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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참 답답한 해였습니다.


군인들은 지원해 이라크 사막으로 가고, 북한은 핵실험으로 위협하고, 스크린쿼터 축소에 농산물 시장 개방 등


이 모든 사건들의 중심에, 단 하나의 국가가 존재합니다. 미국, USA. 현 세계 최고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추어, 누구나 인정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강대국 역사는 이미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함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본격적으로 미국이 세계를 주름잡는 강대국이 된 것은 그보다 조금 뒤인 냉전기부터라 봐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냉전이 극단으로 치닫던 5, 60년대, 그런 미국의 중심에서 미국을 '대놓고 까던' 사람들도 있었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얼마 전 메카시즘에 대항해 언론의 지조를 지키던 CBS 방송인을 그린 영화도 있었지요. 그리고 제가 소개하려는 작품, 약소국 그랜드 펜윅도 미국 캘리포니아발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첫 작품 그랜드 펜윅의 뉴욕 침공기가 53년에 발표되었고, 이 작품 달나라 정복기가 62년에 발표되었으니, 요즘의 감각엔 조금 맞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구 작가들 특유의 입심은 은근히 시대를 초월하여 통하는 데가 있습니다. 조금은 조심스럽고, 약간 고풍스럽게 느껴지는 해학이 담긴 문장은 요즘의 글들과 비교해도 그리 떨어지지 않죠. 껄껄껄 웃기보단 장난스러운 문장을 보고 슬쩍 미소지을 수 있는 분들께 이 책을 권합니다. 특히 이 권, 달나라 정복기는 제 생각에 이제껏 번역되 나온 그랜드 펜윅 시리즈 가운데 가장 재미있었지 않나 생각합니다.


 


유럽 한복판, 마치 바티칸이나 베네룩스처럼 매우 작은 국가 그랜드 펜윅이 이 이야기의 주 배경입니다. 1년 예산이라 해봐야 고작 2만 파운드밖에 안 되는 약소국(출판사의 주석에 따르면, 물론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1파운드당 1800원인 영국 파운드를 따른다 할 때 1년 예산이 약 3,600만원밖에 안 된다는 황당한 결론이 나옵니다)이지만, 원자폭탄보다도 더 강력하다는 소위 Q폭탄과 이를 발명한 천재적 과학자를 전리품으로 획득함으로써(뉴욕 침공기에서,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 그야말로 상대가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 승리를 거둡니다;;) 세계 질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 있습니다...만, 수도 시설조차 제대로 된 집이 없고, 자동차 역시 한 대도 없이 거의 중세 시대와 마찬가지의 생활을 하는 국가죠.


이 곳에서, 재상(영국식으로 말하자면 총리) 마운트조이 백작은 의회를 움직여, 군주인 대공녀를 위한 모피 코트를 사 주기 위해 미국에서 특별 차관을 도입하자는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모피 코트 한 벌이 1년 예산보다 비쌌던 관계로;;). 재상은 이를 핑계로 더 많은 차관을 받아와 의회 몰래 공공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미국에 '우주 개발 사업을 위한 특별 차관'과 '대공녀의 생일 선물을 위한 특별 차관'을 요청합니다. 안 그래도 소련과 나눠먹기 식으로 우주개발을 하는 입장이라 다른 국가들의 눈치를 받던 미국은, 이를 국제 여론을 유리하게 움직일 좋은 기회로 보고 그랜드 펜윅에 요청받은 금액을 훨씬 넘는 차관을 보냅니다. 만에 하나라도 이 약소국이 우주 개발에 참여할 리가 없다고 본 거죠. 마운트조이 백작은 자신과 미국의 생각대로 받은 차관을 전부 국가 수도 시설 정비나 길 정비 등에 사용하려 합니다만 한 엄청나게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뜻을 이루지 못합니다...


 


어떤 사건인지는 직접 봐 주세요. 소재를 채택하는 센스, 지극히 풍자적인 상황 설정, 상당히 정곡을 찌르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문장들. 무엇보다도 초강대국 미국을 물먹이는 작가의 상상력 등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덜 자극적이고, 그러나 재치만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 풍자극. 저로써는 정말로 만나기 힘든 명작이 아니었나 합니다. 적극 추천하기에, 잠시 소감이란 걸 잊고 거의 광고글처럼 변했습니다만 양해해 주시리라 믿으며...


 


여러분, 이번 주말 이 책 한 권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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