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 <횡단보도>

by 윤주[尹主] posted Jun 2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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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인연이 선사한 역신데렐라 스토리

 글 쓸 때 공부를 많이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게 티가 안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때로는 그 분이 얼마나 준비를 많이 해서 글을 쓰는지 보이는 경우도 있죠. 미니반 님이 쓰시는 글은 '공부를 많이 한 티가 나는' 글들입니다. 실재하는 배경을 연구하고 소재를 수집하면서 마치 만화를 그리거나 드라마 촬영을 하듯 글로 그것을 그려내려 합니다. <횡단보도>에서도 미니반 님의 그런 경향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납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들이 우리에게 익숙한 로맨스 스토리, 드라마틱한 이야기 구조 속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읽는 분들께 낯설지 않고 상대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개요

 주인공 구대호는 여자친구의 어이없는 죽음 때문에 절망에 빠져 만사를 비관적으로만 보며 살아갑니다. 어느날 직장에 출근하는 길에 만난 여주인공 신채린과 사소한 해프닝이 이어지면서 그녀에게 감정을 갖게 됩니다. 동시에 죽은 여자친구의 모습을 채린의 모습과 자기도 모르게 겹쳐보고 있단 사실에 당황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대호와 채린에게 과거의 인연, 죽은 여자친구로 인한 인연들, 그리고 새로운 인연들이 서로 뒤얽히면서 두 사람의 사랑을 돕거나 혹은 사랑의 장애물이 됩니다.


 추천사 및 남겨진 과제

 <횡단보도>에는 수많은 '신드롬', 혹은 '증후군'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주로 작중에서 일어나는 어떤 사건이나 해프닝, 특정 인물의 성격 등을 설명, 혹은 해설하기 위해 쓰여지고 있죠. 한편으로 자주 나오는 말이 '법칙'입니다. 주인공들에게 일어나는 이벤트들은 해당 '법칙'을 모티프로 하여 짜여진 경우가 많죠. 개인적으론 후자가 작가의 기획 의도도 반영하고 있고 독자 입장에서도 더 세련되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단군호녀>와 마찬가지로 <횡단보도>는 드라마를 많이 닮아 있는 글입니다. 동시에 드라마와 정반대의 구도를 취하고 있기도 하죠. 흔히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쟁취하고 행복을 얻는 이야기를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하지만, <횡단보도>는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만나 사랑을 쟁취하고 결국 행복 또한 성취한다는 점에서 '역신데렐라 스토리'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감성적인 로맨스라는 점은 여성층을 겨냥한 드라마와 유사하지만, 주인공 대호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전개와 시각은 반대로 남성 독자들에게 공감받고 어필하려 합니다. 분명한 건, 서점에 널린 '여성향 로맨스'와 달리 <횡단보도>와 같은 본격적인 '남성향 로맨스'를 독자들이 만나기란 쉽지 않을거란 사실입니다. 마니아를 갖춘 '여성향 로맨스'와 달리 시장이 제한된 <횡단보도>와 같은 글들을 볼 수 있는 건, 특히 우리나라에선 인터넷 공간에서만 가능한 즐거움일 겁니다.

 너무 무게잡지 않는, 달달하고 가벼운 직장인 로맨스 <횡단보도>가, 본작을 읽는 다른 분들께도 소소한 즐거움을 안겨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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