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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탁 탁 탁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들려왔다. 소리의 원인은 바로 한 노인이었다. 노인은 외눈안경을 쓴 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사뭇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창밖의 광경은 황폐 그 자체였다. 아니, 황폐보다도 더욱 황폐하고 피폐했다. 이 삭막한 풍경에 과연 어떤 단어가 가장 적절하단 말인가. 그 어떤 단어로도 이 삭막함은 도저히 표현될 수가 없었다.


 


 똑똑


 


“들어오게.”


 


 노인은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왔지만 여전히 노인의 몸은 창쪽을 향해 있었다.


 


“브레히트님,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브레히트라는 이름의 노인이 느릿느릿 몸을 돌렸다. 으레 평범한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가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런 인자한 미소를 띤 채 한 말은 전혀 따뜻하고 아늑한 말이 아니었다. 참으로 비정하고 소름끼치는 말이었다.


 


“전멸전이네. 발칸의 모든 시민들을 모두 전멸시켜버려. 쥐새끼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두 싹. 그리고 그들에게서 남은 ‘그것’들을 모아오거라.”


 


 노인의 입가에 인자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그건 더 이상 인자한 미소가 아니었다. 지독히도 날카롭고 싸늘한 ‘악마의 미소’ 였다. 다시 노인이 몸을 돌려 창가쪽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연신 그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초점은 먼 민둥산 너머로 향해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발칸 왕국의 수도, 시스였다.


 



 치지직! 치지직!


 


 -Ms-504기. 목표지점까지 10Km남았다. 모두 본체에 마나를 모아두길 바란다.-


 


 가디언의 천장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종석에 탄 사내가 붉은 버튼을 눌렀다. 그 버튼을 누르는 순간, 기이하면서도 어떻게 들으면 오싹하기까지 한 신비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사내가 인상을 찡그렸다. 수없이 많은 시간동안 이 짓을 했지만 이 소리만큼은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마치 소리 자체가 익숙함이라는 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오히려 들을수록 속이 더욱 거북해져가는 것만 같아 스위치를 누르는 게 점점 망설여지기 시작했다.


 


 -Ms-504기! 뭐하나!-


 


“으음? 흐읍!”


 


 사내가 급하게 핸들을 꺾었다. 붉은 광채가 순식간에 조종석의 특수 유리 앞을 스쳐 지나갔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그대로 비명횡사할 뻔한 일이었다.


 


 -전투 중에 잡념이라니, 미쳤군, Ms-504호.-


 


 그 묵직한 목소리는 조종사 이름 대신 가디언의 번호를 기계처럼 계속해서 부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반복되는 번호에 질린 그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다.


 


 사내가 인상을 쓰며 신경질적으로 핸들을 움직였다. 적을 인식하자 가디언 내부에 흐르는 마나가 그걸 감지하였고, 그와 동시에 가디언이 빠른 속도로 허리춤에서 엄청나게 큰 검을 뽑아들었다. 검을 뽑음과 동시에 눈앞에 있던 가디언 한 기의 몸체가 반으로 분리되었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이었다. 거대한 본체와는 어울리지 않게 사내의 가디언은 굉장히 기민하고 민첩한 동작으로 적 가디언들을 하나하나 베어가고 있었다.


 


 -이봐, Ms 504-


 


“듣고 있다.”


 


 -전방 50Km앞에 섀도우가 출현하였다.-


 


 사내의 가디언이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음속을 돌파하는 어마어마한 속도를 냈다. 가디언의 묵직한 검이 허공에 한번 휘둘러졌다. 그러자 그의 검에 무언가 묵직한 것이 걸리더니 공간을 찢고 검은 가스덩어리들이 괴성을 지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떠돌아다니는 존재들로 불리는 섀도우(Shadow)들이었다.


 


 콱! 콰아악!


 


“응?”


 


 고개를 돌림과 동시에 가디언의 동체가 크게 흔들렸다. 사내가 핸들을 급하게 꺾으며 손잡이를 있는 힘껏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크게 불안정했던 기체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뭐야, 도대체.”


 


 분명 가디언 주변에 마나로 결계를 쳤기 때문에 섀도우들이 그걸 뚫고 감히 가디언의 본체에 해를 입힐 수는 없었다. 간혹 가다 결계가 희미해졌을 무렵에 파고 드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전혀 그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다.


 


 가디언이 육중한 몸을 천천히 돌렸다. 가디언의 눈이 앞에 있는 괴이한 물체에 고정되었다. 가디언의 눈을 통해 사내도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괴이한 물체를 보고 있었다. 사내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지는 건 순간이었다.


 


“제기랄, 벌써 진화해버리다니. 점점 주기가 빨라지는 듯한 느낌이로군.”


 


 지난번의 그 끔찍한 전투를 떠올리자 사내는 도저히 검은 가스덩어리에게 덤빌 엄두를 내지 못하였다. 분명 지난번보다 확실히 강해졌으며 그 몸체도 커졌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점점 형체를 갖춰가고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진화를 했다는 사실보다 검은 덩어리들이 점점 형체를 갖춰가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었다. 아니, 실제로 모습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니었다. 처음 봤을 때 분명 모습을 갖추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모습을 갖추고 있다고 느껴지는 것뿐이었다. 이건 환상일수도, 아니면 진짜일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건 조만간 어떠한 모습으로든 변한다는 것이었다.


 


“여기는 Ms 504호, Ms 504호, 응답하라, 응답하라.”


 


 사내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건 끝없는 침묵뿐이었다.


 


 


 


 


SF가 아니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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