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18 15:16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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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워드가 만든 터널로 진입한 후 죠엘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뜬 그의 앞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색적인 공간이 천천히 또는 빠르게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뭐, 뭐지? 이 공간은?”

죠엘은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온갖 색이 섞여 소용돌이치는 그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 이히히히. 킥킥킥.

갑자기 죠엘의 주변에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이 세상의 모든 웃음소리를 섞어놓은 듯한 그 소리에 죠엘은 소름이 쫙 끼쳤다.

- 자, 오랜만의 손님이군.
“누, 누구야!”

이 소리는 절대 귀로 전달되는 소리가 아니었다. 사방팔방에서 죠엘의 뇌를 향해 온갖 정보가 스며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실제론 영혼에 울리는 소리라고 해야 옳았지만. 소리가 울릴때마다 지끈거리는 두통때문에 죠엘은 머리를 쥐어짜며 소리쳤다.

- 히히히. 내가 누군지 알고 싶나? 그럴려면 대가가 필요한데 말야. 넌 나에게 뭘 줄 수 있지?
“대가라고?”
- 그래, 이 세상에 공짜란 없어. 작든 크든 뭔가를 지불해야 쟁취할 수 있는 거지. 하물며 그래. 내 이름을 아는데도 대가가 필요한 것처럼.
“이름? 너에게도 이름이 있는 건가?”
- 그럼! 나에겐 ‘수거하는 자’라는 멋진 이름이 있지!
“.....”
- .......

죠엘은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름을 알려면 대가를 지불하라고 해놓고 아주 자랑스럽다는 듯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어처구니없는 존재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 이런, 이런. 내 이름을 알아버렸군 그래. 룰루루~ 그럼 대가로 뭘 가지고 갈까나?
“자. 잠깐만! 자기 멋대로 말해놓고 대가를 가져가겠다니!”

죠엘이 기가 막혀서 외치자, 갑자기 죠엘 앞 공간이 일그러며 누군가의 모습이 나타났다. 검은색 흰색의 줄무늬가 도드라지는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광대였다. 끝에 방울이 달린 두 갈래로 갈라진 더듬이 모자나, 성별을 구별하기 힘든 중성적인 얼굴에 왼쪽 얼굴은 하얀색 오른쪽 얼굴은 검은색으로 색칠한 전형적인 광대의 모습이었다. 이윽고 일그러진 공간에서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광대는 턱을 긁적이며 고민하고 있었다.

- ......그러고보니 그렇네?
“이, 이것보세요. 전 당신에 대해 눈곱만치도 알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근데 마음대로 떠벌리고 대가를 바치라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보세요?”

거짓말이었다. 이 이지적인 공간에 있는 광대복장의 사람. 분명 자신을 수거하는 자라고 말한 이 사람에 대한 정체가 궁금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물며 호기심을 그 존재 이유로 보는 연금술사인데 이상한 현상에 대해 궁금하지 않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젠장, 궁금해 미치겠네. 하지만.... 저 자가 내 예상대로 ‘수거하는 자’. 즉, 신이라면 대가로 뭘 가져갈 지 알 수 없는 노릇이야. 게다가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영혼뿐이다.’

궁금함을 억눌러야 하는 이유. 그건 저 자가 누군지 알 수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 만약에 저 자가 가치를 정하는 신이라면 이름을 알았다는 그것만으로 영혼을 가져가 버릴 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 어째서? 하지만 네 영혼은 지금 궁금해서 미칠 것 같다고 외치고 있는데?

하지만 광대는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순간 뜨끔한 죠엘이었지만 여기서 물러날 순 없었다.

“안 궁금합니다!”
- ......흐으으으으음?

광대는 죠엘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침묵을 유지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죠엘은 속으로 굉장한 불안에 떨어야했다. 광대는 짐짓 심각해 보이는 얼굴로 죠엘의 이모저모를 살피더니 갑자기 웃는 얼굴로 돌변하며 말했다.

- 좋아, 좋아~ 이건은 넘어가 주도록 하지. 잊어. 잊자구~ 히히히.
“아... 예. 하하하.”

죠엘은 광대와 덩달아 웃으며 속으론 한숨을 쉬었다. 위기를 잘 넘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 히히. 그나저나 이곳을 지나가는데도 대가가 필요한데 말야. 그건 어떻게 할 생각?
“에?! 그.. 그건.”

뜬금없는 광대의 소리에 죠엘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보니. 오스워드랑 해럴드가 날 EXIT로 데려가기 위해 내 생명을 지불했다고 했었지. 이, 이런.’
“기다렸지요? 죠엘.”

한참을 고민하는 죠엘의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죠엘을 불렀다. 죠엘이 익숙한 그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활동적인 느낌의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12세 정도보이는 소년 바로 오스워드의 모습이 보였다.

“오스워드! 왜 이제야 온 거야!”
“죄송합니다. 죠엘. 하지만 이게 필요할 것 같아서요.”

오스워드는 죠엘에게 손에 든 굵은 종이 쪼가리들을 내밀었다. 종이를 받아든 죠엘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익숙한 공식과 각종 도형의 모습이었다.

“이건. 내가 연구한 생체연성공식이잖아.”
“죤의 정체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을 거 같아서 가져왔습니다.”
“고마워, 오스워드.”

죠엘은 진심으로 오스워드에게 감사했다. 분명히 죤의 탄생은 죠엘의 예상외였고, 그것은 죠엘의 공식 어딘가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었다.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선 뭐가 잘못되었는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런 의미로 오스워드가 가져온 죠엘의 공식은 죤을 상대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

“어쨌든 이제 EXIT로 가도록 하죠. 죠엘.”
“아, 그게 말이지.”

오스워드가 죠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하자, 죠엘은 오스워드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바로 이들 앞에 있는 정체모를 광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러저러해서. 대가가 필요하다는데. 어쩌지?”
“아, 죠엘 걱정마세요. 제가 알아서 하지요.”
“에?”

뜻밖에 오스워드의 표정은 밝았고, 그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죠엘도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이 공간에 대해 아는 것이 없는 죠엘로선 전적으로 오스워드를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오스워드는 걱정말라며 죠엘을 안심시킨 뒤 광대에게로 다가갔다.

“이분은 죠엘 카트린입니다. 저번에 이분의 생명을 대가로 EXIT로 데려갔었는데. 작은 사고가 생겨서 영혼이 현실세계로 이동하게 되었어요.”
- 흐음? 그런데?
“그.. 그런데라니요. 진리를 깨달은 자가 저쪽 세계로 가면 위험하다는걸 아시면서 그런 소릴.”

오스워드는 광대가 아무런 반응도 없자, 짐짓 놀라는 척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제가 저쪽 세계에서 이분을 다시 데리고 왔습니다. 패스포트는 아직 유용하지요?”
- 흐으음. 흐으으으으으음?

광대는 미심쩍다는 듯 죠엘과 오스워드의 이모저모를 살피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스워드는 여유만만했고, 죠엘이 오히려 더 불안해 보였다. 한참을 살피던 광대의 모습이 일렁이며 갑자기 소용돌이치는 공간으로 흩어져버렸다.

“뭐, 뭐지?”

그 모습에 놀란 죠엘이 소리치자, 아까처럼 머리로 직접 소리가 울려퍼졌다.

- 좋아. 가도록 해.
“감사합니다.”

오스워드는 히죽 웃으며 죠엘의 손을 붙잡았다.

“갑시다, 죠엘.”

오스워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용돌이가 점점 강해지며 멀리서 보이는 빛이 점점 밝아졌다. 그 모습은 마치 빛이 죠엘과 오스워드를 향해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새하얀 빛이 두 눈을 물들이고, 너무도 밝은 그 빛 무리에 죠엘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
.
.

“눈 떠도 돼요. 죠엘.”

오스워드의 말에 따라 죠엘은 천천히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어두운 방 안에 홀로 놓여 있는 낡은 탁자였고 탁자 너머로 누군가 앉아서 죠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스스한 갈색 머리카락. 하지만 그것과 상반되게 꽤나 기풍 있어 보이는 얼굴을 한 사람. 바로 오스워드의 형 해럴드였다. 해럴드는 여전히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형.”
“그래, 수고했다 오스워드. 다시 이곳으로 온 이유는 알고 계시죠? 죠엘.”
“아, 알고 있어. 하지만 말야 그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

해럴드는 마치 죠엘이 할 말을 안다는 듯 여유롭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저쪽 세계에서 오스워드가 한 말. 그거 정말 가능한거야?”

자신의 능력을 깨닫는 즉시 저 이질적인 공간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는 오스워드의 약속에 대한 물음이었다. 아깐 경황이 없어 무조건 통로로 들어갔지만, 통로에서 만난 광대와 그가 말한 대가라는 것 때문에 이 일은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뭐 이왕 이곳으로 온 이상 못 돌아간다면 할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자신 있게 말했으니 뭔가 대책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건 매우 중요한 것을 시사했다. 바로 현실 세계와 EXIT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여긴 EXIT 탈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가능합니다.”

죠엘은 대답이 너무 간단하자 오히려 더 불안해져서 말했다.

“그렇게 쉽다면 왜?”
“왜 현실세계로 돌아가지 않는가. 그건 그곳에 있던 당신이 더 잘 알리라 생각됩니다만?”

죠엘은 되묻는 해럴드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알 것 같았다. 해럴드가 돌아갈 수 있으면서 돌아가지 않는 이유를.

“물질세계에서 영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비록 물건을 만질 수도 있고, 움직일 수도 있지만 아무도 저를 볼 수 없고, 아무도 저의 말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런 곳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을까요?”
“몸을 연성하면 되잖.....!”

죠엘은 순간 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곤 말을 멈췄다. 해럴드는 죠엘이 말을 멈추자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돌아가는 방법은 나중에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이제 이곳에 있으면서 당신의 몸을 차지한 존재에 대해 연구해보도록 합시다. 아, 그 전에 동생 분을 만나보시겠습니까?”
“역시나 나사렛이 이곳에?”
“예, 지금 노스페라투 씨와 같이 알스하임에 있습니다. 우선 당신의 몸에 생명수가 완전히 되살아날 때까진 그곳에서 동생분과 같이 요양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모르시겠지만, 생명수가 되돌아오는덴 시간이 많이 걸리거든요.”

-----------------------------------------------------------------------------------------------

으음.... 시간이 오래걸렸군요. 헤헤헤~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한가지 일에 집중을 못하느라 글을 쓰는데 시간을 꽤나 잡아먹었습니다.

게다가 도지님과 모나미님의 설정이 뒤엉키는 바람에 글을 쓰는데도 애로 사항이 꽃피었구요.=ㅅ=;;

뭐 뒤엉킨 설정이라고 해봤자 현실세계에서 EXIT로 이동하는데 대가가 있고 없고의 차이이긴 했지만요.

여하튼 이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스워드가 만든 통로를 이용해 죠엘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이동한다는 말은.

1화에서 죠엘의 영혼을 EXIT로 이동시키는데 굳이 죠엘의 생명을 대가로 바칠 이유가 없었다는 뜻이기도 했으니까요.

여하튼 되돌아가는 방법은 생각해둔게 있긴 하다만 그건 나중에 나중에. 다른 분들이 또 제 차례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만들면 그때 쓰려는 일종의 '꽁수'니까 굳이 밝히진 않겠습니다.

머리 속에서 우째 학문적으로 나갈라니까 말이 꼬입니다 그려. 췟췟췟. =ㅅ=;
(애초에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에 심한 알레르기 증상이....)

그럼. 전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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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명이 사라졌다능!!! 내 텔레토비 랩이 사라졌다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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