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28 19:55

地獄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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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르륵. 주변의 배경은 온통 불바다였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불꽃의 뱀이 시뻘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잿더미로 화해가는 숲을, 마을을, 시체들을 탐욕스럽게 먹어치우고 있었다.

- 늦었나.

누군가가 불바다의 한 가운데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끔하게 정돈된 턱수염. 두 눈은 머리가 산처럼 둥글게 솟은 중산모의 그늘에 가리여져 보이지 않았다. 말끔한 줄무늬 회색 양복을 입은 이 신사는 두 눈을 간신히 뜨고 있는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 살고 싶은 게냐? 그렇다면 내 손을 잡아라.

.
.
.
.

“끄응..”

김씨는 조용히 눈을 떴다. 그러자 천장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전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도 몽롱한 것이 도대체 여기가 어딘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 딸랑.

청명한 방울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귀에 익숙한 울림. 고개를 돌린 김씨의 눈에 벽에 기대고 서 있는 쌀쌀맞지만, 묘하게 귀여운 얼굴의 댕기머리 소녀가 들어왔다. 새하얀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은 이 소녀의 이름은 제령술사 륜. 언제부터인가 김씨의 파트너로 정해진 붙임성 없는 소녀였다. 륜은 김씨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곤 특유의 쌀쌀맞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회복력 하나는 도깨비 맞군요. 이쪽은 아직도 진기가 돌아오지 않았는데.”
“....거참. 미안하군.”

김씨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백두산에서 있었던 일이 기억난 탓이었다. 뇌량, 독각귀. 일족의 원수인 그 둘을 생각하자 김씨의 목에서 욕지거리가 솟구쳐 올라왔다.

“젠장.”

완벽하게 졌다. 김씨가 분한 마음에 두 주먹을 부르르 떨자, 륜이 눈 꼬리를 치켜 올리며 말했다.

“이번 일은 사장님에게 보고했어요. 조만간 연락이 올 거예요.”

- 칙. 치직.

그 때 마침 김씨가 누워 있는 침대 옆의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무전기에서 축음이 터져 나왔다. 김씨는 한숨을 푸욱 쉬곤 무전기를 들어 스위치를 눌렀다.

“예, 김 현 입니다.”
- 치....치직. 그래, 일어났나?
“예. 사장님.”

무전기 너머로 중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히 위엄 있는 음성이었다. 꿈에서 나온 중산모 신사의 목소리, 그가 바로 이매망량 주식회사의 사장이라는 사실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 상황은 륜에게서 다 들었다. 그래, 10년 만에 만나보니 어떻던가.
“그대로였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마치 거짓말인 것처럼.”
- 흐음 그런가. 도깨비 마을의 정기를 흡수한 녀석이니 늙지 않는 것쯤은 이해할 수 있지.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뒤 김씨가 말했다.

“절 다시 보내주십시오. 사장님. 녀석은 아직 백두산의 정기를 흡수하지 못했을 테니 반드시 그곳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엔 이길 수 있다 이거예요? 웃기는 군요.”

김씨의 말에 대답한 것은 사장이 아닌 륜이었다. 김씨는 륜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주먹을 으드득 쥘 뿐이었다. 륜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뇌량과의 힘의 차이는 극명했다. 독각귀는 어찌어찌 해본다 치더라도 뇌량을 처치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 때 다시 축음이 터지며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백두산에 가봐야 소용없을게다. 오히려 너희들이 싸우면서 괴물 하나를 풀어놓았다는 사실은 아느냐?
“예?”

김씨와 륜은 처음 듣는 소리에 적지 않게 당황했다. 통신기 너머로 사장의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 백두산의 심장에 봉인되어 있던 제천대성이라는 놈이 깨어났다.
“말도 안돼요! 백두산의 봉인을 깰 정도로 싸우진 않았다고요! 설마...!”

목소리를 높여 항의하던 륜은 뭔가 집히는 것이 있는 건지 말을 멈추고 생각에 빠졌다.

“설마.. 그 때 뇌량의 몸에서 뻗어 나온 번개가...”
- 아마 녀석의 힘에 의해 백두산 전체 정기의 흐름이 일시적으로 멈춰 버린 걸게다. 아마 일시적인 쇼크 상태에 들어갔다는 것이 정확하겠지. 그게 아니라면 이번 일을 설명할 방도가 없구나.
“으음..”

륜과 김 씨는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건 완전 벼룩(역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꼴이었기 때문이다. 통신기 너머 사장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 녀석의 힘은 아직 완전하지 않다. 지금이라면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설마! 녀석을 잡을 생각이신가요?!”

지금 사장의 발언엔 문제가 있었다. 자칫 잘못했다간 이매망량 주식회사의 모든 사원들을 잃어버릴 가능성조차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의 반대편엔 두억시니 주식회사가 있었고, 이매망량 주식회사가 사라져버리면 술법을 이용해 암살과 여러가지 더러운 일을 하는 그들의 행보를 막을 수 있는 자들은 아무도 없게 돼버리기에 이 일은 신중히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저보다 더 잘 아시리라 봅니다만!”

륜의 목소리가 당혹을 넘어서 경악으로 터져나왔다.

- 알지. 하지만 어쩌겠느냐, 륜. 우리가 뿌린 씨앗인걸.... 우리가 다시 거둬들여야 하는 게야. 그게 최악의 결과가 될 지도 모르지만, 우리가 하지 않으면 누구도 할 수 없단다.
“하지만!”
- 너희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회복에나 주력하거라.

지금 아무 생각 없이 있을 수 있겠냐! 륜과 김씨는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경악했다. 김씨는 자신이 벌인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는 것 같아 편치 않았고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우며 외쳤다.

“사장님! 일주일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 일주일이면 너무 늦는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하지만 돌아온 것은 질책이었다. 사장의 목소리는 드물게 분노를 담고 있었고, 그것은 그대로 김씨의 가슴에 비수로 변해 들어왔다.

- 도대체 이 10년 동안 뭘 배운 게냐!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줬을 텐데 흥분해서 륜까지 위험에 빠트리고!

김씨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사장의 말에 반박할 만한 변명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원수를 목전에 두자마자 이성을 잃어 무작정 덤벼들었고 결론은 처참했다. 륜을 위험에 빠트렸고, 제천대성을 깨워버렸다. 이 모든 결과가 그의 분노에서 비롯되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을까.

- 닥치고 누워서 분이나 삭혀라! 네놈이 그 때 내 손을 잡은 건 복수만을 위한 게 아니었을 터! 나도 결코 복수같이 허망한 것을 위해 살다 죽으라고 살려준 것이 아니란 말이야!

김씨는 고개를 숙이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 그에게 사장의 용서 없는 철퇴가 내리꽂혔다.

-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자야 말로 삼류다! 지금의 네놈은 그것보다 더 해! 회복하면서 마음이나 다스려라! 못난 놈.

칙! 무전기는 그 말만을 남기고 침묵하였다. 무릎 꿇은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김씨의 모습을 륜은 못마땅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
.
.

쿠르릉. 어두컴컴한 하늘에서 땅을 향해 내리 꽂힌 벼락은 이내 붉은 몸의 오니를 흔적도 없이 불태워버리며 폭풍으로 변해 근처의 건물까지 무너뜨려버렸다. 이 모든 일을 일으킨 장본인인 손오공은 저 잘났다는 듯 노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피식 미소 지었다.

“이런, 너무 힘을 줬나? 박살나 버렸네.”

손오공은 배가 고파졌는지 근처를 기웃기웃 거리다가 굳건하게 서 있는 소나무 하나를 발견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먹을 것도 없는 소나무가 아니고 그 아래에 서 있는 자였다. 검고 길쭉한 모자를 머리에 쓰고 펑퍼짐한 일본의 전통 복장을 입고 있는 사내였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범상치 않았지만, 손오공에게 있어선 그리 신경쓸만한 인물도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별로 흥미가 없어진 손오공은 몸을 돌렸다.

“그런데...뭐, 상관없지?”

손오공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꺼림칙한 기운에 약간이나마 신경이 거슬렸지만, 곧 건들건들거리며 먹을 것을 찾아 다른 곳으로 향했다.

“...흐응?”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남자는 요망하게 찢어진 두 눈을 실룩거리며 부적을 꺼내들었고 이어 알아듣기 힘든 주문 같은 것을 웅얼거렸다.
우웅! 남자의 입에서 읊어지는 주문에 맞춰 불길한 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부적이 공명하기 시작했고 부적 위에 흐릿한 오망성이 떠올랐다.

“連(렌)!”

남자가 간드러진 목소리로 영창하며 공중에 부적을 던지자, 순식간에 타버린 부적의 뒤로 붉은 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오망성과 함께 누군가의 그림자가 드러났다. 남자는 그림자를 대하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야마토 신스케입니다. 회.장.각.하.”

음양사 신스케. 그것이 그의 이름이었다. 흡사 내시의 그것과 같이 간드러진 신스케의 목소리를 접한 두억시니 주식회사의 회장은 흐릿한 그림자 속에서도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언짢은 듯이 말했다.

- 손오공을 확인했나?
“어련하겠습니까? 그의 존재, 그리고 그 힘! 확실히 확인했습니다. 아직 우리 측에 비해 그렇게까지 강하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저게 천분의 일정도의 힘이라면 온 몸에 전율이 일 정도였습니다.”

손오공! 자신의 최하급 식신인 오니를 일격에 박살내버린 그의 힘은 그리 강대하다 볼 수는 없었지만, 힘이 억눌린 상태에서 그 정도까지 했다는 것은 역시나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강함과 존재감은 그에게 있어서 최고조의 흥분으로 다가왔고 신스케는 손오공의 자신만만한 얼굴을 떠올리며 황홀한 표정으로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 그래, 수고했다. 그럼 돌아오도록 해라. 녀석의 추적은 핫토리 겐조 휘하의 닌자대에게 맡기면 되겠지. 그러나저러나 핫토리 겐조 녀석, 일을 맡겼더니 돌아오질 않아.
“쿡쿡. 만사에 최선을 다하는 우직한 녀석이니 자기가 완벽하다 여기기 전엔 돌아오지 않을 테지요. 저도 그의 그런 점이 꽤나 사랑스럽습니다.”

회장은 이번엔 겐조를 생각하며 황홀해하고 있는 신스케의 모습에 쏟아지려는 구역질을 참으며 몸을 돌렸다. 회장의 그 모습을 재밌다는 듯 바라보던 신스케는 요염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회사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회.장.님.”
-우리들의 목적을 잊진 않았겠지. 신스케.
“아무렴 잊었을 리가 있겠습니까.”
-...좋아. 그렇다면 날파리들을 저지해라. 힘이 모자라면 저지하는 걸로도 충분하다.
“쿡쿡. 원하시는 대로.”

신스케가 과장스럽게 손을 휘두르자 공중에 떠 있던 오망성이 요란하게 깨지며 사방을 불길한 색으로 물들였다. 빛이 사라지고 몸을 돌리는 신스케의 얼굴엔 즐거운 일을 계획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의 입에서 남자라고 생각하면 위험하다고 느껴지는 요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덜 익은 사과를 맛보려하는 녀석들을 맞이해볼까? 쿡쿡쿡.”

그가 가볍게 손을 휘젓자, 신스케의 몸이 서서히 어둠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가 어둠속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리고 아무것도 없던 공중에서 어느 사이 종이인형 하나가 나타나 바람에 몸을 싣고 여기저기 흘러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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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뭔가 맘에 안들어요. 으음....... 끄응......... 역시 몇 주만에 글을 써서 그런가..?


여하튼 뉴 페이스 소개~

<음양사 야마토 신스케>

호모, 변태, 싸이코. 이 세가지로 요약되는 두억시니 주식회사의 사원으로서 힘을 숭상하는 것이 정도를 넘어 그것을 바라보는 것 자체를 쾌락으로 여기는 요상한 놈.
일본의 전형적인 음양사 같이 식신을 사용하고 음양술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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