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2 09:37

용사 전스틴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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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듯 이 글은 실제 인물, 단체, 기타등등과 전혀 관계 없는 완전한 허구입니다.

*제목에는 '모험'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여기서 모험을 찾느니 차라리 소돔 120일에서 건전함을 찾으시는게 더 빠를지도 모릅니다.


지옥은 비어 있다. 악마는 모두 여기 위에 있다.-셰익스피어

'달밤에 악마와 함께 춤을 춰 봤니'라는 대사를 왜 넣었냐구요? 그냥요.-잭 니콜슨




여느 날과 같이, 대한민국 최강의 꼴통 고등학교 구도고등학교의 캡짱 전스틴(19)은 당연하다는 듯 학교를 땡땡이치고 이웃 고등학교의 머저리들을 털러 가려던 참이었다. 방금 전 그는 사람이 가장 잔인해지기 쉬운 오전 8시라는 이유만으로 지나가던 안경잽이의 콧마루를 폭삭 주저앉게 만들고, 덤으로 옆에 있는 꼬마의 아이스크림을 뺏어 타액으로 도배한 뒤 돌려줬었다. 날씨는 화창하기 그지 없었지만 왜 그런지는 몰라도 전스틴의 기분은 꿀꿀하기 그지없었다. 이 기분을 어떻게 풀어볼까 생각하며 지름길인 공사장을 지나던 그의 머리 위로 갑자기 로드롤러가 떨어졌다. 너무나도 작위적인 상황에 의문을 품을 겨를도 없이 스틴은 생각을 그만둬 버렸다. 그리고 암흑만이 찾아왔다.

눈을 다시 뜬 스틴은 몸이 양쪽으로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그리고 과장을 조금 섞자면 그는 진짜로 찢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그는 온통 하얀 공간에 있었는데, 사람 둘이 양쪽에서 그의 팔다리를 힘껏 잡아당기고 있었다.

"고갱님! 고갱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데! 10분만 기다리시면 연 혼이율魂利率 40%로 새 인생을 대출해 드려요!"

검은 양복에 선글라스를 쓴, 가식적으로 보이는 남자가 스틴을 왼쪽에서 힘껏 잡아당겼다. 


"교회 다녀요 학생? 학생은 예수님을 안 믿으면 죽어서 불바다에나 떨어질 놈이니까 빨리 예수님 믿고 편해지세요." 2:8 가르마를 타고 흰 옷을 입은 남자가 스틴을 오른쪽에서 마구 잡아당겼다. 개와 닭만큼이나 비슷한 두 사람이었는데,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둘 다 스틴을 징그러울 정도로 원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였다. 


"이거 놔! 난 그냥 엄한 집에 잘못 태어난 불쌍한 애라고!" 

스틴이 소리쳤다.


"아냐! 널 놓아주지 않겠어! 얼마만에 보는 연옥 손님이야!"

두 남자가 눈동자를 희번득거리며 동시에 소리쳤다. 잡아당기는 힘은 더 강해졌고, 스틴은 실제로 고간이 살짝 찢어지는 걸 느꼈다.


"여신의 이름으로 명합니다. 멈추세요."

그 때 위에서 청아하지만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스틴을 거의 찢어버리기 직전이었던 두 남자는 너나할 것 없이 낮은 목소리로 욕을 내뱉고는 슬금슬금 뒷걸음질쳐서 흰 남자는 위로, 검은 남자는 아래로 사라졌다. 스틴은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에 혼자 남겨지게 되었다. 


그제서야 자유의 몸이 된 스틴은 위를 바라보았다. 순간 스틴은 심장(물론 있다고 칠 때)이 멎는 것 같았다. 한효주를 닮았으며 등 뒤에는 날개가 달리고 쓸모없을 정도로 하늘하늘한 장식이 많이 달린데다가 여기저기가 깊게 파인 옷을 입은 미인이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그녀의 치마는 상당히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속은 스틴이 바라보는 각도와 그녀가 내려오는 속도 등 다양한 제반사항이 복합되어 보이지 않았고, 스틴은 괜히 맹렬한 분노가 솟구쳤다.

마침내 여성이 사뿐...하게 착지하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신고 있던 힐 덕분에 발목을 접질러서 펄쩍펄쩍 뛰었다. "아오 ...발!"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고 넌 누구죠? 그보다 감질나니까 치마 속좀 보여줘요." 궁시렁대고 있는 그녀에게 스틴이 물었다. 그녀는 심장이 멎을 정도로 환하게 웃은 뒤 가볍게 스틴의 뺨을 후려쳤다. 스틴은 옥수수와 피를 뿜으며 뒤로 열 바퀴를 굴러서 대자로 뻗었다. 


"누구냐고? 나는 사랑과 미와 빛과 (중략) 정의의 여신 아테르니아에요. 용사님이 필요해서 당신을 저쪽 세계에서 불러왔죠." 불러왔다고? 하지만 모든 지식을 튕겨내는 스틴의 오리하르콘 머리는 여전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걸 본 여신이 갑자기 화를 벌컥 냈다. "아오! 로드롤러는 내가 했다고 이 멍청한 일진새끼야!" 스틴은 어안이 벙벙했다. 여신은 뻔뻔하게도 말을 계속 이었다. "아무튼 내가 로드롤러...  성스러운 수레 멜카바로 당신을 뭉...이쪽 세계로 불러온 이유는 당신이 아서 팬드래건과 누아자와 척 노리스의 23456788764번째 환생이며 매번 세계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구한 전설의 용사이기 때문이에요. 이걸 받으세요." 여신이 허공에서 낡아빠진 칼 하나를 꺼냈다. "전설의 검, 에케-쁘훠티 세븐이에요. 이걸 가지고 샤인킹덤을 구하세요." 


고작 이것만 가지고 샤인킹덤인지 뭔지를 구하라고? 스틴은 화가 치밀었다. "내가 왜!" 하지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신의 자비없는 싸대기가 작렬했고 스틴은 목이 이상한 방향으로 돌아간 것을 느꼈다.


"어흐허이헤어!(아니! 좀 더 자세히 설명하라고!)" 바닥에서 기어서 일어난 스틴은 이빨이 뭉텅이로 빠진 덕에 술술 새는 발음으로 이야기했지만 다행히 여신은 알아듣는 것 같았다.


"아 진짜, 정말 시끄럽네. 내 관할구역이니까 어떻게 해 봐야 하는데 지금은 그 날이라서 직접 가기가 좀 그렇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대타로 좀 갔다와요." 여신은 스틴을 가볍게 한 손으로 들어올린 뒤 왼손으로 '딱' 하는 소리를 냈고, 허공에 갑자기 차원문이 열렸다. 그녀는 스틴을 그 안으로 던져 넣었다. 


"아오 1점만 올리라고 빌어먹을 놈들아! 아무튼 잘 부탁해용♡" 스틴은 비명을 지르며 차원문에 빨려들어갔고, 그가 그 안으로 사라지자 차원문 역시 서서히 닫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여신은 한 건 했다는 식의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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