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2 04:51

시크릿Secret(11) - Ch.6 마녀

조회 수 525 추천 수 0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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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Secret>


 진연과 바리가 옛 윤주의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담쟁이가 타고 오른 돌담 너머로부터 싸리빗질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진연이 먼저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당을 쓸던 여자가 그녀를 맞았다. 청바지에 흰 스웨터 차림을 한 여자는 바리가 예상한 것과 달리 지나치게 평범해 보였다.


 "어서오세요."

 "당신이 혹시,"


 상대가 바리 얘기와 전혀 달라 보였음에도 초조한 마음에 진연은 성급히 지레짐작했다. 뒤따라온 바리가 그녀를 보고 인사할 때까지.


 "처음 뵙겠습니다. 혹시 당신이 그녀와 같이 왔다던?"

 "내 반려야, 그 애는."


 뒤이어 집 안에서 온 몸에 시커먼 색을 두른 여자가 부신 눈을 비비며 마당으로 나왔다. 큰 키에 걸친 남방과 바지 모두 상복처럼 검었고, 긴 머리카락 역시 목과 어깨를 타고 검은 물결처럼 허리 바로 위까지 흘러내렸다. 얼핏 보면 외국인처럼 보이는 인상은 머리칼 색에 대비되는 창백한 피부색과 높은 콧날 탓인 듯했다. 약간 끝이 치켜올라간 눈은 도전적인 호기심과 장난기가 다분했다. 마당으로 내려온 그녀가 제 반려라고 소개한 여자 곁에 다가가 그 뺨에 입을 맞췄을 때 진연은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했다. 검은 여자는 재미있단 듯 그런 진연을 곁눈으로 흘겨보았다.


 "당신도 혹시 그런 부류야?"

 "부류라뇨?"

 "왜 있잖아. 세상이 마치 자기 정한 규칙대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고리타분한 부류들."


 여자 말 끝엔 살짝 비웃음이 어려 있었다. 진연은 기분이 상했다. 상대는 명백하게 진연을 깔보고 있었다.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내려 바리가 끼어들었다.


 "인사부터 나눠야죠, 두 분. 진연 씨, 이쪽이 제가 말한 사람이에요."

 "마녀, 자색 하늘의 주인, 유폐된 왕. 추천하는 호칭은,"

 "다들 그냥 마녀라고 부르죠."


 바리가 제 말 중간을 딱 자르고 들자 마녀란 여자는 퍽 기분이 상한 얼굴이었다. 금세 마음이 풀어졌는지 다시 시시덕거리긴 했지만. 진연은 마녀의 그 웃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대에게 별로 호의적이지도 않았고, 마치 한없이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며 깔보는 듯한 비웃음이 몸에 밴 그런 얼굴이었다.


 "이쪽은,"

 "알아. 진연이지? 윤주네 딸내미."


 게다가 마치 모든 걸 안다는 듯 뻐기는 태도까지. 진연은 불편한 기색을 애써 숨길 필요가 없는 상대란 걸 바로 알았다. 마녀 역시 진연이 굳이 체면치레할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아챈 눈치였다.


 "후후, 제법 많이 컸는데? 똥오줌 못가리던 어린애였던 게."

 "당신이 저에 대해 뭘 알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단 많이."


 가슴 앞에서 팔짱을 끼고선 마녀는 느긋하게 다가와 진연 앞에 마주섰다. 진연이 그리 작은 편이 아니었음에도 살짝 고개를 올려봐야 할 정도로 마녀는 키가 컸다. 그나마 조금 떨어져 서 있을 때 예상한 만큼 큰 편은 아니었다. 살짝 말랐다 싶을 정도 호리호리한 체형이라서 그렇게 보인 것뿐일까?


 "난 네 태 묻을 때도 곁에 있었고, 네가 기저귀차고 기어다닐 때도 이 집에 있었어. 10여년 넘게 네가 아침마다 어깨에 책가방을 메고, 손에는 도시락통과 실내화가방을 들고선 쫄레쫄레 요 앞 골목길따라 내려갈 때도 윤주 옆에서 지켜봤는걸."

 "웃기지마. 당신 같은 사람 한 번도 본 적 없는걸."


 자신이 말을 놓고 있단 걸 진연은 깨닫지도 못했다. 마녀도,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을 뿐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잠시 침묵하다가, 뜬금없는 얘기를 내뱉었을 뿐.


 "난 아이들이 싫어."

 "?"

 "쓸데없이 시끄럽고, 무슨 얘길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어. 뭔가에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가도, 금방 고개를 돌려 다른 걸 쫓아가버려. 부질없는 짓인걸. 이 세상은 그저 한없이 지루하기만 할 뿐인, 그런 곳이니까."

 "그게 지금 대화랑 무슨 관계야?"

 "난 널 지켜보긴 했지만, 돌봐준 적은 없어. 마루 가장자리서 놀다가 굴러떨어진대도, 비탈길 오르다가 풀썩 넘어진대도, 갑자기 집 밖으로 팽하니 나가버린대도 난 보기만 했지 신경쓴 적 없었어. 당연하잖아? 넌 윤주 딸이지 내 딸이 아니니까. 네가 기억못하는 것도 그러니까, 무리는 아냐."

 "인정이라곤 눈꼽만치도 없구나?"

 "내 인정을 바라? 네가? 윤주 딸내미가 내게?"


 별안간 마녀는 깔깔대며 웃었다. 진연은 그녀가 왜 그러는지 어리둥절했다. 바리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구르고 섰고, 반려란 여자는 멀찍이 떨어져 선 채 잠자코 마당이나 쓸고 있었다.


 "내가 왜 유폐된 왕인지 알아?"


 한참 웃던 마녀가 정색하고 진연에게 물었다. 진연은 당연히 알 리 없었다.


 "네 엄마 윤주가 처음으로 불러낸 게 나야. 그전까지 내가 있던 세계엔, 주인 따위 없었어. 거기 있는 모든 게 다 잠들어 있었거든. 잠든다는 건 말야, 자신을 괴롭히는 게 아무것도 없단 소리야. 볼 것도, 들을 것도, 말할 것도 없어. 심지어 이 세상에 나란 게 있단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아도 돼. 여지껏 난 그보다 더 멋진 세상을 본 적이 없어.
 근데 윤주가 잠든 나를 깨웠어. 말도 안 되는 거 알아. 하지만 사실인걸. 눈뜨자마자 난 그 세상에서 깨어있는 유일한 존재가 되었고, 그래서 그쪽 세상의 주인이 되었어. 사실 그것까지도 난 감수해볼 수 있었을런지 몰라. 윤주가 계속해 나를 불러서,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으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 난 행복하진 못하더라도 비참해지진 않았을 거라고.
 지금 이 세상은 내게 있어선 감옥이나 마찬가지야. 윤주 탓에 넘어오긴 했지만, 윤주가 사라져서 이제 되돌아갈 수도 없거든. 그 기집애, 언젠간 다시 돌려보내줄 것처럼 얘기하더니 이제와서 나몰라 하고 사라져 버리긴."

 "넌, 대체 엄마와 무슨 관계야?"


 섬뜩한 기분에 진연은 마녀에게 그렇게 물었다. 바리는 분명 그녀가 진연을 도와줄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만나본 그녀는 하지만, 바리가 한 얘기와는 달리 전혀 진연을 도울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엄마 윤주를 잘 안대서 친구쯤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윤주와 과거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마녀 설명으론 도저히 그렇게 여길 수 없었다. 친구라기엔 도리어...


 "적이야. 철천지 원수지."


 그래, 딱 그렇게 보였어. 진연은 마녀로부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마녀는 제자리에 그대로 서서 차갑게 웃고 있었다. 진연은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어떻게든 정돈해보려 애썼다. 바리는 마녀가 적이 아니라고 했지. 하지만 마녀는 자기가 엄마 윤주의 적이랬고. 그녀가 한 얘기가 전부 사실이라면 엄마 윤주는 마녀를 낯선 이곳에 불러두고 다시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게 한 거다.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되는 거지? 거짓말을 하는 건 누굴까? 마녀? 바리? 만약 바리가 마녀 편이라면, 그녀 역시 마녀가 진연 자신에게 해코지해 엄마 윤주에게 복수하길 바라는 걸까?


 진연은 다시 두세 발짝 뒤로 물러섰다. 더이상 이 집은 진연에게 편안한 곳이 아니었다. 덫에 걸린 생쥐처럼, 어망에 걸린 물고기처럼 진연은 궁지에 몰린 양 몸을 움추렸고 어떻게든 이 곳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쉴새없이 주위를 두리번댔다. 마녀는 그런 진연의 모습을 별 말 없이 계속 지켜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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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 약속드린 대로 <시크릿> 11화 올립니다^^

 이제 나와야 할 인물들은 다 나온 거 같네요;; 영화로 치면 초반부는 대충 끝났달까요;
 사실 미리 쓰고 있긴 하지만, 비축분이 많지 않습니다...아직 중반부도 못 벗어난 시점이라서, 슬슬 압박이 오네요;;

 어쨌거나 3일에 한 번 가량은 올릴 수 있게 해보려고요; 별 일 없으면 일주일 이상 늘어지지 않을 겁니다...아마도요;;
 아무쪼록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네요;
?
  • profile
    클레어^^ 2011.03.12 04:55

    헉! 아군이 아니었습니까?

    그럼 그 엄마가 돌아가셨다고 한 건...;;

  • profile
    윤주[尹主] 2011.03.12 07:00

     그건 다음에 밝혀집니다....지금 뭔가 말하기는 조심스러워서;;; 다음 화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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