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0 21:19

역겁정략 1화 8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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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으으…….”

이목구비가 인상적인 이아손의 몰골이 많이 헬쓱해져 있었다. 말도 안통하는데 고변을 어떻게 하며, 고문을 어떻게 그만두라고 말 할 수 있단 말인가. 저들은 정말로 인간의 공포를 너무나 잘 이용한다.

외인이 아니라, 그 외인을 이끄는 자가.

어떤가. 고변할 텐가?”

모도…… 총감찰관님…….”

모도는 현 미나스-보네이지팰리스의 영주인 가우 그라시우스의 조카로, 영주의 직속 심복인 총감찰관을 맡고 있었다. 다부진 몸매에 훤칠한 이목구비는 호감을 줄 첫인상아지만, 천만에. 일부러 한쪽 눈을 일그러트려 연출된 짝눈, 비스듬하게 올라간 입꼬리, 사냥감을 갖고 노는 것 같은 눈빛. 모도의 진짜 모습은 이런 것이다.

그는 몸소 고문을 하는 것을 즐긴다. 그러니까 직접하는 고문 말고, 고문 후에 유도심문같은거 말이다.

큭큭큭…… 그만 불라고……. 불면 편하잖아……. 우리 이렇게 불편해하지 말고, 고문 테이블이 아닌 술잔을 놓고 이야기해보자고. 그러고 싶잖아…… ? 진짜 간단해! 그냥 있는 사실을! 그대로! 내게 말하면 돼!!! 쉽지? 얼라들도 금방 알아먹겠지? 큭큭큭…….”

나는…… 아무것도 모르오…….”

에헤이, 그만 버팅기고 말을 하라고. 어차피 말을 할거…… 좀 빨리 하면 좋지……. 자네도 고문을 빨리 끝내서 편하고, 나도 시간을 더 뺏기지 않아서 좋고…… 그렇지 않겠어?”

그러니까 모른다고!

아무 것도…… 모르오…….”

내 여자가 아파하는걸 보고 싶지 않다. 나로서도 그 녀석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간의 우정으로서 차마 내 입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지금까지 버텨왔는데……이제 와서 포기할 수는 없다.

! 그만 좀 말을 하라고! 너랑 나랑 꼭 이렇게 원수관계가 돼야겠어? 그냥 말하라고…… 진실은 언제나 바른 법이야. 난 그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라고!”

사람을…… 잘못 찾았소…….”

아놔!‘

모도의 본성이 나왔다. 사냥감이 마음대로 굴지 않자 얼라처럼 짜증을 낸 것이다. 모도는 지시봉을 팍 부러트리더니 그걸로 이아손을 때렸다.

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해말하란말야!!!”

생각보다 아프지 않다. 모도가 지금 홧김에 하는, 고문도 아닌 것이다. 다만 피부에 닿으면 조금 쓰라리긴 하지만.

헉헉헉헉헉헉헉헉헉헉헉헉…….”

결국 모도는 제풀에 지쳤다. 얼마나 화를 냈는지 이제는 혀를 내밀고 있었다.

고문을 계속하라!”

“aye, Sir!"

결국, 이번 고문도 이긴건가. 이아손은 자조하며 정신줄을 놓았다.

 

 

씩씩!”

유치하게 의성어를 내가면서 모도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고서도 아직도 분이 안풀렸는지 씩씩대고 있었다.

정말 모르는거 아냐?”

모도는 자기 옆에 서 있는 부장격으로 보이는 외인에게 쏘아붙였다.

잘못 데려온게 아니냐고!!!”

틀림없습니다. 저자, 있었습니다.”

후우.”

모도는 이제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얼굴은 아직도 붉으락푸르락 한 채였다. 마지막으로 아악!!!!!!!!!!” 긴 비명을 지른 뒤, 모도는 외인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정말로 모르는게 아닐까?”

그럴 가능성 있습니다. 우리 있는거 저들 모릅니다.”

그럴까?”

이제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모도가 물었고 외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정말로 봤으면 저녀석을 죽일까 했는데.”

가빈느가 이아손의 목숨을 살린 셈이었다. 모도는 잠시 생각하더니 결정했다는 듯이 말했다.

좋아. 그자에게 반군 오명을 덮어씌워서 죽여버리기만 하면 되겠어.”

알겠습니다.”

외인이 나가려 하자 모도는 깜빡했다는 듯 다시 번복했다.

, 죽이지는 마! 그자도 일단 심문을 해보고 결정해야 겠어.”

외인은 가겹게 묵례를 올린 뒤, 방에서 나갔다. 외인이 방에서 나가자 모도는 조용하게 웃었다.

후후후후후후후…… 하필 그 자리에 그런 소동이 벌어지다니…… 이건 천운인가. 아니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내 업적이지! 역시 나는 정략에 소질이 있단 말야, 흐하하하하하하!”

모도 그라시우스, 그가 이 사건의 배후였던 것이다.

 

 

***

 

여기는…… 막다른 길이잖아.”

아냐. 좀 더 들어가보자.”

부르고뉴는 도망치면서 이것저곳 수색하고 있는 외인들을 모조리 몰아와버렸다. 도망치는 것도 힘든데, 적을 더더욱 늘리는 꼴이라니! 외인들이 씩씩거리며 부르고뉴를 막 잡으려 들 때, 부르고뉴는 가빈느와 함께 사라졌다. “was!?" 외인들은 나무 위에 올라간 원숭이를 본 삵쾡이같은 표정을 지었다.

. ! 이제…… 안전한거야?”

당분간은. 곧 녀석들도 이곳의 구조를 알아차릴 거야.”

숨 돌릴 틈이 생긴 가빈느는 주변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매캐한 냄새…… 녹슨 것 같이 생긴 거품모양의 홈이 난 석주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안은 어두웠는데 피아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는 아니었다. 간간히 야광석이 지형 정도는 겨우 판단할 수 있는 밝기로 켜져 있었다. 흡사 종유동굴 같았다.

여긴 어디야?”

부르고뉴가 내뱉듯이 말했다.

보네이지팰리스 마지막 영주가 최후를 맞은 곳.”

가빈느의 동공이 작아졌다.

그럼 여기가 피의 운하란 말야!? 꺄아악!”

호들갑 떨지 마. 녀석들이 듣겠다.”

그 말을 증명이나 하듯 외인들의 욕지거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자식들, 꽤나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군. 부르고뉴는 박혀있는 야광석을 다 빼버리고 싶은 충동에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부르고뉴도 기억이 가물가물하기에 그냥 두기로 했다.

, 어느 정도 소품이 있어야 쇼도 할 수 있는 법이니.

여기가 어딘지 알아?”

가빈느는 이제 부르고뉴의 머리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거 내가 한 질문이었잖아. 피의 운하 아냐?”

아니, 그 이전 지명.”

이전에는 뭐라 불렸는데?”

환영의 수로.”

가빈느가 순간 몸을 뺐다.

!? 여기 뒷세계로 가지 못한 부바 발가스의 원혼이라도 있는 거야???”

그건 아니고……가보면 알아.”

부르고뉴는 가빈느를 이끌고 어느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바닥이 말끔한 외장에 원형으로 야광석이 박혀 있었는데, 주변에는 아까보다 구멍 뚫린 석주가 더 많았다. 부르고뉴는 그 중심으로 가 발소리를 냈다. 이윽고 발소리가 울렸다.

다각다각! 다각다각! 다각다각! 다각다각! 다각다각! 다각다각!

“es gibt!” “dies!" "verhaften!" 역시 외인들의 외침이 들렸고 그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가빈느는 머리가 아주 어지러웠다.

이제 알겠어?”

가빈느는 신기한 경험을 한 소감을 말했다.

바위들이 자꾸 소리 공명을 하는 것처럼 들리네.”

맞았어! 이 바위들은 메아리돌의 원석이거든.”

메아리돌? 그건 특정 음영만 공명하는거 아녔어?”

그건…… 기술적으로 다듬을 때 이야기고 원래는 이런 성질이야.”

소리는 반드시 공명한다는 성질 때문에 가문들이 긴급 연락망으로 종종 쓰곤 하는 메아리돌, 그 원석을 본 가빈느는 감개무량해졌다. 이걸 가져가서 팔면 돈 좀 벌겠는데? 정작 지금 자신의 처지를 망각한 가빈느였다.

하지만 점점 소리가 가까워짐을 깨닫고 가빈느는 초조해졌다.

점점 다가오는데? 부바 발가스는 여기서 죽은거 아녔어?”

, 맞아. 바로 여기에서.”

애가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그럼 우리도 위험하다는 거잖아!”

, 맞아.”

부르고뉴는 남의 일인 양 말했다. 가빈느는 그게 부르고뉴의 의도임을 알지 못하고 도리어 소리 질렀다.

그럼 어서 빨리 여기서!!!”

큰소리가 나기 전에 부르고뉴는 얼른 가빈느의 입을 막고 해명했다.

, 목소리 낮춰. 선대 영주가 여기서 죽은 이유는 환영의 수로를 너무 맹신했기 때문이야. 게다가 숫자도 많았고. 도망칠 생각을 못한거지.

하지만 우린 달라. 놈들이 이곳으로 접근하기 시작하면 나갈 거야. 당분간은 우리가 전혀 빠져나갔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 …… 이제 슬슬 뜰 때가 왔다. 날 따라와.”

부르고뉴는 왔던 길로 교묘하게 빠져나갔고 외인들은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부르고뉴의 생각대로 아직 수색하지 않은 깊은 곳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길을 잃었다. 피의 회랑에 정통한 사람이 오기 전까지는 그들은 그곳을 헤매고 다닐 것이다.

그렇게 부르고뉴는 추격을 따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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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쉬어서 죄송합니다 ㅠㅠ

한편 더 올리고 토욜날 10막 올린 후

다음 주 부터 화/토 연재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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