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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화

딘의 법칙..

 

위기에 몰린 대호가 채린을 먼저 도망치게 한 뒤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채린이 도망치고 대호가 자신에게 주먹을 날리자 기만은 한손으로 대호의 주먹을 막아내고는 콧방귀를 끼며 대호를 치켜 올려보며 노려본다.

 

“학교 다닐때는 나한테 항상 점심밥을 반납했던 주제에 꼴에 여자 앞이라고 주먹을 날리는걸 보니 많이 컸나 보구나..”

 

“학창시절때의 나로 보면 오산이야.. 사회에선 법이 최고라구.. 잘못하단 너도 철창신세를 질 수도 있어..”

 

기만은 대호의 주먹을 내팽겨 치고는 고개 숙여〘낄낄〙거리며 웃고는 대호를 바라보고..

 

“철창 신세라.. 내 친척형의 여자친구를 뺏어간 주제에 그런말이 나오나 보지..?”

 

“무슨 소리야 그게..?”

 

“바보 같은놈.. 아직도 모르는 거냐..? 니가 좋아하는 저 여자.. 우리 회사 회장 외동딸이다.”

 

그 말을 듣고는 대호는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호주머니에 양손을 넣은채 기만은 대호에게 다가와 귀띔으로..

 

“니가 알고 있는 천운학이 우리 사촌형이란 말이다. 회장이 우리 사촌형을 사윗감으로 점찍었는데 감히 네깟 놈이 그걸 가로채? 너한테 저런 여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한건 아니겠지..?”

 

기만이 고개로 신호를 보내자 주위에 있던 덩치 큰 사내들이 대호를 붙잡고는 밧줄로 묶고 입을 천으로 재갈을 물린 채 끌고가서 도로가에 새워둔 차로 향한다.

묶인 채로 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차안에선 기만이 차가 출발하자 대호에게 노란색 긴 수건으로 대호의 눈을 가리는데..

 

“니가 노리는 건 채린씨잖아.. 날 잡아가서 뭘 어쩌려는 거지..!?”

 

눈이 가려져 있어서 기만의 표정은 볼 수가 없었지만 듣기에도 거만하게 들렸다.

아니..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는 녀석이다.

 

“이번에 그 여자를 이용해서 똑똑하신 우리 회장님한테 한몫 단단히 챙겨 볼려구.. 10억? 아니, 한 100억.. 정도 챙기면 될려나..? 크크큭.. 돈만 있으면 그딴 노가다는 때려 치워도 되잖아.. 안 그래..?”

 

기만이 고개로 신호를 보내자 기만의 옆에 있던 덩치 큰 사내가 대호의 복부를 가격하여 왼쪽으로 쓰러뜨린다.

 

〘퍼억!〙

 

“어디서 봤더라..? 딘의 법칙이라는게 있던데 그게 뭔지 알아..?”

 

덩치 큰 사내는 대호의 호주머니들을 뒤져서 핸드폰을 찾아내 꺼내서 기만에게 건넨다.

기만은 핸드폰을 받아들고는 핸드폰으로 대호의 뺨을 툭툭 치면서..

 

“사람은 위기에 몰리면 항상 최악을 선택한다는 거라던데.. 자! 전화해 여기 롯데 백화점 뒤에 있는 컨테이너니까 그 신채린인가 하는 여자 혼자만 오라구..”

 

“내가 할 거 같아..?”

 

“크큭, 안할 수 없을껄.. 쓸 때 없는 짓 했다간 숨통이 천천히 조여 올 테니까..”

 

“나.. 날 주.. 죽이면 너..도 무사하지 못해..! 내가 미끼라는걸 모르지 않을텐데..?”

 

“바보 같은놈 떨기는.. 네깟놈은 애초부터 꼴도 보기 싫었어.. 네 녀석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덩치 큰 사내가 대호를 일으켜 새우고 눈을 가린 노란색 수건을 풀고 손을 앞으로 해서 가슴으로 묶어둔 밧줄을 정리한다.

눈치를 보는 대호는 어쩔 수 없자 비밀번호를 풀고는 채린에게 전화를 걸자 기만이 뺏어들고 덩치 큰 사내는 다시 대호의 눈을 가린다.

기만이 대호에게 전화기를 가져다 대자 신호음이 울리고 채린이 전화를 받는다.

 

“대호오빠! 어디에요!? 괜찮아요?”

 

“여기 롯대 백화점 뒤에 있는 컨테이너에요.. .. .. 난 괜찮으니 오지마요.”

 

〘퍼억!〙

 

운전을 하던 사내가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어두운 뒷골목에 컨테이너 앞에 차를 새워 두고는..

 

“도착 했습니다 형님.. 저 녀석이 쓸 때 없는 소릴 해서.. 과연 올까요..?”

 

“바늘이 여기 있는데 실이 어찌 오지 않겠냐..? 잔말 말고 옮겨..”

 

덩치 큰 사내들은 차에서 내려 대호를 대리고 열려있는 컨테이너로 향했다.

쓰지 않는 듯 버려진 듯 우거진 수풀에 조그마한 깨진 창문에 지저분하게 녹슨 컨테이너 안에 구석에 마련된 의자에 대호를 앉혀 두고는 기만은 마주보고 앉았다.

 

“얘들아.. 아까 그 계집애 괜찮지 않냐..?”

 

“전 키 작은 여잔 별룹니다.”

 

“난 괜찮아 보이던데..”

 

의미모를 미소를 띠더니 사내들을 어깨너머로 넘겨보고는..

 

“요리를 좀 해야겠다.”

 

조용한 뒷골목엔 가로등하나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 아래로 얼마 후 채린이 옷도 갈아입을 정신도 없었는지 컨테이너로 향해 혼자 걸어왔다.

잔뜩 겁을 먹은 듯 조심스레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서고 주위를 두리번거리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는 대호에게 다가가..

 

“대호 오빠..”

 

그대로 눈을 가린채 의자에 묶여서 입에 재갈을 물린 건 풀려 있었다.

 

“여긴 왜 왔어요. 채린씨.. 위험해요. 도망가요.”

 

그때 덩치 큰 사내 두 명이 들여 닥쳐선 채린을 의자에 앉혀 묶어두고 입에 재갈을 물린다.

 

〘우웁!〙

 

한 사내는 대호의 입을 막고 눈에 가린 수건을 풀어주고 그 수건으로 채린의 눈을 가린다.

 

“다 됐습니다 형님..”

 

그때 기만이 들어서고 은색 철재의자에 앉은 채린을 보고 꿇어앉아..

 

“뉘 집 귀한 자식인지 참 귀엽게도 생겼네..”

 

옆에 서 있던 사내들은 의자와 채린의 다리를 잡자 기만은 채린의 다리를 만지작거리면서 올라간다.

 

“우웁 우우웁웁!?(뭘 하려는 거야!?)”

 

“잘 보라구 재밌는 구경을 시켜 줄테니..”

 

기만이 채린의 미니스커트를 만지작거리자 채린은 발버둥을 치지만 소용이 없었다.

채린의 짧은 치마가 펄럭이는 순간..

 

〘덜컹!〙

 

누군가 들어서고 덩치 큰 사내들이 주먹을 날리자 하반신을 가격해 한번에 쓰러뜨린다.

의문의 누군가는 기만까지 쓰러뜨리고 채린의 모두 풀어주고는 대호까지 구출해준다.

채린은 의문의 사내를 노려보고는..

 

“오빠!! 왜 이리 늦은거야..!? 잘못하면 큰일날 뻔 했잖아..!”

 

180은 되 보이는 제법 큰 키에 마른 채격 호남형의 가름마를 탄머리.. 그건 다름아닌 신채린의 사촌오빠 신선노였다.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싸움 잘하시네요.”

 

“나? 싸움 못하는데..? 이 좁은 대서 어찌 하냐..?”

 

“어떻게 이런 녀석들을 단번에..?”

 

“남자 녀석들은 거시기만 걷어 차버리면 아무리 덩치가 커도 한방이거든.. 크흐흣..”

 

그제야 긴장이 풀린듯 둘이서 웃어보이고는..

 

“형님도 참..”

 

〘퍽!〙

 

선노는 갑자기 대호에게 꿀밤을 먹인다.

 

“형님..!?”

 

“남자 녀석이 채린이랑 사귀기 시작 했으면 지켜줘야 할 거 아냐.. 뭐냐 이 꼴이..?”

 

그제야 경찰들이 들이 닥치고 쓰러진 기만과 검은 옷의 사내들을 끌고 나간다.

채린은 선노를 노려보고는..

 

“왜 이리 늦은거야..? 설마..?”

 

선노는 돌아서선 헛기침을 해대며 컨테이너 밖으로 빠져 나간다.

 

“크흠, 시간이 늦었다. 빨리 들어가라..”

 

다들 빠져 나가고 컨테이너 안에는 대호와 채린 둘이 남게 되었다.

대호는 채린을 바라보고는..

 

“미안해요. 지켜 주지 못해서.. 괜찮아요?”

 

채린은 호주머니에서 대호가 사준 보라색 꽃모양 머리핀을 머리에 찔러 보이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이거 고마워요. 안 사줄지 알았더니 아까 다시 들어간 게 이거 살려고 다시 들어간 거였어요?”

 

“채린씨.. 채린씨가 회..”

 

대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채린은 대호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순간 놀란 대호는 놀라선 전신이 굳어 있었다.

대호가 채린을 때어내려고 밀쳐내려 하면 채린은 더욱 강하게 껴안았다.

 

“가만히 있어봐요. 아까 기분이 나쁜일 때문에 기분 전환 좀 해야 겠어요. 또 빼려고 하면 나 화낼거에요.”

 

그렇게 일은 잘 마무리 되고 대호는 채린을 집까지 바래다주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대호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선 지친몸을 이끌고 평상복을 의자에 내팽겨 치고는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이불을 덮을 기력도 없었다. 아니, 우울하다는 게 맞는 말이다.

3년전 전 여자친구 차지혜를 떠나보내고 지혜와 꼭 닮은 채린을 만났는데.. 정말 기만이 녀석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 사귀고 있는 채린은 자신의 회사의 회장 딸이라는 것.. 자신이 넘보지 못하는 집안의 자식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초라한 행색을 보니 채린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의사인 천운학과 사귀는 게 당연한 듯 했다.

하지만 운학에게 채린을 양보한다는 건 지혜를.. 아니 채린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죽기보다 싫었다.

게다가 운학은 기만의 사촌형이다.

오늘에서야 이런일이 벌어지고 채린을 지켜주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을 때쯤 자신의 베개 옆에 놔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신채린』

 

어두운 방에 들어오자마자 불도 켜지 않고 그대로 뻗은 터라 밝은빛의 핸드폰을 잡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전화를 받아든다.

 

“뭐해요? 자요..?”

 

“아뇨..”

 

“정말 여자가 먼저 전화하게 할 거에요? 머리핀 사줄때는 잘생겨 보이더니 이럴 땐 꼭 아까 선노 오빠처럼 걷어차고 싶어..”

 

대호는 천장을 바라보고 돌아누워선 눈을 감는다.

한동안 말이 없자 채린이..

 

“왜 말이 없어요. 걷어찬다고 해서 놀란거에요?”

 

“아뇨..”

 

“내일 퇴근하고 우리 뭐할까요..?”

 

“내일 또 만나게요?”

 

“이 오빠가..!? 왜 이래요.. 아마추어 같이.. 근데 그 숫자들은 뭐에요?”

 

“암호에요. 풀어봐요.”

 

“에이.. 봐줬다. 오늘 늦었으니 피곤할테니 내일 회사에서 만나요.”

 

“잘자요. 내 꿈 꿔요.”

 

“키힛.. 오빠.. 자장가 불러줘요.”

 

“나 노래 못하는데..”

 

머리가 복잡한데 자장가를 불러줄 생각이 없자 대호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 마리.. 양 다섯 마리.. .. .. ..”

 

전화기 저 너머에선 잠이든 채린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대호는 조용히 전화를 끊고 천장을 바라보고 생각한다.

환자복을 입은 지혜의 병실에 이불을 덮고 누워있고 그 옆으로 손을 맞잡고 대호가 금세라도 눈물이 터져 나올 듯 바라보고 있다.

 

“지혜야, 걱정 마.. 전부 다 잘 될 거야..”

 

대호의 눈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자 지혜는 오른손으로 눈물을 닦아준다.

 

“바보같이 울기는 왜 울어.. 수술하러 가는 거지 죽으러 가는 거 아니잖아.. 난 걱정 안해..”

 

「오빠 곁엔 항상 내가 있을 테니까.. 약속해..」

 

‘그 수술이 채린에게 너의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이였니..? 그래서 그 말을 했던 거야.. 항상.. 내 곁에 있을테니 약속한다고..’

 

대호는 다시금 생각에 잠기고 시간은 3년전 대호가 지혜를 부모님께 소개시켜준 자리이다.

서른네다섯 평은 되어 보이는 평범한 집에 큼지막한 거실에 네모난 나무 식탁에 바닥에 앉아선 이야기를 나눈다.

쉰의 후반쯤 되어 보이는 덩치 큰 아저씨는 대호의 아버지 구석필이고 손님이 온답시고 멋스럽게 차려입은 쉰의 중반쯤 되어 보이는 통통한 체격의 아주머니가 대호의 어머니 조미례이다.

대호의 엄마 미례가 먼저 지혜에게 말을 걸어오고..

 

“아가씬 나이가 어찌 되요?”

 

“이제 막 20살이 됐어요.”

 

보지도 않는 티비만 보던 석필은 조용히 말을 꺼낸다.

 

“우리 회사 사무실에 아르바이트를 구해서 들어온 거야..”

 

“사무실에서 나오는 지혜랑 부딪혀서 서류를 주워주다 알게 된 거야 엄마..”

 

“대학은.. 어디에 나왔어요..?”

 

“안.. 나왔어요..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지혜와 대호의 엄마 조미례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진다.

미례는 뭔가가 탐탁치 않은듯..

 

“그래, 부모님들은 모두 건강하시구요..?”

 

분위기가 좋지 않아 대호는 선뜻 나서며..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만 살아계셔 엄마..”

 

♩∼♫∼♪

 

지혜의 핸드폰이 울리자 황급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선..

 

“저 잠시 전화 좀..”

 

“그렇게 해요.”

 

현관문을 열고 나서선 밖으로 지혜가 나가자 미례는 아들 대호에게 눈치를 주며..

 

“으흠, 사귀는 건 뭐라 안켔다만.. 결혼까진 안 된다. 대학도 안 나온 애랑은 결혼시킬 수 없잖수.. 안 그래요 여보?”

 

“나도 니 애미랑 같은 생각이다. 소혜가 시집가버리고 이제 남은 건 우리집에 남자가 너 하나뿐인데 좋은 집에 장가를 보내야지..”

 

대호가 오늘 지혜를 자신의 집에 대려온 건 지혜도 자신도 결혼까지 생각해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어린나이에 철없는 생각일 수도 있지만 대학을 다니고 가정형편도 그리 어렵지 않는 대호에게 아버지도 안계시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등학교만 나온 지혜와 결혼을 거부하는 부모님이 그리 썩 탐탁치만은 안았다.

그렇게 지혜가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하고 지혜의 일을 돌봐주러 경찰서에 왔다 갔다 하는 대호를 보고는 대호의 부모님의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훗.. 채린씨를 아버지랑 어머니께 소개시켜 주면 좋아라 하겠지.. 우리 회사 회장 딸이라고 하면 놀랄테니까..’

 

그렇게 한참을 생각에 잠겨 눈을 뜨니 어느새 창밖에선 햇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오고 새소리가 지저귀고 있었다.

 

‘언제.. 잠이 든거지..?’

 

〘때래래래~랭~!〙

 

느즈막이 시간 맞춰놓은 출근시간 알람이 핸드폰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꼭 머리가 복잡한 이날에는 깨고 싶지 않아도 눈이 알람보다 제일먼저 떠져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터덜터덜 걸어 화장실로 향하고 씻고는 옷을 갈아입고 문은 잠근 뒤 회사로 향했다.

 

‘오늘도 채린씨를 만날텐데 뭐라고 이야기 하지..?’

 

길을 걷던 중 머리가 복잡해서 잠시 버스정류장에 구석자리에 나무벤츠에 자리 잡고 앉아선 고개 숙여 머리를 긁적거렸다.

 

♬∼♩∼♪

 

바지 호주머니 속 진동과 함께 벨이 울리는 핸드폰.. 대호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전화기를 받아든다.

핸드폰 저 너머에선 신채린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대호 오빠! 창원 경찰서에서 어제 일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필요하대요. 사고 조사계라는데 같이 가줘요.”

 

‘안 그래도 머리가 복잡해서 일하러 가도 제대로 일이 되지 않을 거야..’

 

“경찰서 앞에서 만나서 같이 들어가는 게 어때요? 아니다. 채린씨는 회사가요. 제가 일처리하고 전화 드릴게요.”

 

“정말 그래도 되겠어요? 오빠도 어제일로 힘들 텐데..?”

 

“채린씨야 말로 마음적으로도 힘든 일을 겪었잖아요. 저한테 맡기고 회사가요.”

 

“훗.. 역시 남자친구는 있고 봐야 한다니깐..”

 

대호는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채린씨..이..”

 

“그럼 전 오빠 전화 올 때까지 그 숫자암호 풀어 볼게요.”

 

‘정말 내가 반말하기를 바라나보네.. 정답은 이미 말했는데..’

 

“먼저 끊어..”

 

“조심해서 갔다 와요.”

 

전화를 끊고는 한참을 먼 산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대호는 흐뭇한 미소를 띤다.

 

‘정말.. 누구처럼.. 눈치도 없는 바보네.. 이런 기분 오랜만인가..? 조금씩 그녀와 닮아 가는듯한 이런 느낌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앞으로 나서서 택시를 잡아타고 경찰서로 향한다.

 

〘택시!〙

 

경찰서 앞에서 내려선 안으로 들어서려하자 보초를 서던 경찰이 불러 새우고는..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사고 조사계에 볼일이 있어서요.”

 

보초를 서던 경찰은 뒤로 돌아 손을 뻗으며 손바닥으로 저으며 위치를 가르쳐 준다.

 

“들어가셔서 왼쪽 맨 끝으로 가면 보일 겁니다.”

 

대호는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는 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주위를 둘러보고는 이리저리 찾아들어가 사고 조사계 안으로 들어섰을 땐 저만치 안에선 어제의 덩치 큰 사내 둘과 천기만 그리고 50대 중반의 한 남성이 보였다.

다가섰을 땐 50대 중반의 남성의 가슴에는 國(국)자가 적힌 금색의 배지가 보였다.

천기만과 닮은걸로 봐서 아무래도 아버지인 듯싶었고 주위에 경찰들은 안색이 좋지 않아 보였다.

기만을 취조하던 경찰이 대호를 보고는..

 

“혹시 구대호씨 되십니까..?”

 

“네..”

 

취조하던 경찰 옆에 서있던 계급이 높아 보이는 경찰은 귀띔으로..

 

“조용히 처리 할랬는데 왜 부른거야..?”

 

기만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거만한 표정으로 대호를 내려보고는..

 

“인사해라 우리 아버지이시다.”

 

인사는 하지도 않고 노려보던 대호를 바라보고는 기만의 아버지는..

 

“젊은 녀석이 저러니 쯔쯧.. 가자 기만아..”

 

“네, 아버지..”

 

기만의 아버지가 먼저 나가고 기만은 대호의 귀에다가..

 

“이 세상은 말이다. 법보다는 권력과 부가 우선이다.”

 

뒤돌아 나가는 기만을 바라보자 대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있는 힘껏 취조했던 경찰의 책상을 내려쳤다.

 

“왜 풀려 난거죠!? 저 녀석 분명히 제 여자친구를 희롱 했다구요!!”

 

“이봐, 이봐! 저 친구는 이미 벌금을 지불했어.. 아버지가 오셔서 사건을 조용히 잘 마무리 했는데 일을 너무 크게 만들지 말자구..”

 

「그때와 똑같잖아..

파란불에 지나가는 횡단보도에서 지혜를 치고도 벌금만 물고 날 비웃으며 경찰서를 빠져나가던 그 놈이나 채린을 희롱하고도 돈 많은 아버지 덕에 벌금만 물고 풀려나는 기만이나..

권력과 부와 명예 이놈의 세상은 벌금형은 왜 있는거냐구..!!」

 

고개를 숙인 대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경찰에게 다가서선 멱살을 잡고 들어 올려 주먹을 쥐어 때리려 할 때 뒤에서 누군가 잡고 말리고 나섰다.

 

“대호씨 기분은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이러면 안돼요. 참아요.”

 

그건 기만의 친척형 천운학이였다.

경찰을 내팽겨 치고는 대호가 사고 조사계를 빠져나가 복도에 서있는 운학은 불러 새우고는..

 

“대호씨..”

 

대호는 운학의 멱살을 잡아 벽에 몰아 새우고는..

 

“기만이 녀석이나 네 녀석까지 전부 꼴 보기 싫어! 똑똑한것들..! 부모 잘 만나서 어려운 사람 아픔을 모르는 녀석들은 전부다 다 때려눕히고 싶단 말야!”

 

“절 때려서 화가 풀린다면 그렇게 해요. 한 가지 알아두실 건 전 대호씨를 돕고 싶다는 겁니다.”

 

대호는 운학을 내려놓고는..

 

“저 아저씬 기만이 아버지 인가보지..?”

 

“저희 큰아버지죠. 천재식.. 국회의원이세요. 대통령 후보에도 오르내릴 정도로 지지율이 높으셔서 기만이 녀석은 아버지 백을 믿고 저러는 겁니다. 큰 아버지도 안 좋은 소문이 나돌까봐서 그렇게 처리 한 거 일거구요.”

 

돌아서서 대호는 운학을 바라보며..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거지..?”

 

“큰아버지 댁에 볼일이 있어서 갔는데 그때 마침 큰아버지가 기만이 녀석 일로 전화를 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었어요. 그때 알았어요. 아까 전에 와서 취조하시던 경찰분께 알아보니 피해자가 대호씨랑 채린씨더군요.”

 

그때 때 마침 대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

 

핸드폰 속의 시계는 어느덧 아침 10시가 되어 있었고 걸려 온건 대호의 사장이였다.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 할 테니까 쓸 때 없는 참견은 안했으면 좋겠어..”

 

대호는 그런 말만 남기고 전화를 받아든 채 경찰서를 빠져 나갈 때 쯤 채린은 회사 노트북 앞에서 일하면서 제희와 전화를 하고 있다.

 

“뭐! 알아냈다고..?”

 

기쁜 마음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를 치자 주위에서 채린을 노려본다.

채린은 몸을 사리면서 자리에 앉고 눈치를 보며 작은 소리로 전화를 이어간다.

 

“그래, 숫자 암호의 뜻이 뭔 대?”

 

“뜻이 내 꿈 꿔야..”

 

“에..? 진짜?”

 

“문자를 잘못 보내다가 알아낸 거야..”

 

“고맙다. 진! 짜 고맙다.”

 

핸드폰을 끄고는 채린은 숫자암호를 풀었다는 말할 생각에 기대에 잔뜩 부풀어 있다.

한편 대호는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회사에 들어설 수 있었다.

회사 로비로 들어섰을 땐 민원 데스크 앞에 알림판엔 무언가가 붙어 있었고 그 앞으로는 여러 사람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다.

 

“뭐지..? 뭣 때문에 저리 모여 있는거야..?”

 

대호는 다가가선 사람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알림판에 걸린 조그마한 A4용지의 글들을 읽어내려 간다.

무엇을 봤는지 순간 대호는 안색이 어두워지고 현장을 가는 문 쪽을 바라보며 한숨을 크게 내쉬며 양팔을 허리에 올려놓는다.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레..’

 

그때 뒤에선 화장실 가려던 채린이 뒤에 나타나선 대호를 보고는 달려든다.

 

“대호 오빠!”

 

대호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대호를 반겼지만 의외의 반응에 채린은 의아해 한다.

 

“왜 그래요? 갔던 일이 제대로 안 된 거예요?”

 

대호는 채린이 걱정할까 아닌척 웃어보인다.

 

“하핫, 아니에요. 다.. 잘 됐어요.”

 

“치..”

 

채린이 고개를 돌렸을 때 여전히 사람들이 알림판을 바라보고 있었고 사람이 좀 없어지자 채린의 눈엔 알림판에 글들이 눈에 들어온다.

 

“뭐지..? 뭣 때문에..?”

 

“채.. 채린씨!! 보지마요!”

 

“왜요. 잠깐만 보고 올게요.”

 

대호의 손을 뿌리치고는 채린은 다가가서 알림판에 걸린 작은 종이의 글을 읽어 내려가자 좀 전의 대호와 같이 안색이 어두워진다.

 

“본사 발령자.. 명단..”

 

‘친해질려면 이별이 오니 이거 무슨 장난도 아니고..’

 

 

 

 

 

※딘의 법칙 - 위기에 몰리면 사람들은 항상 최악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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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2011.07.31 08:39

    우와~. 선노 오빠, 나이스 타이밍~.[퍼버벅!!!]

    그나저나 미니반님 소설에서는 어려운 말들이 매화마다 나오는데, 저 상식 공부 좀 해야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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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1.07.31 08:49

     장애물이 너무 많은, 불안불안한 연애를 하고 있네요...과연 두 사람이 잘 될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의 과정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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