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9 20:31

하림의 세계 6-5

조회 수 3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래도 그렇지. 갑작스레 키스까지 시키는 건 뭐람…….”

한분과도 키스어릴 적, 볼에 맞추는 장난스런 정도는 많이 했지만도 못해본 하림으로서는 의식 선배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유리창에 돌아보며 절망했다. 잘 바른 젤은 머리를 닭벼슬처럼 만들어놓았고, 차갑게 팔에 닿는 가죽 잠바, 목에 걸린 악마라도 튀어나올 듯한 브로치, 아프지 않지만 귀에 걸린 슬라임 귀걸이…… 그리고 진한 아이라인에 탐욕스런 선글라스, 자신인줄 몰랐으면 하림은 소스라쳐 도망갔을 것이다.

아직도 괴괴한 풍경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흐릿해지니 더욱 무서운 것들만 남은 느낌이었다. 의식 선배는 나중에 사과하며 연기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하며 사실은 자신도 무섭다고 했다. 거짓말. 나중에 조사해보니, 3월달 중에 급성발작으로 실려가는 학생이 많은데, 그들의 대부분은 각극부실에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그 정도면 범죄 수준이지…….

자기야, 오래 기다렸어?”

저편에서 손을 흔들며 오는, 모자에 달린 리본을 머리칼로 정갈하게 묶은 프릴 달린 새하얀 블라우스의 여신이었다. 하림도 처음 봤으면 미여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치마는 청바지같은걸 잘라 만들었는지 올이 수놓은 안감이 적나라했다. 미여는 하림의 옆에 서더니 단반에 팔짱을 꼈다.

미여야……?”

어머, 미여는 누구야? 자기, 나 몰래 다른 여자 만나는거 아냐? 후후, 이미 자기야는 내꺼니 누구에게도 바람피지 못하도록 감시해줄게!”

, 아하하…….”

미여는 단단히 연기욕이 올라보였다. 하기야 여기 있는 자신은 하림이 아니다. 하지만 연기자로서의 자신이 신경 쓰이는건 어쩔 수 없었다. 연기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자고, 입맞춤 하고 닭살을 유발하는 연기자들이 넘사벽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하림은 불편한 마음으로 애인에 뱃속에 달 차 나는 쌍둥이를 배게 할 것 같은 분위기로 산부인과로 향했다.

학교도시라는 이름답게, 러브호텔이나 윤락가, 호프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산부인과나 성형외과도 원래는 없었는데, 피험자인 학생이 아닌 사람들이 가족을 동반해서 근무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결국은 생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학생들도 산부인과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들은 어디를 가서나 학생카드를 이용해야 하기에 함부로 그런 곳을 갈 수 없었다. 걸리면 정학이니까.

그렇다고 성인이 쓰는 카드도 1:1방식인지라 위조하기 힘들었다. 훔치기는 더더욱. 하지만 돌파구는 있는 법, 산부인과 부의사가 오로지 현찰만 받고 신분을 묻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갈급한 미성년자들이 너도나도 몰려왔다. , 진료비는 카드로 계산하는 것에 배나 나가는게 문제긴 하지만. 어디나 속물은 존재하는 법이다.

문 박사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애인이 입덧을 해서…….”

하림이 먼저 말했다. 상당히 비밀을 잘 지켜줄 것 같은 뒤가 구린 냄새가 나는 사람이었다. 이러면 연기 할 필요도 없지 않았나? 하지만 미여는 정보란 소중하다고 했다.

이런이런, 조심하셨어야죠. 그럼 애인분 이쪽으로 따라오시죠. 손간, 안내해 드려.”

.”

의사 옆에 있던 무표정의 여자가 (간호사복은 입지 않았다) 미여를 깊숙한 곳으로 안내했다. 라기보다는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남아 있던 간호사가 하림을 마룻바닥같은 곳으로 안내했다. 주섬주섬하는 걸보니 하림의 복장이 강렬했기 떄문이라. 과연, 하림은 여기서는 어눌한 인상을 보이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결심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당신은…… 호환……!”

이번 권의 최종보스가 정좌 자세를 하고 앉아 있던 것이다. 이 사람은 여긴 무슨 일로? 다행이 하림을 눈치 챈 기색은 없어보였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었다. 상황 좋게 옆에는 쇠파이프가 있었다. 이대로 내리치면 그냥 죽겠지……? 게다가 이곳은 묻지마 구역. 하림 학생이 아닌 사람이 여기서 사람을 죽여도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문 박사인가 하는 놈에게 웃돈을 더 지불해야 하겠지만.

하림은 장갑도 끼고 있었다. 이런 천운이! 하림, 내리쳐! 그렇게 해서 이번 권을 끝내버려!!! 아직 갈 길은 많이 남아있단 말이다!

하지만 하림은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쇠파이프를 쥐니 대앵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떨림이 장갑을 뚫고 손에 감각 그대로 전해졌다. 자벌레라면, 같은 상황에 놓여 있을 때 호환을 죽일 수 있을까?

하림이 쇠파이프를 놓자 호환의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

잘 했네.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 생도 여기까지 였을거야.”

미여를 정면으로 격파한 외자 이름 남자가 하는 말이었다. 하림은 허황되게 들리는 그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할 수 없이 하림도 호환처럼 정좌를 했다. 비록 죽일 수는 없어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많을 것이다.

호환은 눈을 뜨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호오, 청풍류의 인가. 불완전하지만 자세는 제대로군. 자네……란의 뭐지? 란은 후계 따위는 키우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신보다 1살 많은 약혼자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으며 호환은 다시금 제멋대로 말했다.

뭐 상관없겠지. 란은 나밖에 좋아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미여, 산부인과에 올 결심을 할 정도면 이미 확고한게 아니겠는가. 하림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 그 선머슴같은 계집애 말인가. 그러고 보니, 너는 학생이었군. 그렇다면 안심해도 되겠어.”

윤아 선배와 같은 대사를 들은 하림은 분노를 느껴야 할지, 얕잡아보여서 다행이랄지 종잡을 수 없었다.

요즘 시대에 걸맞지 않은 확고한 녀석이었지. 하지만 내 마음은 그녀를 담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를 임신시켜!? 그게 진정한 남자가 할 짓입니까?”

하림은 스스로가 호환을 인정하고 있다는걸 알지 못했다. 호환은 얼굴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건 그녀가 바란 것일 뿐, 나와는 상관 없다.”

당신은…… 약혼자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그 말에 호환의 눈썹이 씰룩였다.

? 난 란의 것이고, 란은 나의 것이다. 이것은 주지할 수 없는 진실, 청풍류의의 계승자는 내가 되는 것이다.”

하림은 여기서 호환의 무서운 야망을 느꼈다.

당신…… 분명 벽극승파류가 아닙니까?”

역시 알고 있군. 하지만 약속을 했거든. 나는 청풍류의를 이을 계승자로서 데릴사위가 되는 것이지, 벽극승파를 계승하는건 내가 아니다.”

무도가가 자신의 유파를 버린다? 하림은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정은 자신의 혼을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때로는 지키기 위해 혼을 버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호환의 말에는 비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담담한 것이다. 운명이랄지, 굴레랄지 그 모든 것에 묵묵히 따르고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지나치게.

너무 올곧게.

당신…… 대체 여기 온 목적이!”

, 일행이 나왔군. 난 이만 실례하지.”

호환은 하림의 말을 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호환 옆에는 장발의 차이나 드레스를 입은…… 하림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란 선배였다!

저기, 잠깐만!”

란 선배는 하림을 알아보지 못했다. 호환은 그런 하림을 기합으로 주춤시키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이상을 알고 싶으면, 올라와라. 내가 서 있는 자리로.”

그 말과 함께 호환과 란 선배는 사라졌다. 란 선배의 모습도 호환과 다를 바 없어보였다. 하림은 그게 안타까웠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직 자신은 호환에게 상대조차 안되니까.

얼마 후 미여가 나왔지만, 하림은 이 사실을 미여에게 전해야 할지 고민했다가, 결국은 마음 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결론만을 말하자면, 미여의 임신은 그저 느낌에 불과했다.

================================================================================

하림의 세계 ~새로운 4천왕~은 20편 남짓 남았습니다

하지만 목요일에 연재할 예정이었던 [미세계]가 아직 준비가 안됨에 따라

고민한 결과............하림의 세계를 주일마다 연재함으로 시간을 지연시키기로 했답니다 < 메야?

참고로 현재 진행된 전개 상황도입니다


0.  스승이자 벗

1.  뜬 소문

2.  남자회원증

3.  제2검도부

4.  신 4천왕 임명식

5.  새로운 국면

6.  납치                  <-------------현재 진행단계

7.  바랜 4천왕의 결속 <--------------다음 주부터 연재됩니다

8.  올라오라!

9.  학교도시 금위대

10. 일상으로......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 하림의 세계 6-5 ㄴㅏㄹㅏㅣ 2012.07.29 311 0
3999 [사건은 해결되어야 하죠]기억해줄래 - 8. 오해와 진실(덧말 추가) 2 클레어^^ 2012.07.29 262 1
3998 『1999년 4월 30일』타임슬립 로맨스! 장기일【7화】 2 ♀미니♂ban 2012.07.29 325 1
3997 기사를 위한 장송곡-4악장 2 욀슨 2012.07.28 420 2
3996 역겁정략 2화 2막 1 ㄴㅏㄹㅏㅣ 2012.07.28 383 1
3995 [UNDEAD] 3. 되찾은 미소 - 1 4 yarsas 2012.07.27 629 2
3994 나와 그녀의 생존전략 5화 7 윤주[尹主] 2012.07.26 425 2
3993 현실과 꿈 아저씨 편-11 다시 2012.07.25 461 1
3992 역겁정략 2화 1막 ㄴㅏㄹㅏㅣ 2012.07.24 389 0
3991 노래방 [더빙] 도쿄도 락 시티 1 file kadin 2012.07.23 771 1
3990 [당분간은 이것만 올릴지도...]기억해줄래 - 7. 부산에서 2 클레어^^ 2012.07.22 375 1
3989 역겁정략 1화 10막(1회 마지막) 1 ㄴㅏㄹㅏㅣ 2012.07.21 422 1
3988 하림의 세계 6-5 3 ㄴㅏㄹㅏㅣ 2012.07.21 570 0
3987 나와 그녀의 생존전략 4화 6 윤주[尹主] 2012.07.21 486 2
3986 기사를 위한 장송곡-3악장 2 욀슨 2012.07.21 484 1
3985 하림의 세계 6-4 ㄴㅏㄹㅏㅣ 2012.07.20 393 0
3984 역겁정략 1화 9막 ㄴㅏㄹㅏㅣ 2012.07.20 447 1
3983 역겁정략 1화 8막 ㄴㅏㄹㅏㅣ 2012.07.20 451 1
3982 『1999년 4월 25일』타임슬립 로맨스! 장기일【6화】 3 file ♀미니♂ban 2012.07.20 411 1
3981 하림의 세계 6-3 1 ㄴㅏㄹㅏㅣ 2012.07.18 361 1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220 Next
/ 220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용약관] | [제휴문의] | [후원창구] | [인디사이드연혁]

Copyright © 1999 - 2016 INdiSide.com/(주)씨엘쓰리디 All Rights Reserved.
인디사이드 운영자 : 천무(이지선) | kernys(김원배) | 사신지(김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