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8 01:14

겨름(冬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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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생각해 고적한 시골 여름 밤거리를 말이야

화려한 네온사인의 밤거리란 말은 식상하다니까

많지 않은 주황색 가로등 회갈색 날벌레 누구도 없는 거리

하늘엔 조각별 눈을 돌려 바라보는 풀숲

다리 위에 풍기는 강의 물비린내 논자락

검푸른 너머에 보이는 산등성이 산자락

걷는 사람은 나 혼자고 흔한 헤드라이트도 없고

귓가에 자그만 개구리 매미가 들앉았고

우짖는 개소리 흥겹고 정겨울 따름

 

벌써부터 여름이 된 반쯤 시골인

방(半)거충이 나의 고향

가로등이 너무 많아 어느새 별은 내려앉았어

스멀스멀 개발되는 내 고향은 별이 죽었고

날벌레가 죽었고 풀숲이 죽었고 물 비린내가 죽었고

산등성이가 죽었고 혼자의 시간이 죽었고

개구리가 죽었고 매미가 죽었고 우짖는 개도 죽었어

나의 고향은 언제부터인가 겨름이었던 걸까.

 

 

*방거충이 - 필자의 고향에서 쓰이는 반거충이의 사투리.

                 반거충이의 뜻은 무엇을 배울 때마다 도중에 그만두어 다 이루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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