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7.16 11:29

부전공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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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슨 생각이었었나? 기억은 안 난다. 아마도 선택교양에서는 듣고 싶은 게 없어서 다른 과 전공으로 눈을 돌렸던 거였다. 사실 나한테 언어학은 별로 생각은 없었지만, 음성학은 조금 관심이 있었다. 아직도 내가 그런 건 착각이라는 건 알지만, ‘공부를 하면 잘 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잘 할 수 있다’에 속하는 것들은 시간 투자를 통해서 몸에 익혀져야하는 종류들이었다. 수학과 같은 것도 약간은 익혀져야한다. 왜냐면, 아무리 x^n을 미분하면 n*x^(n-1)이라는 것을 알아도, a^4+2a^2을 미분하는 것을 잘하는 건 아니니까.
 졸업 때까지 난 학점이 남는다. 여기서 학점은 평점과 다르다. 내 평점은 이공계라고 감안을 하고 조금 나은 정도. 그래, 어쩌다가 장학금을 받은 적은 있으니까, 낮지는 않겠지. 어쩌면 F학점이 없어서 그런 걸지도.
 어쨌든 그렇게 ‘음성학’을 듣고 나서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학점을 계산했을 때, 2학년이 끝났을 뿐인데 나는 벌써 80학점을 이수했다. 우리과 졸업학점은 130학점. 조기졸업은 평점이 4.0이 넘어야하니까 될 수가 없다. 앞으로 4.5를 연속으로 두 번 찍어야나 가능하지만 그런 욕심을 내기에는 전공수업들이 벅찼다.
 그래서였을까. 기본으로 주는 19학점에서 1학점은 못 쓴다고 치면, 18학점*4학기는, 72학점인데, 이러면 130학점을 못 채울 일은 없었다.
 나는 그래서 부전공으로 눈을 돌렸다. 복수 전공의 경우, 졸업 수료 후에 2학기를 더 다녀야하는 조건이 있었으니까. 그렇다고 학점을 남기면서 학교를 다니면 돈이 아까웠다. 4학년 때까지는 학점별로 등록금을 깎아주거나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찾은 게, 부전공. 부전공으로 후보에 올린 것은 3개가 있었다. ‘기계’,‘물리’,‘언어학’.
 기계공학과의 경우에는 20학점을 이수해야했고, 실험 또한 있어서 좀 꺼려졌다. 1학년 때 질리게 실험보고서 썼으니까. 게다가 필수 과목 중에서 20학점을 듣는 거라서 제한이 있었다.
 물리학과는 더 했다. 비록 18학점이었지만, 이건 고르는 게 아니라 정해진 6과목을 듣는 거였다. 1학기에 3개, 2학기에 3개. 다른 전공과 겹치면 괜히 하느니 못 해질 수도 있었다.
 언어학과는 18학점. 하지만 전부 아무거나 언어학과에서 선택해서 들으면 되었다. 게다가 음성학을 들었을 때, 괜찮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 이과에서 아무리 문과보다 잘 났고 취업 잘된다고 하더라도 문과의 자유로운 공기가 약간은 부러웠다. 어쩔 수 없다. 다른 쪽이 더 좋아 보이는 건.
 그래서 결정한 게 언어학과였다.
 부전공 신청 기간에 나는 우리과 학과사무실에 갔다. 부전공을 신청하려고 한다고 하자, 요새도 부전공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시선으로 쳐다봤다. 어차피 학위도 안 나오고 고생만 하는 거니까.
 신청서를 뽑아서는 내게 작성하게 하고는 학과 담당 교수님의 도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조금 떨렸다. 도장을 받아서 뭔가 하는 건 약간 걱정되니까.
 그렇지만 그리 어렵지 않았다. 교수님은 연구실에 계셨고, 문을 두드리고 들어갔을 때, 부전공을 신청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 종이에 도장을 찍어주셨다. 그 교수님의 이산수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지만, 나를 기억할 지는 잘 몰랐다. 교수님이 따로 아는 척을 해주시거나 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집에서 지하철역까지 거리만큼이나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이공계 캠퍼스에서 인문계 캠퍼스로 갔다. 우와, 확실히 이쪽은 덜 칙칙하구나. 이공계에서는 남자끼리만 잔디밭에 앉아있는 칙칙한 장면이 많지는 않지만 그리 보기 어렵지도 않다. 그렇지만 인문계는 달랐다. 어딜 가나 반짝거리는 것들만 보였다. 아마 대학 생활에 로망이라는 것은 인문계에만 숨어있는 모양이다.
 가로질러서 문과대 학과 사무실들이 모여 있는 곳에 갔다. 우리과의 경우, 단과대에서 유일한 과라서 학과 사무실이 큰 편이었는데, 언어학과 사무실은 그렇지 않았다. 좀 더, 사실 4분의 1크기였다.
 다만 다른 거라고는 우리과의 경우, 직원분들이 그리 친절하지 않는다. 엄청 사무적. 학교에서는 이미 교직원이 무슨 철밥통같다고, 왜 이렇게 불친절하냐고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학생을 대상으로 하니까, 일반적으로 나이가 그 분들이 더 많겠지만.
 그렇지만, 찾아간 언어학과 사무실은 친절했다. 우선 웃고 있었다. 아마, 나는 단단히 인문계에 대한 환상을 주입받았거나, 아니면 이공계에서 너무 강하게 키워져서 이런 섬세함을 밖에서 찾고 있는 거였을 거다.
 나는 이전에 들은 음성학 학수번호까지 기억할 정도로 집착적이지 않았으므로, 알지 못 했는데, 언어학과 사무실 분이 찾아주었다. 그리고는 신청서를 내고 나서, 부전공 신청이 다 끝났다.
 처리가 되어서 내 학적사항에 뜬 건 이주일 정도 지난 뒤였다. 사실 부전공 신청자체에는 별로 중요한 게 없었다. 역시나 내가 바란 건 뭔가 인문계의 공기를 마셔보고 싶었나보다. 최소한 verilog 때문에 멍때리고 있는 경우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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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42제를 조금씩 하고 있어요 ㅇㅈㅇ


 


전에 창작문학실에 new를 띄우려고요.


 


항목중에 수필있는데 ㅇㅈㅇ


이 놈은 확실히 실화예요=_=;; 하하


 


제 일상이 좀 재미있지가 않아요,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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