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5.31 05:43

연금술사

조회 수 60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요하네스 22세(Johanness XXⅡ, 1316-1334년 재위)는 《사기죄에 대해서》(De crimine falsi)라는 칙령을 반포하면서까지 연금술을 강력하게 금지했으며, 연금술사나 그 선동자도 처벌한다고 선고했다.」


  "이거.. 이거야."

  16세의 어리디 어린 '연금술사' 조엘 카트린은 흥분한 나머지 손마저 떨며 정신없이 종이 위를 휘갈겨대던 연필을 내려놓았다. 그의 앞에 놓인 양피지에는 굉장히 복잡한 도안과 여러가지의 원소 기호들이 뒤죽박죽이 되어 갈겨져 있었다.

  "이것만 있으면..."

  조엘의 머리에 수은 중독으로 죽었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조엘은 희망에 가득 차서 외쳤다.

  "조금만 기다려요, 아버지."

  그리고 그는, 양피지에다가 재빨리 -EXIT-라고 휘갈겨 쓰고는 자신의 작은 연구실에서 뛰쳐나가 동생을 부르려 했다. 그러나 그는, 누군가가 뒤에서 입을 황급히 틀어막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몸의 중심이 뒤로 쏠려 넘어졌다. 누군가 그를 잡아당긴 것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조엘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덮쳐왔다. 정신을 잃기 전 조엘은 요즘 재위중인 교황 요하네스 22세의 군대가 자신을 죽이려고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연금술을 강력하게 금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 그가 알고 있었을 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덮친 것은 최소한 형태가 고정된 것은 아니었다.




  조엘 카트린이 정신을 차린 곳은 한 허름한 오두막이었다. 그는 '침대'에 눕혀져 있었다. 조엘은 벌떡 일어나 그림자가 자신을 잡아먹은 건 아닌지 의심하며 몸을 구석구석 살펴봤다. 그런 그에게로 한 목소리가 날아들어왔다.

  "안녕, 조엘 카트린?"

  흠칫 놀란 조엘이 고개를 번쩍 들자, 그의 앞으로 상냥해 보이는 얼굴의 20대 미청년이 걱정스러운 낯빛을 띄우고 있었다. 그의 갈색 머리카락은 허공에서 부스스하게 퍼져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귀족적인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조엘의 시선이 자신에게 머물고 있다는 것을 느낀 미청년이 자신을 손가락을 가리키며 말했다.

  "해럴드."

  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인가 보다. 그렇게 짐작한 조엘이 자신의 이름을 말하려고 하다가, 이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해 생각이 미쳤다. 그러자 따라서 이 사람은 나에 대해 알고 있고, 어쩌면 이사람은 나를 납치한 사람일지도 모르고-
  조엘의 생각이 정신없이 치달리자 해럴드가 살풋 웃었다.

  "너를 납치한 것은 내가 아니야. 어이, 오스워드?"

  그러자 해럴드의 허름한 오두막의 문이 벌컥 열린다 싶더니 활동적인 느낌의 주황색 머리카락을 가진 12살 정도로 보이는 꼬마가 맹렬하게 해럴드에게 달려들었다.

  "깨어났어요? 미안했어요."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난데없이 튀어난 뉴 페이스 덕분에 조엘은 어안이 벙벙했다. 조엘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고 오스워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을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은 저에요. 정말 죄송해요. 하지만 당신은, 연금술의 비밀 공식을 알아 냈고, 우리들은 그것을 내버려 둘 수가 없었어요."
  "저... 납치했다는 건 아무래도 좋지만,"

  조엘은 대화를 얼른 끝내려고 말했다.

  "여기는 어디야?"
  "여긴……."

  해럴드가 말끝을 흐리자 오스워드가 덧붙였다.

  "'신'연금술을 깨우친 자들의 자치세계, 이상공동체, 알케미토피아(*알케미와 유토피아의 합성어)! 비밀을 깨우친 자들의 세계."
  "비밀을 깨우친? 비밀이라니... 내가 아는 비밀?"
  "……."

  알케미토피아의 두 거주자들은 서로를 잠시 쳐다보더니 해럴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엘은 다시 다른 말을 늘어놓으려고 했지만 오스워드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우리 형제는(형제였나? 조금... 닮은 것 같기는 해, 하고 조엘이 생각했다) 저 반대편의 세계, 즉 우리들의 원래 세계에서 연금술의 진정한 '등가교환'을 깨달은 사람을 이쪽으로 불러들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저쪽 세계에서는 아직 그렇게 대단한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제 몸을 이용해서 불러들이는데... 아..."

  오스워드가 잠시 당황스러운 낯빛을 띄더니 해럴드를 향해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해럴드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차피 이사람도 이제 여기서 나가지 못해. 말해줘도 상관 없어."
  "응..."

  오스워드는 조엘을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약간 돌린채, 어두운 낯빛으로 말했다. 그의 손은 깍지를 끼고 있었는데, 계속 맞잡은 손의 엄지손가락을 연신 만져대고 있었다.

  "저는 몸의 절반이 피로 이루어져 있어요...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몸 속의 피가 아니라 피부조직, 근육조직, 뼈까지도, 완전히 절반이 피로 이루어져 있죠. 때에 따라 여러가지 형태를 취할 수도 있구요……. 게다가 이계를 건너다닐 수 있다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특성을 가지고 있죠. 그것을 이용해서 당신을 이쪽으로 끌고 왔어요."

  오스워드는 자신의 말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순간 그와 함께 그의 주홍색 머리카락이 풀썩 흔들린다 싶더니 그의 몸 절반이 유동성이 있는 핏빛 액체로 변해버렸다. 그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말예요,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거든요. 나를 대신 조합하는 댓가로 형은 매우 곤란한 댓가를 치뤄야만 했어요. 형은 댓가를 치뤘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그사람'에게서 들은 말이라곤 고작.."

  오스워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해럴드의 눈빛도 조금 변했다. 해럴드는 차를 준비해 오겠다고 웅얼거리더니 나가버렸다.

  "형이 나를 만들었어요. 진정한 의미에서 난 인간이 아냐. 저는 한 자리에서 고정된 인간... 아니 인간으로 보이는 인형. 저는 발전이 없어요. 학습도 없고... 저는 이때까지 존재해 왔던 제 기억의 산물일 뿐이에요. 환영이나 다름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은... 자신의 영혼 절반을 '그사람'에게 송두리째 내어줬어요. 하지만 저는 보통 사람들은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죠... 그래요, 언제나 댓가는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만 지불되는 건 아니에요. "
  "그사람이 누구야?"

  조엘이 묻자 오스워드는 멍한 눈빛으로 조엘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듣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오스워드는 잠시 그렇게 있다가 뱀이 쉭쉭대는 것 같은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 모든 것을 중재하는 사람... 모든 것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
  "모든 것의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
  "...즉- 신."

  신?

  조엘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크게 떠올랐다.

  신이라고 했어?

  오스워드가 몸을 숫제 부르르 떨어댔다. 그러면서 말을 더 많이 쏟아놓았다. 아마도 자신이 아는 것을 모조리 털어놓을 작정인 것 같았다.

  "사, 사람들은 착각하죠. 왜 나는 노력해도 안되는 거냐고. 세상에는 같은 가치따위가 없는거 아니냐고. 어째서 댓가를 지불했는데 합당한 보상이 오지 않는거냐고.
  사실은 다들 착각하고 있어! 어째서 등가라는 공식을... 인간 위주로 생각하는 건지.."

  조엘은 순간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이 꼬맹이가 무슨 얘기를 하는거야?!

  "등가는, 가격은, 인간이 정하는게 아냐. 그 가격은..."오스워드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차를 들고 방문앞에 서 있던 해럴드와 부들부들 떨고 있던 오스워드와 침대에서 앉아있던 조엘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이 정한다."

  "연금술사의 자치세계, EXIT로 온 것을 환영해."

  해럴드는 방문을 열고 들어와 조엘에게 차를 건네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오스워드는 뒷풀이를 하듯 허무한 표정으로 말을 맺었다.

  "우리는 '그 사람'에게서... 그러니까 형이 나를 만들어 낸 다음에, 그 사람은 우리에게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줬어요.
  [댓가는 언제나 조금 부족한 법이지]라고..."

  "하여튼 우리 형제는 그것을 비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해럴드는 상냥하게 웃었다. 조엘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복잡한 이야기가... 그러니까, 나는 집에 돌아가야 해. 아버지를 살려내야 해. 다시 조엘은 흥분하기 시작했고 벌떡 일어나려던 조엘을 해럴드는 단 한마디로 멈춰버리게 만들었다.

  "불가능해. 넌 이미 '원래 세계'에선 죽은 것으로 되어 있어.
   잊었어? 모든 일에는 댓가가 필요해. 네가 여기에 건너오기 위한 댓가는.."
  "설마.."
  조엘이 웅얼거렸다. "이미... 지불..."

  "네 목숨이였어."



  - -
  뭔가 굉장히 혼잡합니다만 저는 수행평가하러 또 달아납니다ㅠ

  어떻게든 지어내 주세요.

  큰 뼈대 스토리는 온갖 역정을 겪다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지만...

  에... 음... 다음 타자는 모나미 님...

  엄청 큰 것 빼고는 세부설정을 거의 안했으니까 원하는대로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몇가지 설정은 추후에 통지할게요 :)
?

등록된 글이 없습니다.

Board Pagination Prev 1 Next
/ 1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