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9.06 08:43

地獄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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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한국전쟁이 치뤄지고 있는 무렵의 제주, 전쟁의 물결이 미치질 않는 이 평화로운 섬에는 흔히 문물을 외국으로 빼돌리려는 밀수꾼들이 득실대기 마련이다. 지금같은 전쟁통이라면 그게 더욱 극성을 부려서 제주에서 외국인은 모조리 도둑놈이라는 인식이 붙어있을 만큼 이곳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나빠질대로 나빠져 버렸다. 그래서 외국인들의 경우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코트 같은 것으로 몸을 가려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걸 알리길 극히 꺼린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금발에 은발까지 섞인 세 명의 외국인이 당당하게 사제복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모든 이들의 시선이 일단 고정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저, 안드레아 형제님"

"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니요, 이곳의 시선이 껄끄러운 것은 주께서 저희에게 내리시는 고난이겠지요"


담담하게 먼저 걸어가 버리는 은발의 신부, 알렉산더를 뒤쫓던 두 신부는 담담히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 굳센 표정으로 '그'를 찾아나섰다. 그들의 뒤로 잠시 서늘한 눈동자가 빙그레 돌긴 했지만, 그것 역시 잠시 이내 숨가쁘게 움직이는 군인과 촌민들 사이로 품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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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그랬나? 바티칸에서 온 신부들?"

"예, 사장님"

"뭐야, 우리 두억시니를 무시하는 건가? 응? 웃기지도 않는군"

전쟁 중에 높이 선 건물도 없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하늘의 햇빛이 창틀 사이로 간간히 스며드는 빛줄기가 투덜거리는 중년목소리를 지닌 사내의 몸을 비췄다. 살짝 드러나는 흰 양복과 벌건 담뱃불이 타올라 방을 금새 메어버린 연기 덕분에 빛이 산란되어 방 안은 전체적으로 뿌옇게 되어버렸다. 그의 옆에 서 있던 남자 역시 정중한 자세를 고치지 않고 있었다.

"바티칸에서 보낸 이들..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교황이던 나발이던 우린 목적만 달성하면 된다"

짤막하게 담뱃불이 비춰서 그의 얼굴을 드러내려고 했지만, 보인 것은 햇살에 반사된 새하얀 이빨이었다. 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 것을 마지막으로 담뱃불은 사그라들어 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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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한창 밀려내려온 북한군에 의해서 남한은 겨우 부산만을 차지하고 버티고 있었다. 아직도 반도 전체는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 했고 미국에서 원군이 도착하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한 실정이었기 때문에 남한에 모든 사람들이 부산에 몰려있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부산은 임시로 세워진 시장에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이야, 멋진 게 많잖아"

넉넉하게 잡아도 2000년 가량 산 밑에 파묻혀 살았으니, 다시 깨어난 오공에게 신기하지 않게 보이는 게 없을리 만무했다. 라디오, 전축, 전화기, 자동차, 자전거 심지어는 쌀포대 마저 과거와는 현저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 그저 신기해보일 뿐이었다.

"으윽, 배가 아직도 꼬르륵 거리다니"

분명 남하하를 도중에 인간도 여럿 잡아먹었고 동물들도 많이 먹었지만, 기본적으로 2000년의 세월 동안 굶주린 배를 채우기란 한참 부족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수백을 죽여도 티 하나 안 나는 전쟁터였으니 망정이지, 평화로운 시기였다면 무서운 철포 덕분에 오공도 함부로 나서지 않아 배는 더욱 고팠을 것이다.

"쳇, 철폰지 뭔지 소리도 크고 무식해서 함부로 하기도 뭐하고 말이야"

오는 중에 수도 없이 많은 철포를 보았다. 이전에 있었던 화약과는 수준이 다른 것들을 보고 그것이 내는 굉음과 파괴력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에 그것들이 자신의 전격 한 방과 비슷한 위력을 낸다는 사실도 지레 짐작했었다. 설령 그것이 땅 속에 묻혀 있던 지뢰나 화약의 오폭이라고 해도 오공이 그것을 알 수 있었을리가 없었다.

"아아! 맛있어 보이는거네"

흔히 시장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분식과 관련된 포장마차였다. 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소간식거리를 팔던 장사꾼은 눈에 혹해 보이는 오공을 재빠르게 낚아채서 손가락 세 개를 펴고 쥐포를 흔들었다. 금발이라서 그를 외국인이라고 착각했던 것인지 몰라도 그 장사꾼의 손동작은 오공에게 있어 가볍게 이해되었다. 주머니를 뒤적거려서 금덩이 몇 개를 던져주고 쥐포를 서너개 잡아든 오공은 만면에 활짝 미소를 띄우고 그것을 맛있게 뜯어먹었다. 도심으로 들어온 첫 날의 쇼핑은 아주 즐겁게 마무리된 것 같았다.

"후아, 맛있었어"

쥐포라는 것이 본디 쥐치라는 물고기를 잡아 갈아서 말린 뒤 파는 것이었고 군용 간이 식사로도 줄곧 사용되었기 때문에 안전이나 맛에 대한 보장은 따로 없었다. 더불어서 바다가 가까운 부산이기 때문에 쥐포의 출처를 구하기도 용이했었다. 피난 온 아이들에겐 유일한 간식인 셈이었고 오공에게도 당연한 것이었다. 비록 자신이 행동한 덕택에 시장에서 벌어진 작은 사전에 대해서는 신경쓰지도 않았다.

"시주, 멈추어 주지 않으시겠소?"

백발이 성성하고 수염도 굳게 내려와 매일 빗질이라도 하는지 깔끔한 모습을 하고 있는 노승이 염주알을 굴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합장을 하고 있었다. 그 승을 보는 순간 오공의 기분이 팍 드러워 지고 말았으니, 그의 머릿 속에서는 아직도 생생한 삼장법사의 그것이 들려온 것이다.

"뭐야, 땡중 나 지금 노친네 때문에 기분 드럽걸랑? 얼릉 할 말 하고 꺼져"

"허어, 말이 험하시구만, 젊은 시주가 그러시면 쓰나"

딱해보인다는 표정을 짓던 노승의 손이 번쩍하고 움직여 재빠르게 땅에 대고 작은 수인을 지어냈다.

"불의 수인...사대명왕이랑 뽕짝이 된 걸 보면, 동이족 불교인 모양이구나"

흥미가 생겼다. 흔히 밀교라고 불리는 동이족이 받아들이고 성장시킨 불교집단의 무력은 불교 무력의 최고위라 자랑하던 소림 백팔나한, 무당 등등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더군다나 그들 고유의 신앙인 단군신앙, 삼신교 등이 뒤섞여서 본디 불교에는 존재하지 않는 인법이라는 것을 맨 처음 만든 이들이기도 했다.

"밀교..를 아시는 구료, 그런데 시주는 인간이 아니지 않소?"

"나를 알아? 그런데도 덤비는 거냐?"

"비록 소승이 현세와 연을 끊었으나, 그대로 보고 있기에는 세상이 너무 문란해질 것 같아 이리 아사달을 내려왔소이다."

아사달이라고 한다면, 요즘 사람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 만한 곳이다. 개마고원의 북쪽이고 백두산의 서쪽에 위치한 중강진 이 반도에서 가장 추운 땅이며, 반만년 전 가장 축복받았던 땅이기도 했던 곳이었다. 밀교라면 고조선의 수도인 아사달이 어디즈음 위치했었다는 것은 당연히 알았을 터이고 노승이 밀교의 사람인 것은 아사달 역시 알고 있다는 소리가 되는 것이었다.

"교 내의 아이들 중 몇몇이 세상에 나와 세력을 부흥시키고 싶어 하길래 교주가 내게 그들을 봐 달라고 부탁해주었는데 마침 잘 되었소이다. 시주 소승과 걸출하게 놀아보지 않으시겠소?"

"이거 마음에 드는 땡중이구만, 좋아"

"나무아미타불 관세음 보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대명왕 중 부동명왕의 명왕염(明王炎)이 피어올라서 교화의 불꽃을 낼름거리면서 오공을 삼키려 들었다. 그에 번쩍 뛰어오른 오공이 손을 휘저으니 땅 속에 잠들어 있던 물줄기가 튀어올라 명왕염을 그대로 꺼버리고 말았다. 그 뿐 아니라 불에 닿았는데 사라지기는 커녕 얼어버리면서 불꽃이 시작되는 노승의 손을 찢어버리려고 달려들었다.

"아미타불!"

수인이 맺혀진 뒤에 피어오른 화염은 둥글게 노승을 말아올려 얼음기둥을 산화시켜버렸다. 맹렬한 화염이 치솟아 오르던 중에 그것은 칼의 모습이 되어 오공의 몸통을 태워버리기 위해 날아들었다.

"부동명왕의 맹염이로구나! 잘하면 그 화신의 면상도 볼 수 있겠군"

오공은 감탄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손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벼락이 내리쳤는데 그 기세가 어찌나 무섭던지 강렬한 굉음과 함께 화염이 픽소리를 내면서 꺼져버렸다. 벼락줄기가 다시 떨어져 내리려고 하자 노승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염주알을 굴리면서 눈을 감아버렸다.

"정말, 화신이라도 부를 생각인가? 괴물이군 땡중"

벼락들의 줄기는 하늘에서 하나씩 둘씩 엮이고 엮여서 본래 그것이 정전기로 발생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굵기보다도 그 밝음 때문에 밤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이 한낮과 같이 밝아서 오공 조차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자아 - . 이제 끝이다 땡중"

거센 벼락이 땅바닥에 내리꽃혔다. 콰르르릉! 무지막지한 굉음은 폭탄에 비할바가 아니었고 그 깊은 아래에 있던 지하수가 터져 깊게 파인 호수를 금새 만들었다. 그러나 그 중심에 우뚝 솟은 기둥같은 땅에는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노승과 그 머리 위의 여덟팔을 지닌 군다리 명왕의 허상이 둥둥 떠 있었다.

"갸릉! 제, 제천..대, 대성!"

허공에 울려퍼지는 육중한 소리에 오공은 그만 눈을 찔끔하고 말았다.

"빌어먹을 거미놈이 나타났구만, 에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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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졸리상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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