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1 17:22

하림의 세계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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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조심하길 바란다. 쓸데 없이 인맥이 넓다보면 별의별 사건에 다 휘말리고, 오지랖이 지나칠 정도면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퀘스트가 많이 들어온다. 물론 보상은 없다.

하림은 졸지에 불장난하다 애인을 임신시키고 조바심이 나 그걸 확인하러 가는 조심성 없는 남자의 역할을 맡았다. 하림은 항의했지만, 미여는 자신이 더 부끄럽다고 맞받아쳤다.

……그렇게 해서, 둘은 각극부로 향했다. 이 이상 더 눈에 띌 필요가 있냐고 하림은 말했지만, 미여는 믿을만하다고 자기 일이니 알아서 한다고 일축했다.

어서와!”

미여와 하림이 들어간 곳은 별천지였다. 아니 좋은 뜻으로가 아니다. 이런 곳이 학교도시 안에 존재했냐고 의문이 들만큼 낙후된 장소였다. 하림은 불안한 듯 천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창문은 있었지만, 그 크기만큼 빛은 들어오지 않았다. 혹 여기가 북향인가.

아무튼 아무리 눈 돌려봐도 불안한데,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이 누추한 곳에 웬일이신가.”

으아악!”

하림은 자기 어깨 옆으로 들이대진 괴괴한 인상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정신없이 뛰다보니 벽에 부딪혔다. 그리고 그 갈라진 벽 틈 사이로 나온 것은 심령학적인……

정신 차려!”

하림은 자신의 기억이 단층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귀곡장같은 부실에 발을 디뎠는데, 눈에 보이는 이곳은 평범한 장소가 아닌가. 그렇구나. 꿈이었구나.

꿈이 아냐.”

? 묵시가 들려왔다. 위에서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좀 더 빛에 익숙해지고 보니 그건 사람의 얼굴이었다. 천사인가? 전혀 처음 보는 새하얀 얼굴을 보니 천사인 것 같았다. 하지만 옆에 미여가 고개를 돌린 채 동행해 있는걸로 봐서 여기는 이승이 맞는거 같은데 (설마 애 가졌다고 급자살할 이유가 없으니, 그런건 미여의 미학에 맞지 않는다).

그런데 극도로 새하얀 얼굴 말고는 평범해 보이는 여학생이 마음을 읽어버리니 당황스러운 하림이었다. 미여의 친구인듯한 여학생은 웃으면서 말했다.

안심해. 난 독심술을 익히지 않았으니까. 일종의 직업병이라고 할까나.”

별의별 사람을 다 본 하림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하게 넘어가기로 했다. 하얀 여학생은 손을 내밀며 자기소개를 했다.

각극부 차장을 맡고 있는 양 의식(楊 儀式)이라고 해.”

차장이면, 2학년이구나. 미여도 참 발이 넓구나 싶었다. 하림은 의식 선배의 손을 잡으며 인사했다.

전 리 미여와 같은 반인 1학년 길 하림이라 합니다. 동아리는…… 다다익선부라고 할까요.”

다다익선부? , 봉사활동 동아리 말이구나. 어린 나이에 참 대견하네.”

……뭐 그렇죠.”

하림은 씁쓸하게 웃었다. 하림이 거기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뿐. 한분이 거기서 활동하기에. 사실 한분도 봉사활동에는 관심이 없어 둘 다 불손한 동기라 할 수 있겠다.

하림은 몸을 일으켰다. 옆구리가 쓰라려서 다시 누웠다 일어났다. 미여는 여전히 하림을 보지 않은 채였다. 그런건가.

의식 선배는 꽃무늬가 어깨서부터 수놓아졌지만, 소박해 보이는 미색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근데 허리에 오비 같은걸 두른걸 보면 기모노 같기도 하고……. 얼굴이 유난히 환해 보이는 이유는 의식 선배가 단발이기 때문 같았다.

, 그럼 연습을 시작해 볼까?”

의식 선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평범해보였던 세트장이 걷혔다. 뭐라, 세트장!? 다시금 정줄을 놓을듯한 풍경이 적나라하게 펼쳐져버렸다! 아까 본건 전혀 꿈이 아니었던 것이다! ,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고, 나는 어디에?

정신 차려!”

아까와 같은 목소리. 이런 곳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서 있는 미여가 참으로 존경스러웠다. 하림은 얼얼한 뺨을 문지르며 의식 선배를 노려봤다. 의식 선배는 둘에게 각본을 나눠주면서 말했다.

연기에 집중해! 지금 이 풍경은 풍경일 뿐이야! 사람을 압박할 만한 실제적인 힘은 없다고! 너 자신을 죽여. 네 마음을 죽여! 넌 애인과 같이 산부인과에 가는 성인 남자일 뿐, 평범하고 찌질하고 못난 길 하림이 아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렇게 상처 입을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다니……. 그렇게 해서 갑작스런 연극은 시작되었다. 하림은 눈을 질끈 감고 연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뇌리에 박혀버린 풍경이 그리 쉽게 사라질리 없었다.

, 제가 이 이의 애인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조바심이…… 아악, 오지 마! 날 좀 내버려두라고!”

연기에 집중해! 단지 허상이야!! 그들은 널 해칠 수 없어!!!”

눈을 감으니 풍경 더욱 더 레알하게 하림의 정신을 습격해왔다. 눈을 감는건 그렇게 좋은 대처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눈을 뜨니 또 눈 돌릴 곳 없어서 혼란스러워졌다. 할 수 없이 미여만을 똑바로 바라보기로 했다.

이미 미여는 하림만을 보고 있었다.

, 두 사람 좋아 보이는데?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 같아졌어! , 그러면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부축하고, 여자는 당황한 듯하면서도 기뻐하는 표정을 숨기지 못한다. 실시! ……아니아니, 그게 아니야!!! 너희는 이미 결혼 약속까지 잡은 사이라고! 남자는 기뻐하기보다는 절망적인 얼굴을 지어! 남자에게 있어서 아이는 거추랑스러운 존재 이외에 그 무엇도 아냐! ……여자, ! 그렇게 낙담한 얼굴을 짓지 마! 상대는 덜떨어진 하림이 아니라 네가 사랑하는 남자야! 그리고 넌 애를 가졌다고! 여자에서 엄마가 되는 순간에,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기뻐해야 한다고! 내 안에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이야! 그래, 자연스럽게 배를 쓰다듬어. ……, 너희들 뭐하는거야. 이제 와서 어색해지지 말라고!”

…………. ……. ……그래도. ……. …….”

의식 선배의 불타오르는 지도 덕분에 하림과 미여는 2시간만에 세세한 연기까지 무의식으로 숙달할 수 있었다.

===============================================================================

양 의식(兩儀式)

일본 아니메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유명한 작품 캐릭 이름을 패러디 한건데........

자세한 건 한문을 쳐서 검색해 보시고a

불행하게도 한국 성씨에 兩이 없어 楊으로 대신합니다


것보다 출판된 다 해도 이 구간은 잘라야 되는게 아닌가 하는지 모르겠네요

?
  • profile
    윤주[尹主] 2012.07.21 18:06
    출판을 기대하신다면 어떨까요...등장인물 임신 같은 소재엔 민감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라이트노벨 쪽을 생각하신다면, 만화 쪽이랑 독자층이 겹친다고 보셔야 할 거 같은데 만화 쪽은 이미 등장인물 임신 얘기가 다뤄졌다 처참하게 박살난 선례가 있죠.
    추천할 수 없는 소재라고 생각이 되네요.
  • profile
    ㄴㅏㄹㅏㅣ 2012.07.22 01:58
    예를 들어 무슨무슨 작품이 있나요? 만하를 거의 안봐서리..................
  • profile
    윤주[尹主] 2012.07.22 06:20
    여주인공에게 성경험이 있다는 자체가 독자들에게 문제시되었던 사례가 있었습니다.

    http://www.dcnews.in/news_list.php?code=ahh&id=357478

    링크에 쓰인 <칸나기>의 사례는 만화 좋아하는 분들 사이에선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또 라이트노벨의 구독층인 사춘기 중고생들이 일종의 도덕적 결벽증, 강박증을 가진다는 점(자유게시판에 닭느님께서 올린 최근글, 또한 왜 라이트노벨 남주인공들이 성에 대해 결벽증적인 면모를 보이는지, 혹은 성에 집착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정작 일정 이상의 선은 넘지 않는지도 함께 생각해볼만하다고 봅니다)을 봐도, 라이트노벨 등장인물, 특히 여주인공에게 성경험이 있다는 것 자체가 캐릭터와 작품의 매력을 반감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 이건 행위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글을 읽는 독자들이 좋아할지 아닐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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