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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이란 실망 내지 후회의 감정이라고 합니다. 타인에 대해서, 혹은 자신에 대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정서, 불충분하기 때문에 느끼는 정서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요컨대 자기불만, 타인불만에서 오는 정서라 할 수 있겠죠.

 하늘 님이 제시한 이번 미션은 바로 그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내면 심리 묘사를 통해서 독자의 기억에 남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하는 미션이었죠. 등장 인물의 심리에 독자가 공감하게 만드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하나는 독자가 직접 등장 인물의 입장이 되어 보게 하는 것, 다른 하나는 절제된 감정 표현을 통해 독자가 등장 인물 대신 울게 하는 것.

 이번 미션에선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요구했기 때문에, 독자가 등장 인물의 입장이 되어 보기는 조금 힘들지 않았나 합니다. 1인칭 시점이었다면 가능했겠죠. 3인칭 시점을 요구한 이번 미션에서라면 두 번째 방식으로, 등장인물이 울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가 울게 하는 그런 전략을 썼더라면 좋았을 거 같네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미션 제출글 쓸 땐 되도록 등장 인물 우는 장면을 되도록 안 쓰려고 했습니다....결과는 그렇지 않았지만요;;

 아무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이번 미션을 수행하려 했단 걸 미리 밝혀 둡니다.




 위와 같은 의미에서, 건천하늘 님 글, <눈이 내리던 밤>은 제 기대와는 사뭇 다른 글이었습니다.

 등장인물은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신의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인물입니다. 독자 대신 울어주는 인물이며, 누군가 자기 대신 울어주리란 기대를 전혀 갖지 않는 인물이죠. 역설적이게도, 등장인물이 많이 울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는, 아무리 슬픈 상황이라도 눈물흘리지 않게 되어버린다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갓집에서 조문객이 상주보다 더 큰 소리로 울게 되면 뻘쭘해질 뿐더러 예의가 아니라고들 이야기하지 않던가요.

 정말 울어야 할 사람이 울게 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미션에서 정말 울어야 할 사람은 등장인물이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슬픔이 자신에게, 혹은 타인에게 만족하지 못하여 느끼는 정서라는 정의에는 정확히 일치하는 글이란 생각이 듭니다. 지훈은 주위 사람들 모두를 잃었고, 그 때문에 스스로마저 잃게 됩니다. 다소 전형적이다 싶을 순 있겠지만 방향 설정은 어쨌든 제대로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볼까요? 실망 내지 후회의 감정에서, 지훈이 느끼는 감정은 실망 쪽에 더 가깝습니다. 어째서 세상이 이리도 가혹한 건지 한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무기력함을 인식하고 절망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주인공 자신은 올바르지만, 세상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에 비극이 탄생한다. 이러한 사고는 비단 <눈이 내리던 밤> 뿐만 아니라 하늘님이 쓰는 많은 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고기도 하지요. 잘못된 건 아니지만, 기왕이면 양쪽의 균형을 맞춰 주는 것도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따라서 <눈이 내리던 밤>에 대해 제가 조금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아래 두 가지 정도입니다.

 1. '슬프다'라는 말을 의식적으로 쓰지 않는 편이 오히려 이야기를 더 슬프게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칼에 지다>와 <엄마를 부탁해>같은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짠했는데요, 이것들은 등장인물이 '슬프다'라고 이야기하기보단 오히려 무덤덤함, 초연함을 드러내 어떠한 비장감을 자아내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2. 세상에 대한 실망 이외에 자신의 무기력에 대한 후회도 함께 드러내는 편이 더 좋은 효과를 낼 것 같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세상도 나를 돕지 않고 그렇다고 내가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이야기 속 히어로처럼 사건이 착착 해결되는 것도 아닐 때 슬픔은 더욱 극대화될 거 같네요.



 다시 님 글, <학교 미술 전시회>는 등장인물의 사정을 하나하나 착실히 설명해 마지막 비애에 독자가 공감하게 하는 글입니다. 먼저 좀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인공의 집착과 노력이 설득력 있게 제시가 됩니다. 그러다 주인공이 좌절하는 마지막 반전을 집어넣고, 주인공이 좌절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어머니의 대사를 적절하게 집어넣습니다. 글 전체가 마지막 반전을 위해 공들여 설계된 게 아닌가 생각마저 듭니다.

 글 전반에 걸쳐 감정이 절제되어 있다는 점, 최종적으로 감정을 터트리기까지 그 비애의 원인을 착실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선 괜찮은 글입니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왜 그리 분위기가 슬프지는 않은 걸까요?

 아무래도 주인공의 심정을 공감하기가 조금 어려웠던 탓은 아닌지 생각이 듭니다. 이 글에서 나타나는 슬픔의 정서는 세상에 대한 실망은 전혀 없고 순수하게 자신의 무능력에 대한 절망, 후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내가 무능하니 슬프다'라는 식입니다. 모짜르트를 바라보는 살리에리의 심정과도 유사할지 모르겠습니다. 문제는, 이 글을 읽는 대다수 사람들은 결코 살리에리가 아니라는 데 있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창작의 개념도 생소하고, 자신이 만든 창작물에 애정을 느낀다는 관념에 대해서도 익숙지 않습니다. 취미로 가볍게 글을 쓰는 저 역시 그 때문인지 주호의 심정에 공감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주인공 주호가 처한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은 조금 듭니다. 분명 좋아하고 잘하는 일인데도 재능, 혹은 센스라고 불리는 게 없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는 처지는 이해도 가고 안쓰러워 보이기도 해요. 결과적으론 그게 슬픔을 일으키는 건 아니지 않냐 생각이 듭니다. 분명 잘 쓴 글이지만 방향이 잘못 잡혔던 거 같네요.

 몇몇 문장이 길어서 덜 정돈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남편과 아내의 대화 장면 중, '점토에 있어서만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하는 부인이 의아했던 것들이 쌓여있다 약간의 짜증으로 조용히 폭발한 것이다'와 같은 문장이 그렇습니다. 지나치게 길지 않은 문장이 더 좋겠지요.

 여담이지만, 제가 이 글에 쉽게 공감하거나 몰입하지 못한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점토 공예 소재의 이런 얘기를 어디선가 본 듯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다시 님께선 처음 쓰는 글이라고 하셨죠. 착각인가, 하고 금방 생각해버리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그런 기시감 탓에 다시 님 미션글을 평가하는 데 있어 다소 공정치 못했을수도 있겠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제이 님께서 글을 올려주시지 않으셨기에 이번 비평은 이걸로 정리하겠습니다. 하늘 님 글을 추천하고 싶고요, 미션 내용과 관계없이 추천을 한다면 다시 님 글을 꼽고 싶네요. 슬픔을 일으키는 글은 아니었지만 잘 쓰여진 글이란 생각이 듭니다.

 다음 미션에 대해서는 조금 후 정리해 올리겠습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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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乾天HaNeuL 2011.09.26 06:12

    ㅅㄱ하셨어요~


    지금 개강기라서 바쁘니까 잠시 휴식기를 갖는 것도 좋겠지요. ㅇㅇ;


    일단 재정비 시간을 가져보심이. ㅇ_ㅇ;; 다른 계원들과도 상의를 해보셔요~ ㅡ.ㅡㅋ

  • profile
    윤주[尹主] 2011.09.26 07:34

     개강기도 개강기지만, 몇 주 쉬다보면 또 중간고사기간이란 게 ㅠㅠ;


     잘 진행되던게 갑자기 엉망이 되 버린거 같아서 혼란스럽네요;;

  • ?
    다시 2011.09.26 08:52

    의미하는 바는 다르지만 실력이 없다는 점에서랑 분위기가 제가 저번에 올렸던'마릴린먼로의 슬픔'이랑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ㅋ 잘 봤습니다.

  • ?
    다시 2011.09.27 21:30

    다들 모짜르트는 아닐테니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 야심찬 글이었는데 분발해야겠어요.

  • profile
    윤주[尹主] 2011.09.27 18:00

     그 글과는 또 다른 기시감이 들어요; 착각이겠거니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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