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01 05:50

[Test]ㄱ, ㄴ 그리고 ㄷ

조회 수 366 추천 수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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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나 다른 사람이 읽기 편하도록 띄어써놓았습니다.

이 부분에 관해선 뭐라 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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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다 싫어졌어, 안녕.“

 

보는 내가 서글퍼질 것 만 같은 얼굴로 ㄴ은 작별인사를 하며 뒤돌아 떠나버렸다.

 

난 그저 무력하게 숲 속을 향해 점점 멀어져가는 ㄴ의 뒷모습만을 멍하니 지켜보았다.

 

난 책임감을 느껴버렸고 그렇기에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다.

 

난 ㄱ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뒤쫓지 않아도 괜찮겠어?"

 

내 물음에 눈앞에서 타오르는 모닥불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던 ㄱ이 그때서야 고개를 돌려 나를 마주보았다.

 

불빛에 비쳐 하얀 ㄱ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죄송합니다. 생각에 골몰해 듣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정말로 듣지 못 한 듯이 묻는 ㄱ의 얼굴을 마주하며 나는 되물었다.

 

"ㄴ을 쫓지 않아도 괜찮겠냐고 물었어."

 

“잘……모르겠습니다.”

 

내 물음에 ㄱ이 고개를 떨구며 대답했다.

 

“ㄴ이 널 좋아하는 것이잖아, 아냐?”

 

“그건……아닙니다, ㄴ은 절 좋아하는 게 아닙니다. ㄴ이 좋아하는 건 ㄱ입니다.

 

ㄱ은 잠깐 주저하는 듯하더니 확신에 찬 태도로 답했다.

 

잠깐 동안 이해 못해 당황했고 그 잠깐이 지난 뒤에도 난 이해할 수 없어 당황했다.

 

나는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 ㄱ이잖아?”

 

“맞긴 맞습니다만 이건 다릅니다.”

 

ㄱ은 조금 난처하다는 듯 무릎위에 얹어두었던 왼손을 들어 옆머리를 엄지와 검지로 매만지며 답했다.

 

“제 말은 ㄱ은 내가 되고자 원했고 그렇게 행세한 모습이지 저의 모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구나하며 납득했다.

 

확실히 나도 게이인 건 아니니까 말이다.

 

“ㄴ이 좋아하고 고백한 대상은 ㄱ입니다, 제가 아닙니다.”

 

ㄱ은 조용히 단정짓듯이 읊조렸다.

 

너무나 낮고 조용하게 말해 듣지 못하고 되물을 뻔 하였다.

 

말을 맺으며 ㄱ은 머리카락을 매만지던 손을 내려 무릎위에 얹어두었다.

 

왠지모르게 ㄱ의 모습이 애처로워보였다.

 

ㄱ이 말을 맺자 무거운 침묵이 주변을 감싸안았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길만이 침묵을 쫓아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타오르는 불길에 감사하며 ㄱ에게 말을 건다는 행동으로

 

그에 협조하기로 했다.

 

“후회……라도 하는 거야?”

 

“아닙니다. 다만 제가 그녀에게 착각을 하게 했다는 것에 대해 반성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ㄱ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죄책감은 무시하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ㄱ은 입을 열어 말을 이어갔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ㄱ이 되길 원해 그처럼 행동했습니다.

 

정의롭고 냉정하나 자기자신에 엄격하며 강인한 ㄱ처럼 말입니다.

 

우연히도 제겐 이마가 밝고 아름다운 ㄹ같은 동생이 있었습니다.“

 

마치 농담처럼 들려 ㄱ을 마주보며 웃어주려고 생각했지만 모닥불을 직시하고 있는 ㄱ의 모습에선 웃음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진심으로 그리 여기는 듯하였다.

 

“저 또한 평소 ‘품행이 단정하다’거나 ‘옳곧다’, ‘냉정하다‘등의 평가를 듣곤 하였습니다.

 

최적의 조건이던 겁니다.“

 

ㄱ은 그렇게 말하며 나지막이 말을 끊었다.

 

분명 더 할 말이 있으리라 생각해 모닥불의 아름답게 타오르는 불꽃의 움직임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러나 기대하며 기다렸다.

 

잠시 후 내 예상이 적중했단 걸 깨달았고 좀 더 정리된 생각을 듣게 된다는 보상을 받게 되었다.

 

그러리라고 생각하였다.

 

다만 내 생각과 달리 그 보상은 조금 색다른 것이었다.

 

ㄱ이 일어선 것이다.

 

다만 시선은 여전히 모닥불을 벗어나지 못했다.

 

난 순간 당황하여 ㄱ을 불렀다.

 

“ㄱ?”

 

“ㄴ을 찾아야합니다. 숲의 밤은 위험합니다. 외지인이 홀로 돌아다니는 건 무리니 멀리 가진 못했겠지만 오히려 길을 잃어 헤매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 부름에 ㄱ은 내용과는 달리 담담히 대답했다.

 

그를 자세히 쳐다보자 미세하지만 떨림이 있었다.

 

왠지 웃음이 나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정말 그 이유뿐이야?”

 

내 물음에 ㄱ은 얼굴을 붉힌 듯 했다.

 

모닥불에 비쳐 ㄱ의 얼굴은 이미 붉어져있었기에 나는 모닥불을 속으로 아주 조금만 원망했다.

 

이런 행동은 이성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ㄱ의 말을 경청했다.

 

“……사과해야합니다. 전 의도한건 아니지만 ㄴ에게 오해를 하게 하였고 그로 인해 상처입혔습니다. 비록 제가 ㄱ이 아니라 ㄴ의 바람을 이뤄주진 못하겠지만 필요할 때 달래주고 보듬어줄 순 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전 ㄴ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말을 맺으며 ㄱ은 ‘ㄴ을 찾으러 갔다오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나를 남기고 떠나버렸다.

 

내 곁엔 두 자리와 모닥불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모닥불이 뜨겁게 타올라 얼굴이 데일 지경인데도 왠지모르게 옆구리가 시려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커플을 저주했다.

 

ㄱ은 언제 쯤 돌아올려나.

?
  • profile
    윤주[尹主] 2012.12.03 09:02
    사랑은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향한 감정이고, 결국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이라고들 하더군요. 이 글이 하는 얘기도 거기서 크게 엇나가진 않는 거란 생각이 드네요 ㅎ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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