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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럴 수가!’

 

 우주선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소행성 윗부분에, 그것도 잘못된 각도로 처박혔다. 그의 계산이 어긋나 버린 것이다. 분명히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발생해 버렸다. 그는 정신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아찔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뇌를 자극했다. 이건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혼란 속에서 그의 두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발생시킨 변수가 무엇인지 서둘러 찾아내기 시작했다.

  

 일단 일 단계 계획은 성공적이었다. 탄도의 앞부분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었고 NASA측에서도 미사일이 소행성의 표면층을 충분히 파고 들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예상대로 첫 미사일은 소행성에 적절한 심도로 처박히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소행성의 반대쪽에 두 번째 미사일만 얌전히 심어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실패하리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조금은 떨리긴 했지만 그것은 두려움이라기보다는 설렘에 가까웠다. 그동안 몇 번이고 몇 번이나 이 상황을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 해왔는지 모른다. 지금 자신을 휘감는 감각은 마치 자신 있는 과목의 시험지를 받아들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실패는 없다. 오직 성공만이 있을 뿐. 첫 번째가 성공한 만큼 두 번째도 성공할 가능성은 높았다. 그렇게 두 개의 미사일을 이 빌어먹을 소행성의 주둥이와 똥구멍에 쑤셔 넣고 폭파 스위치를 누르기만하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소행성은 반으로 쪼개질 것이고 지구는, 인류는 지난 몇 달간 그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존재가 하늘의 양쪽으로 아슬아슬 하게 비껴 지나치는 모습을 기뻐하며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미사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궤도를 벗어났다. 입사각이 비틀어진 미사일은 소행성을 제대로 파고들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모든 계획이 어긋난다. 폭발의 힘이 소행성의의 내부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이대로라면 소행성의 궤도는, 지구의 운명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유가 뭐지?’

 

 실패할 이유가 없었다. 충분히 검토하고 모든 변수를 검토했다. 땀방울이 서늘한 턱 선을 타고 흘렀다. 떨리는 그의 손이 조심스럽게 다시 수치를 입력했다. 그의 눈이 불안하게 움직였다.

  

 ‘틀릴 리가 없어. 내 계산이 틀릴 리가... 난... 잘못하지 않았어.’

 

 [삐. 삐. 삐.]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붉은 화면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Error. 그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귓가에 울리는 경고음이 그의 마음을 더욱 심란하게 만들었다.

  

 ‘이럴 리가 없어.’

 

 위상 변화. 첫 번째 미사일의 여파로 소행성의 위상이 약간 비틀어져버린 것이다. 게다가 그 움직임이 매우 천천히 일어난 탓에 두번째 미사일을 발사할 때에는 컴퓨터가 인지하지 못한 듯 했다. 물론 무척이나 작은 수치였지만 그 변화는 미사일의 궤도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말았다.

 

 “여기는 휴스턴. 디스커버리호 응답하라.”

 

 우주선에 설치된 통신기기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고할 시간이 지나서도 그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자 직접 이쪽으로 통신을 연결한 모양이었다.

  

 "여기는 디스커버리호. 작전이... 실패했다."

 "무슨 뜻인가. 디스커버리호. 자세하게 설명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 희망이 꺼졌음을 그는 담담히 설명했다. 분명 앞으로도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있겠지만 그나마 성공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자신이 맡은 이 방법만이 유일했다.

 

 "심어놓은 폭탄은 어떻게 할 건가? 휴스턴."

  

 휴스턴 쪽에서는 궤도 변경 한계선에서 어찌됐든 폭발을 시키겠다고 했다.

  

 그렇게 무선이 끊겼다.

 

 

<20XX년 7월 24일>

 나는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았다. 방금 밝은 섬광이 우주선의 창문을 통해 들어와 함교 안을 가득 채웠다. 미션이 실패한지 27시간이 지났다. 자동 귀환 프로그램이 발동한 우주선은 소행성의 인력을 이용해 크게 회전한 후 지구 쪽으로 향하고 있었고, 소행성 역시 여전히 길게 꼬리를 단 채 지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 궤도 변경 한계선에 도달한 소행성 속의 두 미사일이 폭발했다. 지구에서라면 섬광과 함께 천둥 같은 소리가 뒤따라 왔겠지만 우주선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만 한동안 큰 진동이 우주선을 뒤흔들었다. 잠시 후 빛은 점차 사그라졌다. 잘못 삽입된 두 번째 미사일. 비록 어긋나 버린 조건이었지만 신이라는 존재가 있다면 이렇게 쉽게 인류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소행성을 바라보았다. 계획대로 궤도가 수정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최소한 작게 쪼개지길 바랬다. 하지만 다시 바라본 악마는 여전히 절망스러운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고작 3등분. 작은 조각 하나와 비슷한 크기의 두 조각으로 소행성은 쪼개져있었다. 본체의 크기가 직경 10km나 되던 소행성이었던 탓에 반으로 갈라진 악마 역시도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나는 서둘러 갈라진 두 소행성들의 궤도를 계산했다. 어쩌면 폭발의 여파로 갈라진 소행성이 지구를 빗겨갈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계산 결과는 비관적이었다. 작게 쪼개져 나간 소행성만이 지구로 향하는 궤도를 벗어나 있었다. 다른 두 소행성은 여전히 지구를 향하고 있었다. 이런 속력과 궤도라면 앞으로 49시간 후 하나는 동유럽에, 다른 하나는 필리핀 근처의 태평양에 떨어질 것이다. 하나하나마다 히로시마 원폭의 10억 배 수준이었다. 나는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신은 정녕 우릴 버렸는가. 꽉진 두 주먹이 떨려왔다. 우주선의 귀환 궤도가 어긋났다는 경고문구가 화면에서 깜박거렸다. 수정하시겠습니까. 나는 Yes도 No도 선택하지 못한채 멍하니 서있을 뿐이었다.

 

  

<20XX년 7월 26일>

 보스턴에서는 지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소행성을 요격 한다고 했다. 소행성을 파괴하진 못하겠지만 최대한 조각을 내보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인류 문명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지구에 전혀 피해가 없는 해결책 따위는 없었다. 그저 인류의 멸망만 피할 수 있다면, 모든 문명이 파괴된다고 할지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정도의 인류가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지구와 초근거리에서 강력한 미사일들이 폭발한다면 그 여파가 지구의 대기와 자기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테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저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작전 시간까지 이제 채 1분도 남지 않았다.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미사일들이 소행성을 향할 것이다. 내가 탄 우주선은 소행성을 뒤따라 지구로 향하고 있었다. 세 조각으로 쪼개진 소행성중 작은 한 조각은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지만, 나머지 큰 두 조각은 어느새 서로 멀찌감치 거리를 둔 채 지구를 향하고 있었다. 그 중 동유럽으로 떨어지는 소행성은 러시아가, 필리핀 근처 태평양으로 떨어지는 소행성은 미국과 중국이 각각 맡기로 했다. 보스턴 시간을 기준으로 결행 시간은 오후 2시.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미리 맞춰둔 시계의 숫자가 13시 59분 52초를 나타내고 있었다. 지금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56초. 제발... 누군가 그 위에 있다면 우리의 소원을 들어줘. 57초. 신이라도, 악마라도 그 누구라도 좋으니까. 58초. 우리의 손을. 59초. 잡아줘. 그리고 마침내 삑하는 소리와 함께 카운트다운은 끝이 났다. [PM 2 : 00 : 01]. 시계는 아무렇지도 않게 새로운 숫자를 쌓아 올린다. 나는 복잡한 마음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카운트다운이 끝난 것이 무색하게 지구는 너무도 고요했다. 오후 2시 3분. 우주선에서도 지구의 마지막 희망을 담은 인류 최후의 불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시 4분.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빛 줄기들이 머리카락 같은 작은 가닥을 뒤에 남기며 각자의 목적지로 향한다. 2시 6분. 머리카락을 묶듯 마침내 빛의 줄기들이 목표에 수렴하는 순간. 우르릉하는 진동이 우주선을 뒤흔들었다. 끝없이 이어질 듯한 폭발의 연쇄가 두 소행성에 작렬하고 있었다. 과연.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류는. 2시 7분. 우주선의 진동이 멈췄다. 그리고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인류의 운명을 바라보았다.

 

 

<20XX년 7월 27일>

 나는 손에 든 작은 알약을 바라보았다. 꽉 깨물기만 하면 순식간에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린다. 하지만 나란 존재가 살아갈 방법은 어제 이후로 모두 사라져 버렸다. 앞 유리창을 통해 지구를 바라본다. 태양이 비추는 반대면. 그곳에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20세기 이후 밝게 빛나던 인류의 밤이 사라져버렸다. 이 모든 것이 나의 죄악.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푸르렀던 지구가 검은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지구라고 불렸던 행성은 지금은 너무도 낯선 모습이었다. 죽어야만 한다. 죄인은 이제 그만 사라져야만 했다. 하지만... 꼭 이곳이여야만 하는 걸까. 우주에서. 아무도 곁에 두지 못한 채로 적막과 고요 속에서 나는 그저 속죄하듯 썩어가야 하는 것일까. 저 아래에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면, 사람들의 무덤과 시체가 산과 바다를 이룬다면, 그 사이에 자신의 죄지은 육신을 몰래 눕힌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지는 않을까. 나는 다시 한 번 손에 쥔 알약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알약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아직은 아니다. 이곳은 아니었다. 못난 자의 소원이라고 해도 다만 어머니 품속에서 쓰러지고 싶었다.

  

 '가자. 집으로'

  

 그렇게 무덤을 찾아 우주선은 먼지로 가득찬 지구 속으로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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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2 00:34

    유구무언. 미션은 어렵고 글쓰긴 더 어렵더라.

  • ?
    Mr. J 2011.08.22 00:42

    비평계 글은 안되는거 아니었던가요?!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2 01:32

    아, 망했네...

    다시님 공지사항에 붙은 마지막 댓글을 못봤어요. ㅋㅋ

    그렇다고 다시쓸 기운도 없고...

    문제가 된다면 그냥 이번 비평 미션에서 빠져야죠 뭐. ㅋㅋ;;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2 02:01

    완전히 망했음. ㅋㅋㅋ

  • ?
    乾天HaNeuL 2011.08.22 01:51

    전 윤주님 비평계 이외 글을 쓸 계획인데요. ㅎㅎㅎ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2 01:29

    자기 글만 아니면 되는거 아닌가요?

    하늘님도 윤주님 글 리메이크 하신다고 했는데..?

  • profile
    윤주[尹主] 2011.08.22 04:22

     결말부 마무리를 붙여 주셨나봐요 ㅎ

     미션에서 의도했던 바가 아니었단 게 안타깝네요 ㅠㅠ;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4 06:14

    으허헝.. 제 불찰입니다. ㅜㅜ

  • ?
    다시 2011.08.22 07:06

     오 사고를 정지했던 제 주인공이 시간이 지나 정신을 차렸군요. 잘 봤습니다. ㅋ

  • profile
    시우처럼 2011.08.24 06:19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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