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5 07:31

시크릿Secret(12) - ch. 6 마녀

조회 수 508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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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은 그 쯤 해두는 게 어때요? 마녀 씨."


 그 두 사람 사이에 바리가 끼어들어 중재에 나섰다. 마녀는 칫, 혀를 찼고 진연은 무슨 영문인지 어리둥절해 바리를 보았다.


 "진연 씨, 겁내실 필요 없어요. 저 마녀가 말은 저렇게 해도 윤주 씨 생전에 그녀 말이라면 꼼짝도 못했거든요."

 "대체 누구야, 그런 루머를 지껄인 게!"


 바리 말에 마녀는 발끈해 외쳤다. 진연은 더욱 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 몰라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얘라서 믿음이 안 가는 건 저도 알아요. 하지만 진연 씨, 이건 알아두셔야 해요.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은 마녀뿐이란 걸."

 "누구야, 넌?"


 혼란에 빠진 진연이 다시금 마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단 듯 만족스레 웃었다.


 "그렇지, 굳이 말하자면 나도,"


 말하던 중간에 마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진연을 쳐다보았기 때문에 진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불안해한 건 바리 역시 마찬가지다. 태연자약한 건 말을 꺼내는 마녀 본인과, 그녀의 반려 둘 뿐이었다.


 "나도 윤주 딸이라고 해 둘까, 너처럼 말이야."

 "뭐라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이었다. 게다가 도발적이기까지 했다. 진연은 잠시 놀랐다가 이내 마녀를 쏘아보았다. 진연이 보기엔 마녀가 작정하고 자신을 놀리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그 뒤에 붙인 말까지도 전부.


 "진심이래두? 얘, 솔직히 따지고보면 내가 너보다 더 효성 지극한 딸내미같지 않니? 윤주 어릴 때부터 한 번도 곁에서 떨어져본 적 없고, 네가 도시로 간 후로도 줄곧 하루 삼시 세끼 꼬박 그 애랑 겸상했고, 얼마전 걔 죽을 때도 곁에서 지켜봤으니까. 그때 넌 뭘 했어? 보나마나 실컷 잠이나 자고 있었을 거 아냐?"

 "죽을 때 지켜봤다고?"


 진연이 되묻자 마녀는, 그것도 몰랐냐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 그 얼굴을 들여다보니 진연도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회사 동료랑 늦은 점심을 하고있을 때, 한 통 이상한 전화가 온 게 있었지. 엄마 윤주 전화번호가 찍혀 있었지만, 정작 얘기를 한 건 낯선 목소리 젊은 여자....


 "그럼 부고 알린 게 너였어?"

 "어머, 이제 알았어?"


 한심하단 듯 마녀는 진연을 쳐다보았다. 진연은 마녀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건 저 여자를 과소평가한 말이다. 엄마 윤주더러 철천지 원수랬던 말, 그대로 돌려주마.


 "장례식은 왜 안왔어? 그렇게 효성 지극한 딸내미가 말이야."


 진연이 비꼬아 물었지만 마녀는 기막힐 정도로 태연히 받아넘겼다.


 "윤주 그 년 좀 찾아보느라고."

 "찾아봤다고? 누굴? 엄마를?"


 바보 아냐, 라고 할 것을 진연은 겨우 참았다. 그도 그럴 게, 윤주 죽은 걸 가장 먼저 보고 전해준 게 자신이면서 이제와 윤주를 찾아다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는 아니잖는가? 애써 마녀에게 험한 소리 안 하는 건 여전히 진연이 그녀를 오늘 처음만난 상대로써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응. 찾아봤어. 너네 빌어먹을 엄마 말이야."


 물론 마녀는 그딴 의식 따윈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이해가 되지 않더라. 죽었다고? 윤주가? 이렇게 그냥? 아무 일도 없이? '세계의 주인'이라면 뭐든 할 수 있는 거라며. 뭐든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 예고도 없이 죽는다는 게 말이 돼? 최소한 주변 사람한텐 귀띔이라도 했어야 할 거 아냐. 언제 간다는 둥, 어디서 간다는 둥."

 "그래서 생각하신 게 그건가요? 윤주 씨 그녀가 아직 죽지 않고 다른 세계 어디선가 살아있다고."


 진연은 아무 말이 없고, 대신 바리가 끼어들었다. 마녀는 둘 중 누가 반응하던지 상관없는 모양이었다.


 "그랬어. 윤주 이 계집, 분명 어딘가 살아서 숨어 있으면서 날 놀리고 있을 것만 같았어. 내가 갈 수 있는 세계는 모조리 다 뒤졌어. 찾아서, 멱살이라도 잡아서 끌고 오고 싶었거든. 이런 거 재미없다고, 그러니까 얼른 나나 제자리에 돌려 두라고. 만나기만 하면 꼭 이 말을 해줘야겠다고, 행여나 잊어버릴까 자나깨나 그 생각 뿐이었는데."

 "엄만, 정말 죽은 거야? 그러면?"


 가만 있던 진연이 마녀에게 물었다. 바리는 아차 싶었다. 진연 앞에서 윤주 얘기를 꺼낸 건 제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때문에 진연이 부질없는 기대를 갖게 됐으니까.


 "없었어. 그년. 아무 데도."


 한숨을 쉬곤 마녀가 대답했을 때, 바리는 진연의 다리가 살짝 힘이 풀려 후들거리는 것을 보았다. 진연은 겉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장에 기대어 섰다. 마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줄곧 제 생각에만 빠져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말 다른 애들 말대로일까? 윤주 말이야. 진짜 초월이라도 한 걸까?"

 "초월이라니? 그건 또 뭐야?"


 그런 마녀에게 다시 말을 건 건 진연이었다. 마녀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한심하단 얼굴로 진연을 쳐다보았다. 진연은 무안해져서 얼굴을 붉혔다.


 "어차피 조금이나마 알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지만."


 그런 진연에게 확인사살과도 같은 마녀의 말이 떨어졌다. 모욕당했단 생각에 진연은 이를 꼭 깨물었다. 당장에라도 마녀와 머리채 쥐어뜯고 뒹굴어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았다. 엄마에 대해서 마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거란 바리 얘기만 아니었더라면.


 "우리 사이에선 유명한 얘기야. 초월이란 건 말야."

 "마녀 씨, 그만 두세요."


 그나마 마녀가 하려던 얘기를 바리가 먼저 끊고 나섰다. 진연은 바리를 쏘아 보았다. 바리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을 자꾸 피했다. 그러다 진연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진연 씨에겐 너무 이른 얘기예요."

 "어째서?"

 "넌 윤주에 대해 무엇 하나 알지도 못하잖아, 그렇지?"


 바리 대신 마녀가 진연이 던진 의문에 화답했다. 불만스러워하며 두 사람을 바라보면서도 진연은 뭐라 대꾸할 말을 찾지 못했다. 마녀 말대로였다. 바리나 마녀에 비해 진연이 엄마 윤주에 대해 아는 거라곤 거의 없었으니까. 분한 마음에 진연은 두 사람과 거리를 두었다. 마녀를 만난 후론 줄곧 그랬다. 진연은 죽은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마저 들었다. 윤주가 단 한 번이라도 자기 얘길 제대로 해주었더라면 저 마녀에게 바보 취급 당하지 않아도 되었을 테니까.

 그 때 그녀 곁으로 누군가 다가오지 않았더라면 진연은 치밀어오르는 분을 다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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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 12화 마녀 편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봄이라 바쁘고, 또 바쁘고자 하다보니 이것저것 챙기지 못하게 되네요. 그러면서도 지금껏 뭔가 해놓은 것은 없고, 마음도 연초보다 느슨해진 게 사실이고요;;

 그래도 암튼, 뭔가를 하고 있습니다. 운동이라도 해야 할까 싶어 시작한지 1주일 되었고,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으로 운좋게 주어진 면접 기회 잡으러 갔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부족했다 싶기도 했고, 그 와중에 공부는 또 해야 할 것 같아서 책은 사놨지만 진도는 별로 나가지도 않고...

 다른 분들도 바쁘셔서, 혹은 몸이 안좋으셔서 확실히 연초보단 북적북적했던 분위기는 덜한 거 같네요. 아무쪼록 바쁜 가운데 좋은 일 있으시고, 유난히 나쁜 요즘 날씨에 다들 건강하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또 이런저런 글로 자주 뵙길 바라고요^^;

 넋두리겸 짧게 적어봅니다.

Who's 윤주[尹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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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것은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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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1.03.16 04:11

    헉! 윤주 여사님, 안 죽으신 건가요?

    그나저나... 힘내세요.

    누가 그러는데... 작심삼일을 예방하는 방법은... 3일마다 결심을 하는 거래요.[퍼버버벅!!!]

  • profile
    윤주[尹主] 2011.03.16 07:01

     그, 그런 좋은 방법이;;;


     한번 써먹어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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