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9.30 00:10

-02- 제드 : 산신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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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뿌리는 온갖 짐승들의 냄새와 피로 가득햇다. 여기저기 사방이 핏자국이다. 프리실이 말했었지. 수많은 짐승무리가 들이닥쳤다고 했지만 어떤일이 벌어졌든지 분명 상상 이상일 것이었다.
스이우드는 한꺼번에 이렇게 온갖 냄새를 맡아본적이 없었다. 너무 많아 냄새의 구분조자 하기 쉽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죄다 처음 맡는 냄새다. 눈에 익숙한 짐승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 싶었다.
흔적은 무수히 남아 있지만 동물의 사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한곳에서 모아 태웠는지 털과 고기 익은 냄새가 자욱하다.
프리실이 들뿌리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스이우드에게 옷을 입혀 준 것이다.
스이우드는 표정변화 없이 굉장히 무뚝뚝해 보이는 한 사내로 부터 옷을 받았다. 그와 체격이 엇비슷 하여 몸에 맞을거고 한 프리실의 예측은 들어 맞았다.
"답답해."
"시끄러워, 반라로 돌아다니기만 해봐 가만 안둘테니까."
옷은 대체로 헐렁했지만 가슴과 허리, 다리와 팔에 끈같은걸로 동여 매자 스이우드의 몸에 딱 맞았다.
그 무뚝뚝한 사람이 바로 스이우드를 무너진 절벽에서 부터 이곳에 대리고온 자라고 프리실이 말했다.
무뚝뚝한 사내-패이라고 소개 받은 그는 스이우드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스이우드도 그에 화답하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로 스이우드와 패이는 서로를 바라볼뿐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그 어떠한 감정도 없다. 그저 바라 볼 뿐이다.
즐겁게 스이우드에게 옷을 입혀주던 프리실이 뒤늦게 그런 묘한 시선을 의식했다.
"아하하..."
둘 사이의 무언속에서 왠지 모르게 프리실이 어색해 진다. 어떻게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입을 열었다.
"저기, 패이. 언니는?"
패이가 스이우드로 부터 슬쩍 시선을 흘기며 프리실을 향했다.
"의식은 있다. 네 말대로 못움직이게 해놨어."
언니는 깨어난 상태고 지금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프리실은 자체 해석했다.
"보겠나?"
"응. 부탁할게."
목조로 지어진 건물 방과 방사이의 문을열어 패이가 들어갔다.
"언니!"
침대위선 등받이쿠션에 기대어 반쯤 누워있는 여성이 있었다.
프리실은 보았다. 오른쪽 팔꿈치 밑으로 아무것도 없는 그녀의 팔을. 아무렇게나 풀어 해쳐진 머리카락이 그녀의 상태를 나타내는거 같았다.
"왔구나."
"언니~!!"
프리실이 달려가 그녀의 성한 손을 조심스럽게 맞잡는다.
"다행이야. 그대로 깨어나지 않는가 싶었어."
"덕분에. 너야 말로 어젯밤에 사라져서 걱정 했었어."
보이는 행색과 달리, 여성은 평소와 같이 초연해 보이는 희미한 미소로 프리실을 맞이 했다.

"아하하..."
여성은 안절부절 못하는 프리실 뒤로 시선을 두며 말했다.
"그분이구나. 안녕하세요. 루시아라고 합니다."
"난 스이우드라고 불려."
"듣던대로 정말 독특하신 분이군요."
"응 너도."
루시아는 웃었다.
프리실의 시선이 허전한 루시아의 오른팔에 닿았다. 루시아는 그 시선을 의식했다.
"감사하는게 늦었네. 고마워."
"아냐, 나는.."
프리실의 표정이 은 어두었다. 루시아는 그런 프리실의 머리를 매만지며 말한다.

"넌 나의 은인인걸."
"...."

루시아는 패이를 향해 물었다.
"집회가 있다고 하지 않았니?"
"있어."
패이는 짧게 말했다.
"다녀와 프리실. 패이에게 그렇게 못박아 뒀다며? 나를 움직이게 하지 말라고. 어디 안갈테니 가보렴."
프리실은 부끄러워 한다.
"그.. 그건 페이가 제멋대로 움직이니까... 아무튼, 언니. 다녀올게."

스이우드는 패이와 루시아가 사는 집을 나오자 아이들 넷과 마주 쳤다. 아이 넷은 스이우드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그대로 굳었다.
스이우드도 덩달아 굳었다. 왠지 분위기상 움직이면 안될거 같았다.
아이들은 키순서 대로 있었다. 가장 큰 남자 아이가 하나. 그리고 여자 아이가 둘이였으며 두 여자 아이중 작은 아이는 너무 어려 성별이 애매모호한 아이를 뒤에서 안고 있었다.
가장 큰 사내 아이의 키는 라엘과 엇비슷 해도 라엘보다는 어리지 않을가 싶었다. 아마도 라엘이 키가 작거나 사내 아이가 키가 큰건지도. 둘다 일 수도 있다.
"뭐해? 안나가고."
뒤에서 프리실이 물었다. 그리고 스이우드의 어깨 너머를 보았다.
"으..으..."
가장 어린 아이가 스이우드의 노란 눈과 마주치자 울먹거린다.
상황을 이해한 프리실이 스이우드를 힘껏 밀치며 외쳤다.
"잡아 먹는다~!"
"우왓?!"

스이우드가 외마디 소리와 함께 앞으로 밀리자 아이들이 제각각 비명을지르며 부라케나 도망간다. 가장 작은 아이는 여자아이가 안아들어 두다리가 덜렁 들린 채 였지만 함께 뛰고 있는거 마냥 두 다리가 허공을 휘저었다.
"이곳에서 유일하게 활력소를 맡고있는 애들이야. 귀엽지?"
스이우드는 눈으로 아이들을 좇았다.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저마다 모퉁이 같은데 몸을 가리고 얼굴만 빼꼼 내밀어 스이우드를 구경했다. 호기심 반 두려움 반.
프리실은 그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라엘이랑 키가 같은애가 시안, 둘째 메시, 막내 하울. 이렇게 셋이 게롤씨 남매고, 하울 안고 있는 애는 아르만씨 딸. 참, 하울 머리는 저래도 쟤 남자아이야."
가장 키가 큰 남자아이, 시안은 단발머리를 했다. 앞머리 부분만 살짝 한쪽으로 땋아 깻잎머리로 이마가 훤하다. 둘째 인 메시는 땋아진 머리가 머리띠처럼 둘러져 있었고, 셋째는 머리가 길지 않은지 양갈래로 묶은 머리는 둥글게 말려 귀 밑으로 빼꼼 튀어나왔다.
스이우는 그 땋여진 머리를 보니 왠지모르게 프리실을 보게 되었다.
"왜?"
"그냥. 저 땋은 머리를 보니 왠지.."
"어? 맞아 내가 땋았어. 어떻게 알았어?"
"그거야. 당연히 밤... 억?!"
프리실의 주먹이 스이우드의 옆꾸리를 파고 들었다. 어디선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는데, 아아 그렇구나 트레이와 프리실을 처음 봤을때, 그래 봤자 바로 어제지만. 그때, 트래이는 정말 아파 했었다.
정말 아프구나.
"....."
"....."
민망함과 부끄러움에 시뻘개진 프리실은 강렬한 눈빛으로 그때일 한마디라도 발설해봐 죽여버릴 꺼야 라고 말하고 있었다.
"미.. 미안."
절벽을 오르면서 별다른 숨고름 없던 스이우드가 숨쉬는 것도 힘들어 하며 어렵게 말했다.
프리실은 뒤따르던 페이를 의식해 슬쩍 돌아 보았다. 그리고 그대로 굉장히 충격적인 것을 본것 마냥 경직되었다.
무슨일인가 싶어 불규칙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간신히 뒤를 볼아보니 미소를 짓고 있는 패이를 볼 수 있었다.
뭔가 사심이라든가 비웃음기는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후련하고 기분좋듯 한 얼굴이다. 페이는 굳어있는 프리실을 지나 스이우드 옆을 스치면서 말했다.
"저 앞에 보이는 반파된 건물이다."
그리고는 스이우드의 어깨를 살짝 두들기며 앞서 걸었다.
"응?"
스이우드가 어리둥정 하는 반면 프리실은 굉장히 복잡한 표정으로 그런 패이를 바라보았다.
"패이.."
프리실은 스이우드의 팔을 잡아 이끌었다.
"가자."
"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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