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20 06:53

E.M.A.

조회 수 154 추천 수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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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라면 누구나 비밀이 있다.


 


 누군가 말했다. 사랑이란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거라고. 은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하고많은 운세 가운데 유독 연애 운만은 지독히도 안 따라준 자신이 이런 말하는 게 주제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그런 사랑이 진짜 있을 리 없잖아. 그녀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문득 떠오른, 어느 기억 탓이었다.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였을까. 한창 버스를 타고 달리는 중이었다. 남녀 공학인 지금 고등학교와는 달리, 중학교 때는 3년 내내 여자들끼리만 있었다.여자 셋만 모여도 접시가 깨진댔다. 첫날엔 담임이 몇 번이고 주의를 줄 정도로 소란스레 떠들어댔지만, 둘째 날부턴 선생도, 아이들도 녹초가 되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학여행 기간 내내 날씨는 눈부시게 화창했고, 대절한 관광버스는 한 번에 몇 시간씩 쉬지 않고 달렸던 탓에.



 갑자기,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던 누군가 옆에 있던 애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들은 하나둘 창가 쪽을 바라보았고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도로가를 따라 샛노란 해바라기 꽃이 줄지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사방이 꽉 막힌 데다 후덥지근한 버스 안 공기에 지쳐 나른해하던 소녀들의 환심을 사로잡은 건 바로 그 장관이었다.



 해바라기는 항상 태양만을 본다고, 한눈파는 일 없이 일편단심 태양만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낭만적이라던가, 자기도 그럴 상대 있으면 좋겠다던가 하면서 꺅꺅 떠들어댔다. 그때 누군가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댔다.



 '그 잘난 태양도 해바라기 꽃받침이 어떻게 생겼는진 평생 모르겠지? 주구장창 그 이쁜 얼굴면만 내비 춰주니까.'



 그때 잠깐 주변 분위기가 살짝 가라앉았다. 은비는 곁눈질로 폭탄발언을 한 상대방을 힐끗 보았다. 지금은 얼굴도 기억 못하는 애다. 당시를 추억하는 지금에 와서도 그 버스에서 창가 쪽에 딱 붙어 앉아 줄곧 밖만 쳐다보던 모습만 어슴푸레 기억할 뿐이지. 다만 해바라기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어떤 대화에도 일절 관심 끊고 있던 건 은비도 기억했다. 쟨 왜 그런다니? 소녀들은 수군댔다. 찬물을 끼얹은 그 아이는 그 후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한 애가 모두에게 정답을 귀띔해주었다. 쟤 어제 지 남친 이랑 싸우다 차였잖아.
 싸운 이유가 더 가관이었다. 중학교 때 유독 친했던 애들이랑 놀러가기로 했는데, 하필이면 그 날짜에 남자친구도 만나자고 했단다. 친구들과 놀러가기로 했단 건 말할 수 없었다. 그 남자, 좀스럽게 질투도 심한데 딴 애들이랑 노느라 데이트 신청 차버린다고 하면 화부터 낼게 뻔 하니까. 감추려다 보니까 대충 얼버무리면서, 어떻게든 날짜를 피해보려는데 어떻게 된 건지 남친이 알아차린 거다. 뭔진 몰라도 애가 숨기는 게 있구나, 하고. 애인 사이에 비밀이 어디 있냐? 속없는 그 남자가 이렇게 말했다지.



 솔직히 어느 쪽이 잘했고, 못했고 따질 형편도 못 되는 얘기였다. 은비를 비롯해 다른 애들은 좋은 건수라도 잡은 것처럼 눈을 빛내며 호박씨를 깠다. 누구에 대해서? 당연히 둘 다지! 모처럼 수학여행 분위기 지 기분 때문에 엉망으로 만든 그 계집애에 대한 감정도 다소 실렸던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힘을 얻어가는 건 청춘소녀들의 낭만적인 해석이 아니라 실연의 쓰디쓴 경험을 담은 독설이었다. 그 이후로 은비는 연애한단 애들이 겉 다르고 속 다르게 행동하는 걸 수차례나 보았다.



 해바라기가 태양을 죽어라 좇아보는 건, 상대에 대한 헌신적 사랑 때문이 아니라 자기 초라한 뒷면을 절대 그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화장도, 옷치장도 모두 남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인 것처럼. 거기다 비밀 역시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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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연재글은 접고;; 새 글을 다시 시작하는 무책임한 윤주입니다;;


 


 팬픽같은 걸 써보려 했는데 역시 어렵네요;; 캐릭터 특성잡는게 힘든 듯. 그냥 보통 쓰던대로 쓰겠습니다.;; 재미있는 글은 다른 분들이 더 잘쓰시니까;;


 


 어쨌거나 파트 1의 내용은 '비밀'입니다. 이번 파트 주인공인 여고생 은비의 비밀 이야기를, 함께 즐겁게 봐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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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Rei 2010.07.20 06:53
    문체가 간결한 스타일이네요
  • profile
    윤주[尹主] 2010.07.20 14:29
    간결한 게 좋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진짜 그런 문체인가요? 이론이 약하달까, 감각이 없달까 그런 쪽은 잘 몰라서;;
  • profile
    클레어^^ 2010.07.20 07:37
    우에에~ 그 '천사 날개(?)'는 이제 안 하는 거에요?
    건방진 성주신 꼬마와 여주인공이 친해지는 모습 보고 싶었는데 ㅠㅠ
  • profile
    윤주[尹主] 2010.07.20 14:30
    천사 날개...는 중단입니다;;
    나중에 천천히 이어가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요;;
  • profile
    시우처럼 2010.07.20 18:11
    해바라기의 일편단심과 이중성이군요. 생각해보면 누구라도 좋아하는 사람에겐 자신의 베스트의 모습만 보여주려고 하지 약하고 추한 모습을 보이긴 싫을 것 같아요. 다들 예쁜 꽃들을 찬양하는 와중에 혼자 산통 다깨는 왕따당하기 딱 좋은 그 친구는 누구일지 참 궁금하네요. 그렇게 세상의 진실을 모두 알고 있는 척, 본질을 꿰뚫고 있는 척 해도 어차피 우리 모두가 한낯 인간일 텐데 말이에요. 뭔가, 그런 시니컬한 자세도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심리적 방어기재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겠다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끝으로 첫 문장에 '사랑이 상대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라고'에서 문장이 '사랑이'로 시작되는게 맞나요? 읽다가 일순간 어색한 기분이 들어서.. ㅎ
  • profile
    윤주[尹主] 2010.07.21 08:55
    그러게요, 왜 사랑이...일까요;; '사랑은'이 되어야 할 거 같은데;;
    머, 친구는 불쌍하니까 용서해 주죠;; 차였다는데 예쁜 꽃이 눈에 들어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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