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5.03 05:16

피그말리온【#9】

조회 수 401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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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추억이 어린 장소..

 

‘캐서린이.. 캐서린이 목표를 이루게 된다면..? 아이네아는 다시 조각상이 될테구.. 지금까지의 추억들을 잃어버리는 거야..!?’

 

고개 숙여 생각에 잠겨있던 레이는 앞뒤 볼 것도 없이 아이네아의 제작때 잘랐던 나무가 있는 어두운 숲으로 향한다.

가픈숨을 내몰아쉬며 가까스로 고개를 들었을때 저만치 나무그늘아래 밑에서 아이네아가 쭈그려 앉아있다.

소리 나지 않게 조심스레 다가가선..

 

“어디갔나 했더니 여기 있었던 거야..?”

 

얼마나 울었는지 눈에선 눈물이.. 아니, 수액이 콧등을 타고 뺨까지 흘러 내렸다.

아이네아의 옆에 같이 붙어 앉아선 등 뒤에 있는 잘려나간 나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저기 보이는 잘린 큰 나무 말야.. 뭔지 알아..?”

 

레이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으로 아이네아는 고개를 돌리고는..

 

“글쎄요. 생각이 날거 같기도 하고 안 나기도 하고..”

 

“널 제작할 때 썼던 나무야..”

 

자리를 털고 일어나 레이는 잘려나간 나무밑에 팔을 베고 들어 누워서는 살며시 눈을 감는다.

 

“울적하거나 답답하고 안 좋은 일 있을 때는 여기서 이렇게 누워서 여기 나무랑 이야기하다 그늘아래에서 잠이 들곤 했지..”

 

아이네아도 레이의 옆에 자리 잡고 눕자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레이의 옛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두운 숲 날카로운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비출 때 그날도 어김없이 머리를 식힐 겸 나무그늘 아래에 눈을 감고 누워있다.

 

“나보고 조각가를 하라니.. 나 참! 아버진 내 꿈이 뭔지도 모르면서 내 말도 안 들어보고 무작정 가업을 이어가라니..”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는 것을 올려다보고는..

 

“넌 이해 하겠니..? 내 마음말야..”

 

다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느끼듯 눈을 감으며..

 

“알기는 뭘 알겠니 니가..”

 

꿈이라도 꾼 것일까..? 아님, 환청이라도 들은것일까..? 귀를 의심케할 소리가 레이의 귓가를 스치코 지나갔다.

 

「이해해~ 다~ 이해해~」

 

놀란듯 몸을 일으켜 새워 앉아선 주위를 살피더니 벌떡 일어나선 이리저리 움직여 살핀다.

 

“아무도 없는데.. 내가, 잘못 들은 걸까..?”

 

다시 털썩 주저앉아선..

 

“내가 잘못 들은 거야.. 바람 소리겠지..”

 

얼마나 이야길 한 것일까..? 옛날 생각에 젖어 이야기 하며 아이네아를 돌아 봤을 땐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려 이미 꿈나라에 가 있었다.

 

“후웃, 언제부터 잠든 거냐..?”

 

조금 기울려 바닥을 손으로 짚으며 하늘을 올려다 보고는..

 

“여기.. 어릴적 가출 했을때도.. 비와 눈이 많이 올때도 기쁠때도 슬플때도 항상 이곳에 왔었는데.. 지금 그 나무는 잘라서 조각상으로 만들었지만 그 조각상이..”

 

아이네아를 바라보며 긴 생머리를 귓바퀴의 뒤로 넘겨 곤히 잠든 아이네아의 뺨을 어루만진다.

 

“지금은 내 옆에 인간의 모습으로 있으니 말야..”

 

둘만의 추억이 어린 장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정적을 깨는 건 순식간 이였다.

왕국의 갑옷을 입은 병사 두 명과 이상한 지푸라기 인형을 든 키프로스 국왕.. 레이의 십리 앞으로 걸어와서는 지푸라기 인형을 들어 보인다.

레이는 아이네아의 앞으로 걸어 나와선 노란 지푸라기 인형을 눈여겨보는데 마치 아이네아가 팔과 다리에 차고 있는 장식과 똑같아 보였다.

 

“내가 자네한테 왜 다잡은 먹이를 되돌려 보낸건지 알고있나..?”

 

“저건 아이네아랑 비슷한데..?”

 

고개를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가며 생각에 잠기는데..

 

“설마 리치스가 아이네아를 구해준게..?”

 

“자네가 알고 있는 그 리치스가 그러더군..”

 

키포스 마을에서 아이네아를 잡아들여 자신의 방에다 가둬두고 왕좌에 앉아 음흉한 생각에 히죽거리는 키프로스 국왕의 앞으로 수많은 병사들을 지나 리치스가 국왕앞에 서선 지푸라기 인형을 들어 보인다.

한 병사가 인형을 들고 와 국왕에게 건네고는..

 

“그 지푸라기 인형을 가지고 계시면 언제든 저 여인을 다시 불러들여 폐하의 마음대로 부릴 수 있습니다. 허니 지금은 때

가 아니니 놓아 주십사 하옵니다.”

 

국왕은 리치스의 말에 인상을 찌푸리더니 왕좌를 새차게 내리친다.

 

〘쾅!〙

 

“놓아 달라~? 지금은 때가 아니니 놓아 달라..? 네깟 녀석이 어디서 명령하는 것이냐!?”

 

왕좌가 있는 그곳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듯 고막이 찢어지는 그 소리에도 리치스는 움찔하지 않고 비웃듯 미소를 띠어 보였다.

 

“무릇 쉽게 얻은 돈은 쉽게 쓰는법.. 쉽게 잡은 작은 물고기를 놓아준다면 살을 찌워서 큰 물고기가 되어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지금 저 계집을 하루 노리개로 전략한다면 너무 시나리오가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리치스의 말에 왕좌에 턱을 괴이며 생각하던 키프로스 국왕은 살며시 왼쪽 입꼬리를 올리며 얄팍한 미소를 띠는데..

 

“다시 잡을 수 있는건 확실 하겠지..?”

 

키프로스 국왕을 경개하며 뒤에서 쓰러져 잠들어 있는 아이네아를 보호하듯 눈치를 보는데..

 

“그럼 리치스가 그때 아이네아를 돌려 보낸것도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 팔과 다리에 똑같은 것을 차고 있다는 건..?”

 

키프로스 국왕이 손을 뻗어 지푸라기 인형을 펴 보이자 무언가를 중얼 거리더니 인형이 빛나면서 공중으로 떠오른다.

아이나 다를까 무엇에라도 홀린 듯 자고 있던 아이네아가 벌떡 일어나선 좀비처럼 터벅터벅 걸어 국왕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이네아! 정신차려 아이네아!”

 

아이네아를 향해 큰소리를 질러보지만 최면이라도 걸린듯 레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두 명의 병사들은 레이에게 달려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 국왕 앞에서 힘없이 쓰러지자 아이네아를 두 손으로 안아들고는 뒤돌아 사라지는데..

 

“오래 기다린 만큼.. 재미를 한번 볼까..?”

 

〘크하핫!〙

 

국왕과 병사들이 사라지자 레이의 앞에는 달갑지 않은 리치스가 어둠에서 걸어 나온다.

잡아먹을듯 잔뜩 눈에 힘을 주고는 리치스를 노려보는데..

 

“당신..! 아군이야 적군이야..! 왜 아이네아를 키프로스 국왕에게 넘기려고 이런짓을..!?”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아이네아.. 아니, 캐서린이 쉽게 인간이 되면 재미가 없지 않겠냐구.. 또.. 자네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고 말야..”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돌려 버리곤 어디론가 뛰어간다.

 

‘아폴론 왕궁으로 찾아가서 어떻게 해서든 아이네아를 구해 내야해..!’

 

한걸음이라도 빨리 걸으면 국왕이 왕궁에 도착전에 아이네아를 구해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에 레이는 한시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가픈숨을 내몰아 쉬며 왕궁 입구에 다다랐을 때 병사들 앞에 서서..

 

“국왕폐하를 만나뵈야 겠습니다. 아이네아를 잡아 갔다구요!”

 

금세라도 눈물이라도 흘릴 듯 울부짖는 레이의 목소리에도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한사코 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봐, 국왕폐하는 출타하신 이후로 돌아오시지 않았다구.. 만나 뵙고 싶으면 윗전에 사전 약속을 정해놓고 오란말야..!”

 

병사들이 긴 창으로 레이를 밀치자 뒤로 서너걸음 물러 서선 주저앉고 마는데..

 

“아이네아가 잡혀 갔는데 정말.. 방법이 없는건가..?”

 

레이의 마음이 하늘에라도 닿은 것일까..? 반가운 목소리가 뒤에서 레이의 귓가로 맴도는데..

 

“레이씨 아니신가요..?”

 

“쉴린더님..!”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가선..

 

“정말로 국왕폐하께선 출타하신 이후 돌아오시지 않으셨습니다. 헌데 아까 뭐라고 하셨죠? 아이네아씨가..?”

 

“아이네아가 국왕폐하께 잡혀 갔어요.”

 

쉴린더는 근처 나무 밑으로 레이를 데리고 가 인상을 쓰듯 진지한 말투로..

 

“국왕폐하의 뜻을 거스른다는 것은 저 또한 반역입니다. 그렇다고 레이씨를 안도와 드린다는 것은 아니기에..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아이네아씨를 겉을 좋아하는 겁니까 속을 좋아 하는겁니까..?”

 

쉴린더의 뜻 모를 질문에 의아해 해서는..

 

“네..?”

 

“아이네아씨를 좋아하는 겁니까? 캐서린을 좋아하는 겁니까 물어 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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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2012.05.05 07:22
    헉, 이거 이제 마지막으로 향하는 건가요?
    잠깐! 그러고 보니 저 이거 윤주님 소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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