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9.15 10:19

The Day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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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악장. 반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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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Of Yeon So 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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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오늘은 125페이지. 세대 차이와 갈등에 대해서..."


 


 첫째시간은 사회문화. 오늘의 진도는 솔직히 학원에서 배우지 않더래도 상식적으로 다 알고 있는 부분이다. 세대의 차이와 갈등이라는 것은 가족관계에서도 발생할 정도로 우리들에게 아주 가까운 문제니까. 그렇다고 대충대충 들어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마음가짐과 달리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 자신. 오늘 있었던 기진이의 짖궂은 장난에 대한 분노로 인한 것은 아니다. 학원차에서 내다본 불길한 그림자. 그리고 유령같은 검은인형이 자꾸 사인이와 겹치면서 마음이 초조해진다.



 아니, 초조하다 못해 몸이 떨린다. 무언가 알아야할 것을 놓치고 있다는 불안감과 그것을 떠올리려고 할때마다 두근거리는 설레임이 한데 뒤엉킨다. 열리지 않는 기억을 억지로 파헤치는 도중, 환각처럼 눈앞에 희미하게 빛나는 2개의 붉은 점. 학원차 안에서 보았던 그림자의 눈빛. 금방이라도 사라질듯 몸부림치는 붉은 눈빛의 잔상은 갈수록 짙어진다. 물감처럼 번져서 온사방에 붉은 조명을 넣고나서, 잠겨있던 기억은 열리고, 잊고 있던 광경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그동안 누군가에게 억제되었던 자신의 인식과, 전율도 함께.


 


 "어이."


 


 옆구리를 찌르는 따끔한 감각에 화들짝 놀래 기진이를 돌아본다.


 


 "뭘, 멍하니 있는거야. 사인이도 아니고. 빨리 여기 풀어."


 


 기진이는 선생님에게 걸릴까 소곤소곤 이야기하며 교제의 아래쪽에 3~4개정도 있는 문제를 가리킨다. 생각에 빠져있는 동안, 선생님이 문제를 풀라고 지시한 모양이었다. 확인차 아이들의 책을 두리번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선생님. 나는 적어도 혼나지는 않게 열심히 펜을 움직였다. 의미없이 팬을 움직이고, '여기 펴라' '저기 펴라'라는 말에 반응만하면서, 시간이 지나간다.


 


 그렇게 학원수업이 모두 끝났다. 2시간동안 수많은 정보가 귓가를 두드렸지만, 나는 아무것도 받아드리지 못했다. 난 기억상실증이었던걸까. 아니면, 나는 모르는사이에 세상의 상식에서 뒤쳐진걸까. '연소혜. 정신차려!'하고 자신의 주먹으로 머리를 쳐졌지만,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이질감. 얼마나 정신이 나가있었으면, 내가 학원차에서 내려 학원수업을 듣고 다시 학원차에 오를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전혀 기억 못할 정도였다.


 


 정말 이상하다. 전부다 이상하다. 도대체 언제부터 잘못되어버린걸까. 이 위화감은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 자리잡을걸까. 그래, 분명 첫시작은 피로 범벅이된 학교에서부터야. 근데 그게 왜 자꾸 마음에 걸리지?


 


 수업중에도 떠오른 그날의 학교. 하지만 무슨 이유로 내 기억은 그것을 어설프게 감추고 있던걸까.


 


 서로 제각각 흩어져버린 팔, 다리. 말라가는 피를 타고 흐르는 뜨거운 피. 핏기없이 창백한 얼굴은 목아래 부분을 잃어버린 두상. 그리고 다음날 멀쩡해진 학교를 다니는 우리. 그것은 수능에 미쳐버린 슬픈 비극일 뿐이다. 그것 뿐....


 


 


 그것 뿐... 일리가 없잖아!?


 


 


 사람이 죽었다고, 그것도 어디 산기슭에 있는 쓰레기 매립지와 흡사하게 시체가 널부러져 있는채로. 그런데 그것뿐 일리가 없잖아?


 


 눈에 보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그 대참사를 왜 아무도 알고 있지 않을걸까. 심지어 그 사건의 당사자인 우리학교 아이들, 그리고 나까지 전부 그런일은 없었다고 하는듯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해왔다. 나 혼자 착각을 하고 있는걸까? 어깨가 주체할 수 없이 떨린다. Tv, 라디오, 신문같은데에 대문짝만하게 나와도 부족한 큰 사건은 어째서 아무도 모르고 있는거야? 응?


 


 "야! 연소혜! 왜 그래?.. 아무리 불러도 대답을 안해.. 얘가. 설마, 오늘 마법걸리는 날이냐? 그렇다면 진작에 말을 하지! 흐흐"


 


 너무도 평화롭다. 기진이의 농담이 너무 평범했다. 그 날 학교에서 참사가 일어난 후 나는 너무 평범하게 등교해왔다. 그게 참을 수 없이 두려웠다.


 


 "이상해.. 이런거 이상하다고! 다들 제정신이야!?"


 


 폭발하는 공포감에 자신도 모르게 목청을 올렸다. 차량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몰려든다.


 


 "야...? 너... 갑자기 무슨..."


 


 기진이는 깜짝 놀란듯이, 토끼눈을 한채 되묻는다. 한편 다른 사람들은 '뭐야?'라는 표정으로 나에게서 시선을 멀리한다.


 


 "하지만 이상하잖아. 너도 알지? 그때 학교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난거?'


 


 "응, 그게 왜?"


 


 단순히 받아치는 기진.


 


 "왜라니! 넌 무섭지도 않아? 사람이 그렇게 많이 죽었다고! 그런데 왜 아무도 아무도..."


 


 '죽었다'라는 소리를 강조함에도 불구하고, 아까와 달리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다. 차안에는 그때의 참사에 휘말린 우리학교 아이들도 있는데, 정말 이상하잖아.


 


 "뭘 그런걸 가지고 그러냐? 너도 참..."


 


 그 말에 뒤로 물러선다. 무서웠다. 기진이는 그 사건을 알고 있으면서도, 떨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다. 감정이 메마른걸까. 아니, 이건 인간으로써 당연한거 아니야? 그렇게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된 시체들을 보고 아무 감정이 피어오르지 않는다는건 인간이 아니라는 소리? 무서워.


 


 "열이라도 있는거냐?"


 


 라고 말하며 내 이마에 손을 뻗기 위해 다가오는 기진. 그 손끝이 너무도 불안했다.


 


 "가까이 오지마!!"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어 창문에 바싹기댄다. 홀로 공포감에 물든 자신은 연푸껏 고개를 저을뿐이었다. 어서 빨리 여기서 내리고 싶다. 도망칠래. 이런 무서운 곳에 더이상 있으면, 나는 쥐도새도 모르게 죽을지 몰라.


 


 "야!"


 


 길을 막고 앉아있는 기진이의 다리를 넘고, 저지하는 손을 뿌리친채 차에서 내린다. 앞뒤는 생각지도 않고 달린다.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빨간색이건 초록색이건, 내가 알바 아니다. 어서 빨리 여기서 달아나자. 이 미쳐버린 곳에서 벗어나자.


 


 도망치는 동안에도, 떠오르는 붉은 학교의 모습, 그 후 평범하게 등교하는 아이들속에 자신, 그리고 짐승같은 모습으로 사라지던 사인이의 그림자가 뒤죽박죽이 되어 내 뒤를 쫓아왔다.


 


+  +  +


 


[------------------]


 


 < A r u a n i s i a >


 


[------------------]


 


*  *  *


 


 


 "아, 할아버지. 쉬고 계세요. 제가 설거지 할테니까."


 


 "허허. 괜찮다니까. 여긴 맡겨두고. 자. 테아가 기다릴테니 어서 나가봐."


 


 테아는 식사 후, 할아버지와 설거지 담당을 가지고 실랑이를 펼친다. 그것도 잠시, '몸이 않좋으니까 쉬고 계세요!'라고 크고도 단호한 소년의 목소리에, 할아버지는 백기를 들고 만다.


 


 테아가 마을 잡화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지 벌써 1달이나 지났다. 그 뒤로 테아의 모습도 하나하나 변하기 시작했다. 제일 큰변화라고 한다면 역시, 하루종일 '바람구멍'언덕에 올라가 있는 일을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보다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고, 할아버지의 일을 자주 도맡아하게 되었다.


 


 설거지를 끝낸 뒤, 일사천리로 테아는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번개같은 속도였다. 1초가 아까운 듯, 아니 아까운 느낌이 아니라, 늦으면 안된다는 절실한 마음이 소년에게 옅보였다.


 


 "다녀오겠습니다. 할아버지!"


 


 "오냐. 다녀오렴. 테아."


 


 푸근한 할아버지의 미소를 뒤로하고 문을 열자, 도끼눈이 된 채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리시엔이 콧바람을 내뿜고 있었다.


 


 "늦어!"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하며 테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리시엔.


 


 "미안미안, 할아버지가 설거지한다고 자꾸.. 고집을 피우셔서.. 아니, 잠깐 시엔. 지금...."


 


 테아는 말하던 도중, 뭐씹은 표정으로 돌변한다.


 


 "...시. 엔. 누. 나.라고 부르라고 했을텐데에에에!!"


 


 리시엔은 우악스런 손길로 테아의 목을 조인다. 그리고 앞뒤로 뒤흔들며 테아의 머리속을 엉망으로 만든다. 테아는 아침부터 오우거보다 손지검이 포악한 상대에게 잡혀 괴로워한다.


 


 "아아악! 알았어. 누나. 누나!!!!"


 


 과연, 포악한 만큼이나 강력한 힘이었는지, 테아는 고래고래 악을 쓰면서 발버둥친다.


 


 "누가 그런 악을 쓰면서 누나를 부르래!? 다시!!!"


 


 얼굴하나 안바꾸고 손에 든 악력을 더 올리는 리시엔. 당연한 반작용으로 테아는 듣기에도 고통스런 기침을 해대며, 숨이 막히는 듯 두팔을 허우적거린다.


 


 "누,누나아~"


 


 간신히 테아가 귀여운 동생이 존경하는 누나를 부르는 어투를 흉내내자, 리시엔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푼다.


 


 '으.. 저 악마! 크라켄!'


 


 빨갛게 달아오는 목덜미를 더듬거린 테아는 '악마, 몬스터, 오우거, 오크, 트롤, 에틴!', 등 세간에서 흉폭하고 이미지로 알려져있는 존재들의 명칭을 줄줄이 나열한다. 물론, 어디까지 속으로 말했다. 저중에 하나만 밖으로 튀어나오면 테아의 목숨은 저승의 어딘가에서 지옥행인지 천국행인지 저울질 당하고 있겠지.


 


 테아가 지금 이렇게 반항하고 있지만, 사실, 리시엔은 14살, 테아는 10살이었으므로 '누나'라는 호칭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리시엔이 키가 작다보니, 테아는 항상 그 사실을 잊고, 별칭은 '시엔'이라고 부르고 얻어맞는 사태가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테아입장에서는 어린아이의 집착인지, '누나'라고 말하면 꼭 자신이 지고있다는 생각이 든것이다. 안타깝게도 실제로 지고있지만.


 


 "그래, 뭔데?"


 


 "응, 왠지 평소보다 빨리온것같아서..."


 


 테아는 마을의 동쪽 먼산에서 고개를 다 내밀지 못한 태양을 보며 중얼거린다. 확실히 매일 소년이 할아버지를 대신해 설거지하고 전광석화처럼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오면, 언제나 리시엔이 올때쯤과 대충 맞춰졌다.


 


 "...으으으.. 그,그냥! 그러고 싶었을뿐이야!"


 


 리시엔은 뒤로 한걸음 물러서더니 고개를 급히 돌린다. 테아는 삐닥하게 되어 '저게 도대체 왜 저러지?'라고 하면서 뒤를 따른다. 테아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무렵, '마법에 걸려서 오늘 아침은 어쩔수 없이 일찍나오게 됐어'라고는 죽어도 말못하는 리시엔은 새침한 표정을 가장한채 앞장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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