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1.27 00:30

단군호녀 19화

조회 수 589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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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박단군과 강호녀.PNG 박단군.PNG   

           (박단군)                               (강호녀)                            박단군 일러스트

 

글 올리기에 앞서 제 소설 『단군호녀』가 RPGXP라는 제작툴로 게임화가 가능할거 같아 그림 몇개를 올려 봅니다.

아! 그리고 창도에 올린 http://www.acoc.co.kr/xcoc/2640675<-- 이 게시물의 답은 아래의 소설을 보면 맨 마지막에 알 수 있습니다.

 

자! 아래부터는 단군호녀 19화! 즐감하세요.emoti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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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호(豪) : 호걸 호

호녀, 임신하다.


호녀와 조단의 눈물겨운 만남도 잠시였다.


“강..호녀인가..?”


물러나 있던 백호는 이내 도약하여 달려가 호녀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본색을 드러내라!”


뒤에서 조단의 위험을 감지한 조단의 어머니는 손을 뻗으며 달려오고 있고 조단은 호녀와 조단이 다칠까 몸을 돌려 둘을 감싸 안는다.


“단아!”


“안돼!”


백호의 주먹이 단군의 날개 뼈 부분의 등으로 다가올 때 멀리선 타원형의 커다란 원반이 백호의 손으로 날아와 부딪친다.


투억!


오른손을 만져대며 그 자리에 서버린 백호는 원반이 날아온 쪽을 바라보며 고함을 지른다.


“누구냐!?”


타원형의 거북이 모양 원반을 던진 건 다름 아닌 사신 현무였다.


“내가 조금만 늦었으면 큰 사고라도 나도 날 법 했구먼..”


현무는 백호의 눈앞에 다가서선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거 세월이 흘러도 자네 그 악취미는 여전하구만..”


“현무..!”


백호는 돌아서선 바지에 손을 넣고 길을 내려가 마을 입구로 가버린다.


“현무 당신이랑 싸워봐야 득이 될게 없으니 오늘은 이만 여기서 물러나지..”


단군은 긴장이 풀렸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고 호녀와 조단은 다칠까 서로 눈을 질금 감고 있다.

현무는 그들이 걱정되었던지 거북이 모양의 원반을 등에 걸고 돌아서선..


“괜찮은가..?”


성화는 넋이 나간듯 자동차 바퀴에 기대어 앉아있다.

호녀는 단군과 조단을 걱정스런 눈으로 번갈아보며..


“단군아, 괜찮아..? 단아, 다친 곳은 없어?


이제야 긴장이 풀린 듯 조단은 호녀를 올려다보며..


“누나 괜찮아..?”


조단의 어머니는 주저앉아 놀란 가슴을 잡으며..


“단아!”


“엄마..”


단군은 엉덩이와 무릎에 뭍은 흙을 털고 일어나서 현무에게 가볍게 목인사를 건네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호녀는 조단과 그의 어머니를 바라보며..


“여긴 어떻게 오신 거에요?”


조단의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단군의 윗집을 가리키며..


“저 위에 파란색 지붕이 저의 외가거든요. 일이 있어서 들리다가 아이가 갑자기 뛰어가는 바람에..”


호녀는 조단을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깐 잘못했으면 다칠 뻔 했어.. 다신 그러진 말고 엄마 말씀 잘 들어요.”


조단은 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가까이 와보라고 손짓한다.


“응?”


조단은 재빨리 호녀의 입술에 입맞춤하고는 어머니 뒤로 숨어버린다.

조단의 어머니는 아이를 다그치며..


“얘가.. 미안해요. 요즘 얘가 버릇이 없어져서..”


호녀는 기분이 나쁘기 보단 갑작스런 조단의 행동에 놀라기는 했으나 이내 흐뭇해하며 일어선다.

단군은 동공이 커지며 이를 갈고 주먹을 불끈 쥔다.

그걸 곁눈질로 보고는 웃음을 숨기며..


“아니에요. 오히려 단이가 절 기억해줘서 고마운걸요.”


조단의 어머니는 가볍게 목인사를 나눈 뒤 파란 지붕의 집으로 향한다.


“누나한테 인사해야지..”


“누나 또 봐!”


호녀는 손을 흔들어 웃어준다.

조단과 그의 어머니가 사라지자 호녀는 단군을 웃어 보이며..


“왜 어린애한테 질투를 하고 그래..?”


멀뚱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헛기침을 연발한다.


“누가 질투를 한다고 그래..”


호녀는 단군에게 다가와 팔짱을 끼며..


“그래도 넌 나랑 많이 했잖아..”


어처구니가 없는 듯 바라보며..


“뭘 많이 해..?”


단군은 아버지에게 다가가 일으켜 새워주며..


“괜찮아 아빠..? 어디 가던 길이였어..?”


“어엉, 그나저나 아까 그 사람과 이분은..?”


말하기가 껄끄러운지 입을 씰룩거리며..


“뭐, 말하자면 복잡해서.. 근데 아빠 어디 가는 길이였어?”


그제야 생각난 듯 황급히 옆의 자신의 차를 타며 시동을 건다.


“안 그래도 법원 가는 길인데 늦어버려서.. 다음에 보자!”


성화가 차를 타고 사라지자 사신 현무는 등을 돌려 마을 입구로 빠져 나간다.

단군은 현무를 불러 새우며..


“사신 백호는 신이면서 왜 호녀와 인간들을 괴롭히는 거죠?”


현무는 뒷짐을 한 채로 돌아서며..


“괴롭히는게 아니라..”


“시험하는 거야..”


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바라보며..


“시험.. 하는 거라니..?”


“마치 낭떠러지에서 밀어버려서 어떻게 살아나오나 구경한 다랄까..?”


단군은 현무를 바라보며 놀라는 표정으로 질색하며..


“궁지로 몰아넣고 구경을 한다니.. 정말..”


“악취미지..”


현무는 발길을 돌려 마을을 나간다.


“그에 비해 난 평화주의자라서 말일세..”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무가 사라지자 호녀는 단군을 바라보며..


“군아.. 나 긴장이 풀리니까 배고파.. 우리 고기 먹자..”


“집에 들어가서 엄마보고 밥 차려서 같이 먹자..”


“나 쉬야 마려워..”


단군과 호녀가 집으로 들어서자 김여사는 아들을 반갑게 맞이해준다.


“엄마 나 왔어..”


“저도 왔어요.”


“둘이 같이 올 거면 전화라도 좀 해주지.. 먹을 거라도 준비 해놓는 건데.. 어서 들어와..”


단군과 호녀는 김여사가 차려준 밥을 식탁에 앉아서 같이 먹는다.

호녀는 잡채의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먹고는 자신의 밥과 잡채를 올려 김여사가 안보는 사이 단군에게 먹으라고 건넨다.


‘단군아.. 아앙..’


숟가락에 밥과 잡채를 올려 먹으라고 건네는 호녀의 눈에는 안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입을 벌리지 않고 한사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드는 단군을 보는 호녀는 어금니를 깨물며 미간을 찌푸린다.


‘아!’


이대로 먹지 않는다고 고집을 부려도 포기하지 않을 호녀였다.

왜 자기가 입댄걸 내가 먹어야 하는 것일까..? 할 수 없이 받아먹은 단군은 조금이나마 일그러진 얼굴을 호녀랑 어머니가 볼까 감출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밥 먹고 있던 김여사는 단군과 호녀에게 말을 건넨다.


“외할머니가 너랑 호녀양보고 싶다고 한번 내려오라던데.. 언제가 좋겠니?”


“우린 언제든 상관없는데..”


“그럼 다음 주 월요일은 어떠니..?”


단군은 핸드폰을 꺼내어 일정관리의 날짜를 살피더니..


“다음 주 월요일이라면 28일이네..”


“28일? 나 29일날 오디션 봐야 하는데..?”


‘오디션? 29일? 그러고 보니 20일째 되는 날이 28일이지.. 어떻게 날짜도 이렇게..’


“군아, 나 그때 못 간다고 해야 해..?”


“으응? 아니.. 갔다와서 나랑 같이 가보면 돼지..”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뭐..”


김여사는 궁금했던지..


“오디션이라니..?”


“그게..”


단군과 호녀는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날도 유난히 더운 여름날 출근해선 일을 시작한다.

일하고 있던 단군에게 점장은 다가와서 투명한 비닐에 싸여진 흰색의 동그란 사탕을 건네는데..


“단군아, 먹어볼래..?”


“뭔데요?”


아무런 의심 없이 뜯어선 입에 넣는다.


“마블캔디라는건데..”


조그마한 사탕이라 깨물어버리면 깨질 거라 생각했던지 깨물어버린 단군은 순간 오른손으로 볼을 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아! 이거 왜 이리 단단해요.”


흰색의 조그마한 캔디가 마치 돌을 씹는 듯 단단하게 느껴졌다.


“그거 빨아서 먹어야 돼.. 옛날엔 그거 돌 캔디라고도 했어..”


그때 쉬는 시간을 이용해 명함을 꺼내들고 나실장에게 호녀는 한참을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여기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학동 초등학교 입구에서 교통 안전센터 쪽으로 200미터만 걸어오면 빨간 지붕집 뒤에 보면 있어요. ”


“몇시에 가면 되나요?”


“오후 2시까지 오시면 되요.”


“그럼 그날 돼서 찾아가볼께요.”


“그래요. 전화줘요.”


점장은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십여 분이 흐른 뒤 빨아먹던 사탕이 깨물어도 여전히 깨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데..


“와.. 진짜 안 부셔지네..”


그때 저만치에서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온 이모가 하나를 꺼내 건네주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단군아, 먹고해..”


먹고 있던 사탕은 계산대 옆에 놓아두고는 아이스크림을 먹기 시작한다.

그때 가게 안에서 나온 호녀는 단군에게 말을 걸려다가 사탕을 보고는 냅다 먹어버린다.


우드득! 우드득!


호녀의 사탕 씹는 소리에 인기척을 느끼고 뒤돌아본 단군은 사탕이 없어진걸 보고 깜짝 놀란다.

단군은 큰일이라도 난 듯 호녀의 등을 두들긴다.


“야! 그거 내가 먹던 거야.. 빨아서 먹던 거라 침 범벅인데 그걸 먹으면 어쩌려고 그래!?”


두들기는 손을 치우면서..


“뭘 그거 가지고 그래.. 아! 무 이상 없어..”

“아! 그리고 단군아.. 그 나도해 실장이라는 사람이 6월 29일날 오후 2시까지 NOA엔터테인먼트라는데가 서울 학동 초등학교 근처에 있다고 찾아오라는데..?”


“그래, 시간 내서 같이 가자..”


단군은 호녀의 배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걸 눈치 챈 호녀는..


“너 배가 좀 불러 있다..?”


자신의 배를 보더니 아무렇지 않다는 듯 갸우뚱 거리며 배를 만진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점심때 먹은 게 아직까지 소화가 안됀 거야..?”


호녀는 손사래 치며..


“에이, 아무리 그래도 지금쯤이면 소화가 다 됐지..”


“그런가..?” 

’이상하게 불러 보이는데.. 내 착각인가..’


단군과 호녀는 그날 저녁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무렵..

그날도 어김없이 단군에게 응석을 부렸던지 호녀는 단군에게 안겨선 잠들어 있다.

잠을 청하다 문뜩 호녀의 배의 감촉이 느껴진다.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오늘 이상하게 호녀가 배가 부른 거 같단 말이야..’


단군은 꿈틀꿈틀 이불을 뒤척거리며 오른손이 호녀의 배 부분으로 향하다가 물컹한 무언가를 만지게 된다.

촉각이 그것이 무엇인지 눈치 챈 단군은 순간 얼굴이 붉어지자 호녀는 눈을 찔끔 거리며 깨어나려 한다.

다행이 깨어나지 않자 다시 호녀의 배를 어루만져보며..


‘확실히 배가 불러 있는데.. 이상하네..’


단군의 의문점은 더해져만 가는 가운데 잠 못 이룬 그날 밤 아쉽게도 아침은 찾아오고 그날도 어김없이 단군과 호녀 웅희는 텔레비전을 시청하며 아침밥을 먹는다.

호녀는 밥 먹다 말고 갑자기 자신의 가슴을 이리저리 만져대더니 고개를 들어 의미모를 미소를 지으며 단군을 바라본다.

역시 간밤에 호녀에게 한 짓이 내심 찔렸던지 젓가락을 물고는 고개를 들지 못한다.

티비에선 여주인공이 싱크대에서 헛구역질을 하고 있다.


우욱! 우욱!


그러더니 식탁에서 밥 먹던 한 아주머니가..


“너.. 임신한 거니..?”


여주인공은 눈이 커지며 놀라 뒤돌아본다.


“네!?”


그걸 본 호녀는 웅희에게 물어보는데..


“웅희씨, 헛구역질 하면 임신한 거야..?”


“뭐, 보통 그렇지 않나요..?”


마치 짜놓은 각본처럼 어쩜 그리 타이밍이 맞아 떨어지는지 호녀는 무심결에 고기를 집어들고 먹으려다 젓가락이 입에 가까이 가는 순간 헛구역질을..


우욱! 우엑!


호녀는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문을 닫고 좌변기의 뚜껑을 올려 토한다.

하지만 별 나오는건 없고 이상하게 속만 좋지 않다.

웅희는 따라 들어가 문을 잠근다.


“호녀씨, 괜찮아요?”


“안 그래도 가슴이 이상했는데..”


화장실 밖에서 발만 동동 굴리고 있던 단군은 가슴이라는 말에 비수에라도 찔린 듯 움직이지 못한다.

호녀와 웅희 화장실 안에서 뭘 하는지 단군은 열어봐도 열리지 않고 알 수가 없는데..

그러자 갑자기 안에선 놀라는 소리가 들리는데..


꺄악!


쾅! 쾅!


단군은 놀라서 주먹으로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데..


“호녀야! 웅희야! 무슨일이야!?”


“들어오지 마!”


조금 후 문은 열리고 웅희는 나오면서 콧방귀를 뀌며..


“흥! 남잔 다 짐승이라더니 너만은 아닐 줄 알았는데.. 정말 그럴 줄 몰랐어..”


웅희가 지나가니 화장실에선 뒤를 이어 호녀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음을 숨기며 나온다.

호녀는 단군에게 다가가 살며시 치며..


“겉으론 안 그런 척 하면서 속으론 참지 못해서 안달 났구나.. 내가 그렇게 좋았던 거야..?”


호녀와 웅희는 방으로 들어가더니 호녀는 옷을 입고 나갈준비를 하고 웅희는 먹던밥을 치우기 시작한다.

단군은 둘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한지..


“웅희야, 어디 가는거야..?”


“환율씨한테 가볼려구.. 거기가면 무슨 방도라도 생길꺼야..”


웅희는 급히 밥상을 치우고는 옷 입고 호녀와 무엇에라도 쫓기듯 집을 나간다.


“가요. 호녀씨..”


단군은 입고 잤던 흰색의 면티와 파란색 반바지 차림으로 황급히 따라나선다.

쌀쌀한 아침 바람을 뚫고 단군과 호녀 웅희는 환율의 가게로 향한다.

이제 막 은색의 셔터를 올리고 있던 환율은 아침부터의 의외의 손님에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데..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단군과 호녀 웅희는 둥그런 나무탁자에 둘러앉고 환율을 녹차를 대접한다.


“먹어봐요. 녹차는 카테킨 성분이 있어서 항암효과가 있어 몸에 좋아요. 뭐, 두분한텐.. 좋을진 모르겠네요.”


환율은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그나저나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로 찾아오신 거예요?”


단군은 녹차를 한 모금 두 모금 먹다가 웅희의 말엔..


“그게 호녀씨가..”


“나 임신한 거 같아..”


호녀의 말에 단군은 호녀를 바라보다 임신이라는 말에 먹던 걸 그대로 호녀의 얼굴로 분출한다.


푸웃!


단군은 급히 옆에 있는 두루마리 휴지를 몇 장 돌려 끊어 한껏 얼굴을 비벼대며 짜증을 내는 호녀를 닦아준다.


“아! 뭐야 아!”


“미, 미안해.. 갑자기 황당한 말이 튀어 나와서..”


환율은 호녀의 배를 보더니..


“그러고 보니 호녀씨의 배가 지난번보다 불러 있는 거 같군요. 상태가 어때요?”


“막 고기를 먹으려고 그러면 우웩! 거리고..”


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더니..


“여기에서 하얀 게 막 나와..”


“크음, 자세한건 저희 아버지께 말씀 드려봐야 알겠지만 일단 징후로 봐선 임신이군요.”

“축하합니다. 단군씨..”


단군의 얼굴엔 기쁨 대신 깊은 한숨과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호녀가 아이를 낳으면 반인반수거나 호랑이 새끼가 나올 텐데 지우라고 해도 지우지 않을 테고 그렇다고 그 방법도 모르니..’


단군이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웅희의 엉뚱한말은 이어졌다.


“임신은 내가 해야 하는건데.. 아앙! 아까워..”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녹차를 들이마시던 단군은 다시금 토해낸다.


“케엑! 너 마저 왜 그래..”


호녀는 휴지를 집어 들어 단군을 닦아준다.


“왜 칠칠맞게 흘리고 그래..”


환율은 단군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는..


“이렇게 아름다우신 두 분이 단군씨를 사랑하니 정말 복 받았군요. 저 같은 솔로는 어쩌라구..”


‘이, 이봐.. 당신도 이 둘의 정체를 알면서 그런 소리가 나와..?’


환율은 자세를 바로잡고 앉고 녹차를 한 모금 들이키더니 헛기침을 하고는 말을 이어 나간다.


“크음, 자세한건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아직 호랑이와 같은 맹수의 임신 사실을 확인해볼 기계가 한국엔 없습니다.”

“저희 아버지께 연락 해놓을 테니 전화 하거든 찾아오세요.”


단군은 힘없이 일어서며 가볍게 목인사를 한다.


“그럼 저희들은 이만 가볼께요.”


환율은 일어서서 호녀를 부르는데..


“호녀씨, 능력 중에 하나가 사라지지 않았나요?”


호녀는 무슨 말인지 모른 듯 되물으며..


“능력 중에.. 하나?”


“손톱을 꺼내는 능력이라던 지 높이뛰기 민첩성 뭐 그런..”


환율의 말에 손톱도 꺼내어 보고 눈도 붉어지게 해보고 가진 능력을 다 발휘했지만 별로 달라진 건 없었다.


“다른 게 없는데..?”


“이제 며칠 있으면 삼칠일째에요. 분명 첫 번째 시련을 겪고나서 인간이 되기 위해 한 가지씩 능력이 사라질 테니 조심하세요.”


걱정이 없는 듯 호녀는 환율에게 환하게 웃어 보이며..


“걱정없어.. 단이도 날 기억했고 임신도 했으니 앞으로 내 앞길을 막는일은 아무것도 없을거야..”


단군과 호녀 웅희는 서로 인사를 나누며 가게를 나섰고 환율은 그들이 나가고 한참 뒤에도 바라보고 있었다.


“호녀씨와 웅희씨..10번째 시련 중 2번째 시련이 가장 아플지 모르겠군요. 부디.. 잘 견뎌내기 빌게요.”


단군과 호녀는 출근시간이 돼서야 아르바이트하러 향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평소와 같이 흘러가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단군은 집안으로 들어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씻으러 화장실로 향한다.


“오늘은 웅희가 좀 늦네.. 나 먼저 들어가서 씻는다.”


“끄잉..”


화장실에서 씻는 소리가 한창일 때 호녀는 벽에 기대어 앉아 노트에 뭔가를 열심히 적는다.

조금 후 하얀색 타월을 머리에 두르고 나온 단군은 호녀의 노트를 들여다보며 말한다.


“그 이름들은 뭐냐..?”


“박단호.. 박호순.. 박단식.. 어떤게 좋아..?”


단군은 호녀의 옆에 앉아 노트를 뺏어들고는..


“전부다 별룬데.. 근데 이게 뭐냐니깐..?”


“내 새끼들 이름..”


“크흠, 새, 새끼들이라니..?”


“5마리 낳을 거거든..”


단군은 노트를 넘겨주며 됐다며 손바닥을 펴 보인다.


“난 생각 없으니 행여나 그런 생각은 하지마라..”


호녀는 단군에게 기어서 다가가선 벽으로 밀어 붙인다.


“우리 그러지 말고 오랜만에 웅희씨도 없겠다. 찐! 하게 한번 해볼까!?”


쩝.. 쩝..


단군은 쩝쩝 거리는 소리에 겁에 질려 동공이 커진다.


“야..야.. 이러지마.. 난 너 쩝쩝 거릴 때가 소리가 제일 무서워..”


“너 나 아직도 못 믿는 거야? 안 잡아먹는다니깐..”


단군의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은 호녀는 금세라도 뽀뽀.. 아니 덮쳐선 놔주질 않을 기세였다.


“사..살려줘!”


호녀를 밀쳐내려 애써봤지만 단군에겐 역시나 역부족 이였다.

그때 덜컹 거리는 소리와 함께 웅희가 현관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아아! 아까워..”


투덜거리며 텔레비전 앞쪽으로 호녀가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단군은 몸을 추스릴 수가 있었다.


“고, 고마워 우..웅희야..”


웅희도 상황이 멋쩍었는지 헛기침을 하며..


“집에 들어왔다가 잠시 볼일보고 들어오는 길에 환율씨를 만났는데 환율씨 아버지 약속 잡아놨다고 내일 아침 10시나 돼서 가게로 찾아오라는데..?”


단군은 분위기를 회피하고 싶었던지 황급히 잠자리를 펴놓고는..


“내일 아침 10시라.. 알았어.. 내일 호녀랑 같이 가보지 뭐.. 난 잔다.”


시계는 이제야 막 11시를 막 넘은 상태였지만 그날은 왠지 조용히 지나갔다.

다음날 아침밥을 먹고 약속 시간에 맞추어 단군과 호녀는 환율의 가게로 향한다.

가게의 문은 이미 열려 있었고 안으로 들어섰을 땐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과 환율이 탁자에 앉아 이야기 하고 있었다.

환율이 단군을 보고는 먼저 다가와 반갑게 맞이해준다.


“어서 와요. 단군씨.. 이쪽은 저희 아버지.. 그리고 이쪽은 단군씨와 호녀씨라고 합니다.”


중년 남성은 단군에게 악수를 청하면서 자기소개를 한다.


“난 율이의 아버지 환전기라고 하네.. 자네가 단군이라는 청년이구만..”


“안녕하세요. 박단군이라고 합니다.”


환전기는 호녀를 아래에서 위로 훑어보더니..


“이 여자분이 단군신화에 그 호랑이란 말인가..? 할아버지에 할아버지 때부터 전해들은 거라 교육 받을 때도 믿지를 않았는데 이렇게 귀엽고 예쁘게 생겼다니..”


호녀는 환전기가 바라보는 눈이 부담스러웠던지 단군의 등 뒤로 숨어선 얼굴만 살며시 내민다.


“군아.. 저 아저씨 나 막 쳐다봐..”


단군은 호녀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긴장을 풀어준다.


“걱정 마, 나쁜 사람 아니야..”


환전기는 방안으로 호녀를 안내하며..


“자! 들어갑시다. 방안에 기계를 준비해놨으니..”


호녀는 단군을 바라보며..


“군아.. 나 긴장돼.. 몇 마리나 있을까..?”


“드, 들어가봐..”


호녀와 환전기는 신발을 벋고 방안으로 들어서고 문이 닫힌다.

방안에는 흰색의 큰 기계가 이리저리 어지러운 전기들로 이어져 있고 몇몇의 소모품과 이불과 베개가 놓여있다.


“이불위에 누워서 배를 보여봐요.”


그러더니 환전기는 다가와 앉아선 호녀의 배에 로션 같은걸 배에 바르더니 기계의 팬 같은걸 잡아선 호녀의 배에 이리저리 살핀다.

한참을 살피던 환전기는..


“됐어요. 여기 잠시만 있어봐요.”


호녀를 방안에 놔두고 환전기는 밖으로 나가더니..


“단군군, 잠깐 나랑 밖에서 보세나..”


밖으로 따라나선 단군은 환전기의 말이 이어진다.


“아무리 살펴봐도 태아는 보이지 않아..”


“그럼..?”


“아무래도.. 상상임신 같은데 말야..”


“상상.. 임신이요..? 헛구역질 하고 막 그러는데 상상 임신이라뇨..”


“나도 말은 들었네만.. 동물도 인간처럼 상상임신을 하면 헛구역질이나 가슴에서 젖이 나오기도 하지..”


“그럼 임신이 아니라는 말이네요? 휴~ 다행이다.”


환전기는 단군을 바라보며..


“자네도 걱정 했나보군.. 아이를 낳게 되면..”


“반인반수가 나오던지 호랑이가 나올지 둘 중 하나일 테니까요.”


“그렇게 되면 뭣 몰라도 해외 토픽감이겠지..”


“상상임신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말에 단군과 환전기는 놀라 돌아본다.


“호, 호녀야.. 그, 그게..”


화가 머리까지 치솟아 올라 땅을 박차며 투덜거리며 걸어가는 호녀를 단군은 뛰어가 손목을 잡아 돌렸다.


“내말 좀 들어봐 호녀야..”


“임신이 아니라 다행이라며!? 반인반수나 호랑이 새끼가 안 나와서 다행이라며!?”


호녀의 눈에선 눈물이 흘러 코를 타고 흘러 내렸다.


“난 새끼를 낳으면 너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낳아서 잘 키워볼 생각 이였단 말이야..! 그런데 넌..!”


단군은 호녀를 끌어안으며..


“미안해.. 미안해 호녀야.. 난 단지 아이를 낳으면 아이나 너나 위험해질 거 같아서 그런 거야..”


호녀는 안긴 채로 가볍게 주먹으로 단군을 토닥거렸다.


“바보.. 나빴어..”


호녀의 상상임신 사건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불러오던 배도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갔고 헛구역질도 가슴에 나오던 젖도 나오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예정되었던 단군은 호녀를 대리고 6월 28일 거제도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러 버스정류장에 도착한다.

웅희에게 빌려 입었는지 흰색의 레이스 반티와 주름진 롱스커트를 입은 호녀가 옷이 어색한듯 단군에게 말을 건넨다.


“군이 할머니 만나러 간다고 이런 옷 입어야 돼..? 난 이상한데..?”


단군은 서울 남부터미널로 향하는 표를 두 장 사고는 호녀의 손을 잡고 버스를 타러 향한다.


“우리 부모님이야 이해를 해주시지만 할머니는 나이가 있으셔서 짧은거 입으면 보기 싫어하실거야..”

“자.. 서울가서 거제도까지 갈려면 엄청 걸리니까 가자구요. 끄잉양..”


단군과 호녀는 버스에 오르고 앞쪽으로 해서 자리 잡고 앉는다.

몇 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의 문은 닫히고 출발한다.

버스가 한참을 서울로 달리던 도중 창밖을 바라보던 호녀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키더니 몸을 돌려 뒤로 돌아보기를 몇 번을 반복한다.

그러더니 단군을 보고는 하는 말이 아주 가관 이였다.


“군아, 왜 전선에 곶감을 왜 달아나?”


“뭔 소리야? 그게..? 전선에 곶감이라니..?”


호녀의 손이 가리키는건 순간 지나가는 도로가의 전신주와 전신주 사이에 전선 중간에 달려있는 둥그런 주황색의 물체였다.


“봤지..? 저거 곶감이잖아..”


“야! 저건 곶감이 아니라..”

‘가만 저거 이름이 뭐지..?’


“아니면 뭔데..? 뭔데? 응?”


호녀의 물음에도 애당초 관심이 없었던 저것의 이름을 알 리가 없었다.


“아! 아무튼 곶감은 아냐..”


“치..”


단군과 호녀가 말하고 있는 사이 서울 남부 터미널에 도착하고 거제도로 향하는 버스로 갈아탔다.

단군과 호녀는 중간쯤에 앉았고 아까부터 핸드폰으로 검색을 해봤지만 알 길이 없던 단군은 호녀의 물음에 난감하기만 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있던 도중 단군의 핸드폰으로 의외의 문자가 도착하는데..


띠링!


「그거 ☐☐☐☐라는 거다.」 - 강윤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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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님 정답이 뭔가요?

?
  • profile
    시우처럼 2011.01.27 03:57

    어떻게 미니반님은 윤주님의 성이 '강'씨인걸 아신거지?

    아무튼, 상상임신이였군요. ㅎ

    잘 봤습니다.

  • profile
    클레어^^ 2011.01.27 06:51

    헉! 상상임신이라니...;;

    이런 반전이...;; 솔직히 진짜 임신이었다면 단군이에게 속도 위반했냐고 따질려고 그랬는데...

    참고로 전 윤주님 성이 윤씨고, 이름이 주인 줄 알았답니다. [퍼버버벅!!!]

  • profile
    윤주[尹主] 2011.02.08 16:56

     ㅋㅋ 뭔가요? 저도 모르는데;; 다른 분들이 애자라고 하니까 그게 맞지 않을려나요?

     상상임신이 나올 줄은 생각 못했네요; 트렌디 드라마 풍 소설엔 좀 어울리지 않는 소재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재미있게 읽었으니 좋죠 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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