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7.26 04:11

성배:2번 기록(계속)

조회 수 545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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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 이들의 행동은 종잡을 수가 없다.. 나를 마음 대로 돌아다니게 해놓을 때는 언제고, 좀 전엔 갑자기 누군가가 내 뒷덜미를 나꿔채었다. 머리를 세게 부딫혀서 잠깐 기절했던 것 같은데.. 깨어나보니 또 다른 방에 갇혀있는 상황이다. 대체 왜? 그리고 좀 전에 봤던 그 짐승은 뭐였을까.. 마치 사자가 두 발로 일어선 듯한 생김새였다. 사자하고는 뭔가 다르지만.. 세세한 것은 기억이 안난다.

 

 62. 이러나 저러나 글이라도 쓸 수 있으니 천만다행이다. 공포를 추스리는 것도, 따분함을 달래는 것도, 자신감을 얻는 것도.. 모두 이 녀석 덕분이다.

 

 63. 사실 나는 글쓰는걸 좋아한다. 물론 그렇게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은 무슨. 이런 내용은 쓸데없다. 지금은 현실의 문제에 집중할 때다.

 

 64. 누군가가 나에게 옷을 입혀놓았다. 하지만 일반적인 개념의 옷은 아니다. 몸에 착 달라붙는데다가, 재질은 속이 비치는게 비닐 같고, 그러면서도 두껍다. 머리부분은 우주비행사들이 쓰는 구형(공 구, 모양 형? 음운은 기억나지만 생김새가 기억이 안난다)헬멧같이 싸여있다.

 

 65. 이건 달라붙는 정도가 아니다. 점점 조이는 느낌이다. 바지를 먹어도 아주 강력하게 먹었다. 아니.. 바지가 내 엉덩이를 먹고있다. 애초에 이거 바지가 아니잖아.

 

 66. 설마 이거 옷이 아니라 살아있는 건가?

 

 6ㄱ~ 터지겠다 좆도 조인다 이 미친새끼들

 

 68. 고자되는 줄 알았다... 아니 이 미친 새끼들은 고자인게 분명하다 이딴걸 옷이라고 쳐입히고

 

 69. 옷의 조임이 멈췄다. 하지만 그 후폭풍때문에 아랫도리가 아주 민망하게 되었다.

 

 70. 이 옷은 벗는 법이 따로 있는 듯 하다. 옷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막 같은게, 연결부위가 보이질 않는다. 체형에 맞춰서 하나의 피부처럼 달라붙어있다.

 

 71. 그들이 사용하는 가짜 가죽이 이런게 아닌가 싶다. 물론 그들이 입고있었던 건 투명하지 않았지만. 안에서는 밖을 투사하되 밖에서는 안이 보이지않는 그런 처리가 되어있지 않을까. ..이공계도 아닌 내가 하물며 외계문명의 기술을 파악하는게 가능할 리가 없다. 그냥 다 넘겨짚기다. 실제로 어쩐지  내가 어떻게 알아.

 

 72. 이제 진짜로 현실에 집중하자. 내가 있는 이 곳은 아까 있던 방과는 확연히 다른 곳이다. 면적이나 높이가 모두 아까의 다섯 배는 된다. 젠장. 숫자 같은건 잘 못외우는데.. 1번 기록을 가져가버려서 어림 짐작으로래도 못 적겠다.

 

 73. 이 곳의 공기는 숨쉬기가 불편하다. 자동차 배기가스를 들이마시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익숙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이 따위 것에 익숙해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난 자동차를 타긴 하지만, 지구와 자연의 존망과 좆망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74. 약간 떨어진 곳에 수프 같은 것이 보인다. 그릇에 담겨있고, 고소하다기 보다는 찝찔한 냄새가 난다. 왠지 안좋은 예감이 들어서 가만히 놔뒀다.

 

 75. 이런건 무시하면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시선이 가서 결국 먹어보게 된다. 배고프고 나발이고 살아있어야지. 그릇 채로 벽에다가 패대기쳤다. 보통은 일단 먹어야 산다면서 쳐먹고 보겠지만, 먹을거 가지고 장난치면 안된다는 가르침을 이 외계인들이 알 리가 없잖은가.

 

 76. 여유가 아주 넘친다. 등신같은 새끼.

 

 77. 이 옷은 내 몸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니면 통풍이 아주 잘 되던가. 생각해보니 이게 나를 완전히 덮고있는거면 질식해서 죽었어야 정상이잖아.

 

 78. 기껏 이런걸 만들어놓고 유해물질 거르는 필터는 장치 안해뒀나? 외계인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허물어져내리는게 느껴진다.

 

 79. 점점 100이 가까워져간다. 1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고민된다.

 

 80. 벽의 재질이 이전과는 다르다. 오물 흡수 기능도 없다. 당연히 그걸 이용한 트릭도 불가능하다. 외계인 놈들이 날 못나가게 하려고 작정한게 틀림없다.

 

 81. 솔직히 그런 약점이 있는 벽이 선내에 있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든다. 나라면 똥냄새를 맡으면서 잠을 잘 지언정 오줌 한 방울로 보안이 뚫리는 병신같은 시스템에 환호하지는 않는다. 게다가 흡수한게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른다. 만약 흡수만 하고 거기 그대로 남아있는거면? 웩.

 

 82. 벽의 재질은 조립질에 매우 거칠고, 무식하기 짝이 없게 딱딱하다. 벽을 걷어차는데 벽은 퉁 하는 소리조차 안난다. 되려 내 몸의 뼈만 부르르 떨릴 지경이다. 마치 콘크리트같다. 아니, 콘크리트도 이 정도는 아니다. X맨의 울버린이 실존한다면 이런 것을 주입했을 것이다. 그럼 이 벽의 원료는 아다만티움이 되는건가?

 

 83. X맨 비긴즈였나.. 울버린 탄생이 어쩌고 하는 영화였었지. 보고있자니 정신이 산으로 올라가는 느낌이었지. 기록 내용도 산으로 가고있고. 예라이 멍충아.

 

 84.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 좀 쉬어야겠다.

 

 85. 기분전환을 위해 일어서는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아까 부딪혔던 곳이다. 잠시 벽에 기대어 쉬었다.

 

 86. 소음이 없는 조용한 환경이다. 바람도, 새의 지저귐도, 기계음조차도 없다. 넓은 방 안에 울리는건 내 숨소리 뿐이다. 또다시 고립감이 느껴진다.

 

 87. 마음이 가라앉는다. 문장도 서정적으로 변하고, 유머는 머리에서 떠나버린다. 기록하는 와중에 운율이나 기교를 노리는 사소한 욕심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 욕심조차도 시나브로 조용함 속에 흩어지는 듯 하다.

 

 88. 나는 이렇게 갇혀서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죽음? 삶?

 

 89.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이 너무나 화가 난다. 시간이 낭비되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마저 난다. 하지만 무엇을 할 수 있지? 무엇을 해야하는 거지? 화가 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이대로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90. 만약 살아나면.. 살아서 돌아가면.. 그렇게 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할까? 갑자기 지쳤다. 생각하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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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1.07.27 05:51

     갈수록 묘한 체험이 늘어가네요 ㅎ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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