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7.11 00:12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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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IT를 부순다고 했었지?”

크로린드를 따라 발을 옮기던 죤이 물었다.

“그래.”
“하지만, EXIT를 부순다고 그곳에 있는 영혼들이 이곳으로 오는 것도 아닐텐데? 게다가 육체도 없는 그들이 이곳으로 와봤자. 할 수 있는 건 그들만의 그룹을 다시 만들어 생활하는 방법뿐이야. 그렇게 되면 네가 나에게 말한 것처럼 자신을 연성한 자와 인간답게 살고 싶다. 이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도 돼지.”

씨익 웃는 죤의 물음에 크로린드의 발이 멈춘다.

“이쯤에서 대답해주는 게 어때. 다른 목적이 있는 거겠지?”
“다른 목적이라.. 글쎄. 어떤 것일까?”

크로린드는 대답해주지 않았다. 다만 입꼬리를 살짝 올려 냉소를 지을 뿐이었다. 크로린드가 대답해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이자, 예상외로 죤은 쉽게 포기했다.

“뭐, 상관없지. 내 목적은 죠엘 녀석의 존재를 말소시키는 것뿐이니. 킥킥. EXIT를 부순다면 녀석이 사라지는 것은 기정사실일테고. 그 뒤의 일은 내가 알 바가 아니야.”

그들은 이쯤에서 말을 멈추고 발걸음을 계속했다. 말없이 길을 가는 크로린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죤의 얼굴엔 웬일인지 조소가 가득했다.

‘난 이미 제대로 된 인간이거든. 네놈들과는 달리. 킥킥킥.’

.
.
.

심홍의 산기슭. 피의 길로 변한 오스워드의 몸을 발판 삼아 산 아래로 미끌어지듯 내려가던 해럴드는 돌연 오스워드의 몸을 벗어나 멈춰 섰다. 해럴드가 멈추자, 붉은 색의 점액질이 한데 몰리며 한 소년-오스워드의 모습을 이루었다. 오스워드가 물었다.

“형, 무슨 일이야?”

오스워드의 물음에 가만히 서 있던 해럴드가 불안감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돌아가자, 오스워드. 죠엘만 보낸 게 불안해.”

아까는 제리코와 미란다에 대한 분노로 판단이 흐려졌던 해럴드가 다시금 냉정을 되찾자 생각난 것은 홀로 보낸 죠엘에 대한 걱정이었다.

“너라도 붙여줬어야 했어. 나답지 않게 판단미스를 하다니.”

해럴드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오른손 엄지로 누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하지만 형! 죠엘이 만약에 이미 인류의 요람으로 들어갔다면!”
“괜찮아. 네가 간다면 피를 싫어하는 드루아스는 도망갈테니까.”

오스워드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끄덕였고, 그들은 이내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

“뭐야, 이것들은.”

죤은 크로린드와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인간들을 바라보며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아까부터 졸졸 쫓아오기나 하고. 왠지 기분 나쁜데?”

죤이 그들을 쏘아보며 기분 나쁜 듯이 말하자, 한 사람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척 보기에도 귀족이라고 생각될 만한 옷에 흰 깃털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이었다.

“크로린드! 이 찢어죽일 악마 같은 놈!”
“아는 사람이야?”
“몰라. 기억 안나.”

죤이 크로린드에게 물었으나 크로린드는 과장된 몸짓으로 모른다고 대답했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러나 그 귀족은 크로린드의 도발을 그냥 넘기지 못했다. 뼈에 사무친 원한이라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너 이 자식! 신부님! 이 놈입니다! 끌고 갈 것도 없어요! 여기서 당장....”

귀족이 크로린드를 삿대질하며 외치자 반대쪽에 서 있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머리에 하얀 쟁반 같은 것을 얹어 놓은 인자해 보이는 인상. 전형적인 카톨릭계 신부였다.

“마음을 진정시키십시오. 케빈 형제. 아무리 악인이라도 재판을 받을 권리는 있습니다.”
“안소니 신부님!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저 놈은 사악한 흑마술사에 제 아내를 잔인하게 죽인 괴물입니다! 제가 증인인데 뭐가 더 필요하십니까! 저 놈이 술수라도 부리기 전에 여기서 처치하십시오!”

케빈은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소리지르며 크로린드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아하, 그래? 네 놈이 날 죽인건 생각나지도 않겠지."
"무...무슨 헛소리냐!"

크로린드는 목소리를 떨며 항변하는 케빈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죽일 놈."
"시, 신부님! 어서 저놈을 죽이세요! 뭔가 술수를 부릴 거라구요!"

케빈은 울 듯한 얼굴로 외쳤지만, 신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찢어죽일 죄인이라도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가 그의 신조였기 때문이다.

“그럼 순순히 따라오실까요?”
“싫다면?”

신부의 물음에 크로린드도 아닌 죤이 대답했다.

“그쪽은?”
“내 이름 같은 거 알아서 뭐 할라고?”

죤이 장난스럽게 대꾸하자 신부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뭐, 그 자와 친구라면 마땅히 재판을 받아야겠지요.”
“친구? 하하하하! 내가 이놈과? 정말 유쾌한 농담이군!”

죤의 웃음소리를 듣자,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죤. 일단 가세요. 제가 알아서 하지요.”
“그럼 사양 않겠어. 나도 카톨릭과 엮이는 건 싫거든.”

크로린드가 말하기 무섭게 죤은 신부에게로 다가갔다. 챙!챙! 그러자 신부 옆에 있던 두 명의 사내가 칼을 꺼내들어 죤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놀랍도록 오만하군요. 그렇게 쉽게 보내줄 줄 아셨습니까?”

신부의 웃는 낯짝을 보자, 죤은 속이 올라올 것만 같았다.

“난 저놈과 상관없다고 말했을 텐데?”
“그건 조사해보면 다 나오니까. 동행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신부가 손을 들어 신호하자, 주변을 둘러싼 이들이 검을 빼어들고 크로린드를 둘러쌌다. 죤은 그저 한숨만 쉴 뿐이었다.

“후우. 세 번 말하지는 않겠어. 비켜.”
“체포해!”
“우오오오!”

철컹! 체포하란 신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크로린드의 몸을 뚫고 수백가닥의 창이 고슴도치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크로린드를 둘러싼 모든 이들은 자신의 몸을 꿰뚫고 있는 강철의 창들과 크로린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고개를 떨궜다.

“......!”

크로린드의 주변을 둘러싼 이들의 몸을 꿰뚫은 수백가닥의 창은 검붉은 피를 뚝뚝 떨어뜨리며 다시금 크로린드의 몸으로 회수되었다.

“괴, 괴물....”

경악하고 있는 신부와 남은 사람들에게 갑자기 날카로운 바람 몇 줄기가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신이시여...”

신의 이름을 읊조리는 신부의 턱이 갑자기 투둑 떨어졌다. 그것을 기점으로 죤의 앞을 막고 있던 이들 모두가 마치 고깃덩어리처럼 수 조각으로 절단된 채 무너지기 시작했다. 피가 바닥을 완전히 적시며 발밑까지 다가오자, 죤이 말했다.

“그러게 비키랄 때 비켰으면 이런 일은 없잖아? 킥킥.”
"아, 아아아..."

사람들의 뒤에 숨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케빈은 지금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었다. 공포로 입이 굳어지고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 그에게로 크로린드가 다가갔다.

"그 날 너에게 죽은 나를. 아버지가 되살려주셨다. 기억에 없다면. 기억나게끔 만들어주지!"

크로린드의 잔인한 웃음을 접한 케빈은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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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썼도다. 무지 짧게 썼음돠! 길게 쓰고 싶어도 마땅히 쓸만한게 없어서 성당기사단들에게 둘러싸인 죤과 크로린드의 전투장면을 집어넣었다는.... 뭐, 전투랄 것도 없이 일방적이었지만.

여하튼. 저 케빈이라는 놈은 아직 죽이지 않았습니다. 저 놈을 이용해서 시험할 게 있거든요. 남의 생명을 대가로 바치는 연성이라는.... 여하튼. 이 실험을 위해 영국에서 실종 사건이 꽤 여럿 일어나게 됨.

제 멋대로 크로린드에 대한 설정을 집어넣었습니다만... 뭐 괜찮겠지요? 과거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던 놈이니.. 이런 식으로 당위성을 넣어주고도 싶었구요.

크로린드가 EXIT를 파괴하려는 목적은. 아버지의 생명을 앗아간 신들에게 복수하려는 마음도 있다고나 할까요. 궁극적으로 지구 파괴를.... 크캬캬캬캬

근데 뭔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모나미님 혹시 생각해두신거라도?

Who's 갈가마스터

profile

내 서명이 사라졌다능!!! 내 텔레토비 랩이 사라졌다능!!

 

여긴 어디?! 난 누구?!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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