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3 19:51

Evangelista님의 '눈'

조회 수 53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글을 직접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따라 가세요.


 


링크 : http://www.acoc.co.kr/acoc/board/zboard.php?head_data=head_fiction.php&footer_data=footer_fiction.php&root_data=../../newcoc/&cafeno=&id=fiction_yeonjea&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5099


 


 


※ 주의 : 링크된 Evangelista님의 '눈' 을 먼저 읽은 후 아래 글을 읽어 주세요.


 


 


 


 


 


 


- 밖에 비가 온다. 속이 좋지 않다. 점심 때 먹은 꽁치가 잘못 된 모양이다. 무릎이 살살 아파 온다. 이젠 고질적인 것 같다.


 


이건 에반님의 단편 '눈'의 서문이다. 하나의 글에서 시작은 참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자를 흡입시키는 힘을 가진 것도 서문이고, 글 전체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서문이며, 때문에 글의 주제를 압축할 수도, 화자나 주인공의 성격이나 운명을 묘사할 수도 있는 게 바로 서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서문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이 서문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두 가지 이다. 첫째, 외부 상황과 내부 상황, 둘째, 사실과 추측 (혹은 오해) 이 바로 그것이다. 이 두 가지는 글 전체의 맥락과 어느 정도 일맥을 유지한다.


 


비가 오는 외부상황과 속이 좋지 않고 무릎이 아픈 내부 상황으로 보았을 때, 외부 상황은 전쟁이 임박한 도시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내부 상황은 하숙집 딸에 의해 아픔을 겪게 될 화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자는 비가 내리는 풍경을 집안에서 보고 있다. 비가 내릴 때는 시야가 좁아지고 흐릿해지며 멀리 내다보기 힘들고 확실성이 결여된다. 이는 신문들이 모두 폐쇄되고 다양한 채널을 가지고 있던 14인치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 오로지 뉴스만을 방영하는 것과 연관지어진다.


 


신문은 활자 매체이다. 활자 매체의 경우 두 번, 세 번 재독할 수가 있고 비전문가 혹은 시민의 투고도 기고가 되며 반 정부적 글도 표현될 가능성도 있는 반면, 텔레비전 같은 영상 매체의 경우 재독의 여지가 없는데다가 뉴스의 경우는 전문가의 말만 인용되기 때문에 편중된 시각을 갖게 하게 마련이다. 게다가 '세계 정세를 볼 수 있는 뉴스' 가 유일한 매체인 경우, 일부사람들에 의해 날조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우려된다. 비를 맞으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제로는 집안에 누워서 창문 바깥도 내다보지 않고 잠꼬대 하듯이 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뉴스는 사람들의 증오심을 부추길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이것은 '진실과 추측(혹은 오해)' 와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내부 상황은 이런 외부 상황의 연장이다. 주인집 딸을 좋아하지만 위기에서 구해주지도, 좋아한다고 표현하지도 못한다. 다만 자신이 싫어하는 당근이 이틀에 한 번씩 나온다는 것이 영양을 생각한 그녀의 배려라는 것과, 그녀가 '싫어하는 군인' 인 헌병대장이 들어오자 자신이 좋아하는 감자가 나오고 당근이 나오질 않는 다는 것으로부터 그녀가 자신을 더욱 배려하고 있다며 그녀 역시 자신을 좋아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화자는 '주인은 자기 딸이 헌병대장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는 것을 들었으면서도 그녀가 군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부터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지만, 실상 그녀가 바라보는 헌병대장은 '군인' 의 범주에서 벗어난 영웅일 뿐이다. 아마 주인 뿐만 아니라 주위의 누구나도 알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군인은 뭐든지 잘 먹어야 하는데 -' 다음에 이어질 말은 반찬이 다양하지 않다는 불평이 아니라, 자신이 당근을 싫어하니 당근은 넣어주지 말라는 자신의 부탁을 들어준 것에 대해 주인집 딸에게 감사하다는 말일 것이다. 주인집 딸은 화자의 식사에는 아랑곳하지 않다가 헌병대장의 식사에는 유독 신경을 쓰고 있는 셈이다. (잠시 화자의 '미화된 짝사랑' 이 사살되었음에 대해 애도하며 묵념)


 


화자는 그녀의 눈빛이 주는 매력을 말하고 있다. 메두사의 신화를 빌어서 자신은 돌이 되어도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결국 그런 셈이 되어버렸다. 화자는 진실과 맞딱뜨리게 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자신이 오해했다는 것을 화자는 깨닫게 된다. 그것은 외부 상황 역시 마찬가지이다. '방어 위주의 성전' 을 외치던 서쪽 도시가 동쪽 도시로 진격했으나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대로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 동쪽 도시는 쉽게 함락되었다. 세균 무기도, 타국에서 사 온 미사일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피폐했다. 전투로 죽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투를 벌일 여력조차 동쪽 도시엔 없었다.


 


화자는 하숙집 딸의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눈과, 유일한 방영 프로그램인 뉴스라는 사회의 눈에 빠져서 진실을 왜곡하고 유혹에 빠지며 오해를 하게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주지해야 할 것은, 진실과 맞딱뜨리게된 후에도 글의 마지막에선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 도시는 다시 폐쇄되었다. 14인치 브라운관은 여전하다. 적은 북쪽 도시로 바뀌었다. 하숙집 딸의 상대가 고 헌병대장의 방에서 하숙 중인 어느 중대장으로 바뀐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예전과 같았다. 도시는 예전과 같았다. 서쪽 도시는 사악한 북쪽 도시를 응징할 것이다. Ad magnus dei gloriam. // 그리고 나 또한 예전과 같게 되어 버렸다.


 


이 글에서 동쪽 도시, 화자, 하숙집 딸은 결국 제 위치로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 위에 서있을 뿐이다. 서쪽 도시는 북쪽 도시에 대해서 왜곡된 뉴스를 내보낼 것이고, 화자는 하숙집 딸이 군인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헌병대장은 특이한 경우라고 위로하며) 여전히 믿으며 중대장과의 연애를 부인할 것이고, 하숙집 딸은 중대장은 군인이란 부류와 다른 존재라고 착각할 것이다.


 


 


 


 


 


글의 내용으로만 보았을 때, 참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실 확신이지만) 미국과 이라크,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관계 속에서 뉴스가 보여주는 편중된 시각과, 또한 그것을 아무런 여과 없이 받아들이는 우리들에 대한 비판의 시각이 담겨 있을 지도 모를 일이지요. 하지만 역시 왜곡된 것들을 어떻게 바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는 것인가 봅니다. 좀 더 세월과 경험과 연륜을 쏟아 부어야 찾아낼 수 있는 것일테지요. (역사 속으로 흘러버린 시간까지 끌어와도 부족할지도 모르지만요)


 


단편답게 한가지 주제를 나타내지만, 두 가지의 전혀 다른 이야기로 보이는 소재를 연결시킨 것은 단편답지가 않아 잠시 어지러웠습니다. (동시에 여러가지 이야기는 머리가 아파서요;) 짧은 호흡의 문체는 상당히 어려운 편인데도 그나마 무난히 사용하신 것 같고요. (간혹 드러나는 비교적 긴 호흡의 문장과 흐름을 끊어버리는 접속사는 참 아쉽더군요)


 


제가 전문적인 비평가도 아니고, 또 비평을 깊게 공부해 본 적도 없어서 주제 넘고 (혹시 제가 짚은 것 말고 다른 주제였던것은 아니겠지요? 그러면 슬퍼질겁니다;) 왜곡하고 (이 글을 쓰면서 스스로 왜곡된 시각을 비탄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확대 축소해 버린 일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리 짚어야 할 사건들이 많은지. 울고 싶더군요) 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소감 게시판이 생긴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조금 떠들어 보았습니다.


 


그럼 좋은 하루들 되시길.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2411 [특급누설] 룬의 아이들 - 윈터러 아란 2006.11.21 766 0
2410 약소국 그랜드 펜윅의 달나라 정복기 misfect 2006.11.23 548 1
2409 [창도단편] 단편 암울 소설 무제(No Titie.) 고스워드메이데이 2006.11.23 593 1
2408 Arcturus님의 Bloody-Eyed Souler 시라노 2006.11.23 637 2
» Evangelista님의 '눈' 타이머 2006.11.23 538 1
2406 영화 '괴물'을 감상했습니다. 아란 2006.11.24 817 1
2405 로안 - 암울 소설 다르칸 2006.11.24 582 1
2404 쵸키님의 '양말' 타이머 2006.11.24 616 1
2403 사운드 호라이즌, 엘의 초상에 대한 이야기.. misfect 2006.11.24 641 1
2402 Mr.J님의 신기 백과사전 misfect 2006.11.27 595 2
2401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Mr. J 2006.11.27 666 2
2400 Machine Father 아란 2006.11.27 869 2
2399 '눈'에 대한 고찰 1 에테넬 2006.11.27 745 2
2398 '신기 백과사전 - 붉은 단도' 간단 소감 아란 2006.11.27 613 0
2397 '신기 백과사전 - 나비를 부르는 피리' 간단 소감 아란 2006.11.27 571 1
2396 Machine Father 다르칸 2006.11.28 930 2
2395 Machine Father 또또님 2006.11.29 921 2
2394 Machine Father 아란 2006.11.30 890 2
2393 [심각한 네타]괴물에 대한 짧은 단상 문학소년 쉐르몽 2006.12.01 624 1
2392 괴물에 대한 독특한 시점에서의 고찰. [스포일러성 매우 강함]- 100%퇴고했음 초요 2006.12.01 637 2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130 Next
/ 13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