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31 09:15

마지막전사 (Lost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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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들어왔다. 왠지 모르게 숲은 고요했다. 새들도 한마리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간 것일까?



"흠……."



칼은 뭔가 이상한 듯이 숲을 둘러보았다.



"왜 그러세요?"



내가 칼에게 물어보았다.



"글쎄……. 왠지 기분이 좋은 편은 아니군. 이 숲에 뭔가 이상한 것이 들어왔어."



이상한 거라니. 대략 트롤이라도 되나? 아님 오거? 나는 둘러보았다. 용병 대원들도 심기가 불편한 듯 보였다. 특히 멘허튼 단장님의 얼굴은 가관이었다. 호기심과 의심 그리고 상상이 믹스된 얼굴은 아무리 진지한 사람이라도 미소를 머금게 할 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이봐, 저기 뭔가가 보이는데!"



고블린 소굴이 뻔 했다.



"이… 이건 뭐지?"



먼저 뛰어간 칼이 중얼거렸다. 나도 다가가 보았다. 끔찍했다. 50마리 쯤 되는 고블린들이 몰살되 있었다. 고블린들은 철저하게 '살육' 당했다. 구역질이 나올것만 같았다. 파넬리아를 두고 온 것을 다행으로 여길 정도였다. 물론 틀린 생각이었지만.



"고블린들이 이렇게 몰살당할 정도면 보통내기는 아닌 것 같은데?"



멘허튼 단장님께서 먼저 말씀하셨다.



"궁금한걸요? 과연 이정도의 실력자는 누구일까요? 마법사라면 3~4써클 정도는 되겠네요."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말했다. 그러자 칼이 정정하였다.



"아니. 이 파이어 버스터의 위력이 4서클은 아니야. 4써클도 아무리 많이 상대해 봤자 20마리 정도 상대할 수 있지. 이정도는 무리야. 대략 5써클은 되겠군"



그러자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이정도의 실력자는 누구일까? 순간 오싹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 나는 멘허튼 단장님 께서 주신 장검을 빼들었다.



"이보게들! 이 숲에서 빠져나가고 싶은데 어느 쪽으로 가야됩니까?"



수상한 남자였다. 짙은 검은 색 로브를 입고 있었는데, 심히 위압적이었다. 나는 어느새 주춤거리고 있었다. 그 남자에게서 나오는 기운은 너무나 세었다. 칼도, 멘허튼 단장님도 얼굴이 심상치 않으셨다.



"전부 꿀 먹은 벙어리들이신가?"



"넌 누구냐?"



칼이 소리치며 물었다.



"질문은 제가 먼저 하지 않았습니까? 어디로 가야 나갈 수 있죠?"



"저쪽이다."



멘허튼 단장님께서 손으로 출구를 가리키셨다.



"고맙소. 저도 질문에 답해드리지. 전 에드가라고 합니다만. 어쨌든 고맙군요."



그는 우리에게 인사를 한 뒤 지나갔다. 그런데 내 앞을 지나갈 때 속삭였다.



"조심하시오."



조심하라니. 뭘? 어쨌든 에드가라는 사람은 사라졌다.



"내 생각엔 에드가 같은데."



멘허튼 단장님께서 칼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흠……. 단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마법사는 아닌 것 같아도……."



순간 동시에 외쳤다.



"설마?"



그날 우리 용병단은 숲을 온종일 돌아다니면서 고블린들만 찾다가 돌아왔다. 어찌 된 일인지 고블린 들은 코빼기도 안보였다. 보인건 대략 열댓 마리 뿐. 그것도 부상당한 것 같이 보였다. 나는 그 열 댓마리 덕에 장검을 휘둘르며 쓸 데 없는 진땀을 빼야만 했다. 그 날 저녁 나는 칼에게 가서 그가 누구인지 물어보려고 갔다.



"대략 아주 유명한 살인범이야. 무시무시한. 그렇지 않다면 이해가 되질 않잖아?"


칼이 대답하였다. 근데 칼의 머리 위로 주먹이 떨어졌다.


"……."


멘허튼 단장님이셨다.


"모르면 잠자코나 있어."


결국 그 날 저녁 쓸데없는 소리만 듣고 늦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내가 일어나 보니 천막 안 주위에는 나 밖에 없었다. 대략 옷을 챙겨입고 나오니 전부 고블린들을 찾아 나설 채비가 완료된 뒤였다.



"앞으론 좀 더 일찍 일어나라."



멘허튼 단장님의 말씀이셨다. 다시 고블린 들을 찾아 나섯다. 오늘은 20 마리 정도의 건장한 고블린 들을 만나게 되었다. 모두 전투 준비를 하였다. 그러나 선공은 고블린들이었다.



"꾸어어!"



날쌘 고블린들이 날다싶이 뛰어 눈 깜짝할 새 우리 앞에 섰다. 그리고 바로 그들의 무기를 휘둘렀다.



퍽!



강타하는 소리와 함께 고블린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우리 용병단이 한 발 앞선 것이다.



"공격!"



멘허튼 단장님 께서 소리치셨다. 우리 용병단 들은 모두 달려 나갔다. 칼의 검의 반짝이는 순간 고블린의 머리가 굴러 떨어졌다. 고블린 들은 지친 듯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였고 나도 두세 마리의 목을 쳐 떨어트렸다.



"고블린들이 이렇게 쉽습니까?"



내가 질문하였다. 그건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그 질문의 답은 바로 나왔다. 순간 20마리 정도 되는 고블린들이 더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는 우리 용병단이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부상자들이 속출하였다.



"젠장!"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나는 자세를 똑바로 잡은 뒤 주위보다 좀 더 화려해 보이는 고블린을 향해 돌진했다. 칼은 휘둘르지 않았다. 그 고블린은 도전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공격태세를 취했다. 가슴이 떨렸다. 그래도 돌진했다. 그리고 단 한방에 끝났다.



푹!



고블린이 자신의 무기를 내리치려 무기를 든 순간 나는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고블린이 내려치기 전 나의 검이 고블린의 목을 꿰뚫었다.



"꾸어어어어어!"



그 고블린이 외치자 나머지 고블린들은 퇴각했다. 대장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그 전투는 끝났다.



"휴, 정말 잘했어. 아크로안."



칼이 칼을 떨구고 나에게 한마디 던졌다.



"부상자가 많군."



멘허튼 단장님께서 둘러 본 뒤 말씀하셨다.



"돌아간다."



우리는 숲을 뒤로하고 성으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다친 부상자들을 돌보았다. 다행이 독이 묻어있는 무기는 없었다.



"몇 마린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더니, 정말 엄청나군."



누군가가 말했다. 그러나 그 말은 침묵으로 인해 묻혀졌다. 그리고 멘허튼 단장님은 조용히 밖으로 나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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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단검이라도 받기 위하여 멘허튼 단장님을 찾으러 갔다. 장검은 너무 무거워 나의 체질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단장님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를 않았다. 결국 나는 산책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걷다 보니 파넬리아가 내 뒤를 따라 오고 있었다.



"어제 어땠어?"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걸었다. 파넬리아도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길을 가는 중 숲에서 만단 에드가라는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호! 그 숲에서 본 용병이시구만!"



먼저 그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대략 거의 초면인데 친한 친구처럼 말을 걸어오시는군요."



내가 한마디 했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는 말했다.



"한번 인연 있게 만났으면 친구지 그게 뭡니까?"



난 그를 무시하다 싶이 하고 다시 용병단 숙소로 돌아왔다. 단장님은 언제 돌아오셨는지 책상에 뭔가를 끄적거리며 적고 계셨다. 무엇인지 궁금하여 가까이 가려는데 단장님께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다시 밖으로 나가셨다. 30분 뒤 단장님께서 다시 들어오시더니 용병단에게 말씀하셨다.



"새로 의뢰가 들어왔다. 황태자 보호야. 어때 할거냐?"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것 그냥 형식적인 것에 불과 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거절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용병단 중 누구 하나 안된다는 사람은 없었다.



"좋다. 내일부터다. 모두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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