

루아로는 고개를 좌우로 몇번 돌리고는 부끄럽다는듯 한마디 하고 아렌에게 다가갔다.

 

"너..뭐하는거야.."

 

루아로는 아렌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레벨업중이야."
"너무 요란하잖아. 꼭 그렇게 빙글빙글 돌아야겠어?"
"어쩔수없어 제작진들이 모션을 이렇게 설정해뒀는걸?"
"나중에 그렇게 빙글빙글거리다가 누가 공격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그건 불가능할꺼야. 레벨업 모션중에 나타나는 이 바람의 기둥은 그 어떤 공격으로도 뚫을수가 없게 되어 있거든."
"응? 진짜?"
"응."

 

루아로의 질문에 대답하며 지푸라기 준비를 모두 마친 아렌은 다시한번 지푸라기를 향해 손을 휘두르고 지푸라기를 흐트러트렸다.

 

"아자!"
"나도 아자다..!...악!!"

꽝!

 

아렌이 레벨업을 하며 모션을 취하는 동안 루아로는 아렌의 말이 진짜인가 싶어 아렌의 주변에 나타나는 바람의 기둥에 양손을 힘껏 밀어봤다. 그러나 결계라도 있는듯 바람의 기둥은 아렌을 강하게 튕겨냈다. 아렌은 형펀없이 튕겨져 나가 공중으로 튀어나갔지만 어느새 접근한 스승으로인해 상처없이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

 

"뭐하는거야!위험하다고. 다시는 그러지마."

 

아렌이 기겁하고는 루아로를 질책했다. 얼굴 만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루아로는 어안이 벙벙했다. 아렌을 알수록 지금껏 알던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일들을 많이 겪게 되는것이다.

 

"그래. 이 아이의 말이 맞다. 경계의 일종 같구나 다시는 그런 위험한짓은 하지 말거라 아루야."
"네? 네.."

----------------------------

 

루아로가 단검으로 새로이 수련을 시작하고, 아렌이 지푸라기를 붙잡고 수련을 시작한지 몇일이 흘렀다. 아렌과 루아로는 여느때와 마찮가지로 수련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아렌은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있었다. 어쩐지 얼굴에 미소가 만연한것이다. 루아로는 그렇게 웃고있는 아렌을 보고 기분이 좋았지만 굳이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 즐거워 보이는것으로 만족했다.

 

"아루."

 

원두막에 들어서기전 아렌이 루아로를 불러세웠다.

 

"응?"
"나 그동안 레벨업을 좀 했어. 후후."
"레벨업? 아..너의 세계에서 그 수련 비슷한것 말이지?"
"응. 다행이야 정말. 레벨과 모든것들이 초기화되어 스킬도 사용되지않지만, 레벨당 경험치 증가량이 매우 적어서 레벨업을 쉽게쉽게 할 수 있었어."
"무슨소린이지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아무튼 잘된일이라는거네."
"응. 그런의미로..자! 덤벼 아렌."

 

다짜고짜 루아로를 향해 도전적인 손짓을 하며 덤비라는 아렌이었다.

 

"덤비라고? 괜찮겠어?"
"충분해! 다시 박치기를 해봐."
"진짜로 괜찮아?"
"물론이야 어서!"
"믿고 간다~!"

 

다다다다...쿵!

 

루아로가 아렌을향해 몸을 날려 몸통박치기를 했다. 이전보다는 조금 강하게 그렇지만 온힘을 다하지 않았다. 결과는 똑같아 보였다. 아렌은 이전처럼 똑같이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리고 루아로는 또다시 기겁하여 아렌에게 달려갔다. 그러나 달라진것이 있다면 아렌이 사라지지 않고 몸을 훌훌 털며 일어나는것이다.

 

"봤지? 이제는 이정도로 사냥당하지 않는다고. hp가 얼마나 많이 올랐는데!"
"다행이야. 얼마나 걱정했다고."

 

확실히 상처하나 없었다. 아렌주변에 먼지가 흩날리긴 했고 옷에 흙먼지가 뭍긴했지만 아무곳도 이상없어 보였다.

 

"그럼 아렌 네가 공격해봐. 있는힘껏!"
"그,그건 사양할께."
"왜? 내가 걱정되서?"
"아니야. 그런거.."
"그럼 괜찮으니까 있는힘껏 때려봐."
"아니, 사양할래.."
"때리라구 약골아!"

 

도저히 때리려고 하지 않자 루아로는 지난시간 아렌이 가장 기분나뻐하던 말을 내뱉어 아렌의 화를 돋구었다. 아렌으로 하여금 자신을 공격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씨!"

 

팟..

 

아렌은 입을꽉깨물고 있는힘껏 아렌에게 휘둘렀다. 때린 직후 두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할말을 잃었다.

 

"이게 있는힘껏 때린거야..?"
"그,그래.."
"이게뭐야. 그냥 쎄게 만지는정도잖아. 강해졌다며."
"맞아. 레벨업은 했지만..아직 스킬도 없고 기타 능력치가 상승되지 않았어. 그와중에 다행이라면 궁극체 이전에 사냥당하지 않도록 hp상승량이 터무니 없이 높다는거야. 그 결과! 맷집은 무지하게 쎄졌다는거지!!"
"결국 맷집만 좋아졌다는거야?"
"무슨말씀! 다른 능력치는 오르지 않았지만 hp그리고 mp는 상승량이 터무니없이 높아. 나는 대부분의 스킬이 궁극체가 되었을때 사용이 가능하지만 지금같이 레벨이 낮을때도 사용되는 기술이 하나있어."
"뭔데?"
"바로 이거야!"

 

아렌이 양손을 가지런히 올렸다. 그리고는 각기 다른 문양을 네개 그렸다. 아렌이 손이 움직이는곳에 따라 허공은 빛이 발하기 시작했고 그 빛은 각기 녹색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는 그 네가지의 빛에서 정령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령...!"
"그래. 나의 친구들이자 가족이야. 그렇지만 분명 공격도 하고 나를 보해해주기도 하는 친구들이야."
"너, 뭐야 도대체. 정령이라면 엘프들이나 선택받은 종족들만 소환할 수 있다고 알고 있다고.."
"너무 많은걸 묻지마. 나도 모르니까. 자, 나는 이것으로 너를 공격할 수도 있어! 어때? 나도 충분히 강해졌지?"

팟!!

 

네 속성의 정령들은 아렌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더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아렌은 시무룩해졌다.

 

"물론.. 지금은 아니야. 아직은 마나가 부족해서 이렇게 짧은시간밖에 소환하질 못해.."
"하..응..? 모르겠다.. 그럼 레벨업을 더 하면 되는거 아니야?"

 

루아로는 순간 많은 감정을 느꼈다. 자신이 지키고자하는 소녀 아렌이 아직 자신이 모르는부분이 너무많은 미스터리한 소녀라는것 그리고 빠른시일내에 강해지고 있어 자신이 지켜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것에대한 실망감, 그러나 강해져도 약하다는것에대한 안도아닌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지. 레벨업을 하면 되지만 레벨업을 너무해서 이런 지푸라기 암만 쓰러뜨려봐야 소용이없더라구"
"그럼 나를 따라와봐."

 

루아로는 아렌의 손목을 잡고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공터에서 멀지않은곳에 위치한 숲속이었다. 그곳에는 수련용 허수아비가 몇개 있었다. 그것은 아렌이 목검으로 초창기에 수련하던 장소였다.

 

"이 허수아비들을 이용해봐 지푸라기보다는 좋지 않을까?"
"충분할것 같아."

 

그렇게 대답하고는 아렌은 다짜고짜 허수아비를향해 손을 마구 휘둘렀다.

 

"얍.얍."
"잠깐만. 그렇게 맨손으로 때리다가는 상처가 날거야. 목검 가져다줄게 기다리고 있어"

 

루아로는 아렌의 양손을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는 손을 쓰지말라고 아렌의 치마주머니에 손을 넣어주고는 수련장 원두막으로 뛰어갔다. 아렌은 루아로가 사라질때까지 손을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루아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다시 손을 꺼내서는 허수아비들을 향해 맨손을 휘둘렀다. 다시는 사냥당하고 싶지않은 의지가 있기때문이다.
목검을 장착하고 허수아비를 때리면 훨씬 많은양의 경험치가 획득 가능할것이다. 그러나 아렌은 그 잠깐의 순간에도 소량이라도 경험치를 획득하여 어서 레벨업을 하고싶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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