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5.12 02:19

밤은 우리의 것이다

조회 수 145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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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프가 죽은 후 3 ~ 4일 동안이 내 생애에 있어 가장 긴 시간이었으리라 여긴다. 탈리와 형제들은 죽은 이들을 애도하느라 바빴다. 나 같은 소년병 한둘이 사라졌대도 알아차릴 수 없었을 것이다. 혹은,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른척 넘겼을 지 모르겠다.



 탈리는 내가 포프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댔다. 그건 사실이었다. 형제들 중 누구보다도 나는 그에게 빚진 게 많았다. 포프는 우리가 사람이란 것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이 전쟁이 끝이 아니라, 우리에겐 그 이후가 있단 사실을 알려 주었다. 탈리는 현재를 위해 싸웠을 뿐이다. 포프는 우리의 미래를 보호해 주었다. 나는 그의 생각을 알지 못하고 그에게 심한 말을 했다.



 탈리가 '공식적 애도 기간'이라고 지칭한 바로 그 시기에 나는 포프를 죽인 인간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집사가 알려준 커다란 창고에서 조금 떨어진 숲 속에 땅굴을 파고, 그 속에 숨어 그들이 하는 양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보고 들었다. 아무도 내가 거기 있단 사실을 알지 못했다.



 포프는 복수를 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복수를 하지 않고선 결코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란 걸 알았다. 그는 내게 미래를 주었다. 나는 그 미래를 전부 그와 화해하기 위해 써야 한다고 여겼다.



 땅굴에서 관찰한 인간들은, 틀림없이 프로였다. 그때까지 내가 탈리와 함께 보았던 인간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내 기억에 그들은 나약하고, 무기도 없는데다, 믿을 거라곤 흉측한 시멘트 벽밖에는 없는 종족이었다. 낡은 창고에 머무는 인간들은 달랐다. 모두 총을 가졌고, 질서가 잡혀 있으며, 이 세상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굴었다.



 매일 녀석들은 창고를 중심으로 반경 4~5m 이내 자란 수풀을 남김없이 베어냈다. 항상 두 명이 짝을 지어 굳게 닫힌 커다란 철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그들 눈을 피해 창고에 가까이 가는 건 불가능했다.



 이따금 그들은 경고하듯 숲을 향해 총을 쏘았다. 그들의 총은 새것이었고 한 번에 수십 발을 연달아 쏠 수 있었다. 우리 총은 인간들에게서 훔친, 낡고 성능도 뒤떨어지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서너 발을 한 번에 쏘는 게 고작이었다.



 창고 옆으론 군데군데 창문이 있었다. 작고 또 철창을 앞에 둘러 보호한 것이었다. 몸집이 작은 나라도 거기로는 드나들 수 없었다. 그 작은 구멍들은 창문이라기보단 창고 밖을 향해 총을 겨누도록 낸 일종의 총안에 가까웠다.



 이 강철 요새 안에 머무는 녀석들은 적게는 6명에서, 많게는 스무 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틀째 되는 날 나는 그들이 어떠한 패턴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삼일째에는 달의 고도로 시간을 어림잡아 그들을 관찰했다. 그건 착각이 아니었다. 달이 떠오를 때쯤 그들은 모두 모였다가 하나둘 흩어지기 시작해, 밤이 깊어 달이 정점에 오르면 창고에 남는 사람은 6명에서 8명 정도에 불과했다. 달이 서서히 저물어갈 때가 되어 떠났던 인간들은 다시 모여들었다. 그들은 매일 성과를 자랑하고 술과 고기로 배를 채우며 남은 밤을 보냈다.



 사실 나는 그들 모두를 죽이고 싶어했다. 거기에서 포프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책임 없는 인간은 없었다. 그들은 우리를 사냥하고 있었다. 총으로 무장해 형제 야수들을 쏘아 죽이고, 거기에서 희열을 느끼는 미치광이들이었다. 선량함과는 거리가 한없이 멀어 보이는 괴물들이었다.


 


 현실적으론, 어린 내가 혼자서 그들 모두를 상대할 순 없었다. 나는 아무의 도움도 없이 복수를 하고 싶었다. 그나마 좋은 방법은 수가 적을 때를 노려 습격하는 것이다. 매일 그들은 우리를 사냥하러 떠나면서 소수만을 창고에 남겨 두었다. 나는 먼저 창고를 공격한 다음, 돌아오는 녀석들을 차례차례 죽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놈들은 그 허름한 창고가 자신들에게 유일한 안전 지대라고 알았다. 나는 그 순진한 인간들의 뒤통수를 치고 싶었다. 그들이 당황하고 울부짖는 꼴을 눈 앞에서 보고 싶었다.



 5일째 되는 밤, 나는 비로소 그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숲 속 토굴에서 빠져나와 숲 그늘에 몸을 숨겼다. 달빛 아래 몸을 숨길 그늘은 많지 않았다. 최대한 숨을 죽이고 창고로 다가갔지만 보초를 서던 두 녀석에게 발견되는 건 시간문제였다.



 철컥.



 등 뒤에 숨겨둔 단도를 빼곤 나는 완전히 빈손이었다. 인간들은 그런 내게도 먼저 총을 겨눴다. 외견상으로 인간과 야수는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일부 인간들과 대부분의 야수들이 체취를 통해 구별을 할 뿐이다. 그들은 내가 야수란 걸 알거나, 단순히 창고로 접근하는 모든 외부인들을 막으려 했던 것이다.



 어린데다 또 혼자인 내가 무장한 성인 두 명을 상대하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다행히 우리 야수에겐 인간에게 없는 능력 세 가지가 있었다. 어머니 대지가 우리에게 준 축복을, 나는 최대한 이용해 인간들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탈리처럼 인간의 도구로 그들을 상대하는 건 우리편이 많거나 우세해서 상대방을 위협할 때나 가능한 방식이다. 무기가 같다면, 수 많은 쪽이 유리한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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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고민을 합니다. 왜 비명 소리는 전부 특색없이 똑같아 보일까요?


 특히 연달아 비명이 터져나오는 걸 쓰는게 어렵네요. 재미가 없어서.


 


 참고로 다음 회 나오는 대사는 거의 대부분 비명소리뿐.

Who's 윤주[尹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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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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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시우처럼 2010.05.12 02:19
    비명이 난무하는 글이라면 아마도 피범벅 사지 절단 호러 이벤트 인가요? 그나저나 야수라고 하면 뭔가 엄청나게 강한 존재 인 것 같은데, 특수능력이라니 어떤 능력일지 기대가 되네요
  • profile
    윤주[尹主] 2010.05.12 02:58
    그렇게까진 못쓰겠더라고요;; 그냥 무난하게, 평범한 이벤트로...
    마지막 이제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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