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3.14 09:33

단군호녀 23화

조회 수 532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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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호(戶) : 집, 지게 호

설상가상(雪上加霜)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 안에서 2미터쯤 되어 보이는 동굴 입구에 서서 한참동안 둘만의 따스한 키스가 오갈 때 햇빛이 그들을 비추자 미소를 지으며 마주보고 선다.

 

“니가 나한테 해준 게 이게 두 번짼 거 알아?”

 

난 모르는 일이 다며 고개를 돌리는 단군은..

 

“두번째라..? 기억이 안 나는데.. 넌 그런 것도 기억하냐..?”

 

호녀는 토라져선 앉아버린다.

 

“내가 개다래나무에 취해 있을 때 니가 정신 차리라고 해줬잖아..!”

 

단군도 호녀의 옆에 나란히 앉아 같은곳을 바라본다.

 

“넌 나랑 뽀뽀 하는 게 그렇게 좋냐..?”

 

“뽀뽀가 아니라 키스거든..”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워가지고는..”

 

단군과 호녀는 마주보며..

 

“이제 슬슬 집으로 돌아가볼까..?”

 

“벌써? 아쉬운데..”

 

“뭐가 아쉬워..?”

 

순간 호녀는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더니 단군을 보고 습관처럼 쩝쩝 거리기 시작한다.

그런 호녀가 어의가 없는지 혀를 차며 바라본다.

단군은 호녀의 얼굴을 잡고는 짧게 입술에 뽀뽀를 해준다.

너무 짧은 순간이 싫은 건지 호녀는 인상을 찌푸리며..

 

“아! 뭐야.. 길게 길게..”

 

단군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먼저 동굴을 빠져나간다.

 

“길게∼에!”

 

그렇게 단군과 호녀의 길고도 짧은 숨바꼭질은 끝을 맺었다.

단군과 호녀가 걸어서 다다른곳은 성화가 낚시를 하고 있는 낚시터였다.

둘이서 멀찌감치 나무와 나무사이 외길에 서서는 단군이 먼저 말을 꺼낸다.

 

“우리 처음만난 그때처럼 마치 옛날로 되돌아 온 거 같아..”

 

저 멀리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던 단군은 한발자국 내딛었을 때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근데 너 3번째 시련의 주인공은 누구로 한 거야..?”

 

말하기가 멋쩍은지 머리를 긁적거리며 실실거린다.

 

“그게.. .. 사실..”

 

단군과 호녀는 이야기를 나눈 후 성화에게 이야기를 하고 쑥고개를 내려와 차 근처로 온다.

마을엔 개 짖는 소리와 여기저기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집안일을 돌보느라 여념이 없다.

길 구석으로 자리 잡은 옷 수거함이 단군의 눈에 들어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기 옷 수거함 네가 부신 거 기억하냐..?”

 

그 소리에 호녀는 콧방귀를 뀌며..

 

“치.. 뻥쟁이..”

 

“뻥쟁이라니..?”

 

“그때 니가 그랬잖아.. 저거 부신 거 걸리면 감옥에 갇힌다고.. 나실장님한테 물어봤거등! 그런 거 가지고 감옥 같은 데는 안 간다고 하셨어..”

 

뻥친 게 걸려서 뜨끔한 건지 헛기침을 하고는 고개를 돌린다.

성화의 차에 기대어 호녀는 분위기를 바꾸려 단군에게 말을 건넨다.

 

“그나저나 잊어버렸던 내 기억을 어떻게 되찾은 거야..?”

 

단군도 같이 차에 기대어 겉옷 호주머니에서 사진하나를 꺼내 건네는데..

그건 단군과 호녀가 외도라는 곳에 놀러 갔다가 비너스 가든 에서 호녀가 꽃을 보며 좋아하던 모습을 찍은 사진 이였다.

 

“이상하지..? 외도라는곳에 놀러가서 너랑 찍은 사진은 많은데 왜.. 유독 그 사진만 내 눈에 들

어왔던 걸까..?”

 

사진을 보고 고개 숙여 피식 웃더니..

 

“니가 보기엔 내가 꽃보다 예쁘게 보였나보지..”

 

단군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더니 손을 저어보이며..

 

“그건 절!!대! 아니거든..!”

 

호녀는 심통이 났는지 단군에게 쏘아 붙힌다.

 

“꽃이 예뻐 내가 예뻐?”

 

“꽃”

 

“김태희가 이뻐 내가 이뻐..”

 

“확실히 김태희가 너보다 예쁘긴 하지..”

 

씩씩거리도록 콧바람이 나오는 호녀는 주먹으로 단군의 복부를 가격한다.

 

퍼억!

 

크윽!

 

피를 토하며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보통 성인남성 머리 크기 만한 바위로 맞은 듯 그 아픔은 상상을 초월했다.

투덜거리며 마을 쪽으로 걸어가는 호녀를 보며 손을 벌려 불러본다.

 

“장난이야 장난.. 이 세상에서 니가 제일 예뻐..”

 

성화의 낚시를 마치고 같이 안성시장 쪽으로 넘어와 단군과 호녀는 나란히 손잡고 집안으로 들어선다.

막 집에 다다랐을 때 웅희에게서 휴대폰이 울렸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로앞에서 웅희가 전화를 걸고있다.

 

“왜 전화를 걸고 그래.. 바로 앞인데..”

 

“그냥 언제 오나 해서.. 호녀씨랑 같이 오네..?”

 

웅희는 다가와 호녀를 가볍게 안아주며..

 

“그동안 어디 갔다가 온 거에요. 얼마나 걱정했는데..”

 

따스하게 안아주며 등을 토닥거린다.

 

“미안해요. 걱정 많이 했어요?”

 

마주보며 집안으로 서로 들어서며 호녀가 웅희에게 말을 건넨다.

 

“인간된 거 축하해요.”

 

“고마워요. 이러고 있지 말고 앉아 있어요. 단군이 너도 앉아 있어 먹을 거 내올게.”

 

웅희가 먹을것을 내어오자 셋은 둥그런 나무식탁에 둘러 앉아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야기는 환율씨한테 들었어.. 호녀씨가 살던 동굴에서 만났다면서..?”

 

“으응.. 혹시 호녀가 우리집에 갔는지해서 오촌리까지 갔었는데 집에 계시던 아버지가 쑥고개로 낚시를 가신다고 하시 길래 혹시 거기로 가면 있지 않을까 해서 가봤더니 구석에서 쭈그려 앉아있지 뭐냐..”

 

“별일 없어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셋이서 앉아서 단군과 호녀가 이야기가 한창일 무렵 한참을 말이 없이 어두운 표정인 웅희를 보며 단군은 의아해 하며 물어본다.

 

“무슨일인데 그러고 있어..?”

 

단군을 바라보며 한참을 말이 없던 웅희는 단군을 끌고 어디론가 향한다.

 

“단군아, 나 좀 잠깐 따라와봐..”

 

웅희를 향해 따라 올라간 옥상엔 해가 먼 산 너머로 살며시 들어가고 있었다.

난간으로 다가가 풍경을 바라보다 돌아서며 웅희는 어렵게 말을 꺼낸다.

 

“오늘 아침에 주인집 아주머니가 올라오셔서 방세를 더 올리셨지 뭐야.. 그것도 4배로 말이지..”

 

단군은 눈이 커지며 큰소리친다.

 

“아니 왜!?”

 

“자세한건 모르겠고 아주머니 말로는 한집에 여럿이서 사니까 돈이 많이 든 거라며 이번에 200을 내놓으래.. 아니면 너랑 호녀씨를 내보내던가 둘 중 하나는 하라고 하셨어..”

 

단군은 투덜거리며..

 

“아니, 가만히 잘 있다가 왜 그러신데..? 아직 월급날 될려면 멀었고 남은돈도 없는데 정말..”

 

“나도 생활비가 좀 들어서 말이지..”

 

순간 뒤에서 호녀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그럼 우리 쫓겨나는 거야..?”

 

단군과 웅희는 당황해 하며 손을 저어보이고 웅희는 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건넨다.

 

“쫓겨나다니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그래, 그런일은 절대 없을거야..”

 

호녀는 단군에게 다가와..

 

CF찍은 돈으로 어떻게 안 될까..? 나실장님이 주신 돈인데..”

 

호녀가 바지 주머니에서 흰색의 돈봉투를 꺼내려 하자 한사코 단군은 말린다.

 

“니가 처음으로 번 돈은 함부로 쓰는게 아니야..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치만..”

 

울상을 짓는 호녀에 안심시키고자 웅희는 살며시 웃으며..

 

“그래요. 호녀씨가 걱정 안 해도 그 정도 돈이면 충분히 우리가 해결할 수 있으니..”

 

고개를 숙이고는 힘이 빠져선 호녀는 터덜터덜 계단을 내려간다.

걱정스런 단군은 호녀를 따라 내려 왔을 땐 방 한 구석에서 이불을 둘러쓰고 벽을 본채 누워있었다.

다가가 앉아선 호녀를 어루만지며..

 

“호녀야 기분도 울적한데 내일 우리 데이트나 할까..?”

 

데이트라는말에 순간 횡재라도 만난듯 벌떡 일어나다가 기분을 가다듬고 안 그런척..

 

“정말..? 어디로..?”

 

“몇 일전에 너 찾으러 길거리를 헤매다가 전봇대에 붙은걸 봤는데 날짜가 내일이더라구.. 너도 기분이 울적하고 그러니 내일 데이트를 해보는게 어떨까 하구.. 너 미녀와 야수 내용 다 못 봤잖아.. 만화영화로 나온건데..”

 

호녀는 단군을 보고 버럭 화를 내더니..

 

“내가 기분이 안 좋은건..!”

 

“알어.. 너도 돈을 내서 돕고 싶은데 우리가 반대해서 그렇잖아.. 다 너 생각해서 하는 소리야..”

 

“미녀와 야수라..? 내일이라구..?”

 

“응..”

단군과 호녀가 내일 만화영화를 보기로 약속하고 분위기는 그렇게 무르익어 갔다.

호녀와 웅희 단군 셋이 모여서 텔레비전을 보다 호녀는..

 

“웅희씨 나 내일 단군이랑 데이트하기로 했는데 어쩌면 되죠..? 머리모양도 바꿔야 하나요..?”

 

“아! 그럼 내일 저랑 여기 앞 미용실에 같이가요.”

 

“그냥가도 되는데 뭐 하러 미용실까지가..?”

 

웅희는 단군을 콧방귀를 끼며 바라본다.

 

“모르면 가만히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를 보내고..

주위는 온통 칠흑같이 어둡고 눈앞에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게 잘생긴 단단한 갑옷을 입은 이덕남 장군이 보인다.

호녀는 앞으로 손을 뻗으며 닿을 듯 말듯 하는데..

 

“더, 덕남아..!”

 

“낭자.. 내가 준 인형을 잊은 거요..?”

 

“인형..?”

 

“그거라면 지금 낭자가 처해있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을것이요.”

 

이덕남 장군은 호녀의 눈앞에서 점점 멀어져만 가고 주위는 어두워지며 호녀는 꿈에서 깨어난다.

눈앞에서 멀어지는 이덕남 장군을 붙잡을듯 손을 뻗으며 벌떡 일어난다.

 

“덕남아! 덕남아!!”

 

불 꺼진 방안에 호녀의 소리에 모두다 몸을 일으켜 새우는데 눈을 비비며 웅희가 먼저 말을 건넨다.

 

“악몽이라도 꾼 거예요?”

 

단군은 하품을 입으로 가리면서 눈을 끔벅거린다.

 

“덕남이라면 이덕남 장군 말하는거잖아.. 왜? 꿈에라도 나와서 뭔 말이라도 한거야..?”

 

호녀는 고개를 돌려 눈을 크게 뜨며 단군을 바라본다.

 

“200만원 그거 잘만하면 잘 해결될 거 같아..”

 

“무슨 소리야..?”

 

“오늘은 늦었으니 한숨 더 자고 내일 날 밝으면 가봐요. 단군아 자자..”

 

호녀를 조심스레 뉘여 주며..

 

“그래, 좀 다자고 날 밝으면 가보자..”

 

호녀는 단군의 품에 깊숙이 파묻혀 잠이 든다.

 

“야, 너 그러면 숨 안 막히냐..?”

 

“좋기 만한데 왜..?”

 

단군은 살며시 호녀를 안아주며 그들의 달밤의 귓속말은 계속됐다.

 

“내 꿈 꿔..”

 

‘잊고만 있었는데 그게 도움이 될지 몰랐어.. 덕남이 덕분에 위기는 모면할 수 있을 거야..’

 

창밖으로 아침햇살이 불투명한 유리창을 투과했을 때 단군의 얼굴로 비추어지자 잠에서 깨어난다.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켜 새웠을 땐 시계는 아침 8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고 주방에선 호녀가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뒷모습은 분명 호녀였지만 다가갈수록 호녀가 요리를 못한다는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불안감은 점점 더해져만 갔다.

 

“언제 일어난거야..?”

 

머리도 단정하고 앞치마를 두르고 옷까지 갖추어 입은걸 보니 단군은 궁금해졌다.

 

“누워있으니 잠이 안와서 조금자고 일어나서 씻고 생각이 나서 뭣 좀 해봤어.. 이거 한번 먹어봐..”

 

호녀가 숟가락에 조심스레 얹어 단군에게 건넨 건 얇은 육 고기를 파를 채 송송 썰어서 양념과 버무린 요리였다.

한입 먹어본 그 맛은 호녀가 만든 음식이라고는 믿어지기 힘든 맛이였다.

웅희는 아직 잠을 자고 있는 터라 도움을 받지는 않은 거 같았다.

눈이 커지며 동공이 모이고 입은 쩍! 하고 벌어졌다.

 

“진짜! 맛있다. 정말 니가 만든거야..?”

 

잔뜩 기대하고 있던 단군의 말에 화색이 돌며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정말!? 나 예전에 덕남이랑 살면서 하나 배워둔 건데 괜찮다니 정말 다행이다.”

 

둘의 대화에 잠이깬 웅희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다가온다.

 

“무슨일인데 그래..?”

 

젓가락으로 고기 한 점을 집어서 웅희에게 건네선 먹어주니 웅희도 역시 단군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이거 누가 만든거야..!?”

 

“호녀가 만든건데 진! 짜 맛있지..?”

 

“고기랑 육즙이 입안에서 감도는 게 진짜! 맛있다.”

 

아침부터 호녀가 만든 음식으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준비를 마치고 단군과 호녀는 버스를 타고 쑥고개에서 내린다.

호녀가 살던 동굴로 향하는데 단군은 궁금해서 말을 건넨다.

 

“여기 니가 살던 쑥고개 동굴 가는 길이잖아.”

 

“내가 덕남이가 준 인형을 동굴 구석에다가 묻어놨어.. 잘만 된다면 한 500년전 물건이니 값어치가 나가지 않을까..?”

 

발길을 재촉하던 호녀를 손목을 붙잡아 새우고는..

 

“정말 괜찮겠어.. 그건 이덕남 장군과 너랑 추억이 어린 물건이잖아.. 그런 물건을 팔아버리

면.. 더군다나 500년이 지난 물건이면 썩지 않았을까..?”

 

“어젯밤에 내 꿈에 나타나서 그거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꺼라 했어.. 괜찮아 분명 덕남이도 원하는 일이니까..”

 

동굴안으로 들어서고 안쪽 깊숙이 서성거리기 시작한다.

 

“분명 여기 어딘가에 땅속에 묻힌 나무상자가 하나 있을 거야.. 그 속에 있는데..”

 

이곳저곳을 서성이며 한참을 둘이서 정신없이 손에 흙이 묻는 것도 잊은 채 땅을 파해 치다가 단군이가 풀들이 무성한곳에서 나무상자를 발견한다.

 

“호녀야 여기..! 여기 있어..!”

 

호녀가 달려와 나무상자를 열었을땐 오랜 세월을 지나온 헝겊인형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깨끗한 볏짚 인형 이였다.

단군은 인형 중 도령인형을 들어보이고는 놀라는 눈으로..

 

“정말 신기하네.. 오랜 시간동안 땅 속에 있었는데 썩지도 안았다니..”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근데 이거 어디서 많이 본거 같다?”

 

호녀는 뺏어들고 나무상자에 넣고는..

 

“500년도 지난건데 니가 어떻게 봐..?”

 

“그런가..? 희안한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단군을 이끌고 밖으로 나간다.

 

“자! 원하는 것도 찾았으니 여기서 나가자..”

 

단군과 동굴을 빠져나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울창한 수풀 사이의 빛이 그들을 밝혀주며 이야기를 나눈다.

 

“이걸 돈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어떻게 하지..?”

 

“아! 나 실장님에게 말해볼까..?”

 

말 끝나기가 무섭게 단군이 인형을 건네 들고 호녀는 핸드폰의 번호를 눌리기 시작한다.

신호음이 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목소리가 들려온다.

 

♬∼♪∼♩∼♫

 

“네, 여보세요.”

 

“나실장님, 저 호녀인데요.”

 

“아! 호녀씨가 무슨일에요?”

 

“한 500년 된 물건을 팔아보려고 그러는데 어쩌면 좋죠?”

 

“아! 그럼 진품명품 프로그램 PD랑 이야기 해보는게 좋겠네요. 저도 호녀씨랑 할 이야기가 있으니 그 물건 가지고 언제 한번 만나도록 하죠.”

 

“네, 그렇게 할께요.”

 

“그럼, 다음 주 월요일 오후 2시쯤 저번의 그 베스킨라빈스 앞에서 만나는 게 어떨까요?

 

“네, 그렇게 할께요.”

 

전화를 끊고 걸어가면서 단군은 호녀에게..

 

“진품명품이라면 확실하겠네.. 잘 됐으면 좋겠다. 일단 집으로 가서 준비하고 영화관에 가자..”

 

그제야 잊은 게 기억이라도 난 듯 단군을 보고 아차! 하며 손목을 붙잡고 뛰기 시작한다.

 

“아! 데이트!!”

 

“어∼야야..! 천천히가도 돼!”

 

시간은 흘러 따가운 햇살이 머리위에서 내리쬘 때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영화관 입구 앞에서 문 옆 벽에 기대어 뚫어져라 핸드폰의 시계를 보며 짜증을 내고 있다.

 

“그냥가도 된다니까 뭔 옷에 머리까지 한다고 미용실을 간다니 나 원 참.. 시간 다 돼가는

데..”

 

미리 준비해놓은 두 장의 표를 보며 발을 동동 굴리다 참다못한 단군은 호녀에게 전화를 시도한다.

 

♫∼♪∼♬

 

“으응, 군아∼”

 

“야! 너 어디야?”

 

“나 건물 안 입구 앞에 있어..”

 

건물 안 입구 앞이라니..? 분명 사람이 많아서 서로 못 본 듯했다. 주위를 둘러보지만 호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왜 환율씨가 안 대려다 준거야.. 어디에 있는데 그런 소리야.. 나 영화관 입구 밖에 있는데..”

 

그때 회전문 뒤로 보이는 환율과 웅희가 단군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돌아보는 호녀는 전화를 끊고 환하게 웃어 보이며 단군을 향해 같이 손을 흔들어 보인다.

회전문을 통과해 호녀에게 다가간 그녀의 모습은 웅희와 똑같은 헤어스타일에 단군이 치마가 짧다며 입지 말라했던 위아래 흰색의 얇은 옷이였다.

 

“나 머리 이쁘지 않아..? 옷도 신경 좀.."

 

“야.. 좀 좋은걸로 입고오지.. 너무 비치잖아..”

 

단군의 말에 호녀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토라져선 환율과 웅희를 끌고 카운터 쪽으로 가버린다.

 

“환율씨 웅희씨 가요.”

 

“야..!”

 

미녀와 야수 만화영화가 시작하기전 10여분을 남겨두고 앞의 하얀색 동그란 테이블에 호녀와 웅희는 앉아있고 환율과 단군은 먹을것을 사러간다.

단군은 짜증내고 자신을 외면하는 호녀가 이해가 가질 않아 환율에게 물어보는데..

 

“호녀 왜 그런거에요? 왜 짜증을 내고 그러는지 원..”

 

단군과 환율은 콜라와 팝콘 두 개를 사들고는..

 

“제가 봐도 짜증낼만 했어요.”

 

“아니 왜요..!?”

 

“호녀씨가 하는 말 잘랐잖아요.”

 

단군은 황당해서는 콧방귀를 끼며..

 

“고작 그런 거 때문에..”

 

“가죠. 기다리겠어요.”

 

흰색의 원형 테이블에 앉아 기다리고 있던 웅희와 호녀를 마주하고 아직도 투덜대는 호녀를 향해 말을 건넨다.

 

“아직도 삐진거야..? 미안해.. 내가 니 말 끊어서..”

 

“알면 됐어..”

 

“들어가자..”

 

안으로 들어서려는 단군의 손을 붙잡고는..

 

“그게 끝이야?”

 

“뭐 또..?”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지켜보다 못한 웅희는..

 

“미용실에서 호녀씨가 단군이한테 잘 보이기 위해 머리도 했는데 거들떠도 안보고 신경 써서 옷도 입었는데 핀잔만 줬잖아..”

 

그제야 자신이 호녀에게 무엇을 잘못한 건지 깨달은 단군은 보는 앞에서 두 손 모아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미안해 호녀야.. 내가 진!짜 미안해.. 남들이 너 훔쳐볼까봐 그랬어..”

 

그제야 화가 풀리는 듯 단군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선다.

환율에게 팝콘과 콜라를 받아 들고는 자리를 잡고 앉는다.

불이 꺼지고 화면에선 디즈니랜드라는 글자가 나오며 만화영화는 시작된다.

여주인공 벨은 나와서 노래를 부르고 벨의 아버지는 비를 피해 성으로 찾아들다 장미로 인해 야수에게 잡히고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벨은 야수의 조건으로 인해 성에 남게 되고 벨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간다.

성에서 야수와 함께 생활하던 미녀 벨은 서로의 사랑이 극대화되고 야수는 벨의 아버지를 마법의 거울을 통해 보여주며 자신의 인생은 포기한다.

벨은 아버지에게로 돌아가고 기회를 노린 개스통은 마을 사람들과 야수를 공격하러 향하고 여주인공 벨은 야수를 구하기 위해 찾아가 사랑고백을 하자 야수는 사람으로 돌아온다.

만화영화를 마친 후 밖으로 나온 단군과 호녀 환율과 웅희는 서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호녀는 가슴에 두 손을 모아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며 단군에게 말을 건넨다.

 

“미녀와 야수가 춤추는 것도 멋있었고 특히 마지막에 야수가 여주인공을 아버지한테 돌려보내주고 자신의 운명을 포기한 채 여주인공한테 사랑 고백 받으면서 인간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가슴이 뭉클했어..”

 

“재밌었다니 다행이다.”

 

단군과 호녀의 말이 끝나자 단군의 휴대폰이 울린다.

 

♪∼♫∼♩

 

“어, 왜..?”

 

“오빠, 오늘 시간 있으면 집에 한번 들려.. 큰 오빠 왔어 새언니 될 사람이랑..”

 

휴대폰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단군의 여동생 귀단 이였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귀단의 말이 단군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근데 오빠, 강호녀가 누구야..? 아빠랑 엄마는 누군지 아는데 왜 나는 기억이 안 나지..?”

 

“그.. 그게..”

?
  • profile
    클레어^^ 2011.03.15 05:13

    서, 설마 호녀가 3번째로 잊은 쪽이 단군이 여동생?

    그나저나 웅희 아니었으면 단군이는... (이로써 단군이는 숙맥에 눈치 제로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퍼버버벅!!!])

  • profile
    윤주[尹主] 2011.03.15 07:50

     남자들이 여자들 대할 때 그런 실수 자주 한다죠;; 저도 눈치 없는 편이라, 혹 누굴 사귀더라도 저러진 않을까 걱정되네요;


     ...그 전에 일단 누굴 사귀기나 하고 걱정할 문제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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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단군호녀 26화 5 ♀미니♂ban 2011.04.20 594 2
28 단군호녀 25화 2 ♀미니♂ban 2011.04.07 551 1
27 단군호녀 24화 2 ♀미니♂ban 2011.03.23 58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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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단군호녀 22화! 거스를 수 없는 비명下(悲命)『다시 원점으로..』 3 ♀미니♂ban 2011.03.02 440 2
24 단군호녀 21화! 거스를 수 없는 비명 中(悲命)..『인간이 되다.』 4 ♀미니♂ban 2011.02.22 499 1
23 단군호녀 20화! 거스를 수 없는 비명上(悲命)『호녀,버려지다.』 3 file ♀미니♂ban 2011.02.12 700 2
22 단군호녀 19화 3 file ♀미니♂ban 2011.01.27 589 2
21 단군호녀 18화 5 file ♀미니♂ban 2011.01.14 487 2
20 단군호녀 17화 3 ♀미니♂ban 2011.01.05 462 3
19 단군호녀 16화 3 file ♀미니♂ban 2011.01.03 432 3
18 단군호녀 15화 3 ♀미니♂ban 2010.12.13 340 3
17 단군호녀 14화 3 ♀미니♂ban 2010.12.07 399 3
16 단군호녀 13화 3 file ♀미니♂ban 2010.12.03 32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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