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22 15:59

역겁정략 1부 1장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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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손님, 죄송하지만 여기는 자리가…….”

우리가 만들테니 저리 비키쇼!”

향토 발음이 아니었다. 목소리만 커 가지고 듣기 싫은 억양이 건물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주인은 난감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계속 숙이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다른 술집으로…….”

손님을 내쫓겠다 이거요……?”

, 아니 그건 아니라……

아니라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술이나 가져 오시지!”

거친 장발의 사내는 얼굴답게 덩치도 모가 져서 위협적으로 보였다. 갑옷을 입은 것으로 보아 유병단이겠지. 그 남자 주변에 비슷한 복장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귀찮게 됐다. 부르고뉴는 머리를 싸쥐었다.

어이 형씨, 자네만 안일어났네?”

그 남자와 같은 소속의 유병이 다가왔다. 망할! 부르고뉴는 급하게 술집을 훑어보고는 먼저 나갔어야 하는걸 후회했다. 술집엔 어느새 반짝이는 갑옷들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부르고뉴는 최대한 침착한 말투로 답했다.

비어 있는 자리는 많지 않소,”

하지만 유병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다.

그 자리에 앉고 싶거든.”

이들과 괜히 엮이면 골치 아파진다. 부르고뉴가 포기하고 자리를 일어나려는데,

너희가 뭔데 자리를 뺏~?”

아직 가빈느의 취기가 빠지지 않았다. 시비는 시비로밖에 받아칠 줄 모르는 무식한 유병들인지라 그새 부르고뉴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저 자식이 방금 뭐라고 한거야, ?”

우리가 누군지 모르는 모양인데?”

, 저기 이 친구가 취해서 그렇습니다. 본심은 아니니 심려치 마시고 여기 앉으시지요.”

부르고뉴가 가빈느를 억지로 일으키려 했지만, 취기는 베스로닌을 맨몸으로 때려잡겠다고 나설 만큼 사람을 무모하게 만든다.

누구긴 누구야. 이 거리를 지키는 부랑배 놈들이쥐이. 설마 취했다고 너희도 못 알아볼까봐?”

부르고뉴는 입을 먼저 막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유병들은 하나같이 분노했다.

, 우리를 모독하다니.”

저게 말로는 안돼겠군. 형씨, 친구의 취기는 빼줘야 하지 않겠어?”

가빈느에게 주먹을 하려들자 부르고뉴는 되는대로 내뱉었다.

, 그만두십시오. 이 친구는 여자입니다.”

여자? 여자면서 왜 그런 옷을 입고 있는거지? 우리 눈깔이 장님인줄 알아?”

점점 분위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부르고뉴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줄도 모르게 되었다.

제관시험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까요!”

, ?”

으하하하하!”

한바탕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문제가 해결된게 아니었다.

여자가 제관을? 그런 생거짓말은 집어치우시지. 우리가 무식하다고 거짓말을 되는대로 해서 쓰나.”

사실입니다.”

하지만 유병들은 믿지 않았다. 부르고뉴도 가빈느가 이러지 않았다면 쉬이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형씨 친구는 매우 어리석지! 제관을 목표로 하는 여자? 이봐요, 대장! 여기 정말 재밌는 농담을 하는 녀석이 있습니다!”

농담이 아냐!”

부르고뉴는 욱해서 소리를 치고 말았다. 가빈느가 아무리 무모하지만 이런 녀석들에게서 확인 사살을 받게 할 수는 없었다.

뭐라? 네 녀석도 실성했냐?”

형씨는 곱게 보내주려 했는데 이거 안돼겠어.”

내 친구를 모독하지 마!!”

이게 무슨 소란인가.”

대장, 제관을 목표로 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거 내가 들어본 것 중 가장 재미없는 농담이군.”

대장이라 불린 자는 다른 유병들보다 머리 한둘은 더 컸고, 표독한 눈매는 그가 보이는 자비로운 분위기가 관록으로 인해 생긴 것임을 알게 했다. 그가 턱수염을 매만지며 하는 소리는 가빈느의 취기를 깨웠다.

농담이 아닙니다, ! 전 반드시 제관이 될 것입니다.”

취중에서도 그런 말을 한다니, 농담은 아닌 것 같군. 하지만 재미없는 농담이라는건 사실이야.”

남의 꿈을 농담이라고 하지 말아요!”

제관은 오르미우스의 대를 잇는 자, 즉 남자만이 가능하다는걸 모르는 건 아닌가. 왜 식희가 있는데 제관이 되려 하는 거지?”

식희는 단지 제식에서 춤을 추는 것뿐, 제관이 하는 일과는 관계 없습니다!”

부르고뉴의 가빈느의 얼굴이 이토록 빨개진걸 본적이 없었다. 그래. 가빈느도 이런 벽에 종종 부딪쳤을 것이다. 자신의 꿈을 타인에게 부정당하는게 얼마나 치욕스런 일인가. 설령 그 꿈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지라도,

부르고뉴는 가빈느의 손을 꼭 잡았다.

그렇긴 하지. 허나 여태까지 내려온 관습을 연약한 그대가 거스를 수 있을까. 고금을 통틀어 바뀌지 않은게 있다면 바로 종회네.”

오르미우스의 후손은 남자들만이 아닙니다! 여자가 제관이 되지 못하는건 제관 남자들이 정했을 뿐, 이는 정당하지 않습니다.”

정당하지 않다고 그게 가능하다는 소리인가.”

! 정말, 내기를 해요.”

가빈느의 취기가 사라졌다고 생각한건 단지 기분 탓이었다. 이렇게 내기를 함부로 남발하다니! 절대 제정신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주변도 웅성였다. 아무리 내기를 좋아하는 유병들이지만 이번은 절대 무모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 그대가 이겼을 때 조건은 뭔가.”

이 도시에서 나가주세요.”

뭐라?”

저 계집의 헛소리를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그냥 술취한 김에 한 소리일 뿐입니다!”

그래, 받아들이지.”

대장!”

이렇게 심기를 긁었다니 내 사과하도록 하지. 그럼 내가 이겼을 경우 조건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 뭔데요?”

너희 둘이 결혼해라.”

?”

???”

으하하하하하!”

결국 대장이란 자도 가빈느의 말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르고뉴는 화가 치밀었다. 그걸 알아 챈 대장이 부연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하지만 성별이 다른 남녀가 같이 다닌다는 것은 서로가 좋아하기 때문이 아닌가. 사실이 그렇지 않나?”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기분 나빴다. 가빈느의 꿈을 한낱 내기에 농락당하게 할 수는 없었다.

저도 내기하죠. 당신들을 이 도시에서 떠나게 할 겁니다.”

저런 쌍머리가!”

여자를 지키고 싶어서 인가. 아니면 너도 믿지 못하는 건가.”

아니! 믿습니다. 소중한 친구의 꿈을 내기에 이용당하지 못하게 할 겁니다!”

그럼 내기 기한이 정해진 셈이군. 너무 불리한 내기가 아닐지.”

가빈느가 제관에 붙기 전까지. 하지만 가빈느의 꿈을 생각하면 그리 불리한 내기도 아니었다. 대장도 그걸 알고 있으면서 비웃는 것이다.

그래서 졌을 경우도 내가 제안하겠습니다.”

호오?”

이 도시에서 나가겠습니다.”

설마 나갔다 다시 들어오겠다는 소리는 아니겠지.”

부르고뉴는 가빈느의 꿈을 이런 농담 따먹기식 내기와 연관 짓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영영 나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으하하하! 부르고뉴는 유병대장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신들을 진지하게 대해주지 않았다. 하기야 이들에게 내기란 신념을 건 담보가 아니라 단지 유흥에 불과할 테니.

좋아! 좋아! 아주 재미있는 밤이야. 나 몰트 쿠잔, 그대들의 내기를 확실히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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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의 숙적 몰트 쿠잔의 첫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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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2 16:11

     재밌게 봤습니다 ㅎㅎ

     이야기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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