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3 05:14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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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죠엘은 자신의 발을 휘감고 있는 나무뿌리에서 발을 빼내려고 애를 썼다. 처음엔 말이다. 하지만 그 여자의 요염한 미소에 홀려 차츰 차츰 손길은 늦어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그 여자의 손이 부드럽게 죠엘의 고개를 감싸서 들어올리자 움직일 수 없었다. 가슴 답답하게 조여오는 압박감. 압박감이 그녀의 미소로 표현되어 죠엘을 짓누르고 있었다. 멍하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기도 했다. 본능. 위험하다. 도망쳐. 움직여. 발을 빼내. 이성을 찾아. 직관을 찾아. 냉정을 찾아. 하지만 죠엘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여긴……."
  죠엘이 갈라진 목소리로 내뱉었다.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단지 깊이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에 세상이 일그러지고 세상이 다시 태어났다. "당신은……." 조엘은 말을 이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느새 발목에서 자라난 나무의 줄기가 입마저 가로막았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말을 멈췄다. 할 수 없었다. 더이상 소리를 낼 수가 없다는 걸 깨닫자 말은 비명으로 바뀌었다.
  "아- 아아! 아아아악-!!"
  조엘은 그때서야 몸부림을 치며 마구 손과 발을 휘저어댔다. 그러나 여자는 신비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조엘은 나무가 끝도 없이 자라나고 있음을 느끼며 이러다 나무에 삼켜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순간 나무의 성장은 멈추었다. 조엘은 그 와중에서도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러나…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나무는 갑자기 조엘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조여들고 있었다.
  "우-읍-"
  가슴이 답답했다. 너무너무 답답했다. 가슴에다 무거운 추를 달아 놓아서 그것의 무게가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했다. 이래서는 안된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조엘은 이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일단 이렇게 자신도 모른 채 공간이동을 할 수 있을까? 난 분명 증기기관에 올라타 있었어. 그런데 아무런 '댓가'도 지불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을까?
  내가 현실에서 EXIT로 처음 올때 자의는 아니었지만 목숨을 바쳤지. 그런데 여기로 이동하는 데에는 아무것도 바치지 않는다고? 여기로 불러들인, 그래, 그 여자, 그 여자가 시공의 연금술사라도 된단 말인가? 아냐, 제리코씨도 미란다인가 하는 호문쿨러스의 몸을 상하게 하면서 물체를 이동시켰지. 게다가 한가지 더 중요한 문제점은……난 몸이 없어.
  이 일은 모두 환상이야. 환상 내지는 환각. 그렇게 생각하자 압박감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지만 또 다른 통증이 느껴졌다. 비참함.
  "난..."
  어느새 줄어들기 시작한 줄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 천천히 땅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앞에서 여자의 미소가 사그라들었다. 그녀의 무표정에 나뭇잎이 우수수 반응했다. 그녀가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산들바람의 소리. 바람이- 나무가- 말을 하고 있었다.

─넌 누구? 어째서 그렇게… 어쩌면… 넌 몸이 없나? 그릇 없는 물은 쉽게 더럽혀진다고 들었는데.

  몸이 없냐구? 그래, 없어. 그렇게 생각하자 마자 조엘은 누가 가시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록 몸을 압박하고 있던 느낌과 발을 묶고 있던 나무줄기들은 모두 사라졌지만 아직도 그는 그녀와 그렇게 단 둘이 어두운 곳에 남아 있었다. 아니, 수많은 나무들과 자연들에 둘러쌓여서.

─어째서- 넌- 그렇게- 하지만 사카이 선생은 보여주라고 했어, 인간의 요람을.

  그녀의 목소리가 탁하게 갈라졌다. 주변의 나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누구세요?"
  조엘의 목소리.

─나?…드루아스……. '나무'야…… 나무 그 자체……
   산들바람이 내는 소리는 내가 내는 소리. 내가 내는 소리는 나뭇가지의 흔들림. 나뭇잎 하나마다 내 목소리가 담겨있고 나무의 뿌리마다 내가 있어. 너도 나를 알아. 난 인류의 요람인걸……어디를 가든 넌 내 안이야. 모두가 내 안이지. 난 자연이니까. 그리고 넌 귀여운 아기야. 아가, 아가, 귀여운 아가.
  하지만 사카이 선생을 이해할 수 없어……어째서 널? 왜 널 선택했지? 그 사람도 역시 '사람'이니까 미련할 수 밖에 없나? 하필 인간이지? 나이아스로는 불충분했나? 그정도면 그로서는─

  드루아스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자는 정신없이 중얼거렸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끝날때마다 그녀는 점점 커져갔고 조엘은 작아져갔다. 묻고 싶은게 많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기엔 조엘은 너무 작았다.

─푹신해 보이는 요람이 있어. 그건 나야. 요람 안에는 아기가 있어. 그건…너야.
   그 아기가 손에 쥐고 있는건……그건? 그건 뭐야?

  드루아스의 물음에 조엘은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았다. 양 손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기 때문에 조엘은 드루아스가 놀란 까닭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싫어. 불결해! 넌 연금술사야?

  드루아스의 외침과 함께 나무가 있는 검은 방, 요람은 크게 흔들렸다. 드루아스의 목소리는 점차점차 분노로 높아져갔고 나무는 숫제 부르르 떨기 시작한다.

─사카이 선생이 그렇게 하라고 지시했지. 하지만 네 손! 불결한 네 손! 더러운 그림자를 쥐고 있는 그 손!, 저리 가, 오지 마!

  드루아스의 분노한 목소리가 조엘을 후려쳤다. 조엘은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분명 드루아스가 직접 그를 공격한 것 같지는 않은데 그는 이리저리 누군가, 다른 타인의 의지대로 튀어다니고 있다.

─사카이, 요람을 흔들지 마!!!!! 부숴버리기 전에!!!

  사카이 선생은 안경이 부서져 나가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는 뒤로 마구 밀려나는 몸을 멈추려고 손을 땅에다가 깊숙이 박아넣었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사카이 선생을 공격한 오스워드가 한걸음 더 다가서서 몸의 1/4를 피로 바꾸어 그에게로 쏘아보내며 물었다.
  “어째서 이런 짓을 하세요 사카이 선생님?”
  “글쎄……아리아드네랑 리빙스턴한테 물어보도록 하게나. 내 입에서는 단 한마디도 들을 수 없을 터이니.”
  “죠엘을 놔 줘요. 애초에 그 애를 노릴 이유가 없잖아요.”  “응, 없어. 근데 생겼다. 그 뿐이란다 해럴드군.”
  오스워드는 빗나간 피들을 다시 흡수해들이며 본 모습을 되찾았다. 오스워드와 해럴드는 동시에 한 음성으로 물었다.
  “혹시 죠엘이 ‘연성당한 연성자’기 때문입니까?”  사카이 선생인 대답 대신 씨익 웃어보였다. 교수의 이미지를 깊게 풍기는 그는 중후한 느낌으로, 검은색 머리카락에 네모난 테의 안경을 쓰고 있었다. 성격도 그만큼이나 고지식한 사카이 선생은 연금술사 내에서도 대쪽같기로 유명했다. 그는 2년 전 자신의 호문쿨러스 나이팅게일과 처지를 비관, 자살했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소문은 지금에와서 명확히 판별되었다. 거짓. 거짓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짱히- 살아있었던 것이다.
  “비록 나이팅게일은 없지만 내게도 수단은 있다. 드루아스, 넌 움직이지 말고 조엘을 계속 혼수상태에 빠뜨리고 있거라! 나이아스, 네가 나설 차례다. 내가 심하게 움직이면 요람도 흔들리니 발을 먼저 묶도록 해.”
  사카이 선생이 말이 끝나자 마자 두 사람의 밑에서 뭔가가 용솟음치더니 뭔가가 와락 그들을 덥쳐들었다. 순식간에 그 것의 속에 갇힌 오스워드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물?!’
  “그 안에서 피를 이용한 능력을 썼다가는 참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걸세. 하하하…나이아스, 친분이 있었던 자들이니 고통없이 죽이고 따라오게.”
  사카이 선생은 정신을 잃은 조엘을 껴안고 있는, 온화한 듯한 느낌의 여자를 데리고 자리를 떠나갔다. 이상한 물 벽에 갇힌 그들은 한참을 소리치며 벽을 두들겼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그때,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바로 그 벽이었다.
  “안녀-엉?”
  벽에 갑자기 얼굴이 생기더니 얼굴이 그렇게 물었다.
  “넌- 넌 나이아스.”
  더듬거리며 해럴드가 말했다. 드루아스가 나무를 대표하는 자라면 나이아스는 물을 대표하는 자. 그 자가- 어째서- 잠깐. 해럴드의 머릿속의 의문부호는 전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째서 사카이 선생이 너희같은 ‘가치’들을 부리는 거지?”  그러자 나이아스는 장난기 있던 표정을 거두고 담담히 말했다.
  “신경 꺼.”
  그러더니 물 벽은 그들에게로 조여들기 시작했다. 오스워드가 입술을 깨물며 오른 팔을 붙잡아 피로 만들었다. 해럴드가 그걸 보고 외쳤지만 이미 늦었다.
  “안돼! 내 쏘면 안돼!”
  그러나 이미 오스워드의 피는 내쏘아졌고, 물 벽은 산산히 부서졌다. 오스워드가 뒤늦게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산산조각난 물방울들은 피와 뒤범벅이 되어서 땅에 떨어졌다. 피가 주인에게로 회수되었다. 그런데 다 회수되고 난 다음 오스워드가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오른 팔을 찢어서 내던졌다.
  “이게 뭐야!”
  오스워드가 경악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내 던진 것 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팔은 다가와 오스워드에게 붙었다. 그런데 되돌아 와 붙은 것은 피 뿐만이 아니었다. 피와 섞인 나이아스가, 오스워드의 오른팔에 얼굴을 만들어내며 깔깔 웃었다.
  “안녕?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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