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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초에 관음녀에 정신 나간 변태녀]

 

  창공을 나는 새를 보면 그 자유로움에 빠져든다. 세상의 모든 구속을 떨쳐내고 하늘을 날 수 있다면 인간은 그때서야 비로소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도심의 마천루를 형성하는 빌딩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세상이라는 틀 속에 구속을 받고 있다. 하늘과 땅이라는 두 개의 세상 속에 구속과 자유라는 틀의 중간을 걸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만약, 하늘(구속이 닿지 않는 자유의 세상)과 땅(자유를 꿈꾸는 구속된 세상)을 애초부터 하나로 만들어 놓았다면 인간은 신을 부러워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이제 와서 자신이 살고 있는 현실 세계인 발아래의 도심을 본들, 갈수 있을지 없을지 전혀 알 수 없는 저 하늘을 바라본들, 잠시 후면 신을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세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어 버릴 이 육체의 파괴행위는 멈추어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죽을 생각을 했다면 이 세상이 비뚤다느니 회사의 상사가 죽일 놈이네 뒤에 가서는 내가 나쁜 놈이네 내가 약해서 견디지 못해서 여기서 생을 마감한다느니 하는 구차한 말 따위는 전혀 할 필요도 남길 필요도 없었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다. 자살은 불교에서 말 하는 해탈과 같은 것이니까. 속세 즉 현실로 부터의 ,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욕망, 미련, 애착, 애정 이 모든 것이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 자살이다. 다만, 자살은 해탈에서 더 나아가 자신이 육체마저 로 돌리는 것이 다를 뿐이다.

  뭐, 이딴 잡설 따위를 하는 것을 보니 아직 나는 세상에 미련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모양이다. 미련이 남아있다고 해서 죽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기서 발한걸음만 디딘다면 세상에서 ‘out'되는 것은 확실할 테니 말이다. 죽는 것은 간단하다.

  “뛰어 내릴 거야 말 거야?” 여자가 소리친다.

  ‘젠장저 여자는 어쩌자고 내게 말을 걸어버리는 것일까. 죽는 순번을 정하자는 것도 아닐 테고 저 말투는 빨리 뛰어 내리라는 종용의 소리로 들릴 뿐이지만 세상으로부터 비밀스러운 죽음을 택하려던 내게 생판남인 저 여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더구나 저 여자도 이곳 까지 올라와 옥상 난간에 두 발을 올린 시점에서 나와 같은 죽으러 온 사람일 텐데 내가 뛰어내린 후 저 여자가 뛰어내린다면 전혀 연고가 없는 남녀의 의문의 죽음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매스컴을 다게 될지도 모른다. 그것은 전혀 비밀스럽지 않은 죽음이 될 소지가 너무 많다.

  “왜 하필 이곳에서 죽으려는 거야.” 여자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것은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여기 먼저 올라온 것은 바로 나란 말이다. 그리고 당신은 옥상 난간에 두 발을 딪고 서있는 나를 본 시점에서 죽는 것을 말릴 생각이 아니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났어야 했다.

여자는 나를 노려보더니 털썩 난간에 엉덩이를 붙인다. 그리고 핸드백을 열어 무엇을 찾더니 이내 담배를 꺼낸다. 녹색의 담배각인 것을 보니 맨솔의 한 종류인 것 같다.

  “? 어디 있지?”

  무엇을 찾는 모양이 아마도 라이터가 없는 것 같다. 담배를 꺼내 물었다면 불을 붙이는 동작이 이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할 테니 말이다. 한참을 핸드백을 뒤져보던 여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그리고 오른손을 들어 보이며 불을 켜는 시늉을 하더니 이내 손바닥을 내민다. 라이터를 내 놓으란 말이겠지...

  “하아?”

  여자의 행동에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다. 죽으러 온 사람에게 라이터를 달라는 것이 말이 되는 행동인가. 더구나 자신도 죽으러 와서 맞은편 건물 옥상에 있는 생판 남인 남자에게 라이터를 요구하다니 상식적으로 저 여자는 맛이 간 것 같다. 하긴 그러니 이곳에 있는 것일 테지만. 정신 나간 여자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어느 샌가 나는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라이터를 찾아 꺼내 든다. 나 역시 정신이 올바른 상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설마하니 죽기 직전에 우연히 만나게 된 동료쯤으로 생각해 버린 것일까.

  “던져요.” 여자가 말했다.

  거리상으로 5m밖에 되지 않으니 어려울 것은 없었다. 여자는 라이터를 받아 들고 담배에 불을 붙인다. 자연스러운 손동작이 하루 이틀 피운 솜씨가 아니란 느낌을 주었다.

  “후우.. 당신 그 건물에 살고 있지?”

  담배연기를 자욱하게 내 뿜으며 여자가 한 말은 나를 본적이 있음을 뜻했다. 그런데 저 여자가 나를 언제 봤다고 다짜고짜 당신이라고 반말을 하는 거지? 아무리 죽기 직전이지만 정신 나간 여자의 당신이 되어 죽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런데 날 본적이 있나?”

  “자주 봤지. 내가 사는 곳에서 당신 집이 아주 잘보여 난 당신이 살고 있는 맞은편 바로 이 건물에서 살고 있거든. 누가 볼지도 모르는데 커튼도 하지 않고 저녁만 되면 거실에서 미친 듯이 몸부림치고 있는 걸 자주 봤지. 옆 건물에 미친놈 하나 있구나 하면서...”

  이것은 범죄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전혀 보장되지 않는 세상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런! 설마 샤워를 한 후 나체로 거실을 뒹굴던 모습을 본 것인가? 젠장. 저 여자는 관음증에 걸린 변태다.

  “.. 그래서? 어차피 세상의 눈 따위는 이제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푸훕. 세상이 눈? 그걸 신경 쓰지 않는다는 인간이 아무도 몰래 옥상에 올라와서 뛰어 내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어?”

  “.. 누가 고민했다고 그래. 뛰어 내리려고 하는데 네가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 것 아냐. 그러는 너는 어째서 뛰어 내리지 않고 망설이는 거지? 이제 와서 세상에 미련이 남았다던가 아니면 죽는 게 두려워 졌나?”

망할 여자다. 남의 집을 훔쳐보는 관음증의 변태녀가 태연히 남의 집을 훔쳐보고 있음을 밝히고 죽으려는 것 까지 훼방을 놓으려 하고 있다.

  “뭔가 큰 착각을 한 것 같은데 난 죽을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어. 담배를 피우러 올라온 것 뿐이란 말야. 네가 보여서 자살하는 모습을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이곳에 있는 것뿐이야.”

  “?”

  “신기하잖아. 자살하는 사람을 현장에서 목격한다는 거. 기분이 묘해질 것 같지 않아?”

  정정해야겠다. 이 여자는 이미 정신이 나간 수준을 넘어선 것 같다. 오히려 자살하려는 내가 더 제 정신일지 모른다. 이 여자는 관음증 변태녀에 추가로 완전히 미친 여자다. 더 이상 말을 섞어서는 않되! 라는 신호가 온다. 저 여자가 뭐라고 지껄이든 이제 무시하는 것이 좋겠다.

  “뛰어 내릴 거면 그때 말해줘 여기서 제대로 보고 싶으니까.”

  “......”

  지켜보겠다니 저 여자는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이 무섭지도 않은가? 여기서 뛰어 내리면 그냥 바닥으로 추락하는 게 아냐. 건물에 부는 외풍으로 아래층 베란다에 부딪히고 튕겨져서 목뼈가 돌아가거나 팔, 다리가 부러져 반대로 꺾인 상태가 될지도 모른단 말이다. 피 칠갑을 하고 사지가 틀려버린 연채동물이 된 남자의 시체를 두 눈에 새겨 넣고 싶단 말이냐?

여자는 미친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저 여자는 꼴초가 분명하다. 방금 담배 한 개비를 다 태우고 다시 새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 잠깐! 안돼!

 “어라? 떨어뜨렸다.”

  ‘아앜, 젠장!’ 그건 단순한 라이터가 아니란 말이다. 연식도 오래된 초 레어급 지포를 그렇게 떨어뜨리다니 분명 찌그러져 버릴 텐데 저 여자를 그냥!

  “에고, 미안한데 어쩌지 떨어트렸어 헤헤.”

  “젠장!”

  “? 주으러 가는 거야? 같이 가 나도 찾아볼게.”

  설마하니 누군가가 주워가진 않겠지만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틈도 없이 뛰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계단을 내려가는 등 뒤로 관음녀에 꼴초에 정신 나간 변태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혹시. 잃어버리면 같은 걸로 사줄게!”

  같은 거라고? ! 몇 배로 보상하게 해줄 테다!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가면서 무엇인가 잊어버린 듯 하지만 지금 중요한건 떨어진 라이터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저 건방진 여자에게 한마디 꼭 해야만 성이 풀릴 것 같다. ‘너 도대체 몇 살인데 반말이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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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지금 시간이 04:19 새벽이군요.

출근까지 3시간... 크흑..

갑작스레 떠오른 생각에 글을 쓰다 보니 벌써 이런 시간이

뭐.. 주말을 기점으로 16시간을 자버려서 잠이 오지 않네요.

저번 한주가 상당히 피곤했나 봅니다. 배가 고파서 일어났으니 말이죠.

배가 고프지 않았다면 계속 잤을지도.(최대 수면시간이 34시간이었죠.)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다 라이터를 떨어뜨린 적이 있는데 옥상 난간에 배를 걸치고

있던 중에 맞은편 원룸에 살던 여학생이 두 눈 동그랗게 쳐다 본적이 있었습니다.

혼자 살던 원룸에서 샤워를 하고 나왔다 본의 아니게 맞은편 원룸의 여학생에게

전라를 보인적도 있죠. 후후...(그 후로 베란다 근처도 안갔습니다.)

-----

우연찮게 주변에 자살하는 이들에 대해 접하게 된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자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자살연구 세미나나 그런 곳도 가보았구요. 그러다 들게 된

생각이 자살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정말 아무런 이유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한가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것은 '미련' 자살을 하는 사람을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대한 미련 남에게는 어떠한 사소한 것일지라도 자신에겐 미련이 남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면 자살을 다시 한번 뒤돌아 보게 만들 수 있지 않을가 하고 생각해

봤습니다.

아. 제목은 뭐로 붙일까 하다 저렇게 되어 버렸네요. =ㅅ=;;

?
  • profile
    윤주[尹主] 2011.04.25 15:43

     제목 보고 내용이 궁금해졌으니 영 실패한 제목은 아녜요 ㅎㅎ 좀 더 어울리는 제목이 있으려나 싶긴 해도;;;


     확실히 작은 계기만으로도 선택과 결과가 극과 극으로 대조를 이루는 게 인간인 거 같아요. 그만큼 쉽게 좌절하고, 그만큼 쉽게 들뜬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요;

     역시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아침부터 유쾌한 글 읽고 가네요^^;

  • profile
    샌슨 2011.04.25 16:23

    저도 그렇게 잘 쓰는 편은 아니지만 roci님의 글이 더 발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조금 끄적이겠습니다.

    주인공도 만만치 않은 정신이상자에 여자도 필적하는 강적이네요 우열을 가리기 힘든 두 정신이상자의 대화에서 개인적으로 별로 줏을 건더기도 없고, 뭐라고 할까. 필자께서 말하고 싶은거라든가 후기에서도 밝히고 있고. 독자에게 메세지를

    알릴뿐이면서도 자기자신의 생각의 표출인 논설문을 간단한 이야기식으로 비유화 한거라고 쳐준다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예전에 에반님이 말하신 것과 같이 말하고 싶은것을 글에서 모두 드러낸다는 기법은 결코 좋은 게 아닙니다. 너무 갑작스레 떠오른걸 피곤하신 상태로 글로 옮기셔서 그런 것 같은데 나중에 시간이 되신다면 조금 더 다듬으시는게 좋을 것도 같고, 자살에 대한 동기를 탐구하여 그 해답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라면 좀더 심오한 이야기로 격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재수없다고만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에너지 버스에 나오는 흡혈귀라 해주시죠. 못보셨다면 에너지 버스 한 번 보시는 거 추천해드립니다. 어쨌든 roci님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그럼 이만.

     

     

  • profile
    클레어^^ 2011.04.26 04:47

    헉, 제목이 좀 자극적이라서...;;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되나요?

  • ?
    다시 2011.04.27 12:43

    꼴초에 관음증까지 있는 정신나간 변태녀는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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