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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화

신호등의 법칙..

 

어느덧 봄바람이 불어오고 차들이 이에 질세라 마치 자동차 경주를 하듯 앞 다퉈 빠르게 지나간다.

시간이라도 잊은 듯 4월의 어느 날 길고긴 인도를 따라 벚꽃나무는 피고 눈이라도 내리는 듯 바람에 흩날려 차도에서 꽃바람이 불어와 장관을 이룬다.

횡단보도의 양 옆으로는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이른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건너편의 노란 버스를 타기위해 발을 동동 굴리는 아주머니 불어오는 봄바람이 춥기라도 한 듯 여학생도 가지각색이다.

한쪽에선 출근을 하기위해 이른 아침 자전거를 부여잡고 하품을 해대는 남성이 있다.

또 한쪽에선 비싸 보이는 차에서 내려 횡단보도로 걸어오는 여성이 있다.

신호등이 바뀌자 남성은 자전거를 끌고 앞으로 걸어가며 생각에 잠기는데..

 

‘누구는 팔자가 좋아서 저런 걸 타고 다니면서 꽃구경이나 가고 누구는 고생하면서 쥐꼬리만 한 월급이나 받고.. 정말 더러운 이놈의 세상..!’

 

여성은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는 남성과 중간에서 서로 교차되며 스쳐지나간다.

 

‘이런날엔 남자랑 거리를 걸어야 제격인데..’

 

남성은 초록잎이 무성한 나무들을 사이로 후문을 지나 100미터 남짓 걸어 S&T중공업이라고 적힌 하늘색 건물 옆문으로 들어선다.경비실안에 의자에 앉아있던 중년의 파란옷의 경비 아저씨가 손짓으로 남성을 불러 새우며..

 

“거기 총각! 어디 소속인가..?”

 

남성은 공장 입구에 자전거 주차장에 새워 잠가두고는 경비실로 다가와 창문 옆 기계에 지갑을 가져다 대고 출석체크를 하고난 뒤 창문을 들여다보고는..

 

“기계공장 안쪽에 있는 나노테크에 일하고 있어요.”

 

“이름은..?”

 

“구대호라고 합니다.”

 

다닌 지 이제 막 일주일이 된 구대호는 아침밥을 먹기 위해 빨리 나온 터라 머리만 감고 털고 나온 모습 이였다.

한참을 구대호랑 경비 아저씨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무렵 공장 앞으로 방금 전 횡단보도 앞에서 으리으리한 차에서 내린 여성이 공장 안으로 들어선다.

경비 아저씨는 구대호에게 손짓하며...

 

“그래, 그럼 들어가봐...”

 

구대호가 발길을 돌려 건물 옆 샛길로 들어설 때 경비 아저씨는 여성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아.. 아가..”

 

다소 아담한 체구에 어깨까지 내려온 단발머리 마스카라에 화장을 한 여성은 경비아저씨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위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을 입으로 가린다.

 

“조용히 해요. 아저씨.. 놀러 온 게 아니라 오늘부터 여기서 일하기로 했단 말이에요.”

 

경비 아저씨는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괜스레 헛기침을 하면서..

 

“크흠..”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들어가 아침밥을 먹으러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많은 사람들은 없었지만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밥을 먹는 사람들과 이제 막 도착하여 철제 식판을 들고 음식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이었다.

문 옆의 기계에 지갑을 가져다대니 경비실 앞의 출석체크 기계보다 더한 경쾌한 소리가 난다.

 

〘띠익!〙

 

구대호는 식판을 들고 수저를 챙겨들고 음식을 하나하나 담아 올린다.

요구르트, 김치, 계란말이, 김 등등.. 챙겨들고는 밖이 훤히 보이는 창 쪽으로 자리 잡고 앉는다.

십여 분을 식사를 한 뒤 식판을 정리하고 식당을 나섰다.

일을 하러 공장안으로 들어섰고 일터 구석으로 자리 잡은 쉼터에는 책상에 책자 서너 권이 놓여 있었다.

초록색의 철제로 제작된 네모난 책상에 구석으로 들어가 자리에 앉아 벽에 기대어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본다.

회사를 소개하는 책자에 직원 하나하나의 오늘의 한마디를 살피던 중 여직원의 말 한마디를 보게 된다.

 

「우리가 만난지 벌써 632일이 됐네.. 우리 언제까지나 사랑하자..」

 

대호는 그 문장을 보자 비웃듯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흥.. 사랑..? 그딴건 돈 좀 있는 놈이나 하는 거야.. 집안 조건 맞고 하니까 하는 거지.. 이 세상엔 진정한 사랑 따윈 존재하지 않아..’

 

대호는 읽고 있던 책자를 내팽개치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옆에 있는 책상 서랍을 열어 치약과 칫솔 종이컵을 챙겨선 화장실로 향한다.

3층짜리 신발장에 슬리퍼가 있고 그 옆의 화장실로 들어간다.

종이컵에 물을 가득 담아 놓고 칫솔에 치약을 짜서 물에 담근 후 벽에 기대어 부지런히 칫솔질을 해댄다.

2~3분을 칫솔질을 한 후 화장실을 나오자 중년의 한 아저씨가 화장실을 들어오면서 회색의 작업복에 검은색 작업화를 입은 대호를 보고는..

 

“여기 신발 신고 들어오면 안돼는데.. 다음부터는 신발 벗고 실내화 신고 들어와..”

 

“네..”

 

대호는 아침부터 잔소리를 들어서였을까..? 시큰둥한데..

 

‘일하는것도 싫어 죽겠는데 아침부터 쓸 때 없는 잔소리를 들어야 되는거야.. 화장실이 여기만 있는것도 아니고 다른곳으로 가고말지 더러워서..’

 

대호가 현장으로 들어 섰을때는 아침 체조를 알리는 음악이 공장 전체에 울러 퍼졌다.

쉬는곳으로 돌아가 서랍을 열어 칫솔과 치약등을 넣어두고 아침 체조를 할 준비를 한다.

그렇게 대호의 아침은 시작이 되고 시계는 10시를 가리킬 때 쉬는 시간을 이용해 중앙 로비쪽의 화장실로 향하던 대호랑 무거운 서류 뭉치를 들고 가던 여자가 스쳐간다.

양손 가득 무거운 서류뭉치를 들고 가던 여자는 열려있던 문턱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현장과 로비를 이어주는 문이라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서류들이 너저분하게 떨어져버렸다.

당황하는 여자와는 달리 자신과 부딪친 것도 아니기에 모른 척 지나가려던 대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녀에게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급히 화장실을 가려던 걸 포기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너저분한 서류들을 같이 주워준다.

당황한 여자는 서류를 전부 주워 건네는 대호를 보고는..

 

“고맙습니다.”

 

가볍게 목인사를 건넨 여성과는 달리 차겝게만 돌아서선 화장실로 들어가 버린다.

대호와 부딧친건 다름 아닌 새로 들어온 신채린이였고 화장실로 향한 대호를 보고는 급해서 그랬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린다.

하지만 그냥 스쳐지나간 인연에도 그들의 우연찮은 이야기의 시작이였다.

공장안에서는 〘삑삑〙거리는 소리와 〘쿵쾅〙거리는 소리들로 요란하게 들려왔다.

시간은 흘러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여기저기 입출구에서 사람들이 줄지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중에 대호도 그 무리들에 섞여서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계단을 내려가 기다랗게 줄을 서서 식권을 받기위해 줄을 서 있었다.

 

〘삐익!〙

 

줄을 서서 음식들을 철채 은식판에 담아들고 식권을 조그마한 통에 넣고 국을 바라본다.

 

‘뭐야 이거 콩나물이잖아..’

 

대호가 제일 싫어하는 콩나물국을 보며 얼굴을 찡그리며 지나쳐 간다.

8명이서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식탁을 두어 번 지나 식탁 모서리에 앉는다.

곧이어 신채린은 식판을 들고 대호가 보이는 바로앞의 식탁에 마주보며 앉는다.

밥을 몇 번 먹더니 대호의 근처로 줄줄이 아저씨들이 자리 잡는다.

대호의 사선에 자리 잡은 오십 중반의 아저씨가 바라보며 실실 웃으며 말하는데..

 

“여긴 경로석인데.. 총각 여기 앉았으니 이제부터 자네도 50대야..”

 

어처구니없는 아저씨의 말에 실없이 웃으면서도 먹던 밥이 튀어 나올까 살며시 미소만 보인다.

같이 앉은 아저씨들은 여기저기에서 〘허..!허..!〙거리며 웃는다.

맞은편에서 밥을 먹던 신채린은 대호를 옅보면서..

 

‘저 사람 아까 화장실 앞에서 나랑 마주쳤던 사람인데.. 이상하게도 국을 안먹네..?’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 신채린은 항상 대호가 보이는 식탁 앞에 점심시간 마주보며 앉아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 삼일 일주일이 지나도 대호는 항상 국을 먹지 않았다.

 

‘저 사람 또 국을 먹지 않네..?’

 

점심을 먹은 대호는 몇 시간을 일하다가 사무실에서 현장으로 나온 이대리가 대호를 부른다.

 

“대호야, 오늘 회식 하는데 갈래..?”

 

한참을 일에 열중하던 대호는 신경쓰지도 않고 무심결에 대충 말을 해버린다.

 

“네, 그렇게 할께요.”

 

한참을 회식자리에 참석명단을 받으러 다니던 이대리는 일이 바쁜지 명단을 적고 어디론가 향한다.

날은 저물고 시계가 7시를 향할 무렵 일을 마치고 로비로 나온 대호는 그때서야 이대리님이 회식자리에 참석할거냐고 물어본 게 생각이 난다.

 

“아! 이대리님이 회식 있다고 참석하라고 했었는데..”

 

어두워진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어떻게 할까 고민한다.

 

‘에이.. 술도 먹기 싫은데 그냥 집에나 갈까..? 뭐, 나중에 잔소리 듣기도 귀찮으니 사무실이라도 들여다볼까..?’

 

로비 입구에서 이리저리 왔다갔다 생각하던 대호는 끝내 이대리님이 일하는 사무실로 향하고 사무실 입구 앞에서 열려있는 유리문으로 안을 들여다본다.

불이 켜진 사무실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입구 옆자리엔 홀로 누군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자신 앞으로 높이 쌓아둔 서류들을 이리저리 정리하던 신채린은 그만 책상에서 엄청난 양의 서류들을 바닥에 떨어지고 만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대호는..

 

‘저 여자..’

 

일어서 짜증을 내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채린은 그제야 떨어진 서류를 주으려 앉았을때..

 

‘뭐, 내일도 아닌데..’

 

발길을 돌린 대호는 몇 발자국을 걷자 마음이 약해진 탓이 이었을까..? 사무실안으로 들어가 떨어진 서류들을 같이 주워준다.

주워주는 사람이 대호인걸 알자 선뜻 놀라고 신채린은 대호에게 서류를 받아들고는 가볍게 목인사를 건넨다.

 

“감사합니다.”

 

신채린이 서류 뭉치를 책상에 내려놓자 대호는 말없이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데..

그런 대호를 채린은 불러 새우며..

 

“저기 시간 되시면 캔커피라도 한잔 하실래요..?”

 

손목시계를 바라보고는..

 

“집에.. 뭐, 그렇게 하죠.”

 

대호와 채린은 사무실 밖으로 나가 경비실 옆에 자리한 자판기에 나란히 선다.

주머니에서 백원짜리 몇 개를 꺼내서 대호는 자판기에 넣으려 하자 채린은 그 앞을 막아서며 먼저 돈을 넣는다.

 

“제가 살께요.”

 

대호는 말없이 동전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나무 벤치에 앉는다.

〘웅웅〙거리는 소리가 끝나자 자판기에서 파랑색 캔커피를 꺼내서 대호에게 건넨다.

 

“서류 주워주신게 이번이 2번째인거 아세요?”

 

조그마한 나무벤츠에 나란히 앉은게 어색했던지 대호는 조금 떨어져 앉아서는..

 

“그래요..?”

 

“전 신채린이라고 해요. 총무과에 들어온지 얼마되지 않았어요.”

 

“네..”

 

대호의 단답형 대답으로 인해 신채린은 어이가 없는듯 콧방귀를 뀌며..

 

“그쪽은 이름이 뭐에요..?”

 

“구대호라고 합니다.”

 

대호는 그 말만 남긴 채 일어서서 다 먹은 캔 커피를 손으로 찌그러트려서 파란색 휴지통에 던져 버리고 공장으로 향한다.

급한 마음에 신채린은 대호를 불러 새우고는..

 

“번번히 도와주셔서 감사 드려요.”

 

잠시 서서는 어깨 너머로 채린을 넘겨보고는 일하러 발길을 돌린다.

 

‘왜.. 저 여자만 보면 지혜가 생각나는 걸까..? 잊은줄만 알았는데.. 이런 저주받은 돌대가리..’

 

머리를 왼쪽 오른쪽 돌리며 정신을 차린다.

뒤에서 묵묵히 바라만 보던 채린은..

 

‘정말 내가 변한걸까..? 갑자기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더니 여기 온 이후로 저 남자를 만나는것도..’

 

괜히 머리를 손으로 두어번 때리고는..

 

“쓸 때 없는 생각하지 말고 일 마무리하고 집에나 가야게따~아..”

 

빈 캔을 휴지통에 버리고 사무실로 향하던 채린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아마.. 엊그제쯤 이였지.. 내가 수술을 받고 변하기 시작한건..’

 

시간은 거슬러 채린이 회사를 들어 오기전 일주일쯤으로 되돌아간다.

늦은밤 채린은 아버지의 등살에 떠밀려서 회사일 좀 배우라고 서울의 회사에서 끌려 다녀 겨우 회식자리에서 중간에 빠져나와 아버지의 차에 타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술 마시고 노는 시간에 집에서 편하게 게임이나 하면 좀 좋아.. 아! 진!!짜! 따분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창문을 내려 하늘을 올려다 볼 때 휴대폰에서 전화가 온다.

 

♫∼♪∼♩

 

“이 기집애.. 니가 왠일이냐..? 이 언니에게 전화를 다하고..?”

 

“치.. 너 어떻게 지내냐 궁금해서 전화해 봤다. 잘 지내냐..?”

 

“후.. 안 그래도 아빠 따라와서 술자리 빠져나와 차안에 있다.”

 

한참을 이것저것 수다를 떨던 도중 둘의 대화에서 심각한 분위기 속에 일자리 문제가 나오기 시작한다.

 

“너 아직도 온라인 게임하니..? 난 게임 안한지 몇 년 됐는데.. 온라인 게임 그만하고 이제 일도 해야지..”

 

“기집애.. 너 꼭 우리 엄마처럼 이야기 한다?”

 

“잔소리 하니까 듣기 싫지..? 이게 다 너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채린의 휴대폰에서 흘려나오는 여성의 목소리에 조용히 듣고만 있는건지 어두운 얼굴로 진지해진다.

분명 채린은 친구의 따끔한 충고로 뉘우친 거 같은데..

 

“채린아, 듣고 있어..?”

 

“응, 듣고 있어.. 안 그래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해심이 니가 잔소리하니까 정신이 번쩍 들어..”

 

“이번 기회에 부모님의 힘 빌리지 말고 니 스스로 일해봐..”

 

채린은 다시금 기억을 더듬어 회상한다.

친구 해심과 전화통화를 한 다음날 채린은 이른 아침부터 아버지 신대식과 으리으리한 거실에 마주앉아 있다.

채린은 뭔가 못마땅한지 아버지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아빠! 나 일하고 싶어..”

 

“우리 딸이 웬일이냐..? 그래, 우리 회사 대리직이라도 알아봐 줄까..?”

 

일자리를 알아봐준다는 소리에 순간 화색이 돌다가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진정하고는..

 

“아냐 아빠.. 낙하산이 되고 싶진 않아.. 나 말단부터 시작할래..”

 

옛날 같았으면 쉽게 돈 벌 수 있는일만 찾았을 딸 이였는데 의외의 모습에 대식은 딸의 눈치를 살핀다.

 

“니가 웬일이냐..? 옛날 같았으면 쉽게 돈 벌어서 온라인 게임에 돈 쓸 궁리만 하는 녀석이..?”

 

해심에게 진지한 충고를 들어서였는지 꾀나 진지한 채린은 두 손을 불끈 쥐며 마음을 다잡는다.

 

“나이를 한 살이라도 더 먹었으면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잖아.. 내 힘으로 돈 벌어서 내 꿈은 내가 이루고 싶어..”

 

대식은 보고 있던 신문을 내려놓고 감동을 받았는지 딸의 손을 붙잡으며 서로 바라본다.

 

“장하다 우리 딸..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한두 달 방에 박혀서 정신 못 차리고 게임만 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래, 좋은 자리로 알아보마..”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사무실에 와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자리에 앉은 채린은 일을 마무리하기에 나선다.

 

“쓸 때 없는 생각 말고 일 마무리하고 집에나 가자..”

 

한편 대호의 손목시계가 7시 반을 가리킬 때 대호와 채린이 마주쳤던 횡단보도 앞에 파란불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호는 신호등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는데..

 

‘그 여자.. 실수를 하는 모습도 정말 볼 때마다 지혜를 많이 닮은 거 같아.. 겹쳐 보이는 건 단지 내 착각인걸까..?’

 

시간은 거슬러 3년전 조선소에서 일하던 대호는 안전화에 안전복 안전모를 착용하고 사무실에 볼일을 보러 들어선다.

들어서자 바닥에 너저분하게 떨어진 서류들을 줍고 있는 여성이 당황하고 있다.

대호는 다가서서 살며시 웃으며 내려다보면서 사무실안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는..

 

“우리 아가씨 또 실수를 하셨구만..”

 

여성은 대호를 보며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아! 호양아..”

 

대호는 서류를 주워서 여성에게 건넨다.

 

“이거 또 실수하고 말았네..”

 

“맨날 다치고 실수하고.. 내가 이래서 애를 키운다니까..”

 

여성은 서류 뭉치를 책상에 올려두고는 삐진 듯 새침하게 사무실을 나가버린다.

 

“흥!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오빠 행세 하기는..!”

 

대호는 사무실을 나가는 여성을 바라보며 손을 뻗으며 불러 새운다.

 

“지혜야, 나 페인트 마카 없어.. 그거 찾아주고 나가야지..!”

 

“몰! 라!”

 

그렇게 대호는 집으로 향하던 도중 길을 걸으며 옛 생각에 잠기고 다음날 아침 출근하기 위해 어김없이 횡단보도앞에 신호등을 바라보며 서 있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고 대호가 횡단보도 중간쯤 갔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 가픈 숨을 내몰아 쉬며 뛰어온다.

그건 다름 아닌 신채린이였고 건너편으로 넘어간 둘은 초면이 아니었던지 서로 마주보며..

 

“아! 왜 신호등은 항상 내 앞에서 파란불이 깜밖이는 걸까요? 분명 CCTV로 감시하면서 사람 인간성 테스트를 하는걸꺼야.. 그쵸..?”

 

대호는 매일 아침 그녀를 보아왔다.

매일 아침 아침밥은 먹어야 했기에 머리만 감고 부스스한 얼굴로 횡단보도 앞을 서있을 때면 그간 일주일동안 항상 대호의 뒤를 뛰어오는 채린이였다.

신채린이 대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였지만 누가 봐도 신채린은 애교있고 귀여운 형이였다.

그렇기에 대호는 채린을 그간 눈여겨 보아왔고 채린은 구대호의 국을 먹지 않는 습관을 보아온것이다.

그렇게 그 둘은 횡단보도를 건너 벚꽃이 무성한 거리에 마주보고 서있었다.

 

“매일 뛰어 오시네요. 늦겠어요. 어서 가죠.”

 

대호가 회사로 향하는 뒷모습을 의아하게 보는 채린이..

 

“매일..?”

 

대호와 채린은 밝은 햇빛처럼 웃으며 회사로 같이 걸어갔다.

 

‘지혜야.. 이 여자랑.. 다시.. 시작 해봐도 될까..?’

※ 신호등의 법칙 - 항상 내 앞 십리 앞에서 파란불이 깜빡거린다. 횡단보도 앞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면 한참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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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클레어^^ 2011.05.26 08:16

    호오~. 첫 만남이네요^^

    예전에 드라마 중에 '여름향기'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거기서도 여주인공이 남주인공 옛 애인 심장 이식 받은 걸로 나왔어요. 아마 여주인공이 손예진이고, 남주인공이 송승헌이었나?

    그래도 계절 연작 시리즈 중에서는 '겨울연가'가 제일 인기가 많았지만요.

    아, 전 절대로 드라마와 비교하려고 한 건 아니에요.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 profile
    윤주[尹主] 2011.05.26 16:46

     시작이네요, 드디어 ㅎㅎ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한 가지 팁이랄까, 그런 걸 알려드릴게요. 해볼지 말지는 물론 반님 자유입니다만;]


     다음 이야기 쓸 때, 한 번 접속사 전부 빼고 적어 보세요. 그러나, 그래서, 그랬는지 같은 거요. 전부 빼는 게 어렵다면, 최소한 세 개 문장 이상은 잇지 말아 보세요. 머리 쓰는 훈련이라고 생각하시고요^^;

  • profile
    smilerecan119 2011.06.06 02:00

    신호등이라고 하길래 PLC생각했는데... 아니었네.

    경로석 아저씨 발언이 인상적임.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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