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27 02:37

Machine Fa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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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와아아아아!”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우주선 때문에 졸지에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의 중심부. 그곳엔 지금 낙하한 우주선이 만든 거대한 돔이 마치 콜로세움 경기장처럼 위세당당하게 세워져 있었다. 어두운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오색 레이저쇼와 쉴 새 없이 불꽃을 터뜨리는 각종 폭죽들. 처음엔 부서진 집값을 변상받기 위해 온 서울시민들도 어느새 그 다채로운 광경에 휩쓸려 콜로세움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보며 너도나도 질 새라 소리 높여 응원가를 부르짖었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이 자랑하는 ‘분위기에 묻혀가자 주의’였다.

  퍽퍽퍽! 투닥투닥, 토닥토닥(?).

  “그렇지~! 머신파더! 거기서 어퍼컷이야!”
  “아니, 아니지! 가이스트로! 거기선 레프트가 아니고 라이트를 했어야지! 그래! 그거야!”

  어느새 이종격투기 전문가가 된 시민들은 편을 갈라 콜로세움의 중심부에서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머신파더와 가이스트로 18세를 응원하며 오징어와 팝콘을 질겅질겅 씹었다. 옆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소주는 어디까지나 여흥(?)이었다.

  “아! 이 썅갈! 머신파더! 2천원 걸었어! 좀 더 손을 뻗으란 말야!”
  “이런 가이스트로 X새끼! 그래! 거기서 고놈 파이어 에그를 후려쳐! 옳지 좋아!”

  시민들의 열띤 성원에 힘입어 둘의 싸움은 점점 그 열기를 더해갔다.

  “죽어! 죽어! 죽어!”
  “싫어! 싫어! 싫어!”

  퍽퍽퍽!

  - 네, 여기는 은하계 변방에 위치한 작은 별, 지구입니다. 여러분들이 보고 있는 장면은 바로 지구의 미친개들이 도그 파이팅을 벌이는 장면으로서… 어쿽!~!~!!

  콰직! 열심히 입을 나불대며 해설을 하던 외계인 사회자는 때마침 날아온 가이스트로의 등쌀에 깔려 해괴한 비명을 지르며 생을 마감했다.

  “호오, 제법 강하군. 당신 내 타입이야.”

  가이스트로는 터진 모기처럼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사회자의 시체는 아랑곳없이 벌떡 일어나더니 터진 입가에서 흐르는 피를 혓바닥으로 축이며 말했다.

  “닥쳐!”

  퍽! 머신파더의 일갈과 함께 내질러진 주먹이 가이스트로의 얼굴을 강타했다. 머신파더의 주먹에 맞고 공중에서 36회전을 하고 땅에 철푸덕 떨어진 가이스트로는 피를 한바가지를 내뱉으며 비척비척 일어나 중얼거렸다.

  “좋은 주먹이다.”
  “컥! 기분 나쁜 쉐키!”

  마치 좀비처럼 일어서는 그 모습에 오싹함을 느낀 머신파더는 헛구역질을 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오랜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저 놈은 자기 못지않게 미친놈 같았고 미친개는 한번 물면 놔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머신파더는 식은땀을 질질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지금이라도 적당히 먹이를 주어 미친개를 회유하느냐, 아니면 그냥 죽여버리느냐. 이 중에 후자의 선택이 가장 쉽고 확실했지만 자신을 주시하는 가이스트로의 기괴한 안광을 맞대하자 재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 등장했을 땐 엑스트라같던 놈이 지금 보니 전력을 다해도 이길까 말까한 상대처럼 격상되었다.

  ‘좆됐다.’
  “씨발! 그냥 뒈져라!”

  슈욱! 어쩔 수 없다는 듯 머신파더가 번개처럼 뛰어올라 가이스트로의 복부를 향해 발을 내질렀다. 날아 차기가 적중하여 가이스트로가 뒤로 질질 밀려나자, 착지한 머신파더의 주먹이 수백개의 잔상을 그리며 가이스트로의 이곳저곳을 세차게 두들겼다.

  작열하는 빅장의 향연이 지나가고 이 정도면 적당하다 생각한 머신파더는 손을 멈추고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헉, 헉. 내 청춘을 바친 빅장 맛이 어떠냐, 헉?”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가이스트로는 멀쩡했다. 그는 빅장의 12932 콤보를 정통으로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어깨에 내려앉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제법 맛나군.”
  ‘이 쉐키, 청춘을 다 바쳐 패줬건만….’

  허탈감을 느낀 건지 머신파더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잠시 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였지만 갑자기 뭔가 흥미로운 것이 생겼는지 턱을 집고 가이스트로 18세의 위아래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흐음, 흐음. 내 빅장을 맞고도 죽지 않는단 말이지. 정말 흥미로운 소재로군.”

  새로운 실험물이 생겼다는 기쁨에서인지 머신파더의 얼굴에 다시금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이스트로를 단순한 실험물로 볼 순 없었다. 실험물로 치기엔 그가 너무 강해서 죽이지 않고 생포하는게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어디에 한 눈을 파는 거냐! 이 악당아!”
  “어라?!”

  쉬익! 갑자기 머신파더의 시야에서 가이스트로의 모습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오른쪽 시야의 사각에서 가이스트로의 주먹이 튀어나왔다.

  퍼억!

  괜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가 우렁찬 소리와 함께 안면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머신파더는 이빨을 옥수수처럼 흩뿌리며 날아가 관중석 한가운데로 운석처럼 떨어졌다.

  “비, 비겁한…!”

  이 경우 결투 중에 한 눈 판 놈의 잘못이 컸지만, 당사자의 입장으로선 그렇게 인정하기 싫은 법이었다.

  “비, 비겁하다고! 이 낭만의 화신인 이 나를 비겁하다고!”

  그러나 이 세상엔 이런 뻔히 보이는 도발에 넘어가는 상식 밖의 인간이 늘 존재하기 마련이었고 가이스트로의 경우 절대 예외가 아니었다. 낭만을 사랑하는 그로선 ‘비겁자’라는 오명은 참기 힘든 모욕이었다. 뭐 그 덕에 추가타를 받지 않은 머신파더가 숨 돌릴 찬스를 얻었지만 가이스트로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친 셈이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내 입장에선 이 기회를 이용해 저 놈을 죽이지 못했다는 사실에 그 기회를 놓친 가이스트로에게 린치를 가하고 싶은 심정도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어이!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둬!”

  머신파더가 중얼거린다. 아, 내가 실성을 했나 왜 이런 소리를 한 거지? 비가 오면 사람이 미치는 모양이다. 여하튼 이야기의 시점을 다시금 ‘은하계 최강 초인 배틀 올림픽(길다.)’ 쪽으로 이동해보자.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머신파더는 살아났고, 그는 부서진 관중석의 잔해를 딛고 일어나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스윽 닦아내며 생각했다.

  ‘으음, 제법 매서운데? 이거 만만히 볼 놈이 아니군. 이대로 계속 싸우다간 정말 둘 중에 하나가 죽겠는데?’

  “끄으응.”

  그 때, 머신파더의 눈에 비척비척 일어나는 준서의 모습과 그 옆에 서 있는 자신의 손녀 딸, 미애의 모습이 들어왔다.

  “오호라?”

  머신파더의 두뇌가 초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 뭐, 뭐지 이 기분 나쁜 느낌은?”

  준서와 미애는 자신들을 주시하는 왠지 모를 시선을 느끼고 등골이 오싹함을 느꼈다. 준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변을 휙휙 둘러보던 중 갑자기 뒷덜미가 쑤욱 들리는 느낌이 들었고 다음 순간 그는 하늘을 날아 가이스트로의 앞으로 떨어졌다.

  “뭐! 뭐야! 이 빌어먹을 시츄에이션은?!”

  준서가 고개를 쳐들고 앞을 보자, 가이스트로 18세의 살기등등한 눈동자가 그를 내려다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 아하하. 안녕하세요?”

  어설프게 인사하는 준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이스트로의 눈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어떻게 된거야?’

  도무지 상황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었던 그는 해답을 갈구하듯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자신을 내던지 머신파더가 미애의 목을 팔뚝으로 감고 이쪽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와하하하! 야, 이 변태 사이코 놈아! 이 소녀를 살리고 싶냐? 그렇다면 니 앞에 널브러져 있는 그 녀석을 이겨라!”
  “하, 할아버지!”

  미애가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의 할아버지의 얼굴과 준서, 가이스트로의 얼굴을 번갈아 살폈다. 이미 햄토리는 찍찍거리며 머신파더의 손아귀 안에서 발버둥 칠뿐이었다.

  “이, 이놈의 악당! 그게 무슨 개소리야!”
  “오오!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아! 너의 성장(?)을 위해 내가 친히 마련해준 스테이지다! 자! 맘껏 싸우거라!”
  “이 미친놈의 인간아! 너 같은 걸 낳고 미역국을 잡수신 할머님이 불쌍하다! 아니 세상에 자기 손녀딸을 인질로 삼고 있는데 그딴 협박에 넘어갈 병신이 어딨냐!”

  준서는 머신파더의 뻔뻔함에 치를 떨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러나 뒤에서 다가오는 음습한 살기를 느끼고 찔끔거리며 살기의 출처, 가이스트로를 쥐 죽은 듯 조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호오, 아리따운 소녀와 그녀를 잡고 있는 악당들인가. 그렇다면 나는 아름다운 공주를 구하는 핸섬하고 강인한 왕자라는 설정? 이거 로망의 극치를 향해 치닿는쿠나!”

  가이스트로의 눈은 이미 이성을 잃고 ‘중간보스’인 준서를 향하고 있었다.

  “자, 잠깐! 잠깐만! 나는 아무 상관도 없어! 없다구!”
  “닥쳐라 중간보스야! 내 너를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리오! 음홧홧홧~~~!”
  “꺄아아아아아!
  
  쒜엑!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숙이는 준서의 정수리 위로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는 주먹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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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가이스트로 18세는 이제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ㅅ=;

태클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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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명이 사라졌다능!!! 내 텔레토비 랩이 사라졌다능!!

 

여긴 어디?! 난 누구?!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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