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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중에 올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못했네요;; 뒤늦게 비평 올려봅니다..



 원작이 주어지면 이걸 어떻게 자기 식으로 풀어볼까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꼭 그렇게 하는 게 정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걸 이번 미션에서 느꼈습니다.

 소설 구성의 요소로 꼽는 것이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합니다. 잘 짜여진 소설이라면 이 세 가지 요소가 각자 또 함께 제 역할을 해내야겠죠. 만일 그렇지 못했을 때 예가 '7대 금서'라느니 하는 글들이겠거니 싶습니다.
 제이 님 미션에서 주어진 조건에 따르면, 우리가 손댈 수 있는 건 '사건'뿐입니다. 인물과 배경, 캐릭터와 세계관의 설정은 바꿀 수 없으니까요. 결국 '사건', 혹은 서사, 또는 소설적 개연성을 만들어내는 게 이번 미션의 목표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원작이 된 다섯 작품에서 부족했던 것도 그런 개연성이었고요.

 이번 미션은 그렇게 접근을 했습니다. 아마도 저뿐 아니라 다른 분들도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관심을 많이 기울이신 듯 합니다. 건천하늘 님과 시우처럼 님은 원작 일부에 한정해 해당 파트에 구체적인 개연성을 집어넣으려 하셨습니다. 다시 님은 원작의 주인공 이외 다른 서술자를 선택해 원작을 재해석하셨죠. 방식은 다르지만 양쪽 모두 원작의 '과장된 부분'을 제거하면서 개연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한 의도는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이했던 건 Mr. J님의 방식이었습니다. 제이 님 경우 굳이 원작을 고쳐 개연성을 마련하지 않으셨죠.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던 것이 아니라, 표현 방식, 인물의 갈등, 반전이 있는 전개 등 소설적 재미를 확보하는 데 관심이 있으셨던 듯 합니다. 개연성 부족한 원작을 가지고 자기 상식에 맞추어 재단한 게 아니라, 원작 속 설정을 자신의 상식처럼 받아들이고 이야기를 풀어나가셨습니다.

 또 '과연 무엇이 현실(상식)일까?'라는 질문은 제이님에게뿐 아니라 제이님이 쓰신 글 속 인물들에게도 던져졌습니다. 우리네 현실에선 '미친 사람'은 노인이지만, 노인의 현실에서 '미친 사람'은 주인공 남자, 혹은 우리 자신입니다. 반전인 결말 부분은 소설 속 세계가 반전되는 순간이고, 노인과 남자 양쪽의 입장이 역전되는 순간입니다. 그 역전이 의도적이었단 걸 알려주는 힌트는, 남자의 마지막 말과 노인의 마지막 말이 유사하다는 것에 있겠죠.

 원작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이것을 '교정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고, 그 때문에 원작을 뜯어 고치려고만 했지 원작이 가진 인물, 세계관 따위를 받아들이려곤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거 같네요.

 그 때문에 '과연 무엇이 상식인가'를 묻는 제이 님 글이 더 와닿았습니다. 어쩌면 저는 원작 쪽을 상식이라고 받아들이고 적절한 이야기를 풀어나갔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기왕 이야기꺼낸 김에 제이 님 글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Mr. J님, <환각>

 - 심리적 압박을 받아오던 인물이 폭발하기까지 개연성이 충실합니다. 의사라는 직업을 얼마나 불편해하는지, 그 와중에 한 간호사란 인물이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를 이야기함으로써 마지막에 김 노인에 대해 주인공이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셨습니다.

 - 마지막 반전은 원작을 아는 사람들에게 더 효과적일 듯 합니다. 원작을 아는 경우 이 소설은 원작 속 모든 이야기가 허세에 찬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은 반대로, 원작 속 이야기가 사실일 가능성을 말해줍니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과 거짓으로 믿었던 것이 이렇듯 극적으로 뒤바뀐 것이 재미를 주는 요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인물과 배경 설정을 그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죠. 어떻게 보면 가장 해결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을 겁니다. 제이 님께선 이 조건을  정면에서 상대하기보다 다소 빗겨내는 방식을 선택하신 듯 합니다. 원작의 주인공은 아주 잠깐 등장하고, 배경 또한 그렇습니다. 덕분에 글이 받는 제약은 크게 줄었습니다. 제이 님께서 개연성에 굳이 얽매일 필요 없이 글을 쓸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나 싶네요.

 - 유독 반복되는 어휘, 불필요하게 긴 문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는데, 어둠에 익기 시작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마구잡이로 주먹을 휘두르고 있는 김노인과, 방 한켠에 얼굴을 부여잡은 채로 주저앉아 있는 한간호사였다.'같은 경우 최소 두 문장 이상으로 나누었어야 했다 싶습니다. 또 '한 남자가 피곤에 찌든 표정으로 난간에 기대어 있었다. 코 언저리까지 시커멓게 퍼진 다크서클에 축 처진 표정으로, 뒤에서 슥 밀면 앞으로 떨어질 정도로 몸을 난간 밖으로 쑥 내밀곤 담배를 피고 있었다.', '우렁찬 목소리에서 흘러내리는 내공이 고막을 강타하는 순간 남자는 순간 깨달았다.'등은 '표정'이나 '순간' 같은 단어들이 부주의하게 반복되어 나타납니다. 평소 제이 님 글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이번에 시간이 많이 촉박하셨다 싶네요.


 다시 님, <아름다운 천사>

 - 주인공 시점으로 쓰여진 원작이 허세에 가득 차 있다고 가정하고 그 과장된 신화를 걷어낸 결과물 같습니다. 시도가 좋았고 개인적으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인물과 세계관이 원작과 상당히 달라져 버린 건 어쩔 수 없었겠지요. 미션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분히 수행했는가는 아쉬움이 남네요.

 - '기록'이다고 밝히며 시작한 이야기가 결말에 이르러 더이상 기록이 아니게 되어버렸습니다. '미친년! 이 년은 악마야!'라고 외치는 순간 그랬습니다. 일관성을 지켰다면 더 좋았으리라 싶네요. 특히 글의 처음과 끝은 더 신경을 써주면 좋습니다. 독자가 작가의 실수를 발견하게 된다면, 아무래도 글의 처음과 끝에서 발견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 여자가 배신감에 자기 마을을 침략한 이들에게 복수한다는 인과관계가 다소 어색해 보입니다. 그렇다고 버려졌다는 배신감 탓에 침략자뿐 아니라 모두에게 복수하고자 다짐했다고 말하기엔 시점이 너무 제한되네요. 하지만 복수가 실제 일어나고 여자의 아름다움이 복수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거듭 증명이 되는 건 좋았습니다. '아름다운 천사'로서 그녀와 '죽음의 천사'로서 그녀가 최종적으로 하나가 되는 결말도 인상적이었네요. 적절한 상징을 부여하고 이용했더라면 보다 좋은 연출이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여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결말보단, 빛과 어둠이 여자 얼굴에 드리워 여자의 양면성을 겉으로 드러내는 연출이 더 좋진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 봅니다.


 건천하늘 님, <내 평화로운 나날의 종말>

 - 평범한, 어쩌면 순진한 건지도 모를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 악연을 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가장 재미있는 파트를 선정해 풀어주신 것 같네요. 시우처럼 님과 선정한 파트가 겹치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 평범한 삶을 살아온 주인공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하다'는 말을 서너번씩 반복해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이 드네요. '~인생이 보장된 길 위를' 앞에 쓴 '평범한'은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 혹은 구체적인 예로 바뀌었어야 했고, '평범하고 평범한 인생'은 '더할 나위없이 평범한 인생' 등으로 고쳐썼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첫인상은 썩 좋지 않지만 서로에게 호기심을 갖는 남녀가 주인공입니다. 그 호기심이 앞으로의 관계 발전에 주요한 단서가 되겠지요. 단서를 묻어둔 건 좋았습니다. 다만 굳이 첫만남에서 이러한 단서를 과하게 던져줄 필요는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정석적으로 가자면, 오히려 끔찍한 첫인상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발전하는 이야기인 편이 낫겠죠. <내 평화로운...>의 경우, 최소한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에 대해 갖는 첫인상은 철저히 최악으로 표현하는 게 나을것 같습니다. 여주인공이 어설픈 호기심을 갖지 않더라도, 향후 적극적인 남주인공의 태도로 인해 어차피 점차 호기심을 갖게 될 테니까요.


 시우처럼 님, <사실 60대 1은 뻥이야>

 - 원작과는 반대로 남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원작 속 인물이 생각없이 막나가는 스타일처럼 보였다면, 시우 님이 재창조한 주인공은 보다 자제력을 가진 인물처럼 보입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간과 공을 들이는 타입 말예요. 하늘 님 글이 원작 제약 하에서 어떻게든 개연성을 갖추려 했다면, 시우 님 글은 원작에 손을 대어 개연성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 여주인공의 그늘진 배경을 드러내고, 또 남주인공이 거기에 끌리게 되는 과정이 납득가도록 쓰여졌네요. 여주인공의 상처를 만지고, 그로 인해 남주인공 내면의 상처를 떠올리는 건 전형적이다 싶을지도 모르지만 제 생각엔 효과적인 장치였던 것 같습니다.

 - 여주인공이 위기에 빠지고 남주인공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원작과 유사하지만, 마지막에 결말을 살짝 바꾸어 주셨습니다. 그게 오히려 원작에 비해 호기심을 유발하는 요인이 된 거 같네요. 원작에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주인공의 위기와 극복을 계기로 끝을 맺지만, 이 글에서는 오히려 그것이 소설의 출발이 됩니다. 시우 님께서 <사실 60대 1은...>에 던져 넣으신 이런저런 단서들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꽤 재미있는 글이 될 거 같네요.

 - 1인칭으로 시작해 3인칭으로 끝나는 건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1인칭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화면 전환 직후 3인칭으로 바뀌는데, 제가 판단하기엔 굳이 그렇게 쓸 필요가 없을 거 같네요. 마지막까지 1인칭으로 하는 편이 더 낫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제이 님 글이 가장 좋았던 거 같네요. 개연성, 사실성에 얽매이지 않고도 미션 해결이 가능했다란 점을 알려 주셨던 것 때문에요.

 해결하기 어려운 미션이었는데 다들 고생 많으셨어요. 다음 미션은 좀 더 자유롭게 이야기 풀어나갈 수 있으니, 좋은 글들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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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시우처럼 2011.09.12 22:12

    마지막 부분에서 시점이 바뀐 것은

    남자 주인공이 도착하기 전의 상황을 설명하려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ㅎ

  • profile
    시우처럼 2011.09.13 03:00

    그러는 편이 좋았을까요?

    하긴 요즘 제 글을 보면 시점이 너무 자주 변하는 것 같아요.

    윤주님 말씀처럼 그렇게 처리해도 매끄럽게 연결되겠네요.

    존나세의 침착한 면도 잘 드러날 거고...

  • profile
    윤주[尹主] 2011.09.12 22:20

     아...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시점의 한계가 있다보니;;;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는 가네요 ㅎ 개인적으론, 기왕이면 그렇더라도 시점을 유지하는 선에서 해결 방법을 찾으셨으면 생각하지만요.


     길지 않은 글입니다. 기왕이면 시점은 하나로 일관되게 유지하는 게 좋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나세가 곧바로 뛰쳐나가지 않고, 나기와 일진 애들이 떠드는 이야기를 잠시 엿듣는 장면으로 그렸다면 시점을 바꾸지 않고도 원하시는 장면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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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r. J 2011.09.13 02:29

    으악 ㅋㅋㅋ 부끄럽네요 진짜 윤주님 말씀 듣기전에는 몰랐는데 써놓고 다시 읽어보지 않은 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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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2011.09.13 04:15

    여자가 음식을 구하러간 사이에 적은 내용들이라 기록이 끝나는 것인데 그래서 마지막에'~~.'로 씉나고..

    세계관은 정말 고민 많이했는데 결국 이렇게 했죠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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