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8 21:17

마법소녀 공인 1급 (2)

조회 수 495 추천 수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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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희들은!"


 상대방에서도 하린과 선비를 알아본 눈치였다. 순식간에 그들에게 접근한 하린이 하키 스틱을 크게 한 번 휘둘렀다. 탱크탑 차림 소녀가 팔을 들어 그것을 막아내는 동안, 분홍 드레스를 입은 소녀는 조금 뒤로 물러섰다. 도망치는 것은 아니었다. 소녀는 손에 든 스틱을 두 손으로 쥐었다. 파스텔 톤 분홍 위주에 세부 부속에 노란 색 포인트를 주고, 머리 부분엔 별 모양 장식을 단 그것은 서서히 푸른빛 오라로 물들어갔다. 하지만 소녀가 채 손써보기도 전에 정면에서, 진홍빛 불길이 소녀를 덮쳤다.


 "여기란다, 꼬마야. 후후. 언니가 상대해 줄게."


 손끝에서 일으킨 불꽃을 소녀에게 겨누며 선비는 미소를 지었다. 공격을 피해낸 드레스 소녀 얼굴이 찡그려졌다. 탱크탑 소녀를 돕기엔 제 눈앞에 있는 상대가 너무 버거웠다.


 "역시 제법이다, 너?"


 한편 하린과 탱크탑 소녀는 조금 간격을 벌린 채 대치하고 있었다. 하린이 휘두른 하키 스틱을 한 팔로 막아낸 소녀가 남은 손으로 하린을 역공하면서 한 차례 공방이 오고간 후였다. 공격이 들어왔단 걸 눈치 챈 순간 하린은 정신을 최대한 집중해 조금 뒤로 몸을 피했다. 하린이 가진 능력은 자신과 접촉한 물건을 순간 이동시키는 것뿐이다. 초능력을 사용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소녀와 정면대결로는 승산이 없었다.


 "크으으윽, 아깝게! 잘도 피해버렸잖아?"


 탱크탑 소녀는 분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힘으로는 하린보다 한 수 위지만, 소녀는 이동 속도로는 하린을 당해낼 수 없었다. 소녀는 다시 몇 번인가 하린에게 달려들었다. 그 때마다 하린은 연속으로 순간 이동을 해서 소녀 공격을 피했다.


 "초조해하지 마! 그렇게 함부로 힘을 쓰다간 먼저 지쳐 버려!"


 조금 떨어져 잠시 숨을 돌리던 드레스 소녀가 탱크탑 소녀에게 경고했다. 잔뜩 화가 치민 듯 탱크탑 소녀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나도 알아! 말해주지 않아도! 칫,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빠져나가고 말야."

 "누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당하기만 한대? 똑같은 수에 두 번은 안 당해!"


 기세등등하게 소녀에게 말하긴 했지만 하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간신히 소녀 공격을 피해내고 있긴 했지만, 전부터 몇 차례 맞붙으면서 하린은 소녀 공격이 갈수록 더 예리해지고 있단 걸 눈치 챘다. 소녀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압도적으로 보였던 속도 차이는 최근 들어 서서히 줄어들어갔다. 한참 성장기라서 그런가? 하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자신들은 영영 이 소녀들을 상대로 완벽하게 승리하진 못할 것이다. 성장기를 막 넘긴데다 이제 곧 유효기한에 도달하는 그녀들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일까? 우리들은…….'


 하린의 생각은 그대로 다른 두 사람에게도 전해졌다. 적당히 거리를 벌려 1:1 화력전을 벌이던 선비가 슬쩍 그 생각에 끼어들었다.


 '글쎄, 그럴지도 모르겠네. 지금까진 어떻게든 버텨 왔지만, 나도 슬슬 이 애 상대하기 버거워졌어. 몇 년 후면 정말 경험과 오기로 매달려야 할지도 모르겠네. 후후.'

 '그렇게나 오래 기다릴 순 없어.'


 예진의 생각이 전해지자 다른 두 사람은 일제히 할 말을 잃었다. 묵묵히 자신들 싸움에 집중하는 두 사람 머릿속에 예진의 목소리가 다시 전해졌다.


 '우리에겐 기다릴 시간이 없어. 기껏해야 이제 1년 남짓이야. 우리가 마법을 쓸 수 있는 시간 말야.'

 '그렇지. 이제 곧 열아홉 살이 되니까.'


 새삼 떠오르는 현실에 하린은 한숨을 푹 쉬었다.


 '매번 생각하는 건데, 좀 억울하지 않아? 기껏 잘 써온 초능력인데, 열아홉 살이 지나면 한 순간에 사라진다는 거 말야.'

 '좀 섭섭하긴 하겠다. 그치만 난 별로 신경 안 써.'


 선비 생각을 전해 듣고 하린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왜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선비가 한 생각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더 이상 소녀라고 하는 건 우선 나 스스로 부끄러울 거고, 이제 슬슬 남친에게 숨기면서 이 짓하는 것도 힘들어질 거고. 무엇보다 금방 수험생이잖아, 우리도.'

 '윽, 기집애. 굳이 이럴 때 수능 얘길 해야겠냐.'


 속이 쓰린 사람처럼 하린이 배를 움켜쥐는 시늉을 하자, 선비를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상대하고 있던 두 마법소녀가 의아해할 정도로 느닷없는 행동이었다.


 "…뭐 하는 거야, 갑자기?"

 "그냥, 꼬맹이들이 모르는 현실의 벽을 느끼고 절망하는 중이랄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참나."


 속을 알 리 없는 탱크탑 소녀는 다시 자세를 잡아 하린을 공격했다. 드레스 소녀와 선비 사이 화력 대결도 금방 재개되었다. 뒤이어 예진이 하린과 선비 두 사람 마음을 다잡아 주었다.


 '어쨌건 지금은 눈 앞 일에 집중하자. 우리들을 위해서도, 또 저 애들을 위해서라도.'

 '옛썰, 알아서 모시겠습니다요.'

 '오버하긴. 어쨌거나 나도 오케이. 최선을 다해 볼께.'


 하린과 선비가 보내는 답신을 들으며 예진은 미소 지었다. 하린 말대로 그녀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이제 일 년 남짓. 그렇기에 머뭇거리고 방황할 시간 따윈 없었다.


 '그 전에 어떻게든 저 둘을 쓰러뜨리자. 그게 걔네들을 위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스스로도 마음가짐을 새로 하고 예진은 자기 임무에 집중했다. 구름 위에 숨은 그녀 주위로 잘 보이지는 않지만 거대한 마법진이 펼쳐져 있었다. 고도의 광역 마법 이외에는 마법진은 잘 사용되지 않는다. 준비 시간도 길고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준비하기 위해 그녀는 지난 일 주간 이 장소를 오가며 조금씩 마력을 모으고 마법진을 그려 흩어지지 않게 안정시켜 놓았다. 어차피 이상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진 들통 날 리는 없었다. 마법 및 마력에 대한 정부 대응은 사실상 마법소녀 중심의 초보적인 인력 관리 정도뿐이었으니까.

 일부러 이 장소에서 사건을 일으키고, 마법소녀 둘을 끌어들여야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제 거의 됐어.'


 마법진을 검토하며 예진은 흡족해했다. 준비 시간은 길었지만 위력이 발휘되는 건 순식간일 터였다. 예진은 다시 선비와 하린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이번 내용은 무서우리만치 간결하고 명확했다.


 '앞으로 3분 뒤.'






 "그러고 보면 너희 이제 완전히 우리 전담이 된 거 같네? 이렇게 매번 얼굴 보러 와주고 말야."


 싸움이 다시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자 하린은 탱크탑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소녀는 흥, 코웃음 치는 것으로 하린이 한 말에 응했다.


 "너희 빼고 이렇게나 시끌벅적하게 사건 터뜨리는 게 누가 또 있겠어? 흥, 착각하지 마. 새하얀 민낯 얼굴 볼 게 뭐가 있다고."

 "근데 이 꼬맹이가 건방지게. 야, 너 근데 자꾸 예전부터 반말이더라? 내가 네 친구야? 벌써부터 발랑 까져선 옷차림부터가 아주 싹수가 노래요, 글쎄."

 "누구 싹수가 노랗대? 대낮부터 도로 한복판에 저런 거 잔뜩 던져서 처치 곤란하게 만든 주제에!"

 "쟤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것 좀 봐! 얘, 초딩이면 좀 초딩답게 굴어야 하는 거 아니니? 어설프게 어른 흉내 내려 하지 말고. 겉에 걸친 그 외투는 또 뭐야? 촌스럽게."

 "원랜 이렇게 입고 다니지 않거든? 나나 쟈가 무슨 머리에 꽃단 년이가? 벌건 대낮에 저래 팔랑팔랑한 거 입고 쏘다니게."

 "왜 중간부터 사투리를 쓰냐 그래?"

 "너, 넌 왜 근데 나까지 끌어들이고 그래!"


 탱크탑 소녀가 한 말은 파장이 컸다. 하린이나 선비는 물론이고 같은 편인 드레스 소녀도 당황한 듯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누가 뭐래지도 않았는데도 드레스 소녀는 횡설수설 옷차림에 대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 그게 나도 입고 싶어서 입었다기보다……. 그래, 그거. 그거라고. 위장! 평소 같은 옷차림 말고 이런 옷을 입으면 얼굴 보고서도 잘 알아보기 힘들고, 체형이나 몸집도 분간하기 힘들어지고. 거기, 거기다 마니악한 수요도 조금은 있단 말야……."

 "팬서비스냐?!"

 "새삼 느끼지만 너희도 정상적인 어린애들은 아니네……."


 겉보기보다 약은 소녀 말에 하린과 선비는 한숨을 쉬었다.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소녀는, 조금 진정되자 두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언니들도 말해 주세요.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예요? 사람들 괴롭히면 안 되잖아요."


 소녀 말에 선비가 코웃음 치며 대꾸했다.


 "1장 2절. 마법소녀의 의무. 너 그거 기출문제서 보고 하는 말이니?"

 "기출이요?"

 "왜이래, 다 알잖아. 마법소녀 공인 자격시험 기출문제집. 필기는 물론이고 면접에서 자주 묻는 질문까지 완벽분석 총정리. 공인 1급 정도나 됐으니 최소 한번쯤은 읽어 봤을걸?"

 "윽, 그런 게 있었어?"

 "당연하지. 그런 것도 안 보고 가니까 매번 미끄러지는 거야, 바보같이."


 전혀 몰랐던 하린에게 태연히 독설을 내뱉곤 선비는 두 소녀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 우리 다 그 시험 봤었어. 국가공인 마법소녀 자격시험. 마법소녀 열풍은 일본에서 시작했지만, 공인자격증을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한 건 한국이 세계 최초라지. 그게 벌써 10년 전이네. 참고로 우린 3회 응시생. 그때 벌써 영재교육 일환으로 자격시험 대비 사교육도 생기고, 인터넷 카페서 기출문제 분석도 나돌고. 어떤 집에선 자격증 응시가능 연령 되기도 전에 미리부터 스펙 관리한답시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애를 굴리고. 웃긴 게, 미국 대통령이 뭐랬는줄 아니? 뭐라더라, '이렇게 체계적인 인재 등록 및 관리와…국가적인 교육 열기'운운하면서 결론이 '한국을 본받아야 한다.'던가? 지금 생각하면 다 어이없는 소리지만."

 "왜, 좋다고 하는 소린데."


 탱크탑 소녀 말에 선비는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그녀는 두 마법소녀에게 말했다.


 "남들이 좋다고 한다고 그게 정상이란 건 결코 아니니깐."

 "?"

 "하나 물어볼까? 시험 맨 마지막에 물어보는 거 있잖아. 너희는 뭐라고 답했니? '정의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뤄야 되는가' 묻는 거 말야."

 "그거야……."


 탱크탑 소녀가 외운 그대로의 답을 막 뱉으려던 순간, 하린이 선비 쪽으로 재빠르게 이동했다. 시간 다 됐어. 선비 귀에 짧게 속삭이곤 하린은 최대한 멀리 순간 이동해 사라졌다. 두 마법소녀가 앗 하는 순간, 하늘에서 수십 줄기 벼락이 그녀들을 포함해 그 일대로 쏟아져 내렸다.


 "엔젤릭 레이!"


 벼락을 일으킨 구름 위 마법진, 그 한가운데 마법을 발동시킨 예진이 있었다. 불투명한 날개가 그녀 어깻죽지로부터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좌우로 크게 펼쳐졌다. 워낙 마법에 동원된 마력 량이 많았던 만큼 일어난 착시 현상이다. 그녀는 제 발치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번쩍이는 번개 불빛 탓에 두 마법소녀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성공일까?'


 번개 폭풍에 두 사람이 휘말리는 것을 보고서도 예진은 자신이 없었다. 결과를 확신할 수 없어 초조해진 걸까. 의구심은 또 다른 의구심을 불렀다. 마법의 성공 유무를 넘어서 그녀는 이제 자기 계획의 목적 자체를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정말 이걸로, 마법소녀 공인자격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걸까?'


 한동안 번개 불빛은 사라질 줄 모르고 주변 지면을 강타했다. 번개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 한가운데 유일한 빛은 오로지 예진이 만들어낸 그것 하나뿐이었다.


 ================================

 생각보다 반응이 좋네요;; 2화 올립니다.

 짜놓은 계획 없이 무작정 진행중입니다. 기본 세계 설정은 꽤 된 것 같은데 인물은 어제 정했네요;
 결과적으로 무슨 얘기가 될지는 쓰는 저도 모릅니다. 원하는 결말은 대략 있지만서도요...암튼 쉬엄쉬엄 올려 봅시다^^;;;
?
  • ?
    乾天HaNeuL 2011.06.08 22:38

    망할 수험생! 우우우~ ㅇ_ㅇ/


    그나저나 엔젤릭 레이?


    순간 엔젤릭 레이어스가 생각나는데요.

  • profile
    윤주[尹主] 2011.06.08 22:52

     우우우~/


     <엔젤릭 레이어>를 생각하신 거라면, 맞아요. '엔젤스 레이'라고 할까 하다가, 의도적으로 바꿔 봤습니다 ㅎㅎ

     어차피 설정, 스토리 어느 하나 제대로 짜놓은 게 없어서 반 개그로 여기저기서 끌어썼달까요;; 캐릭터도 뭐....^^;;;;;

  • profile
    클레어^^ 2011.06.09 04:40

    19살이 되면 수험생이란 신분 때문에 마법소녀에서 은퇴한다라...;;

    (씁쓸한 현실이네요...)

    제가 예전에 썼던 SF 판타지 소설이 있긴 한데... 거기서는 청소년들이 정령사로 나와요. 그 정령사들이 모여서 팀을 이루며 경기를 하는 게 있는데요. 그런데 만 16세가 되는(고등학생이 되는) 해에는 그 경기에서 은퇴를 해야 해요. 오늘 소설 보니까 제가 예전에 썼던 게 생각나네요.

  • profile
    윤주[尹主] 2011.06.09 05:24

     글쎄요..수험생 신분도 신분이지만, 19세가 되면 마법을 전혀 못 쓰게 된단 설정이라서요;


     청소년 정령사라....그런 부분은 비슷하네요. 은퇴 시기가 있다거나 하는 ㅎㅎ

     대한민국 학생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인지 모르겠습니다. 때를 놓치면 후회한다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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