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화

파란불! 우연으로 맺어진 인연..


“집에서 게임만 하고 있는 내가 불만이 많았던지 아빠는 날 대리고 회사 회식자리에 대리고 가셨어.. 그런데 그때 먹은 복어가 화근 이였는지 병원에 실려 갔잖아..”


5평 남짓한 병실에 링겔을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 채린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한다.

쉰의 초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채린의 어깨를 내려치고는..


“아이구 이 녀석아..! 그나마 큰일이 아니니 다행이지 잘못해서 복어의 독에 당했으면 어쩔 뻔 했어..!?”


채린의 엄마 한무희는 딸아이의 등을 두어 번 때리고는 채린을 얼굴을 찌푸린다.


“아! 아퍼.. 왜 때리고 그래..!?”


시간은 채린이 화장실에서 지혜를 구해주고 몇 일후 병실에서 의외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간호하고 있던 무희는 병실의 문이 열리자 바라보고는 깜짝 놀란다.


“진희야!”


전형적인 아줌마의 파마머리에 그동안의 힘든 걸 감추기라도 한 듯 눈 밑의 다크서클을 화장으로 가리고는 들어선 건 다름 아닌 지혜의 엄마 도진희였다.

손에는 노란색 주황색이 섞인 건강 비타민 음료를 조그마한 선물세트를 사들고 들어서고 있었다.


“간호사에게 물어서 찾아오긴 했는데 다행이네.. 오랜만이다 무희야.. 이거 받아..”


무희는 둘이 서로 붙잡은 두 손을 토닥거리며 반가움을 금치 못한다.


“뭐 이런걸 사들고 오고 그래.. 너 살기도 힘들텐데..”


뒤에서 진희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채린은 순간 놀라면서 손가락으로 진희를 가리킨다.


“아줌마는..!?”


“누군가 했더니..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네..”


무희는 딸과 진희를 번갈아 보며..


“우리 채린이를 아는 사이인거야..?”


“화장실에 쓰러져 있던 우리 딸아이를 구해줬다고 들었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대호는 놀라면서..


“지혜의 어머니와 채린씨 어머니가 아는 사이였군요. 모르는 사실이라 정말 의외네요.”


“초등학교 짝궁이자 단짝친구였대요. 이사하고 연락도 안되는 바람에 모르고 지냈는데 지혜씨 어머니가 남편을 여의고 지혜씨까지 입원을 하는 바람에 병원에서 두 분이 만나셔서 제 병실에 찾아온 거 라더라구요.”


“진! 짜.. 인연이다!”


“다들 알다시피 난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고 그 후로 일이 하고 싶어져서 아빠한테 일을 하게 해달랬더니..”


♩∼♫∼♪


순간 대호의 핸드폰이 울리더니 누군지 확인하고는..


“저 나가서 전화 좀 하고 올께요.”


“네..”


가게문을 열고 나가 대호는 전화를 받고 그 틈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으리으리한 2층집에 금과 은장식으로 도배가 되어 있고 거실엔 큰 소파에 채린의 아빠 신대식과 채린이 앉아있다.

신대식은 얼굴이 굳어서는 표정이 좋지 않다.


“생각 같아선 직속 비서나 자리 좋은 사무실 실장을 시켜 주고 싶었는데 내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무슨 말이야 그게..?”


“우리 딸.. 미안한데 창원에 있는 공장에 다녀야 겠다. 자리가 거기로 잡혔어..”


“말이 다르잖아.. 어쩌다 그렇게 된건데..?”


“비서한테 좋은 자리 봐놓으라고 했더니 서류가 그쪽으로 가버렸구나.. 서류를 빼내려 해도 처리되어 깊숙이 들어가 버렸으니.. 고생스러워도 조금만 참고 기다리면 내가 다시 좋은 자리 봐주마.. 오피스텔도 하나..”


평소 같았으면 울고 불며 어리광을 부리고 남았을 채린이였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비장한 얼굴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아냐, 아빠.. 오피스텔 같은 것도 구해줄 필요 없고 좋은 자리도 필요 없어.. 이참에 최고 말단에서 시작해 보고 싶어.. 이번 기회에 사회라는 게 어떤거다라는 걸 알아야지 언제까지 아빠의 그늘아래에서 살 순 없잖아..?”


신대식은 딸을 바라보며 기분이 좋은지 대견스러운지 채린의 어깨를 토닥거리면서..


“이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우리 채린이가 심장이식수술을 받고 난 이후로부터 성격이 조금 변한거 같아.. 어떻게 보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봐도 무관할 듯 한데.. 난 우리 딸이 더욱 성장한 거 같아 너무 기분이 좋단다.”


그 사이에 대호는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채린의 옆자리로 자리를 잡고 다시 않는다.


“무슨 전화에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스푼을 입에 물고는 턱을 괴이고는 제희는 채린을 바라보면서..


“어찌 보면 둘을 이어준 건 대호씨 전 여자친구인데 채린이 너는 두 번째인 게 기분이 나쁘지 않은가봐?”


제희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듯 대호에게 팔짱을 끼어 보이며 멋스럽게 웃어 보인다.


“뭐 어때.. 어차피 내껀데..”


그런 채린의 행동에 움찔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내..내꺼라뇨..!”


채린과 팔짱낀 손을 황급히 빼내며 얼굴이 마치 홍당무처럼 붉어진다.

채린은 대호의 얼굴을 보며 살며시 웃더니 친구들을 봐라보며 손가락으로 대호를 가리킨다.


“이봐, 얼굴 빨개진 게 귀엽지 않아..?”


“정말이네..”


“진짜 귀여우시다.”


“노.. 놀리지 말아요 채, 채린씨..”


커피를 마셨다 다른곳을 쳐다보다 대호는 어쩔 줄 몰라 하는데..

순간 채린은 배를 웅켜 잡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아아앗..!”


해심과 대호는 놀라며 채린을 바라보고 제희는 놀라 벌떡 일어나 채린에게 다가간다.


“드디어 신호가 왔구나.. 가자 채린아..”


“으응..”


제희와 채린이 화장실을 간 사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해심가 대호는 자리에 앉는다.


“해심씨, 채린씨 많이 아픈거 아니에요?”


“걱정마요. 그날이니까 별일 없을거에요. 저런건 같이 사는 제희씨가 잘하거든요.”


“그날.. 이라면..?”


“몰라서 물어요? 여자가 한 달에 한번 마법에 걸리는 그날..”


‘설마.. .. 그.. 걸 말하는.. 건가..?’


대호는 이제야 눈치를 챈 듯 살며시 고개를 끄덕인다.

접시에 있는 음식을 마저 다 먹으며 해심은 대호에게 말 한마디를 건네는데..


“이 자리에 수맥이 흐르는 건가..? 채린이가 마트에 갔다 오더니 대호씨가 화장실에 가고 대호씨가 자리에 앉으니 조금 후에 채린이가 화장실에 들어가네..”


‘그러고 보니 채린씨한테 준 편지도 전달이 안되고 여기에서 기만이 녀석도 만나고 해심씨 말대로 정말 엇갈리는 거 보니 우리 둘 사이 뭐가 있긴 있는 모양인데..’


대호는 겉으론 안 그런 척 웃어 보이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하핫, 설마요. 우연이겠죠.”


“대호씨, 혹시 채린이가 S&T중공업 회..”


“야!!”


대호와 해심은 순간 놀라 소리가 난 쪽으로 바라본다.

그건 막 화장실을 갔다 온 채린과 제희였다.


“깜!짝이야..!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왜 그래요. 채린씨..? 놀랬잖아요.”


채린은 대호가 알아차릴까 셋이서 무언가 비밀로 한 듯 검지를 입에다 가져다 대며..


“비밀로 하기로 했잖아..”


“기지배, 언제까지 비밀로 할 거냐..? 알아야 할 건 알아야 할 거 아냐..”


채린이 대호의 옆에 앉아 해심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신호를 보내자 해심은 고개를 돌리자 물끄러미 보고 있던 대호는 의아해 하며..


“뭔데 그래요? 채린씨, 말해봐요.”


“아하핫, 아니에요. 아무것도..”


해심은 채린의 눈을 보면서 고개로 이리저리 신호를 보낸다.


‘너 언제까지 남자친구한테 너네 회사 회장 딸이라는 거 비밀로 할 셈이니..?’


채린은 대호에게 가까이 다가가 앉으며 오른손으로 목을 저어 보인다.

그건 누가봐도 “끝!”이런 표현 같아 보였다.


‘이제 겨우 사귀기 시작했는데 내가 회장 딸이라는 걸 알아봐.. 뭣 몰라도 멀어지지.. 잘못하면 끝이야 끝!’


제희는 해심을 바라보며 오른손을 접었다 폈다하며 오리같이 표현했다.


‘채린이 말이 맞아요. 친해져 반말하게 됐다가도 그걸 알게 되면 존댓말 할걸요.’


대호는 여자 셋이서 손짓 몸짓하며 제스처를 하는걸 보며 답답하고 궁금증만 늘어난다.


“뭐가 끝인데요? 셋이서 뭔 말하는 건데요? 저도 좀 알자구요.”


제희는 순간 들킬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먹을것도 다 먹었으니 나가자는 말이에요.”


“그거 였어요..? 먼저 나가 있어요 다들.. 제가 정리하고 나갈께요.”


옷깃을 스치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밤바람에 어느덧 제희의 손목시계는 저녁 10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가게에서 투명한 유리문을 열고 나오는 대호를 보고는 채린은 몸을 웅크려 추위에 떨면서..


“으.. 추워..”


대호는 채린을 밑에서 위로 쭉 훑어보고는 한눈에 봐도 짧은 미니스커트가 추워 보였다.


“그렇게 입으니 당연히 춥죠. 그러길레 왜 미니스커트는 입고 나와선..”


‘이보세요. 댁 한테 이뻐 보일려구 입고 나온거거든요.’


“그거야..”


채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호는 파란색 체크무늬 겉옷을 벗어서 채린에게 걸쳐준다.


“밑에다 둘러 줄걸 그랬나..?”


채린은 대호를 바라보는 눈엔 행복한 미소가 감돌고 제희와 해심은 닭살이라며 피하고 있다.


“지인! 짜 왜들 저래..”


“남자친구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나..?”


대호는 부끄러운듯 눈 밑이 붉어지며 제희와 해심을 바라본다.


“왜들 그래요.”


채린은 기분이 좋은듯 대호에게 다가와 두 손을 맞잡으며..


“우리 어디가죠?”


“또 어디 가게요..?”


대호의 말에 여자 셋은 마치 입이라도 맞추기라도 한 듯 한목소리로..


“에게..! 커피 먹고 땡..?”


‘뭔가 불안한데..?’


“우리 그러지 말고 백화점가요. 여기 위에 멀지 않는데..”


‘역시나 그게 나올 줄 알았어..’


해심의 말에 제희가..


“지금 시각엔 문 닫았을 텐데..”


기회를 놓칠세라 대호는 제희의 말에 덧붙인다.


“일단 백화점으로 가보고 문 닫았음 이마트로 가보죠.”


대호의 말에 채린은 더 달라붙어선 대호를 바라본다.


“진짜요! 뭐 사줄거에요!?”

채린의 그런 행동에 대호는 움찔해서는..


“네!? 네에..”


“야야.. 우리 대호 오빠가 사준데.. 봤지? 나 이런 여자야..”


“아.. 네..”


‘정말 여자들에게 쇼핑이란..’


대호는 당황해선 쇼핑가서 사준다는 소리를 해버렸다.

기가 죽어선 채린의 손에 이끌려 터덜터덜 걸어가는데..

십여 분을 걸어 올라가는 한산한 길거리에도 지나가는 차들과 수많은 횡단보도를 지나갔다.

걸어가면서 채린과 맞잡은 두 손은 놓질 않았다.


‘지혜 이후 처음인가..? 여자랑 손잡으면서 손바닥에 땀이 나는 이 느낌은..’


둘의 정적이라도 깨는 듯 채린은 대호에게 선뜻 말을 건넨다.


“오빠 손.. 나보다 약간 큰 편이네..”


“남자들 편에선 작은 편이죠.”


“위에 옷은 크다. .. .. 오빠 옷 얼마 입어요?”


“별루 안 큰데.. 전에는 100 입었는데 요샌 살이 빠져서 95 입어요.”


대호와 채린이 말을 나누고 있는 사이 어느덧 롯데 백화점에 다다랐다.

백화점은 이미 폐점을 한 이후였고 옆에선 공사를 한다고 한창이여서 주위엔 공사자재들로 너저분했다.

제희는 못내 아쉬운 듯..


“아! 역시 문 닫았네..”


‘다행이다. 문이 열렸으면 큰일날뻔 했어..’


해심이 한발 앞장서서 내 뱉은말은 대호의 마음을 철렁하게 했다.


“우리 이마트로 가자..”


“그래..!”


‘결국 가는구나.. 크흑..’


몇 분을 걸어 올라가니 잔풀이 조용히 흩날리는 큰 원의 공원이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랫동안 불이 꺼지지 않고 4층의 아이보리색의 건물 안으로 차들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해심과 제희가 앞장서서 건물 안으로 들어서고 매장안에 준비되어 있는 빨간색 장바구니를 집어 들어 해심은 대호에게 건넨다.


“자! 들어요.”


달랑 장바구니 하나만 건네자 제희는 혀를 차면서..


“에이.. 해심씨 하나가지고 되겠어요. 그냥 카트를 하나..”


그러자 해심은 장바구니 하나를 더 집더니 채린에게 건네고는..


“커플끼리 들라고 하죠. 가요. 제희씨..”


해심과 제희가 좋다고 매장안으로 들어서고 그런 둘을 보며 채린을 콧방귀를 끼면서 짜증을 부린다.


“제들이! 지들꺼 아니라고 막 부려 먹네..”


‘〘움찔..〙지.. 지들꺼..’


대호는 채린의 장바구니까지 마저 뺏어 들며 포개어 장바구니를 든다.


“이리 줘요. 제가 들게요.”


“안 그래도 돼는데..”


대호가 앞장서자 그 뒤를 채린이 따른다.

한참을 걷다가 채린의 눈에 들어온 건 붉은색의 백합이 양끝으로 갈라져 있고 긴 줄기로 잎이 있어서 언뜻 보면 붉은 백합처럼 보인다.

집어 들어 향기를 맡는 채린을 바라보고는..


“아마릴리스..”


“네..?”


“그 꽃 이름이에요. 꽃말이 수다쟁이라죠.”


김이 샌 듯 채린은 꽃을 다시 꽂아두고는..


“이쁘긴 한데 꽃말이 별루네..”


‘역시 심장이식 때문인건가..? 어떻게 좋아하는 꽃까지..’


에스컬레이터를 타며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벌써부터 대호의 2개의 장바구니는 가득차서 넘치고 있었다.

그것에 80%는 군것질 거리였다.

아이스크림, 과자, 빵 그리고 우유.. 대호 앞에 걸어가는 두 여인 해심과 제희의 수다 속 한마디는 어의를 상실케 했다.


“나 요즘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살만 찌는 거 같아..”


“아!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먹을 것들이 자꾸 앞에서 아른거려..”


‘이거 전부 당신네들이 고른거거든요.’


채린은 그런 대호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내려놓은 대호의 장바구니 하나를 잡아들고는..


“무겁죠 오빠..?”


채린은 친구들을 노려보고는..


“저것들은 친구가 아니라 웬수야 그냥..!”


대호는 다시 채린에게 장바구니를 뺏어 들고는..


“아니에요. 제가 들게요.”


‘여자한테 무거운 걸 들게 하면 안 돼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 커브를 돌자 눈에 들어온 건 액세서리 코너였다.

보라색에 큐빅으로 장식된 반짝이는 꽃모양 핀 형 머리핀을 집어 들고는..


“우와! 이쁘다~!”


못마땅한지 대호는 채린이 들고 있던 핀을 뺏어 내려놓고는 보라색 리본형 머리핀을 집어 들어 머리에 꽂아준다.


“이게 좋아요. 사줄테니 이걸로 해요.”


“아니 난 이게..”


대호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머리핀을 장바구니에 넣자 채린은 사줄 거 같지 않아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려놓는다.

제희는 저만치 구석에서 전화를 받고 있고 전화를 끊자 해심과 소곤거리더니 채린에게 다가와 말한다.


“벌써 11시다. 우리 슬슬 나가야 되지 않을까..?”


“나도 회사에서 불러서 잠시 들어갔다가 와야 할 거 같아..”


“그럼 나가요. 오빠..”


폐점을 하느라 분주한 이마트를 빠져나와 물건을 나눠 담은 쇼핑백을 집어 들고 각자의 길로 향했다.

느지막이 대호는 매장에서 빠져 나오고 그런 대호를 보고 채린이 투덜거리며 말을 건넨다.


“왜 이제 나와요!?”


“죄송해요. 안산 것이 있어서.. 집이 어디세요? 집까지 바래다줄게요.”


채린이 앞장서서 걸어가고 대호는 채린을 따라 옆을 나란히 걸어간다.


“ 별로 안 멀어요. 여기서 이십 여분 걸어가면 나오는데 제희의 친할머니가 이층집에 방이 하나 있다고 해서 같이 살고 있어요. 오빠는요..?”


“우리 공장에서 한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화인빌이라고 원룸이 하나 있어서 혼자 살고 있어요.”


칠흑같이 어두운 한산한 밤길을 걸어가며 대호의 핸드폰의 시계가 불이 밝혀지고 숫자는 11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집에 들어가서 바로 자야겠네.. 너무 늦었어.. ..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채린씨 전화번호도 모르고 있었네..’


“채린씨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요?”


“줘봐요.”


전화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채린에게 핸드폰을 건네자 번호를 눌리고 전화를 건 다음 핸드폰의 신호음을 듣고 끊는다.

채린이 핸드폰을 건네자 대호가 받으려는 순간 들고 도망치며 몇 발자국 앞에서 돌아서서 바라본다.

핸드폰을 들어 흔들어 보이며..


“뺏어봐요.”


“왜 그래요. 이리줘요.”


“저 한테 반말 하면 드릴게요. 존댓말은 우리 둘 사이를 가로막는 벽이라고요.”


대호는 채린의 손에 쥐어진 자신의 핸드폰을 뺏으러 이리저리 수를 쓰지만 채린은 재빠르게 피한다.

채린은 핸드폰을 든 채 뒷짐을 지고는 대호를 보며 웃어 보인다.


“제 말 따라하면 드릴게요. 채린아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자! 해봐요.”


“크흠.. 채린.. .. 아.. 우리 앞으로 잘해보.. 자..”


채린은 대호에게 핸드폰을 건네고는..


“거봐.. 얼마나 좋아요.”


채린이 앞장서서 길을 걸어가자 대호는 채린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자신의 핸드폰을 보고 문자를 쓰더니 채린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온다.


〘문자 와쎠엉~!〙


「5121 4443200 4443221」


대호가 보낸 의미모를 숫자들.. 채린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뒤돌아 대호에게 물어본다.


“뭐에요 이 숫자는..?”


“그 암호 풀면 앞으로 반말해보도록 할께요.”


대호와 채린이 이렇게 한발자국씩 가까워지고 있을 무렵 커브길을 돌아 골목길로 들어서려는 순간 누군가가 앞에 나타나 길을 가로 막는다.


“무슨 볼일이야..?”


못 볼 걸 본 듯 안색이 좋지 않은 대호의 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기만이였고 기만의 옆으로는 자신보다 두배는 큰 사내가 둘이 버티고 있었다.


“내가 볼일은 니가 아니라 저 여자야..”


기만의 말에 대호는 채린의 앞을 막고 보호하며..


“채린씨, 내가 주위를 끌태니 도망가서 경찰이라도 불러와요.”


채린은 고개를 끄떡이며..


“네.. 조심해요. 오빠..”


대호는 용기 내어 기만에게 주먹을 날리자 채린은 뒤로 돌아 뛰기 시작한다.

한참을 정신없이 뛰어나와 큰 대로변에서 채린은 주위를 살피고 이리 저리 갔다가 발을 동동 굴리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어쩌지 어쩌지..? 흐아앙.. 오빠아.. 아! 112!”


핸드폰을 열어 연결음이 끝나자 채린은 황급히 말을 하기 시작한다.


“경찰서죠. 여기.. ..”


그 순간 검은색 큼지막한 차량이 채린의 등 뒤를 스쳐지나가고 얼마 후 경찰이 도착하자 골목길로 뛰어 들어간다.


“여기에요! 여기..”


도착한 그곳에는 아무도 없고 어두운 길목을 밝히는 가로등 아래 널브러진 쓰레기만이 있을뿐이였다.

허탈한 마음으로 채린이 한발자국 앞으로 걸었을 땐 채린의 발밑으로 대호에게 이쁘다고 사주라고 한 보라색 큐빅으로 장식된 꽃모양 머리핀이였다.

조용한 길목 가로등아래 널브러진 쓰레기들 가운데서 채린의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대호 오빠..”

========================================================================

%BE%B6~4.JPG  

아마릴리스라는 꽃입니다. 꽃말은 수다쟁이로 종마다 다르다네요.

?
  • profile
    클레어^^ 2011.07.24 03:14

    대, 대호씨 납치?

    그나저나... 연인들은 다들 저러는 건가요? ㅠㅠ

    후우~. 씁쓸하네요...;; 다만 대호씨가 무사하길 빌 뿐이죠...;;

  • ?
    다시 2011.07.24 08:32

    댓글을 달면 그림이 보일거에요 ㅋㅋ

  • profile
    윤주[尹主] 2011.07.24 08:48

     납치 ㄷㄷ;;;

     내용이 긴박하게 흘러가네요 ㅎㅎ

  • profile
    ♀미니♂ban 2011.07.24 21:27

    혹시나 모르시는분들을 위해 위 그림을 설명 드리는데

    분수대 광장은 채린의 친구들을 대호에게 소개시켜준 곳이구요.

    공사중인 백화점은 쇼핑 하려다 실패한곳

    이마트 건물은 채린과 대호가 친구들끼리 해서 쇼핑한곳

    그리고 검은색 커피 전문점은 카페베네로 앉아서 수다를 떨던 곳으로 전부다 실제로 존재하는 곳입니다.

    꽃은 설명이 돼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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