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08 08:38

Lady Dragon Knight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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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의 외형을 한 선박을 오르면서, 미르세린 일행은 금세 이 배가 급히 수송용으로 개조된 상선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배라면 과거 미르세린의 신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몇 번이고 타 보았던 레이븐은 눈빛을 바꾸며 조심스럽게 갑판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리 오래지 않아 레이븐은 다시 배 아래를 지키고 있던 병사에게 붙들려 나와야만 했다. 보통의 여행자들이라는 것이 레이야의 변호 덕택에 입증되었기에 망정이지, 자칫하면 일행 모두가 쿠홀트의 밀사 정도로 오인되어 처형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야가 특별하게 변호를 잘 한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지만.


“휴우, 위험했는데…….”

“레이븐, 제발 가만히 있어 줄래? 아슬아슬해 미치겠다, 진짜.”


미르세린은 겨우 숨통이 트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눈동자에서 마력을 다시 완전히 제거한 레이야가 고개를 돌리자, 미르세린은 다시 레이븐에게 물었다.


“근데, 뭐야. 아래서 뭘 본거야?”


호기심이 생기기는 생긴 모양이다. 레이븐은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휴우 하고 긴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자신이 느낀 것을 있는 대로 털어내었다.


“완전히 뜯어낸 겁니다, 이배. 불필요하다거나 자질구레한 기능의 부속 따위는 전부 다 뜯어 버리고, 최대한 많은 수송 물자가 들어갈 수 있도록 신경을 쓴 것 같네요.”

“뭐야, 그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 거야?”

“잘은 모르겠지만,”


레이븐은 목소리를 낮췄다. 그는 충분히 주위를 경계하면서 세 사람에게 나직이 말했다.


“항구에 있는 상선들 중 절반 정도만 이런 식으로 개조되어 있더라도, 상당한 대군이 움직일 것이란 예측이 가능합니다.”

“대군이라면, 어느 정도의?”

“성이라곤 하나 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쿠홀트 따위야 우습게 짓밟고도 남을 수준의.”


일행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이쯤 되면 이리엔 제국의 목표가 의심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순히 한 두 개의 소국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 치고는 동원하는 군사들의 수가 너무 많다.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레이븐의 생각이 옳다는 가정하에서지만.


“뭐, 이 항구 꽤 크니까.”


미르세린은 가볍게 복잡한 문제를 내던지고는 기지개를 활짝 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아까부터 자꾸 일행 쪽을 보는 한 병사의 모습이 들어왔다.


“당신! 뭐에요?”


미르세린은 다짜고짜 그를 불렀다. 유심히 그들을 바라보던 병사는 미르세린의 외침에 깜짝 놀라 어찌할 줄 모르는 듯 보이다가 이내 웃으며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그런 그를 보면서 미르세린이 속삭이듯이 말했다.


“저 사람, 의도가 불순해 보여. 기분 나빠.”

“미르세린 님, 그런 말은 실례잖습니까.”


레이븐이 그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미르세린의 입을 막았기에 망정이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미르세린은 아마 그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내던졌을 것이다.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미르세린을 모른 체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모르는 둔감한 사람인지. 다가온 병사는 미르세린 쪽은 보지도 않고 문득 레이야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말을 걸었다.


“이거 실례, 하지만 아가씨. 어디선가 나 본 적 없어?”

“……잘못 보셨습니다. 전 당신을 본 적이 없습니다.”


레이야는 곧바로 그의 말을 부정하였다. 하지만, 상대는 생각보다 집요했다.


“아니, 시린의 전장에서 분명 이런 눈매를 본 적이 있는데, 얼굴도 그렇고…….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이라기엔 너무 닮았어.”

“그렇다면 더더욱 아니군요. 저는 전장에 가 본 적도 없습니다.”

“레이야의 말이 맞는 걸요, 아저씨. 얜 어릴 때부터 내가 키웠으니까.”


미르세린이 레이야의 편을 들고 나서고, 본인이 계속해서 부정하자 병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더 이상 따지고 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저 실례했습니다, 하고 한 마디를 던지고는 다시 자신이 있던 자리로 되돌아갈 뿐이다. 그런 병사를 보면서 미르세린은 기분 나쁘다는 듯이 말했다.


“저 사람 뭐야. 전장? 기분 나쁘잖아. 이상한 사람이네. 안 그래. 레이야?”


레이야는 아무 말 없이 눈을 살짝 감았다. 힘든 고비를 넘겨서일까, 레이야는 피로함을 느끼며 눈을 살짝 감았다. 그녀의 마음에 동조라도 하는 것처럼 배가 항구를 도망치듯이 빠져나오는 바로 그 순간에.







다소 소란스러웠던 하루를 마감한 뒤, 예희는 한숨을 내쉬며 갑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소란을 일으킨 주동자 탓에, 그녀는 매우 지쳐 있었다.


“레이븐 씨도, 참…….”


배에 올라탄 직후, 그러니까 첫날은 레이븐의 얼굴은 괜찮아 보였다. 미르세린이 처음 배를 탔을 때 레이븐이 멀미했던 것을 상기시키며 가볍게 놀리는 말을 던졌음에도,


‘그러니까, 배라면 이전에도 지겨울 정도로 타 봤다니까요?’


그러면서 웃고 말 정도로 상태가 좋아 보였으니까. 하지만 웬걸, 한 사흘 지나 오늘 저녁, 그러니까 방금 전의 이야기다.


“감사합니다, 아저씨도 맛있게 드세요.”


이제 며칠 같이 지내다 보니, 병사들도 서서히 경계를 푸는 모습이었다. 여러 날이 지나갔음에도 아직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서서히 배 안에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 병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한 것이 미르세린이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병사들의 관심을 끌어들인 것은 미르세린 쪽 보다는 레이야 쪽이었던 모양이었다. 일행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던 병사의 눈이 레이야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던 것이다. 기분이 나빠진 미르세린은 결국 그 ‘아저씨’를 내쫓듯이 보내 버렸다.


“역시, 레이야 씨는 인기가 많은 것 같아요.”


예희가 마무리를 지은 그 순간, 미르세린은 약간 불만스러워 하면서도 별다른 반발을 하지는 않았다.


“하긴, 레이야는 장점이 많은 걸. 당연한 거지 뭐.”

“저기, 그런 말씀은…….”


미르세린의 말에 레이야는 조금 당황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예희가 웃으며 말했다.


“으응, 아니에요. 저도 레이야 씨가 부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닌 걸요.”

“구체적으로 뭔데? 부러운 점이란.”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질문을 던지는 미르세린의 얼굴에는 야릇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예희도 그 표정을 보지 못한 건 아닌지라, 그녀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척 하면서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전부 입에 담았다.


“그러니까, 성격 좋고, 머리 좋고, 얼굴도 예쁘고, 또…….”

“아, 아니 저기…….그런 말씀은…….”


레이야는 얼굴이 달아올라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하하, 장난이야 장난.”

“하지만, 절반 정돈 사실인 걸요.”


그렇게 말하면서 예희는 레이야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전체적인 외모는 분명 서양 사람들과 비슷한 외모인데, 얼굴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조금 이지적으로 보인다랄까. 미르세린이나 신전의 다른 여자들과 비교해 레이야의 눈매는 조금 더 가늘고 끝이 아주 약간 치켜 올려져 어찌 보면 매서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눈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묘한 호감을 느끼게 했다. 특이함. 예희가 레이야를 부러워하는 것은 바로 레이야만이 가지고 있는 그 묘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런데, 레이븐은 왜 한 마디도 없는 거야?!”


한참을 웃던 미르세린은 레이븐이 문득 떠올랐는지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녀의 얼굴은 마치 납처럼 딱딱하게 굳었다.


“……또냐, 너?”

“......말 시키지 마시죠.”

“괴로워 보이네요.”


레이븐의 얼굴은 다시 새파래져 있었다. 하긴 그렇게 빨리 배에 적응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역시 이상한 점은 배 멀미를 하는 것은 레이븐 혼자뿐이라는 점이다.


“어휴. 자, 가요. 잠이나 일찍 주무시라구요.”

“으, 응.”


예희가 억지로 일으키려는 바람에 레이븐은 귀찮아하면서도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배 전체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렸다.


“꺅!” “우욱…….”

“뭐, 뭐야! 무슨 일이야?

“확인해 보겠습니다!”


갑판 위는 갑자기 일어난 일 때문에 소란스러워졌다. 그들을 보던 미르세린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뭐지?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


분명, ‘뭔가’가 일어났다. 그것도 대형 참사로.


“……레이븐. 네 짓이야?”

“……그럼 안녕히 주무시길…….”

“얼렁뚱땅 넘어가지 마!”


한동안 미르세린은 레이븐을 단단히 잡은 채로 한참 동안을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는 동안 완전히 비위가 상해 버린 예희는 차마 레이야가 온갖 오물로 범벅이 된 빵들을 치우고 갑판을 청소하는 것조차 도울 수 없어 그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오늘 일어났던 소란이란, 결국 그런 일이다.


“불쌍하게도, 바로 자기 자리에 쓰러져 누우셨는데. 괜찮으시려나.”


레이븐을 동정하던 예희는 갑자기 다음 순간, 쿡쿡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웃음을 속으로 삭이며 그녀는 거의 흐느끼듯이 말을 이었다.


“하...하지만…….우습지 뭐야…….괴물 오징어라니…….그, 그것 때문에...배가…….흔들려…….”


키득거리며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예희는 조금씩 갑판 위로 나아갔다. 그런 그녀에게 묘한 느낌이 느껴진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아, 죄송…….레이야 씨?”

“예희 군요?”


자신이 통과하려던 것이 레이야임을 알아차린 예희는 얼른 몸을 뒤로 빼었다. 레이야는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선실로 내려가는 입구의 바깥쪽 벽에 기대어 선 채로 갑판 한 쪽을 보고 있었다.


“미르세린 씨?”


레이야가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미르세린이었다. 갑판의 난간 위에 걸터앉은 채로,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달빛 아래 비치는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 보인다.


“아까 제가 레이븐 씨를 모시고 들어간 지 한참 지났을 텐데. 두 분께서는 안 주무세요?”

“예희 씨는요?”

“아, 영 잠이 오질 않아서…….”


그랬군요, 하면서 레이야는 다시 미르세린을 바라본다. 조금만 뒤로 넘어가면 바로 바닷물로 직행이라, 미르세린의 상태는 영 아슬아슬해 보인다. 그런 그녀를 조마조마 지켜보는 예희에게 레이야의 말이 문득 들렸다.


“미르세린 님은, 잠이 없으세요. 잠을 자기엔, 세상엔 너무나도 할 일도, 볼 일도 많다. 주무시는 시간까지도 아깝다고 생각하실 정도로 활발하신 분이세요. 저 분은.”

“그런가요?”


사실, 미르세린이 조금 활발한(?) 건 사실이다. 레이야가 곁에 있어서 더 대비되는 탓인지는 모르지만, 조금만 곁에 있어 봐도 그 성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하고 단순하게 느껴지는 게 미르세린이었다. 그녀 나름대로의 장점이라면 장점이랄까. 예희는 가볍게 피식거렸다.


“왜요?”

“아,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러고 나서 두 사람은 다시 잠시 동안 미르세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잠시 동안인가 하면, 곧 그들의 시야에서 미르세린이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아앗!”

“미르세린 님!”


두 사람은 동시에 허겁지겁 미르세린이 있던 난간으로 달려갔다. 역시 난간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는 예희를, 레이야가 급히 불렀다.


“왜요, 찾았어요?”

“…….”


말이 없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예희가 레이야의 얼굴을 봤을 때, 레이야의 얼굴은 완전히 질려 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그대로 따라가 바다 위로 시선을 맞춘 예희 역시 순간적으로 새파랗게 질린 얼굴이 되었다.


“미, 미르세린 씨!”


어두운 터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 누군가가 물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 주변으로 작은 파문들이 점점 바다 표면을 따라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찾던 예희의 눈에 비상시에 쓰기 위해 놓아 둔 돛을 묶는 예비용 밧줄이 들어왔다.


“레이야 씨, 이거 얼른 여기 묶어 주세요! 아니, 그전에 사람들을 불러 도움을 청해 주세요! 어서!”


그러고는 예희 자신은 밧줄을 쥐고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잠시 그녀의 모습을 보던 레이야는 밧줄을 끌어 돛대에 단단하게 묶은 뒤, 사람들을 부르기 위해 선실로 내려갔다. 바닷물로 뛰어든 예희는 그 사실을 알 리 없지만.


“미르세린 씨!”


예희는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늦은 밤, 배 위에 켠 등불만으로 사람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생각다 못한 예희가 마력을 결집시켰다. 푸르스름한 불빛 몇 개가 곧 그녀의 주위에 생기자, 주변은 그럭저럭 사물을 분별할 정도는 되었다.


“보이지 않아…….벌써 가라앉아 버린 걸까?”


예희는 생각다 못해 숨을 잔뜩 들이마시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주춤하던 불빛들도 그런 그녀를 따라 물속으로 하나하나 뛰어들기 시작했다.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아?’


예희는 난생 처음 보는 것에 마냥 신기해했다. 자신이 만든 불꽃이 물속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탓에, 그녀는 잠시 불꽃들을 끌어들이는 것을 주저했다. 하지만, 그녀가 큰 맘 먹고 불꽃들을 물속에 들여놓았을 때, 불꽃들은 전혀 꺼지지 않고 주위를 환히 비추었다. 덕분에 그녀는 좀 더 쉽게, 미르세린이 서서히 가라앉아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르세린 씨!”


예희는 자신이 쥐고 있는 밧줄-물론 성력석을 이용한 것이지만-을 쥐고 미르세린에게 다가갔다. 미르세린은 숨을 쉬지 않고 있다. 다급한 대로 예희는 미르세린의 허리에 밧줄을 묶고 자신이 미르세린의 몸을 조금 받쳐 드는 식으로 수면 위로 미르세린의 몸을 올렸다. 그렇게 수면 위로 떠오른 미르세린의 몸을 발견한 선원들은 즉시 발 빠르게 밧줄을 끌어 당겼다.


“미르세린 씨! 정신 차려요! 미르세린 씨!”

“.....”


미르세린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완전히 배 위로 올라올 때 까지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결국 예희는 병사들과 선원들에게 반 억지로-예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에-미르세린의 싸늘한 몸을 넘겨야 했다.


“미르세린 씨, 괜찮겠죠?”


예희가 풀죽은 소리로 레이야에게 물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레이야도 정확히 대답하지는 못했다. 잠시 주저하던 그녀는, 갑자기 미르세린을 옮기는 병사들에게로 뛰어갔다. 몇 번인가의 이야기가 오간 끝에, 레이야는 미르세린을 따라 어떤 선실 한 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정말 치료할 수 있는 거요?”


미르세린을 눕혀 놓은 선원이 레이야에게 물었다. 레이야는 예, 하고 나직하게 답했다. 그 말을 들은 선원은 잠자코 선실을 나갔다. 결국 남아 있게 된 것은 레이야와 미르세린 단 둘 뿐이었다.


“조금 난처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미르세린 님.”


병사들에게 레이야가 말한 것은 사실 이런 것이었다. 자신이 미르세린을 치료할 수 있다. 단지 선실 하나를 비워 주고 누구도 들어오거나 엿보지 않게 해 주기만 하면 된다. 선원들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어느 누구도 이 안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걱정되는 사람이 하나 있지만, 그 사람에 대한 방비도 세워져 있다.


“이매진 : 실드(Imagine : Shield)!"


대륙 내에서 들은 적이 없는 주문이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와 방 전체를 희뿌연 기운으로 감쌌다. 이젠 어떤 웬만한 존재도 이 안으로 들어서지 못한다.


“그럼 이제…….”


레이야는 바로 누어있는 미르세린의 머리 곁으로 가 무릎을 굽혀 앉더니 고개를 천천히 숙였다. 그녀의 긴 검은색 머리칼이 두 사람의 얼굴을 완전히 가렸다.


“…….”


주변의 공기가 서서히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미르세린과 레이야의 주위로부터 서서히 일어나기 시작한 술렁임이 주위로 서서히 퍼져 나간다. 마치 이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 무언가가 이 자리에 있어 공기 입자 하나하나가 마치 그 무언가를 일부러 피하는 것처럼 일어나는 술렁거림은, 레이야가 몸을 일으키는 것으로 다시 조용해졌다.


“휴우…….”


레이야는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미르세린은 더 이상 창백한 얼굴이 아니다. 마치 긴 잠이라도 자고 있는 것처럼 편안한 표정이 되어, 부드러운 숨을 내쉬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보는 레이야도 조금 안심이 되었다는 표정이었다.


“미르세린 님,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신 거죠?”


레이야가 물었다. 그것이 마치 명령인 것처럼, 미르세린은 잠꼬대하듯이 자동적으로 그녀의 질문에 답한다.


“하늘을, 날고 싶었으니까.”

“!!”


대답을 들은 레이야는 약간 놀란 기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까지 미르세린이 겉으로 보였던 모습들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던 것이다. 미르세린의 모습을 보며, 레이야도 미르세린이 자신의 신변에 일어난 일에 그리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수였을까. 미르세린은 그 일이 있기 전을 은연중에 동경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이야는 단호히, 하지만 그리 딱딱하지 않게 미르세린에게 속삭였다.


“어쩔 수 없어요. 지금은, 하늘을 날지 못하는걸요.”


레이야의 말을 들은 미르세린은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없었다. 하지만 곧 미르세린의 조금 벌어진 입에서 희미한 바람 소리 같은 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레이야에게도 익숙한, 흐느낌의 소리다.


“그, 그렇겠지…….지금으로선, 무리겠지…….그렇지…….”


정말로 깨어난 것이 아님에도 미르세린은 감긴 눈에서 눈물을 쏟으며 흑흑거린다. 레이야는 조용히 그 방에서 빠져 나와 문을 닫으며 여전히 누운 채로 흐느끼는 미르세린도 듣지 못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슬픈 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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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DK>는 꾸준히 타이핑중입니다 ㅎㅎ

 얼마 전, 타이핑하던 분량이 원고지 1000매를 넘었습니다. A4로 130페이지가량 분량입니다. 제가 연재해본 것중 가장 분량이 많은 것이라, 설렌다고 할까 묘한 기분이 드네요;
 사실 많이 쓰는 분들은 원고지 수백 매 줄곧 쓰곤 하십니다. 작가들은 특히 그렇고, 작가 지망하는 분들, 특히 장르 소설 쪽 지망하시는 분들은 굉장히 창작 속도가 빠르신 거 같아요.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 차이가 있다면, 그 중 하나가 창작 속도가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어쩔 수 없는 아마추어죠;; 질은 둘째치고 쏟아내는 절대양이 적은 편입니다. 사실 원고지 300매 이상 되는 글 써본 경험도 <LDK>를 포함해 4편뿐이에요. 나머지는 300매도 안되는 분량, 조금 많다 싶으면 100에서 200매, 적은 건 50매도 안 되는 글들이 다수입니다. 100매, 200매 가량 글들과 300매 이상 글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쓰여지는 듯하네요. 얼마 안 되는 경험 상엔 말예요;;

 아무튼, 당분간 <LDK> 연재는 중단되지 않습니다. 이 긴 글 따라와주고 계신 분이 얼마나 될까 싶긴 하지만서도, 하루 이틀 가량 늦더라도 양해 부탁드려요^^;;
?
  • profile
    클레어^^ 2011.08.09 07:55

    크, 큰일날 뻔했네요...;;

    혹시 이것도 몇 개의 시즌으로 나뉘어 진겁니까?

    (다음 주면 '우리들도 용사다' 시즌 2 연재할 예정임)

  • profile
    윤주[尹主] 2011.08.09 16:24

     시즌제는 아니에요. 시즌 몇 개로 나누어 구성하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지만, 쓸 때 미처 생각을 못했던지라;;;


     분기점이다 싶은 부분이 있긴 하겠지만, 연재 중에 드러나게 나누는 경우는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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