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3 04:56

Bloody Pus .EP-Prologue

조회 수 358 추천 수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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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찬 공기가 온 세상을 뒤 덮어가고 있었다.

바람은 칼처럼 날카로웠으며, 바닥에 짙게 깔린 눈은 매우 시리었고 아침은 항상 늦게

시작되어 저녁은 항상 일찍 찾아왔다. 온 세계가 어둠에 묻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난 사랑 받지 못했다. 가족들에게나 친구들에게나 나는 언제나 홀로 동떨어진 외톨이

같은 그런 존재였다. 그 누구도 관심이 없었고, 그 누구하나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들어주지 않았다. 꿈은 많았지만 이룰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모두가 헛된 이상을 쫓아가는 것처럼.

 

깊은 밤이 찾아왔다. 부모님들은 늦은 시간까지 집에 오지 않았으므로 자연스레 혼자

자고, 혼자 밥을 챙겨먹는 것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도 그랬다.

늦은 저녁을 챙겨먹고 나도 모르게 잠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방의 불은 꺼져있었고

주변이 매우 캄캄했기 때문에 그 어느것 하나 제대로 식별할수 없었다. 단지 내 눈이

그 어둠에 빨리 적응하기만을 바랬을 뿐이다.

새찬 겨울 바람에 창문이 괴성을 지르듯이 흔들렸다. 매우 신경쓰이는 소리였고 그것은

기어코 내 잠을 방해했다. 결국 잠에서 깨버린 나는 잔뜩 성이 난채로 창문으로 걸어가

있는힘껏 밀어내었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아 눈이 쏟아져내리는 검은 밤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나에게 뭐가 그렇게 불만인거야!.”

 

외침은 보기좋게 울려 아무도 듣는이 없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먼곳으로 사라져갔다.

창문을 새차게 닫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누웠다. 하지만 왠일인지 이불을 덮어도 몸을

감싸는 추위가 예사롭지 않았다. 한번 깬 잠은 억척스럽게 뒤척여도 다시금 찾아올 생각이

없었다. 결국, 몸을 부르르 떨며 뒤숭숭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이리저리 굴려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방금전 보다도 훨씬 깊은 어둠이 내 방을

뒤덮고 있었다. 물론 그 깊은 어둠과 함께 뼈와 살을 에는 추위도 계속 되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그 어둠 한켠에서 밝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시선을 그곳으로 옮겨

눈을 찡그리며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어릴적부터 항상 지니고 있었던 펜던트였다.

근래에 들어서는 유치해 보이는 십자가 모양의 펜던트였기 때문에 착용하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애정이 있는 물건이라 늘 방에 보관은 해두었다.

 

빛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알 수 없는 이끌림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새 나는

깊은 어둠과 살을 에는 추위가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도 잊은채 펜던트를 향해 손을 뻗어

한발한발 내딛고 있었다. 그렇지만, 오히려 펜던트와 나의 거리는 점점 더 멀어져만 갔고

그 느낌은 마치 좁은 골목길이 무한히 반복되는 느낌과도 같았다.

그렇게 나와 펜던트의 이상한 술래잡기가 몇분간 지속되었을까?. 강한 찬바람이 몸을

스치며 지나갔고 그 굉장한 추위에 나는 그 자리에 웅크려 앉아 주인을 잃은 강아지처럼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그때였다.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준 것이.

 

이곳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고개를 들어 정면을 쳐다보니 거적대기와도 같은 천을 온몸에 덮어쓴 자가 이곳을

바라보며 우직하게 서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오랜세월 탓인지 부식되어 쇳조각이

떨어지는 랜턴이 들려있었고, 그 랜턴은 방금 막 기름을 채워넣은 것처럼 불꽃이

힘차게 일어 주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어느새 나는 내가 살던 곳을 벗어나 아무도 알 수 없는 이상한

세계에 들어오게 된 것이었다. 잔뜩 움츠러든 몸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자 그가 천천히

내쪽으로 다가왔다. 발이 있는지 없는지 미끄러지듯 오는 그 모습에 굉장히 놀랐지만

심신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표정에 드러낼 만큼은 아니었다.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그가

다시 말을 걸었다.


1.jpg


길을 잃어버리신 것입니까.”

아니, 아니요.”

 

기운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금 내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을 이어나갔다. 낮은 중저음 톤의 목소리는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당신은 초대받은 손님이 아닌데 말이지요.”

초대라니요?.”

당신은 이 세계에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어떠한 우연으로 인해 이곳에

당도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고있는 명단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이로군요.”

제 이름을 어떻게 안다고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지요?.”

 

왠일인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발끈해져서는 그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따지고 들었다. 눈앞에 있는 자는 나를 처음 보았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처음보는 낯설은 세계에서 단 한번도 본적없는 사람이 이름을

가지고 명단이 어쨋다느니 저쨋다느니 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이야기임이 틀림없다.

 

분명 명단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름입니다.”

그러니까 대체 그 명단이 누구를 초대하는 명단인 거지요?.”

 

검은 천을 온몸에 두르고 있던 그 알 수 없는 인물은 잠시 망설이더니 침착하게 말을

꺼냈다. 랜턴의 빛은 계속해서 주변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자신의 대한 두려움, 막연함, 좌절감을 안고있는 사람들의 명단입니다.”

그런 명단이 있나요.”

, 이곳에는 존재하는 명단이지요. 하지만 당신의 이름은 없군요.”

아까도 말했지만 제 이름을 어떻게 안다고 그런 말도안돼는 얘기를 하시는건가요!.”

 

다른 반응이 나올줄 알았건만 그 자는 말없이 입을 다물고 우뚝서서 날 바라보았다.

그런 모습에 약간은 기가죽어 추위에 벌벌떨고 있는 몸을 더욱이 움츠렸다.

한참이나 말없이 서있던 그자는 오른손에 들고있던 랜턴을 천천히 들어올려 내 얼굴을

비추었다. 순간적으로 밝은 빛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주변이 하얗게 변했고 잠시간

아무것도 볼수없게 되었다. 다시 앞을 바라볼수 있게 되었을 때, 어느샌가 어둠에

가려진 그의 얼굴이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흠칫 놀라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실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빼어 방금전과 같이 꽂꽂히 서서는 낮은중저음의 톤으로 말했다.

 

오비.”

-”

오비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이군요. 제가 틀렸습니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그는 처음보는 나의 이름을 너무나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마치 어렷을때부터 날 알고지내왔던 사람처럼 정확하게 짚어 내었다. 그만 새파랗게 질려

아무말도 못하고 마른 입술을 뻐끔거리며 멍청하게 자리에 앉아있었다.

우두커니 서있던 그자는 머리를 덮고있던 검은 천을 뒤로 넘겨 얼굴을 드러내었다.

하지만 두눈으로 아무리 확인해보려 해도 그의 얼굴은 그저 검은 형체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밝은 랜턴이 그의 손에 들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별되지 않았기에 답답했다.

다시한번 그가 입을 열었다.

 

길을 헤메어 잘못 들어오셨군요.”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요.”

 

신비하고 놀라운 상황에 이제는 그에게 적대감이 생긴다기 보다는 알 수 없는 느낌에

사로잡혀 대화를 같이 이어나갔다. 처음봤을때와 같이 당황함없이 침착한 말투로 연신

같은 톤의 목소리가 귀에 울렸다.

 

저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수 없습니다. 다만, 확실하지는 않지만 한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요?.”

 

이곳을 벗어날수만 있다면 어떤것이라도 상관없다. 그것이 정확하던 정확하지 않던

어차피 이 세계에 들어온 이상 다시 내가 살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해야

만했다. 넋을 놓고 있는 것은 상책이 아니었다.

 

저곳에 하늘까지 치솟은 것이 보이십니까.”

어디에 말이죠?.”

저기입니다.”

 

그가 이번에는 왼팔을 뻗어 직접적으로 말한곳을 가리켰다. 어둠에 가리워져 확실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니 무언가 거대한 기둥같은 것이 하늘까지

뻗어있는 것이 보였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러한 것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검은 먼지 덩이와도 같은 퀴퀴한 구름 사이로 그것은 끝없이 펼쳐졌다.

 

거대한 기둥 말인가요?.”

아니, 저것은 기둥이 아닙니다.”

그럼 뭐지요.”

세계수라고 불리우는 오래된 나무입니다. 그 세기와 흐름을 어느 누구도 짐작할수 없지요.”

나무요?.”


2.jpg

 

아직은 어린 내 나이와 걸맞게 호기심과 놀라움에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는 약간 창피한 마음에 헛기침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는둥 마는둥 신경쓰지

않고 계속해서 그 세계수라고 하는 검은 나무의 꼭대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간의 침묵이 흐른후 그가 입을 열었다.

 

저 세계수의 꼭대기에는 알 수 없는 세계로 가는 문이 있다고 했었지요.”

그게 정말인가요?.”

하지만 제 눈으로 확인된 사실은 아니지요. 아주 오래된 고서적에 적혀있었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어떻게든 제가 살던 세계로 돌아가야만 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분명히 효과적이겠죠.”

그 말에는 동감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그곳까지 인도해 드리도록 하지요.”

 

너무나도 기뻣다. 처음보는 자인데다가 참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나를 위해 먼곳까지 길을

인도해 준다는 것에 깊은 안도감을 느꼇다. 또한, 한편으로는 없었던 신뢰감과 동시에 고마움

까지 생겨났다. 지금까지 퉁명스러운 말투로 대했건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한가지 약속을 해주셔야 합니다.”

 

생각을 깨고 들어온 것은 그의 목소리였다. 순간적으로 조건이 있다는 것에 실망했지만

일단은 나이가 어리고 현재 행색은 잠옷바람 이었기 때문에 금전적인 것을 요구할 것 같진

않아서 흔쾌히 대답했다.

 

,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것이든지요.”

믿음입니다.”

?, 고작 그것뿐인가요.”

이것뿐입니다. 믿음은 참으로 유지하기 힘든것이지요. 절 믿고 따라와 주신다면

저는 안전하게 세계수까지 오비님을 인도하겠습니다.

 

약간은 기운빠지는 요구조건이었다. 믿음정도라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를

손해보는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참 괜찮은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말을 섞고있는 저 자가 멍청하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길을 비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그자에게서 거짓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불안하지 않다면 그것은 거짓말 이겠지만 그렇다고 불안하기만 한것도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기대감과 신비로움은 나를 맨발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나와 그의

기괴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아무것도 종잡을수 없고 그 어떤것도 쉽게 판단하지 못할

그런 이상한 여행 말이다.



PS. 삽화 BGM 모두 추가완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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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2.06.13 05:12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대략 앨리스&은하철도 999같은 느낌이에요 ㅎ
    가급적 bgm은 자제하시거나 '꺼진 상태에서 선택적으로 켤 수 있는 단추를 추가하시는 것을' 권해 드립니다. 간혹 사양 낮은 컴에 압박이 심하단 얘기가 있거든요;
  • profile
    핑크팬더 2012.06.13 05:44
    옙 참고 하도록 하지요 ㅎㅎ~
  • profile
    yarsas 2012.06.13 18:13
    도입부가 흥미롭군요. 앞으로의 전개.기대하겠습니다.
  • profile
    핑크팬더 2012.06.13 20:43
    기대해 주신다니 영광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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