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9 19:23

마법소녀 공인 1급 (3)

조회 수 507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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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줄기 속을 유심히 관찰하던 예진 눈이 가늘어졌다.


 '저건?'

 "후후, 생각보다 더 대단한 애들 아냐? 그치?"


 곁에 다가온 선비도 예진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 곁에선 하린도 말없이 마법진 아래 그것을 잠자코 바라보았다.

 커다란 하늘색 투명한 방패가 번개를 가로막고 있었다. 거대한 방패가 만들어낸 사각 아래 레이디 큐어와 핑크 엔젤이 있었다. 서로에게 몸을 기대어 가누면서, 각자 한 손씩을 들어 방패를 떠받치면서.


 "으으……. 어쩐지 한 명 안 보인다 했지."


 탱크탑 소녀, 레이디 큐어는 이를 갈았다. 예진이 발동시킨 광역마법을 소녀는 간신히 빗겨냈을 뿐 완벽히 피하진 못했다. 그 증거로 노출된 소녀 몸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처가 나 있었다.


 "미안해. 내가 주의했어야 했는데."


 그나마 두 소녀가 번개 폭풍 속에서 무사한 건 드레스 소녀, 핑크 엔젤이 급하게 펼친 실드 덕분이었다. 선비와 하린이 이탈하는 걸 보자마자 드레스 소녀는 곧바로 방어벽을 펼치고 레이디 큐어를 불러들였다. 어느 한 쪽 우세 없이 호각으로 다투던 와중에 상대편이 갑자기 줄행랑치는 걸 심상찮게 여긴 탓이었다.


 "이제 어쩌지?"

 "일단 이 번개를 어떻게든 해보자."

 "좋아, 간다,"


 레이디 큐어가 실드를 받치던 손을 내렸다. 실드 균형이 흐트러지면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리려던 걸 핑크 엔젤은 간신히 지탱해냈다. 레이디 큐어는 무언가를 준비하는 동작을 취했다. 그녀 두 눈은 자신들 실드를 넘어 번개를 발생시킨 마법진, 그 너머 세 사람을 노려보았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소녀는 기합과 함께 자신의 오른손으로 실드를 세게 쳤다.


 "하앗!"


 실드 전체가 둥, 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울렸다. 효과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실드가 진동하면서 주변 공기도 바뀌어 이윽고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마치 거대한 파도가 해변을 향해 일파만파 뻗어가듯, 그 파동은 빠른 속도로 번개를 뚫고 구름 위 마법진을 덮쳤다.


 "모두 피해!"


 하린의 외침과 함께 예진 일행은 제각기 흩어져 그 파도를 피했다. 레이디 큐어가 일으킨 파장은 구름뿐 아니라 그 위 마법진까지도 산산 조각내 삼켜 버렸다.


 "뭐야, 쟤! 인간 맞아?"


 선비가 황당하단 듯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마법진이 흩어지면서 번개는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세 사람은 발아래를 쳐다보았다. 두 마법소녀는 여전히 건재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의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는지, 여전히 눈빛만은 둘 다 생생했다. 그 눈을 보며 하린은 순간 소름이 돋았다. 주춤거리며 물러나려는 하린 대신 예진이 그녀 앞에 나섰다.


 "예, 예진아."

 "걱정 마. 저쪽은 많이 지쳐 있어."


 겉으로 태연한 척 예진이 말했다. 하린은 그녀를 흘끔흘끔 살폈다.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틀림없이 광역 마법을 펼치느라 지쳐 있는 것이다. 걱정하면서도 하린은 말을 아꼈다. 이 정도로 예진이 물러서지 않으리란 건 친구인 자신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았다.


 "슬슬 항복하지 그래?"


 발아래 마법소녀 둘을 보며 예진이 말했다.


 "부끄럽지 않니? 힘들지도 않아? 고작 초등학생밖에 되지 않은 너희가, 맘에 들지도 않는 차림 하면서 주위 시선 끄는 게. 매번 목숨을 걸면서 우리를 상대해야 하는 게."

 "시끄러워! 당신들에게까지 잔소리 들으려 나온 거 아니란 말야!"


 레이디 큐어, 검은 탱크탑 차림 소녀가 예진을 향해 으르렁댔다. 코웃음 치는 예진에게 이번엔 핑크 엔젤이 말을 걸었다.


 "그러는 당신은,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거죠? 그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째서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 되는 행동만 하는 거예요?"

 "안 그러면? 너희들처럼 마법소녀라도 돼야 했을까?"


 예진은 소녀들에게 좀 더 다가갔다. 하린이 말리려 했지만 곁에 있던 선비가 고개를 저어 그녀를 말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부끄러운 차림하고, 이상한 예명 박아 넣고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뭐 이런 식으로 해야 했을까?"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전 단지,"


 소녀가 할 말을 찾아 방황하는 사이, 예진은 그들과 불과 1m 미만 간격까지 다가와 그 앞에 섰다. 하린과 선비는 숨을 죽이고 그들을 지켜보았다. 원거리 전담인 예진이 적에게 그렇게까지 가깝게 다가갔던 적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래, 어쩌면. 그렇게 했을지도 몰라. 기회가 있었다면."


 별안간 예진은 어조를 바꾸어 소녀들을 상대했다. 달라진 태도에 소녀들은 조금 당황해했다. 예진은 그런 소녀들 앞에서 말을 이어갔다.


 "근데 난,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이뤄야 할 정의가 있는지 모르겠어."

 "네?"

 "질문 너희도 받았을 거 아냐. 재현해볼까? 지금도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외울 수 있어."


 마법소녀 공인자격시험때, 마지막으로 들었던 질문을 예진은 정말 있는 그대로 읊었다. 그것은 가장 대답하기 쉬운 질문이었다. 한편으론, 모든 것을 바꾸어놓은 질문이기도 했다. 소녀들과 예진의 운명을 확연히 갈라놓은 단 하나의 질문.


 "당신 생각에 정의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 건가요?"


 비웃음 섞인 어조로 예진은 그것을 태연히 입에 담았다.






 "기본적으로 정의란 자기만족이야."


 상처 입은 소녀들 앞에서 예진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조금 위에서 하린과 선비가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예진을 보호하기 위해 무슨 수든 쓸 생각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정의가 생존권이야. 살아남는 게 정의, 살아남게 하는 게 정의지. '못 살겠다'라는 건 '정의롭지 않다'는 말과 동의어가 돼. 어째서 그 숱한 시위 현장에서 이렇게는 못 살겠단 말이 자주 나오는지 알겠니?"

 "어째서 이런 얘길 하는 거야?"


 레이디 큐어는 의아한 듯 예진에게 물었다. 질문에 신경 쓰지 않고 예진은 제 할 말만 계속했다.


 "당연히 인간의 정의는 인간이 오래 사는 길이야. 이 지구란 행성 입장에선 행성 환경이 오래 유지되는 게 정의일 테고. 그렇담 말야, 지구 입장에선 인간이 생존하지 못하는 게 정의인 게 아닐까?"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그게 정의라고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핑크 엔젤 말에 예진은 코웃음 쳤다.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 정의다. 그럼 정의란 누구에게도 최선이 아닌 차선책이겠네? 사실은 케이크 하나를 다 먹고 싶더라도 다른 사람들 동의를 얻기 위해 사람 수만큼 동등하게 나누어야 하는 것처럼."

 "그런 게 아닐까요?"

 "그 차선책을 위해 넌 네 목숨까지 건단 말야?"


 이번엔 깔깔대며 박장대소를 한다. 소녀는 무엇이 잘못된 건지 몰라 예진을 뚫어져라 보았다. 예진은 그런 소녀에게 말했다.


 "멋져. 응, 멋지네. 투철한 희생정신이야. 결국 넌 더 행복해지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니야. 아무도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싸우는 거지. 모두가 최소한의 밥그릇을 가질 수 있게 돕고 싶단 마음일 뿐야. 근데 말야, 그 최소한의 밥그릇은 누가 결정하는데? 기회만 주어진다면 누구나, 약자건 강자건, 부자건 거지건, 자기 밥그릇을 최대한 갖고 싶어 할 게 뻔한데 누구 의견에 따라야 한단 말야?"

 "일반적인 상식이란 게 있겠죠. 최소한 이 정도는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공감대란 게 말예요."

 "훌륭한 마법소녀네. 맞아. 그런 거야."


 잠시 숨을 돌렸다가 예진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 질문으로 되돌아가 볼까? 정의란 무슨 짓을 해서든 이루어야 하는 거냐고 면접관은 물었어. 답은 정해져 있어. 출제예상빈도 별 다섯 개짜리 질문. 마법소녀가 되려면 누구나 꼭 답해야 하는 질문이니까. 이제 와 새삼 들으나 마나겠지만 어디 볼까? 너흰 그때 어떻게 답했지? 한국 최고의 마법소녀란 너희 둘은 말야."

 "당연히 그래야 한다. 이게 저희 답이었어요."


 핑크 엔젤의 답에 예진은 씩 웃었다.


 "그게 너희가 마법소녀가 된 이유야."






 '당신이 생각하는 정의란 뭔가요?'라는 질문을 하는 면접관도 있어. 기출 빈도 별 하나짜리 질문. 어쩌다 한 번이나 물어볼 법한 질문이란 거지.

 왜 이렇게 됐을까? 마법소녀가 될 아이들이, 그들 각자가 정의라고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은 걸까? 반대로,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게 무엇이든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그렇게나 중요한 걸까?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란 마법소녀에 대한 공인자격증이 있어. 체계적인 시스템을 먼저 구축했기 때문이 아냐. 어쩔 수 없이 시행한 거지.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국영수 과외를 시키는 세상이야. 우연히 탄생한 마법소녀가 이 지구를 지켜야 한대도 그것 때문에 학교 수업을 빠지고 학원을 빼먹어야 한다면 어느 학부모, 어느 선생이 좋아하겠어?

 그래서 생긴 게 공인 제도야. 필요하다면 학교도, 학원도 빼먹을 권리. 청소년보호법을 비롯하여 여러 법률을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인 권리. 경찰도 아닌데 정의를 실현할 권리를 국가에서 공식으로 부여하는 거야. 그렇게 활발히 활동하는 애들이 후에 진학이나 취업에 지장 있으면 안 되니까 만들어진 거야. 자격증 자체엔 아무 가산점도 없어. 자격증을 받아 활동한 경력에 가산점이 붙는 거지. 너희도 몇 번 받았을 거 아냐? 경찰서장 공로상이라던가, 혹은 그보다 상위 표창들. 몇 세 이하 어린이에게 일을 시키지 못한다는 게 청소년보호법이었던가? 그런 법률도 너희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대안이 없는걸. 19세 이하 어린애들, 그것도 여성 아니면 마법을 쓸 수 없으니까.

 19세 이하의 어린 소녀들, 정의라면 무슨 짓을 해서든 이루어야 한다고 믿는 너희 같은 애들이 갖기엔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권리인지도 몰라. 어째서 정부에선 이런 권한을 너희에게 준 걸까? 너희가 생각하는 정의가, 국가나 사회가 생각하는 정의와 같을 거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 걸까?

 아마도 그렇겠지. 정부에서 생각하는 정의는, 너희가 생각하는 정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왜냐고?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이란 게 있잖니.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그러니까 마법소녀 자격이 유지되는 기한 내내 지겹도록 학교에서 시키는 공부 말야. 십년 전 갑자기 기본교육과정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확대된 것도 관련 제도 정비를 위한 기초 작업 아니었을까 생각도 들지만, 그 이상 넘어가면 음모론이 되니까 그만두자.

 이제 알겠어? 마법소녀가 되기 위한 자격을. 단순히 능력이 강하다거나 의지가 뛰어나서 너희가 선택된 게 아니야. 국가가 생각하는 정의를, 누구보다도 훌륭히 수호할 마음이 있기 때문에 선택된 거지.

 이제 좀 현실이 눈에 들어오니? 공인 1급 마법소녀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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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쩐지 처음 의도와는 글이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무시하렵니다;;;

 혹 글 중 내용이 현실과 미묘하게 동조된다 싶은 부분 있으면 무시해 주세요 ㅎㅎ 풍자나 비판이라기보단 단순몰입을 위한 내용입니다^^;;
?
  • ?
    乾天HaNeuL 2011.06.10 02:22

    왠지 사회 소설이 되어 가고 있어요. ㅋㅋㅋㅋ

  • profile
    윤주[尹主] 2011.06.10 08:33

     그러게요..첨엔 좀 다른 방향 생각하고 있었는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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