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06 08:08

地獄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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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강이라면 황하강이고 산이라면 황산을 꼽으니, 그만큼 산이 크고 기세가 맑아 명산이나 영산 소릴 듣는 이 산기슭 깊은 곳에 붉다기보다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핏빛 망토를 둘러친 남자가 뚜벅뚜벅 걸어나오고 있었다. 주변에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참혹한 모습이 새겨져 있었는데, 귀가 길게 늘어나 찢어져 버린 남자가 두 셋이고 목이 길게 늘어나다 찢어져서 죽은 남녀가 함해 일곱이며,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땅에서 솟아올라갔는지 온 몸이 갈갈이 찢겨져 죽은 남녀노소가 아홉이 넘었다. 참극도 이런 참극이 없을테지만 주변에 인기척도 별로 없을 뿐더러, 근처에 오더라도 저리 싸늘하게 걷는 남자의 손에 잡혀 죽을 것이 확실해 보였다.

"다음은...네 놈이냐?"

망토가 젖어서 바람에 꿈쩍도 않을 법 하건만, 바람이 살랑 불어오자 크게 풀어져서 너풀거리면서 그 속내를 모조리 보여주었다. 갈색 티는 몸에 꼭 맞아서 마치 조각처럼 다져진 근육을 그대로 들어내고 있었고 새하얀 정장 바지를 입었는데, 특이하게 황금색 동그란 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보고 있는 방향은 전혀 엉뚱한 나무 한그루 뿐이었는데 그 나무는 귀신이라도 들린 듯이 부르르 떨었다.

"나를 알아보다니, 역시 루갈이구만"

"백년목(白年木)이구나, 무슨 일로 나를 찾는 것이냐?"

백년목은 눈을 떴다. 나무는 보통 소나무와 같은데 그 정 중앙에 큼지막한 눈이 딱 떠지니 어째서 백년목이라 부르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새하얀 눈알이 살벌하게 루갈을 쏘아보고 있던 것이다. 그것도 잠시 뿐이었고 백년목의 눈알은 살짝 웃음을 지었다.

"재미있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그래"

"뭐? 재미있는? 전쟁이라도 벌어진 모양인가?"

전쟁이라, 1802년 불교의 힘이 급격하게 쇠퇴하고 천부인권사상을 내세운 구, 신교가 이 아시아에 흘러들어오면서 많은 이들이 힘들게 수행을 해야하는 불교보다는 편하고도 만민이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천주교로 돌아섰다. 그 즈음 황산에서 깨어난 이가 루갈이니, 이전에 손오공에게 크게 당해 힘의 상징이었던 오른쪽 눈알을 빼앗기고 부처들에게 합공당하여 봉인을 당했던 우마왕이라는 남자였다. 그 뿐만이 아니라 넓은 중원대륙에 한창 전쟁이 일어나 빼앗고 빼앗기니, 만산과 만천에 피가 흘러넘쳤다. 이 피라는 것은 본디 영혼이 소지하는 화폐와 같아서 영혼의 령을 악행으로 많이 소진하면 그 천국과 같은 땅에 들어갈 피가 모잘라 지옥에 떨궈지는 것이며, 다른 의미로 요괴들에게는 힘의 상징이기도 했다. 세상에 넘치는 것이 인간의 피였으니, 힘이 급격하게 소진된 루갈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죽이고 베고 찢어버리면서 이미 수천년 전에 지녔던 힘에 배는 더한 힘을 얻어 아예 새로운 세상 서구로 넘어가려고 했었던 것이다.

"아니면....그 땡중이라도 찾은 것이냐?"

그가 목의 황금 목걸이를 힘있게 쥐었다. 그 목걸이는 밀교에서 전해내려오는 구혼(構魂)이라는 목걸이인데, 심지어 신선이라도 목에 걸리면 힘이 십분지 일 밖에 사용을 못 하는 억제의 신기였다. 막 서구로 넘어가기 위해 훤칠해보이는 서양인의 가죽을 뜯어 뒤집어 쓰고 인간들 사이를 유랑하다가 노승을 만났는데 그가 불러들인 것이 바로 군다리명왕이었다. 군다리명왕이라면 어찌하여 물리칠 수는 있었으나, 석장에서는 부동명왕이 튀어나온 것이다. 당연히 명왕 중에서는 읏뜸이고 부처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귀신이 나왔으니 루갈이 당할 수가 없었고 어찌할 수 없이 구혼의 목걸이가 목에 걸려 서구는 커녕 황산 밖에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아니아니, 네 녀석의 오른쪽 눈을 가져간 놈을 찾았다."

"제천대성!"

"오호, 사제를 후하게도 불러주는군?"

"한 번만 더 나불거리면 아가리를 찢어주마 판자때기"

"..쳇"

백년목이 강한 요괴이기는 하나 황산은 커녕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저 머리가 조금 좋은 요괴일 뿐이다. 무력이라는 수위를 다투는 루갈에게 당할리가 없었고 백년목은 고이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래, 어디있다고?"

"한반도, 요즘 한창 전쟁 중이라는 그 오랑캐 소굴에 기어들어가 있지"

백년목의 장기 중에 하나라면, 천리안이었다. 약 1000년 전에 그 나이가 2000세가 넘어 생각을 하는 요괴화되었는데 그때 생긴 것이 천리 밖을 볼 수 있는 천리안이라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부처와 같은 무리들에게 숯하게 표적이 되었지만 그 장기인 두뇌로 여러 요괴를 구스르거나 혹은 협박해서 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이다. 실상 루갈이 그 옆에 있는 것도 백년목이 그를 꼬아냈기 때문이었다.

"그래? 좋아, 오늘 출발해야겠군"

"자, 잠깐!"

"뭐냐?"

백년목은 여태 단 한 번도 지어본 적이 없는 수줍은 눈매를 드러냈다. 3000년 동안 이 빌어먹을 땅에서 썩어왔다. 목숨도 부지했고 세상만사라면 모르는 것이 없는 그였다. 이젠 이 땅을 나가 진짜 인간을 보고 땅 위를 걷고 싶은 소망이 간절했다.

"네, 365가지 변신술이라면! 나를 변하게 해줄 수 있지? 그렇지?!"

"그래서 어쨌다는 거냐?"

"나, 나도! 나도 데려가 줘!"

"흐음, 그거 좋겠군"

루갈이 손을 흔들자, 백년목이 있던 자리엔 백발과 백안을 지닌 소년이 떨어져내렸다. 굉장히 여려보이는데다가 큰 눈망울을 지닌 소년은 자신의 두 발을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 나도 나도!!! 아하하하하하 - !"

"그렇게나 좋은...건가?"

어설프게 일어나서 제대로 걷지도 못 하고 기어가는 백년목은 무릎이 까지고 손바닥에 나뭇가지가 찔려 피가 흘러도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3000년 동안 그가 못 해본 단 한가지는 바로 세상을 구경해보는 것이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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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 전 주식회사 두억시니의 본사 앞, 신스케가 조용히 나와 검은 양복이 남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장님의 명령이다. 너희들은 중국에 좀 다녀와야겠어"

"예?"

"요동성에 우릴 맞을 손님이 있다더군"

"예!"

명령을 하달받고도 꿈쩍앉는 검은 양복의 남자들을 보며 신스케가 눈을 할 번 흘기자 그들이 기겁을 해서 급하게 사라졌다. 그는 몸을 돌려 올라가는 대신 수인을 집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크크큭, 천기가 어그러지기 시작했구나아 - 크크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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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닷새 후, 신스케와 조우한 뒤에 되돌아가는 만혜의 얼굴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아까의 분노보다는 근심이 더 깊게 깔린 표정에 민이와 단석이 오히려 모호한 표정을 지으며 그 뒤를 좇았다.

"단석아, 민아"

"예, 예?"

사장을 제외한다면, 가장 접근하기 힘든 사람이 바로 이 만혜선사일 것이리라, 민과 단석은 확답을 내릴 수 있었다. 항상 웃는 모습이지만 밀교의 교주후보에 올랐던 만혜선사이니 함부로 말을 걸기 힘든 게 당연했다.

"우마왕이라고 아느냐?"

"예?"

"내 소싯적 밀교에 있을 적에 들었던 말이다. '빛을 끄는 자는 제천대성이라 하고 어둠을 끄는 자는 우마왕이라 하는데 빛이 어둠을 이겼으나, 어젠가 밤이 돌아와 빛 마저 어둠으로 물들어 버리면 어둠을 끄는 자는 끝내 세상에 멸을 고하리다'라고 했다."

모호했던 둘의 표정은 갈 수록 어지럽다는 표정으로 변해버렸다. 어둠이니 빛이니 근대를 사는 둘에게는 너무 먼 단어들 뿐이었다.

"이미 100년 전에 우마왕은 깨어있었단다."

마치 우뢰라도 맞은 듯한 느낌이 단석과 민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런 괴물을 왜 아직 처리하지 않았던가? 이매망량이건 두억시니건 그 목적은 세상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이들에 대한 파멸이라고 알고 있는 둘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 때엔 내 스승이시고 밀교의 교주이셨던 곤호선사(昆護)께서 밀교의 보물로 일단 힘을 떨어뜨려놓았는데..."

"는데?!"

만혜의 눈에서 불이 뿜어지는 듯 했다. 마치 그 선대에 이루지 못한 것을 끝내 이루겠다는 듯한 신념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 힘이 커지고 있다."

만혜의 석장이 땅을 가볍게 두드리고 석장 끝의 쇠고리들이 부딪혀 청명한 소리를 울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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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세 명의 신부들이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건너왔지만, 상황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조금 다른 것이라면 신부복인 그들을 환대해주는 몇몇 조선인들일까? 또한 한국전쟁에 미군의 합세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외국인에 대해 조금이나마 나아진 시선만이 유일한 그들의 위안이 되었다.

"그런데 아드레아 형제님"

"예?"

"우리는 워싱턴에서 유럽으로 가야하지 않았습니까?"

"흠, 알렉산더 형제, 리오테 형제 저 카페에 들어가시죠"

카페라기엔 지나치게 조촐한 다방으로 들어간 셋은 가장 구석진 곳의 테이블을 찾아 들어가 앉았다. 그 겉을 무겁게 걸치고 있는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고 커피 세잔을 시켜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알렉산더와 리오테 신부의 눈은 안드레아에게로 향해졌다.

"두 형제께서 워싱턴에 도착하시기 전에 급보가 먼저 왔습니다 '그'가 유럽을 떠나 아시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예?"

"아니, 어째.."

알렉산더 신부의 반문은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이쁘장한 아가씨가 짧은 스커트를 입고 커피 세잔을 가지고 아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입가에 대고 향을 음미하던 안드레아 신부가 따뜻한 커피를 목으로 넘기고 난 뒤 손을 들어 알렉산더 신부의 앞에 편지지를 들이댔다.

"법왕성하의 급보입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세계에 많은 존재 혹은 그에 비견되는 이들이 이곳을 향해 오고 있다구요?"

안드레아 신부는 어느 새 커피잔을 비우고 두 손을 깍지 끼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도착하지는 않았으니, 정확히 말하면 예정이지요. 그러나 우리는 이곳에서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할 것입니다."

"그래야겠지만, 이 반도국가는 한창 전쟁 중이 아니지 않습니까?"

"널스 코리아(North Korea)건, 써우스 코리아(South Korea)던 우리들에게 위해를 가할 이들은 없습니다. 미국이나, 아니면 유럽의 총 공세를 버틸 만한 능력이 없을테니까요"

안드레아신부는 꾀나 유들유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 이전에도 북한이나 남한은 외국인에 대해 무력행사를 하지 않았다. 이미 이전에도 그런 빌미 때문에 유럽이라던가 미국의 협박이 수차례 있질 않았던가. 다만, 북한의 경우 소련이라는 아군이 있기에 외국인이 대한 적개심이 오히려 높아졌다는 것을 안드레아 신부는 알지 못 했다.

"그렇다면, 일단 최북단으로 올라가야겠군요"

"배는 무리겠지만, 차 정도는 이 나라의 정부에서 빌려주더군요"

"출발은?"

"내일입니다."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커피를 두고 세 신부는 다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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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손오공이 제일 주인공 같아서 우마왕은...납흔 마왕 정도 -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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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인데 미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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