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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화

피그말리온 효과..

 

소혜가 보고 있다는 걸 잊은 채 채린은 대호에게 안겨선 떨어질 줄을 몰랐다.

대호는 괜스레 헛기침을 해대며 채린을 붙잡고 때어내기에 여념이 없는데..

 

“크흠, 채.. 채린아.. 이것 좀.. 떨어져서..”

 

기분이 좋아 누가 보고 있다는걸 잊은 것일까..? 대호가 밀쳐내자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내는데..

 

“아! 왜에~!”

 

그제야 소혜의 눈치를 보며 딴청을 피우며 괜스레 이곳저곳을 긁적거린다.

소혜는 살며시 웃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데..

 

“내가 주책없게 너무 오래 앉아 있었네.. 나 갈 테니까 하던 거 계속해..”

 

짐을 챙겨 나가려는 소혜를 대호가 붙잡자 소혜의 핸드백에서 핸드폰이 울린다.

 

“아! 누나 벌써 갈려구..?”

 

♩〜♫∼♪

 

핸드폰을 꺼내어 확인하고는 대호에게 보이면서..

 

“이것 봐라.. 너네 매형이 집에 없다고 전화오고 난리다야~”

 

집을 나서는 소혜를 따라 문 앞에서 대호와 채린은 목인사를 나누며..

 

“멀리 나올 거 없어..”

 

대호를 따라 다시 집안으로 들어선 채린은 현관 입구에서 풀썩 주저앉으며..

 

“후~ 완전 가시방석이였어..”

 

“나도 그랬어.. 처음 회장님을 뵜을때..”

 

주저앉아 있는 채린을 내려다보고는 문 앞에 놓여있는 비닐봉지 안을 다가가 들여다본다.

대호는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채린에게 가져다 보이고는..

 

“나 이거 스파게티 먹고 싶은데 해줄 수 있지..?”

 

“응..!”

 

채린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비닐봉지를 챙겨들고 싱크대로 향하고 대호는 속옷을 챙겨들고 화장실로 들어간다.

 

“나 씻고 나올테니 스파게티 잘 부탁해..”

 

“으응..”

 

화장실 안에 들어가 막 속옷을 벗고 샤워 준비를 마친 대호는 샤워기에 물을 트는 순간..!

 

〘아악!〙

 

밖에서 나는 채린의 갑작스런 비명소리..

큰소리는 아니었지만 무슨 자그마한 사고를 친 듯 했다.

옷을 다 벗은 터라 물을 틀어 놓은채 차마 화장실 밖으로 나가보지 못하고 문을 잠가둔 채 채린을 부르고 있었다.

 

“채린아! 왜 그래..!?”

 

“아! 아니야 아무것도.. 빨리 씻고 나와..”

 

“다친 건 아니지..?”

 

“아니야 그런거..”

 

내심 불안했지만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샤워를 마치고 옷 입고 나온 대호를 맞이한 건 스파게티를 맛있게 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채린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2인분인데 대호꺼 밖에 차려있지 않았다.

대호와 채린은 조그마한 나무상에 다가와 나란히 앉으며..

 

“근데 왜 하나 뿐이야..? 넌 안 먹어..?”

 

채린은 뭔가에 토라진 듯 대호의 핸드폰을 건네고는..

 

“윤주가 누구야!? 설마 나 몰래 다른 여자 만나는거야!?”

 

“윤주는..”

 

카카오톡에 온 메시지를 본 대호는 채린을 유심히 보더니..

 

“초등학교부터 동창인데 얘가 생긴게 곱상해서 그래서 내가 반했잖아..”

 

머리가 아파 오는지 고개를 숙이고는 뒷목을 잡고 두들기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대호는 웃으면서 카카오톡의 윤주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게 걔 사진이다.”

 

어떤 여자일까 하며 뺏어들듯 건네받은 대호의 휴대폰 속 윤주는 다소 외소 한 체격에 검은 안경 짧은 스포츠머리를 하고 있었다.

남자인 걸 안 채린은 괜한 오해를 했는지 헛기침을 해대며 딴청을 피우는데..

대호는 옆에서 채린을 보며 실실 웃으며 채린에게 꿀밤을 먹인다.

 

“으이구~! 그리 질투가 나디~!?”

 

“아니 뭐.. 이름도 윤주고..”

 

민망했던지 화재를 돌리려 차려놓은 스파게티를 가리키며..

 

“아! 오빠 식겠다. 어서 먹어..”

 

은색 젓가락을 들고는 말아서 입에 넣었을 때 대호의 얼굴은..

 

“마.. 맛있..다.”

 

라는 말은 거짓말로 들릴 만큼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채린은 그런 대호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일까..?

싱크대 안쪽으로 숨겨둔 스파게티를 꺼내와 대호앞에 놓아두는데..

 

“아까 만들다가 소스를 많이 넣어버려서 숨겨둔 건데 맛있다니 다행이다. 이것도 먹어..”

 

분명 아까 들렸던 비명 소린 스파게티를 만들다 실수를 하는 바람에 나온 소리였을 것이다.

대호는 채린이 자신이 만든 요리가 맛없다고 진실대로 말해버리면 실망할까봐서 했던 말이 오히려 자신에게 이런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다.

대호는 젓가락으로 스파게티를 말아 올려 채린의 눈치를 살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대호만 바라보고 기대와 기쁨에 찬 얼굴로 바라보고 있자 할 수 없이 더 먹으려던 그때..!

 

〘전화로 해~ 왜이래! 아마추어 같이..?〙

 

카카오톡의 메시지를 확인하는 대호는 고개 숙여 미소를 띠며..

 

「너만 쎄쎄쎄 하지 말고 나랑 시우도 다리 좀 놔줘라~!」

 

“친구 두 놈이 여자 좀 소개 시켜 달라는데..?”

 

“키힛.. 정말..? 아! 제희랑 해심이한테 물어볼까..?”

 

「응답하세요~」『신채린』

 

「안 들어오고 왜 문자질이야~!」『방제희』

 

「이 언니가 보고 싶어서 카톡 날렸냐..?」『이해심』

 

「우리 어빠야가 친구 소개 시켜준다는데 2:2 소개팅 할래..?」『신채린』

 

「언제~ 언제~?」「언제..?」『방제희, 이해심』

 

“오빠, 언제가 좋을까..?”

 

채린의 등 뒤에서 어깨너머로 카카오톡을 확인하던 대호는..

 

“어.. .. .. 다음 주 일요일이 괜찮지 않을까..?”

 

고개를 끄떡이며 핸드폰을 두들긴다.

 

「다음 주 일요일 어때..?」『신채린』

 

「난 OK! 물 괜찮냐..?ㅋㅋㅋㅋㅋ」『방제희』

 

「뭐.. .. .. 함 가볼까..?」『이해심』

 

“다들 좋대~ 다음 주 일요일로 날 잡자~”

 

채린은 건넸던 스파게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남은 거 어서 먹어..”

 

맛없는 스파게티를 또 먹어야 될 생각에 급히 자리를 일어나..

 

“아! 나 화장실 좀 갔다오고..”

 

대호가 화장실로 들어간 사이 채린은 자신이 만든 스파게티의 맛이 궁금했던지 젓가락을 돌려 한입 먹어보는데..

 

〘크흠~!〙

 

‘내 생각해서 이런 걸 맛있다고 한거야..? 이거 완전 생라면이 스프 없이 뜨거운 물에 풀어져버린 그런 맛이잖아..’

 

한편 화장실로 들어간 대호는 변기에 물을 내리고 세면대 앞에 서선 거울을 바라보며..

 

‘완전 밀가룬데.. 속이 뒤집힐 거 같아.. 아! 저걸 먹기는 싫고 핑계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물을 틀어놓고 고개 숙여 한참을 생각하더니..

 

‘그래! 홈플러스나 이마트 같은데 쇼핑 가자고 하자..!?’

 

대호는 발길을 돌려 화장실 문 앞에서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방안으로 몸을 내밀었다.

채린은 상을 치워놓고 싱크대에서 대호를 바라보며 먼저 말을 걸었다.

 

“오빠 우리 쇼핑이나 갈까..? 홈플러스라던지 이마트 같은대로~”

 

“그래!? 그렇게 할까..?”

 

“내가 상은 대충 치워놨어.. 밖에 있을테니 준비하고 나와~”

 

선뜻 먼저 쇼핑가자고 한 채린이 고맙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둘은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 홈플러스로 버스를 타고 향했다.

일요일이라 건물 안에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떨어지면 멀어질까 길 잃을까 두 손 잡고 붙어선 채린은 대호를 바라보며..

 

“밥 때 다 됐는데 우리 저기 한식 코너 가서 뭣 좀 먹고 올라가자..”

 

채린은 다가가서 조그마한 핸드백을 꺼내들고는..

 

“오빠, 뭐 먹을래..?”

 

돈 내려는 채린의 앞을 막아서며..

 

“내가 낼게.. 넌 뭐 먹고 싶은데..?”

 

준비된 음식을 가지고 둘은 마주보고 자리 잡고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까지 나와서 웬 새우 볶음밥이야 오빠..?”

 

“나 어릴때 처음으로 중국집 가서 볶음밥을 시켜 먹었는데 양파를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서 그 뒤로 쭉 볶음밥만 좋아했어..”

 

“치~ 그게 뭐야~”

 

같이 볶음밥을 먹던 채린은 한 숟가락을 먹다가 문득 생각에 잠기고는 말을 건네는데..

 

“오빠, 내가 언제 시간 내서 볶음밥 만들어 줄까..?”

 

채린이의 갑작스런 말에 터져 나오는 밥들을 겨우 막아내며..

 

“그..그래.. 기.. 기대할게..”

 

둘만의 저녁식사를 마치고 무빙워크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간다.

한층 한층 올라가며 3층 쇼핑을 즐기던 채린의 눈에 LCD평면 티비에 2PM의 뮤직뱅크 화면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 커플티나..”

 

따라오지 않는걸 늦게 알아챈 대호는 그제야 채린의 옆으로 다가가 화면을 번갈아 보며..

 

“침 떨어지겠다.”

 

“으응..!?”

 

놀란 채린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호의 면티를 올려 보더니 돌아서선..

 

“뭐.. 하긴 잔 근육도 좋지..”

 

황당한 대호는 채린의 뒤를 따라 나서면서..

 

“초콜릿 복근은 아니더라도 그래도 난 똥배는 안나왔네~!”

 

몇 걸음 가지도 안아서 대호의 말은 들은 채 만 채 화장품에 시선을 빼앗긴다.

 

“와! 립스틱 이쁜거 나왔네..”

 

‘넌 내말을 듣고 있기라도 한거냐..?’

 

한참을 구경하던 채린은 몇 발자국 뒤에 있던 대호를 손짓으로 부르더니..

 

“오빠! 이리 와봐..”

 

“왜..? 사고 싶어.. 골라봐.. 사줄테니까..”

 

“아니 오빠.. 여기중에서 오빠가 골라봐..”

 

채린의 말에 황당한 대호는..

 

“에..? 내가 왜..?”

 

“어차피 오빠가 먹을거잖아..”

 

채린의 어처구니 없는말에 대호는 당황해선 점원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하다.

 

“야..! 먹다니 뭘 먹는다는거야..!?”

 

천천히 립스틱을 골라보던 대호에게 점원의 센스 있는 한마디가 이어졌다.

 

“맞아요. 어디 보니까 바르는건 여자가하고 먹는건 남자가 하는게 립스틱이라잖아요.”

 

“크흠..”

 

“빨리 골라봐 오빠~!”

 

괜한 헛기침으로 얼굴만 빨개진 대호는 분홍색 계열의 립스틱을 서너 개 가리키고는..

 

“여기 있는게 좀 괜찮네..”

 

그날의 둘만의 일요일 데이트는 지나가고 다음날 대호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 오는데..

열심히 집채만 한 기계 안에서 일하고 있을 때 강팀장이 조용히 대호를 밖으로 불러 차들 사이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강팀장은 방지턱에 앉아선 담배를 꺼내 물고는..

 

“영감이 아무 말 안하디..?”

 

“무슨 말이요..? 아무 말 없으시던데..?”

 

회색의 연기를 내 뿜으며 한 모금 피우고는..

 

“이번달 말에 너랑 나랑 영감 몇몇 해서 진영 본산리쪽에 새로 생긴 공장으로 이사 간다.”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인 대호는 허탈해 하는데..

 

“아무 말 없으시다가 이제 와서 이러시면..”

 

“영감이 자기가 말하겠다고 해서 가만히 있었더니 당일날 말하려고 저러는 가봐.. 너도 준비라는걸 해야 되는데 어쩌라는건지..”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7월의 어느날 그날도 어김없이 채린과의 회사의 점심시간을 마치고 1시가 되기 10여분전 종이컵에 뜨거운 커피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그 이유인 즉슨..

대호와 채린은 항상 앉아서 먹던 자리에서 식사를 하고 있고 밥 먹는 것에 열중하던 채린은 문뜩 대호에게 말을 건네는데..

 

“내가 해준 스파게티 맛이 없었지..”

 

“크흠.. 알고.. 있었구나..”

 

“오빠, 오빠 볶음밥 좋아한다고 그랬지..? 내가 요리 배워서 오빠한테 맛있게 해줄게..”

 

“그..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높은 하늘을 바라보면서 커피 한 모금을 들이키며 한숨만을 내쉬는데..

 

“채린이 요리 맛없는데.. 뭐, 배운다고 했으니 기대해 봐도 괜찮을려나..? 하~아.. 그나저나 내가 이번달 말에 다

른 공장으로 이사 간다는 걸 채린이가 알면 따라온다고 난리날텐데..”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대호의 옆으로 다가와 앉아 어깨동무를 한다.

 

“누가 알면 난리라는 거야..?”

 

대호가 고개를 돌렸을 때 어깨동무를 한건 기만이였고 대호는 기만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난다.

기만은 대호를 보며 비웃으며..

 

“운학이 형하고는 친하게 지내면서 친구인 나랑은 왜 이리 쌀쌀맞게 대하냐..?”

 

“너랑은 할 이야기가 없다.”

 

대호가 발길을 돌리려 하자..

 

“이야기 들었다. 진영 공장으로 가게 됐다며..? 앞으로 자주 보겠네..?”

 

공장안으로 들어가려던 대호는 의아해 하며 발길을 돌려 되묻는다.

 

“무슨 소리야 그게..? 자주 본다니..!?”

 

“누구~ 덕에 경찰서 구경 좀 했다고 회사에서 근신처분 내려서 사람도 없는 공장으로 보내졌거든.. 들리는 소문에 니가 우리 공장으로 온다는 소릴 듣고 기뻐서 친히 내가 널 보러 온 거란 말이다. 고맙게 생각하라구..”

 

“그런 일은..!”

 

〘띠리리링~! 띠리링~!〙

 

점심시간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공장안에 울러 퍼지자 기만은..

 

“종소리 났다. 들어가봐.. 나도 이만 가봐야 돼서..”

 

뒤돌아서며 손을 흔들어주며 발길을 돌린다.

대호도 일을 시작하러 공장안으로 들어서고 시간은 흘러 금요일 저녁..

몇 일간 연락을 하지 않으면 전화도 안하고 전화를 해도 받은 둥 마는 둥 하던 채린이 그날은 모처럼 대호의 집에서 나무상에 볶음밥을 올려놓고 나란히 마주보고 앉아있다.

그 옆으로 제희도 채린이 옆에 붙어 앉아있는데..

 

“그동안 전화를 해도 받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볶음밥 해준다는 약속 지키려고 그랬던거야..?”

 

제희는 뭔가가 못마땅한 듯 투덜거리고는..

 

“얘가 이거 배워서 만든다고 지네집 파출부 아줌마한테 전화하질 않나 나한테 레시피 검색을 해달라 하질않나 날마다 볶음밥을 매겨서 완전 시험쥐 취급 받았다니깐요.”

 

채린은 제희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입을 막기에 급급한데..

 

“얘가..! 꼭..!”

 

대호는 환환 미소를 지어보이며 숟가락을 들어 한입 먹어본다.

채린은 기대에 찬 눈으로..

 

“어때..?”

 

며칠 해도 편의점 스파게티를 부풀어 오른 생라면 맛으로 만들어버린 사람의 실력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만큼 맛이 있었다.

대호는 오른손으로 엄지를 쥐어 보이며..

 

“오~~! 쥐기는데~”

 

“진짜~!?”

 

그때까지 만해도 대호와 채린은 알지 못했다.

평탄하기만한 그들의 연애사에 다시금 어둠의 그림자가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 피그말리온 효과 - 상아로 만든 여신상을 사랑한 피그말리온의 마음을 알고 아프로디테 여신이 사람으로 만들어 줬다는 그리스로마신화로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하여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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