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05 03: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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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멘. 이어서 목사님의 설교가 있겠습니다.”
 목사가 걸어 나왔다. 모든 움직이는 조명이 목사에게 집중되었다. 이미 밝은 예배당이었으나 시선을 고정시키는 역할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밝은 예배당 안에서 목사는 빛나고 있었다.
 “일전에 제 발표를 듣고 많은 신도 분들이 떠나고 돌아온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씻을 수 없이 더러운 죄 입니다. 죄의 무서움이 무엇입니까? 정말로 추악하고 위험한 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자신이 잘못된 것이라 판단하지 않는 죄입니다. 그것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함이 아닙니다. 무지함입니다. 자신을 믿는 교만 입니다. 알고서 저지르는 죄만큼이나 더러운 죄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무지했습니다. 교만했습니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만 이 자리에 다시 섰습니다. 저를 응원하시는 분도, 비난하시는 분도 계실 겁니다. 저는 두려웠지만 더 이상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가 완벽한 사람이라서 이 자리에 서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피조물 인간 김진우로 섰습니다…….”
 어느덧 설교가 끝나고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어났다. 열렬한 박수였다. 감동보단 응원의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지는 박수였지만 목사는 만족했다. 이것이면 되지않았나. 정말 과분한 신도 분들이다.


 1/23 인터뷰

 “김진우 목사님, 사실입니까?”
 “사랑은 아름다운 것 입니다.”
 “목사로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 어려우셨을 텐데요.”
 “제가 결정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면 되는 것이고 들어오는 질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의 반응이 두렵지 않으신가요?’
 “두렵습니다.”
 “두렵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옳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목회자의, 하나님의 아들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교단 측에서 제명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다른 직업을 찾아 봐야겠지요.”
 마지막 잡지의 표지 사진으론 행복한 연인의 사진이 올라갔다. 목사는 검은 정장을 입고 있었고 갓 제대한 그의 어린 연인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김진우 목사의 연인 이진성 사망!>
<김진우 목사 충격에 잠적!>
<’이진성사건’ 고의 살인으로 밝혀져>
<김진우 목사 10년 만에 공식 인터뷰 나서 본지 단독!>


 “이제 산에서 내려오신 건가요?”
 “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다 정리 되신 거구요?”
 “네. 그렇습니다. 모든 생각을 다 정리할 수 는 없었지만 나름 그랬지요.”
 “저는 이제 동성애자가 아닙니다.”
 “!”
 “물론 이성애자란 말은 아닙니다. 인간은 모두 사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가르치는 말에 위배돼서 사랑을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당신 이진성군이 죽었을 때 저는 분노에 차있었고 그 분노를 다스리기 위해 산에 들어갔습니다. 오랜 시간 생각해보니 제 잘못이었습니다. 다 저가 자초했던 일이었지요. 하나님의 뜻을 거슬렀고, 벌을 받은 겁니다. 당시 제 기분이 어떻던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지요.”
 “그럼 과거의 일을 후회 하시나요?”
 “저 때문에 두 사람이 규율을 어기고 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어떻게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목사는 그 잡지 마저 내려 놓았다. 사무실 의자에 등을 한껏 기대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제 돌아왔다. 두 번 보기 싫은 두 잡지였다. 자신의 과오가 담긴 옛 잡지와 뜻을 번복하는 창피한 모습이 있는 비교적 최근의 잡지. 그러나 뜻이 있다면 번복해야 하는 거지. 너무 많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었다. 존경 받던 젊은 목사가 타락, 그들에게는, 한 것은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부 목사가 설교를 했지만 많은 신도들이 교회를 떠나지 않았나? 커밍아웃에 이은 커밍아웃으로, 이번엔 새로 들어온 조금 특별한 신도들이 교회에서 떠났다. 그러나 옳은 일을 하는데 우물쭈물할 것은 없다. 잘 된 거야.
 천장을 보았다. 산 속에서 너무 오래 있었나. 익숙하지가 않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몇 번 온 사무실인데 아직 천장까지 익숙하지는 않다. 목사는 아무 내용 없는 생각에 잠겼다.
 [똑똑똑]
 “들어오세요.”
 한 남성 신도가 들어왔다. 아담한 키에 작고 갈색 얼굴을 한 사회 초년생으로 보았다. 그는 목사의 설교에 감동을 받았으며 그 용기를 응원한다고 했다.
 “감사합니다.”
 목사는 침을 삼켰다. 가슴이 뛰었다. 신도는 앞으로도 좋은 설교를 부탁한다며 손을 내밀었다. 상당히 적극적인 성격의 남성이었다. 영업을 뛰는 사람의 분위기가 났다. 젊고 건강했다.
 “네. 알겠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목사가 겨우 대답을 하며 손을 잡아주었다. 작지만 단단하고 거친 손이었다. 그는 나갔고 목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천장을 다시 보지 않았다.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아무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핏기 조차 없었지만 손을 떨리고 있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손을 깍지 껴 잡으려 했으나 이내 풀어버렸다. 창 밖을 바라보았다. 벚꽃이 만연한 봄이었다. 그렇기 때문인지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곧 사람들이 몰려올 거야. 침착하자.
 목사는 집에 돌아가 식사 준비를 하였다. 혼자 먹는 저녁식사, 산에서 10년 간 해왔던 일이었기에 익숙해야겠지만 오랜만의 자신의 집이었고 오랜만의 정해진 식사였다. 산에 혼자 사는데 딱히 세끼를 다 챙겨먹을 필요는 없었으니까. 너무도 조용한 집 안이었다. 집에서 조차 조명은 목사만 비추고 있지 않은가. 자신이 봐야 할 곳에만 빛이 들어와 있었다. 그렇다고 다른 방들이 완전한 어둠에 싸여 보이지 않느냐, 그건 아니었지만. 잠자리에 들 때까지 많은 시간이 있었다. 목사는 어떤 꿈을 꿀지 두려워하며 시간을 보냈다. 왜 나는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을까? 나인데. 등신 같다. 결국은 다윈이 이긴 것인가 아니면 나만 진 걸까. 가혹하다.
 주여.

 

 다음주 일요일

 

 “…이어서 주기도문을 외우고 예배를 마치겠습니다.”
 사회자가 말했다. 목사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집중된 조명 아래로 갔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에 임하옵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거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목사가 한번 입술을 혀로 적셨다.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목사가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구하옵소서. 대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그는 신도 석을 훑어보았다. 한번 쓱 훑어보다가 다시 보려다 바닥을 보고 참았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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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hashaker 2012.04.05 14:19

    ~다. 뒤에 엔터를 상콤하게 쳐주신다면 문단이 보기 좋을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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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어^^ 2012.04.08 08:27

    흐음... 동성애라...;;

    동성애를 죄라고 보는 경우도 있지만, 동성애를 병(病)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고...

    특히 종교에서는 거의 다 동성애를 죄로 여기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사람들 중에서 왜 몇몇 사람들은 이성보다 동성을 더 사랑하게 되는 걸까요?

  • ?
    다시 2012.04.09 01:34

    사랑하고 보니 여자였다는 한 레즈비언의 말을 계속 상기하면서 사는 중..  과학적으로 동성애를 병으로 보는 것은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랑 자체가 병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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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尹主] 2012.04.14 07:42

     중간 부분, 갈등하는 목사 모습을 그리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젊은 남자를 보며 갈등하는 목사 모습을 은근히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 이후에 홀로 고뇌하는 부분도 그렇고요.


     짧은 글이란게 아쉽습니다. 중간 부분의 무게감만큼 이야기 전반과 후반도 비슷한 무게감을 갖고 쓰여졌더라면 어땠을까 하네요. 특히 후반은 제시된 이미지가 좋지만(훑어보았다 - 참았다 - 바닥을 보았다), 중간 부분과 연결되는 부분이 좀 더 자세하고 풍성했으면 더 나았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어느새 이렇게까지 실력이 느셨을까 생각해보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부족하기만 하네요; 잘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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