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02 08:38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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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스하임의 사람들이 모두... 사라졌다고요? 제리코도 함께? 잠깐만, 그렇다는 것은... 설마, 제리코의 호문쿨러스, 미란다도?"
  "그래... 모조리 사라져버렸어."

  노스페라투의 한숨. 라튼은 부끄럼을 타는지 아직도 집 안에 있었다. 조엘은 그나저나 속이 타기 시작했다. '시공의 연금술사'라니... 그렇게 거창한 칭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을수나 있단 말인가...?

  "그래... 그렇다면... 내가 갈 수 밖에 없지. EXIT의 자경단인 내가 말이지."
  "그렇군요..."

  해럴드는 힐끔 조엘쪽을 쳐다보았다. 따라가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노스페라투가 한숨을 쉬었다. "제리코와 너는 둘도 없는 친구였지."
  그렇지만 해럴드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미란다를 빼먹으셨어요."
  "......그래.......너희 셋은 언제나 몰려다녔었다고 했었지. 아, 물론 현세에서 말야."

  "저, 저기요... 질문이 세가지 있는데."
  조엘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나섰다.
  "첫번째로 시공의 연금술사라니, 도대체 무엇을 연성한다는 것입니까?"

  오스워드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 그 사람은 번쩍하고 다른 사람이나 물체를 이동시킬 수 있다고 알고 있어."
  "...전송? 그것도 생체를?"

  죠엘이 깜짝 놀라서 묻자 오스워드도 고개를 갸웃했다.

  "글쎄, EXIT로 오기 전에도 그런 일을 몇번 행했다고는 들었어. 하지만... '시'공의 연금술사라니, 시간도 어떻게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제리코는." 노스페라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원하는 물건이나 대상을 원하는 시간대에 내려놓을 수 있지. 물론 댓가가 필요없거나, 조건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 그런 능력을 가진 아이였어."
  "그렇군요." 조엘은 수긍하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미란다라구요? 그리고 그 여자가 호문쿨러스 라뇨? 창조된 생명을 호문쿨러스라고 하지 않습니까? 설마 EXIT로 오기 전에 연성을 했다던가 한 건..."
  "뭔가 잘못 알고 있군..."

  해럴드가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가 말하는 호문쿨러스들은 보통 연금술에서의 호문쿨러스와는 달라. 많이 다르지. 연금술의 호문쿨러스는 작은 인간, 게다가 완전히 창조한 인간을 뜻하지만 우리는 죽은 사람을 부활시킨 사람들이지. 그리고... 그 결과로 되살아난, 금지된 댓가의 보상을 딱히 부를게 없어서 호문쿨러스라고 부르고 있을 뿐이야. 내가 알기로는 EXIT에는 현재까지 열 일곱의 호문쿨러스가 있었어. 그러나 열 넷이 그의 주인... 아니, 주인이라기 보다는 그들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따라 사라져버렸지. 주인들은 죽기도 했고, 실종된 사람도 있어...
  어쨌든 우리가 알고 있는 호문쿨러스는 셋이야. 먼저... 오스워드(해럴드는 오스워드를 가리켰다) 그리고, 다윗... 어? 노스페라투씨. 다윗을 데리고 오시지 않으셨나요?"
  "다윗은... 집에 남겠다고 했단다. 원래 미란다와 오스워드를 싫어하지 않니. 원래 어둡고 침침한 성격의 애니까..." 노스페라투가 쓸쓸하게 말했다.

  오스워드가 조엘에게 귓속말을 했다. "다윗은 노스페라투씨의 손자였어요. 그런데 노스페라투씨의 말에 의하면, 원래 성격이 어두웠던 건 아닌 것 같지만 '되살아난 후' 조금 변했대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노스페라투씨는 경쾌하게, (약간 경박해 보이기도 했다) 조엘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으며 물었다.

  "자네의 전문분야는 무엇인가?"
  "아.. 저는..."

  조엘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변변한 특기 같은것은 없었다.

  "저는..."

  조엘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한가지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못하지만 조엘은 할 수 있는 것.

  "대기중의 성분을 이용해서... 연성을 합니다..."
  "정말인가? 대단하군."

  노스페라투의 눈이 커졌다. 그는 허허 웃었다.

  "기체의 연금술사라고 불러야 겠어. 그나저나... 여기로 왔다는 것은 인간을 연성했다는 것인데... '신'의 말을 듣지는 못했나?"

  "댓가는 언제나 조금 부족한 법이지."
  "네 자그마한 영혼의 조각으로는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다."

  오스워드가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우리와, 아마도 라튼이 들었을 말이에요. 조엘, 당신은 무슨 말을 듣지 못했나요? '신'의 말을..."
  "오스워드" 해럴드가 오스워드를 제지했다. "그는 아직 사람을 연성하지는 않았어."


  "나는.. 다윗을 연성하면서..."

  그 순간을 회상하는 것인지 노스페라투의 안색이 약간 창백해졌다.

  "[애정은 독약이지... 신은 인간을 사랑하지 않아, 공평하지]라는 말을 들었다네.
  뭐, 아무렴 어떤가. 우리는 '신'의 말을 하나씩 기록해서, 어쩌면 신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어. 그나저나, 그.. 다른 귀여운 아가씨도 왔다고 들었는데..."

  "아, 라튼."

  오스워드가 딱 소리나게 손가락을 튕기고는 라튼을 데리러 들어갔다. 곧 그가 라튼을 데리고 나오자 노스페라투가 모자를 벗어 정중하게 절을 했다.

  "귀여운 숙녀분이시군."

  그의 약간 익살스러운 인사에 라튼은 오스워드의 뒤로 숨었다. 그리고 올빼미같은 눈으로 한동안 노스페라투를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EXIT의 자경대라니요...?"
  "아."

  노스페라투는 부드럽게 웃었다.

  "뭐 별 것 없세. 우리가 만들어낸 치안 유지대...라고나 할까. 이상공동체지만 다툼은 피할 수 없는 것이거든. 보통은 사소한 다툼을 중재하지만, 글쎄, 이런 일도 맡기는 해."

  노스페라투는 다시 모자를 머리에 얹고 말했다.

  "그럼 노인네는 이만 임무를 수행하러 가보겠네. 다음에 또 보세, 해럴드, 오스워드, 만나서 반가웠다네, 조엘군, 라튼양."
  "저...잠깐만요."

  조엘은 문득 말했다.

  "저... 따라가보고 싶어요."

  '시공의 연금술사... 만나보고 싶어...'

  조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실종되었다는 하지만, 완전히 사라져 버린 마을에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사실, 이상공동체에서 가장 큰 적은 내부의 분열인데, 지루함도 내부의 분열을 불러오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조엘이 간다면... 조엘 혼자서는 아직 적응도 못했는데. 게다가... 노스페라투씨가 허락해 주실까?"

  해럴드가 말했지만 노스페라투는 혼쾌히 좋다고 응했고, 이왕이면 해럴드의 도움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자 해럴드도 자신도 가겠다며 수긍했다. 그러자 오스워드도 덩달아 가겠다고 했고, 라튼을 혼자 남겨 둘 수 없어서 라튼까지 어영부영 모두 노스페라투의 증기기관으로 올라탔다. 노스페라투가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허, 이것 참! 손자가 둘이나 늘어난 기분인걸."

  그들은 알스하임으로 가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험난한 심홍의 산기슭으로 향했다.










  "오빠가...죽었어..."

  조엘 카트린의 동생 나사렛 카트린의 볼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렸다.

  "데려가 버렸어..."

  나사렛은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녀의 볼에서는 쉼없이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냐... 누가 죽인거야... 그렇다면... 그렇다면..."


  '살려 내 보이겠어... 오빠를!'

  나사렛은 오빠가 죽어 넘어져 있던 책장에 가서 오빠의 필체로 쓰여있는 잡다한 문서들을 살폈다. 그러나 그 중, 유독 한장이 나사렛의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한 가운데, 익숙한 오빠의 필체로 붉게 써져 있었다.

  "EXIT"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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